1. 불공정 취준생 (1)
1-1
불공정 마도사
1. 불공정 취준생
면접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이 다된 시간이었다. 익숙하게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자, 엄마가 문 바로 앞에서 수문장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면접은?”
짧은 단어지만 많은 의미를 띄고 있는 물음이었다.
“뭐, 잘 본 것 같아요.”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은 아주, 그냥.”
내가 구두를 벗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씻고 갈아입어, 아버지도 오셔서 식사하신데.”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놓고는 바로 컴퓨터부터 켜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따라 여동생들도 무슨 날이라도 되는 듯 일찍 들어와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어, 오랜만에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게 되었다.
별 말 없이 계속 되었다면 평범했을 식사였겠지만, 쌍둥이 여동생들 중 언니인 선예가 궁금한 듯 물었다.
“오빠, 오늘도 면접 보고 온 거야?”
젓가락으로 밥을 떠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반주를 하시던 아버지도 물었다.
“오늘은 어디 다녀왔니?”
“오늘은 해성 면접보고 왔어요.”
“해성? 거기도 신문 기사 읽어보니까 300대 1 이러던데….”
“적성검사야 뭐 다 뺑뺑이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라, 제가 운이 좀 좋았던 것 같아요.”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넌 면접관 앞에만 가면 아주 벌벌 떠는 거 같더라. 저번에는 YS도 면접까지 가서 떨어지고, 그러니까 허구헌 날 컴퓨터로 게임만 하지 말고 책이나 좀 읽어봐.”
엄마는 내가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 생각하는 듯 나를 쏘아붙였다.
“에이, 오빠도 좀 쉬어야 살죠. 요즘 사람이 어떻게 공부만 하고 살아요.”
쌍둥이 여동생 중 동생인 선혜가 내 편을 들어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말야, 요즘 오빠 나이 또래 사람들 중에 오빠처럼 착실하게 사는 애들이 얼마나 된다고.”
엄마는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아주, 대학생 편은 대학생들이 들어주고 있네. 니들 등록금 대준다고 엄마 아빠는 허리가 휘어진다 이놈들아.”
아버지도 소주를 한 잔 더 넘기시더니 말했다.
“뭐, 졸업도 졸업인데, 저번에 대학원 가겠다고 한 거, 해성이든 어디든 떨어지면 대학원 붙은 거, 가는 건 뭐라고 안한다.”
그리고는 내가 빈 소주잔에 술을 따라 드리자 바로 한 잔 더 넘기시고는 바로 말을 이어가셨다.
“근데, 대학원부터는 학비처럼 집에서 여태동안 반씩은 내주던 건, 못 보태주니까, 네가 과외를 하던 파트타임을 하던 벌어서 가도록 해라.”
엄마는 동생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니들도 똑같아, 대학교 졸업까지야 집에서 학비 반씩은 항상 보태줬지만, 대학원 가려면 니들이 벌어서 가. 엄마 아빠도 나중에 돈 모아놓은 건 있어야 살지 않겠니? 이거 아주, 애들 셋 대학교 졸업시키고 나니까 통장에 남는 건 공기밖에 없겠어.”
동생들이야 아직 대학교 졸업까지 2년 정도 남아있었고, 당장 졸업 예정인 나보고 들으라 하는 이야기 같았다.
그렇게 갑자기 무거워진 식사를 마치고,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려 동생들이 치킨을 주문해서 몇 달 만에 가족들이 다 모여 치킨에 맥주 한 잔씩을 나눠 마시고는 좋게 해결된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날, 평상시처럼 학교 도서관을 가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가방을 들고 나온 나는, 먼저 도서관에 들려 오후 2시까지 정확하게 책을 읽고서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목적지는 학교에서 정확하게 두 블록 떨어진 고급 원룸촌의 지하주차장으로, 내 앞에 있는 차량은 약 2억 원 정도 하는 아우디이고, 당연한 말 이지만 내 소유의 차량이었다.
문을 열고 차 안에 들어가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집2’라고 적혀있는 단축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대표님 출근 하시는 중 이십니까?”
“응, 20분이면 도착해.”
나는 짧게 말하고는 안전띠를 걸면서 준비를 했다.
“준비해둘게 있나요?”
“어제 대충 다 확인하긴 했는데, 저녁에 보내줬던 자료들 가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준비 좀 해주고, 오늘 녹화하면서 사용할 자료들도 있으니까 그것도 미리 준비해줘. 그리고 1층에서 샌드위치랑 아메리카노 아이스도 하나”
“알겠습니다.”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직원이라고 해봤자 비서 한 명, 그리고 영상 촬영 및 정리를 하는 영상담당팀, 텍스트를 준비해서 자료로 만들어주는 제작팀, 핸드폰 어플리케이션 제작 및 관리를 하는 어플리케이션 팀 마지막으로, 보충 촬영 및 상담을 도와줄 마도사 두 명 정도가 전부이다.
당연한 말 이지만, 마술사가 아니라 마도사이다. 눈속임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마술이 아니라, 체내의 흐르는 마력과 대지의 마력을 융합시켜 사용하는 마도라는 학문인 것이다.
2016년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뜬금없이 웬 마도냐고? 마도는 계승으로 치면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인류사회의 발전과 함께 발전되어 왔고, 마도의 신비가 깨어지고 현대인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한지는 벌써 반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왔지만, 아직도 현대인들에게 마도는 신비함을 유발하는 상상의 영역에 해당되어 있었다.
나는 그런 마도에 흥미를 느꼈던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시작 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오래된 국내외의 마도사들도 내 재능을 보고는 인정해주었다.
사무실은 학교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걸리는 서울 시내의 모 빌딩이었고, 내가 주로 하는 것은 마도라는 학문에 관심이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상 강의를 보면서 수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막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담을 받고 답변을 해주는 마도 수련 인터넷 강사와 같은 역할이었다.
집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으면 답변이 참 애매해지는데,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가 정답이다.
모든 가족이 내가 마도를 수련했던 사실은 알고 있다, 엄마는 마도를 수련한다고 이야기 하자, 귀신들린다며 그런 거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한마디 했었고, 아버지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특히나 마도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영상 강의를 판매하면서 벌고 있는 수익은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만 1년에 약 10억 정도의 금액이 들어오고 있었고, 이 금액은 의사인 아버지가 버는 한해 수입의 다섯 배 정도였다.
왜 밝히지 않는지 묻는 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극히 평범하셔서, 그 분들이 생각하는 현실이란 신문과 뉴스에서 비춰주는 정도(正道)만을 생각하시는 분들이시기 때문에, 자식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고, 잘 살기만을 바라는 분들이라서 그렇다.
여하튼 빌딩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5층∼7층 ELM Studio라고 적혀있는 알림판이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7층을 눌렀고, 7층에 도착하자, 잘 차려입은 정장과 몸매의 굴곡이 잘 드러나는 흰색 블라우스를 차려입은 비서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표님 좋은 점심입니다.”
비서가 인사하자 나도 그녀를 쳐다보면서 인사했다.
“세하씨도 좋은 점심이에요.”
내가 책상 옆에 있는 의자에 가방을 올려놓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로 일정을 확인하기 시작하자, 그녀가 내 앞으로 와서 말을 시작했다.
“30분 뒤에 이번 주 방송 분량 촬영이 예정 되어있고, 왼쪽은 확인 후 결제 해주셔야 하는 내용, 그리고 오른쪽은 협회에서 다른 강사 초빙 문제로 확인해달라는 공문입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올려놓을 테니까 확인하고 전달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서류들을 검토하고서 촬영까지 무사히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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