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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387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7.07 01:21
조회
800
추천
64
글자
5쪽

<END OF PAGE 2>

DUMMY

두 번째 장이 막을 내렸어요.


첫 번째 장에서, 환상적인 그림을 꿈꾸던 론멕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의 도화지에는 큰 구멍이 나 버리고 말았어요.


불행에 긁히고, 살인에 무뎌지고, 냉혹한 현실에 얼어붙은 채 도망치기만 하던 그녀는 어느새 살인마가 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구멍의 균열을 따라 이어지는 갈래에는 새로운 색이 칠해지기 시작했어요.


테플로 왕국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엑시온 용병단이라는, 유대의 울타리 안에서. 블랙 툼스톤이라는 적수와 마주본 채


그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마침내 눈을 뜬 론멕은 수 많은 색을 볼 수 있었죠.


밀려들 듯 찾아온 선택의 시간.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장의 완벽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랬었는데··· 분명 그래야만 했는데···


뜻밖의 영향으로, 론멕은 덥썩 색을 잡아들었죠. 그녀의 도화지를 칠해갈 단 하나의, 확고한 색. 바로, 진실을 말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인커스 노이스. 외팔이 대장장이. 고고한 장인, 착한 혈마법사.


당신 덕분에 제 이야기가 망가지고 말았어요.


진실을 손에 쥔 론멕이 얼마나 처참하고, 병신 같은 꼴인지 당신이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닌데···


인커스···


이 씨받ㅈ댐;ㅈ 8배세ㅗㅂ3ㅑㅐ검릐ㅏㅇㅋㄴ/차




<으아아아아아아악!!!>


깃펜을 휘갈기던 페트나는, 이내 책의 두 번째 장을 갈기갈기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비명이 첨탑의 테라스에 울려퍼졌고, 찢겨나간 종잇장이 멈춰선 구름 위를 날았다.


<이 씨발 병신 대장장이 새끼가!!! 으아아아아!!!>


머리를 헝크러트린 금발의 소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악을 썼다. 탁자 위에 놓인 책을 힘겹게 두 손으로 밀쳐낸 음유시인은, 이윽고 깃펜을 집어던지며 몸을 일으켰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페트나의 비명에, 기겁을 한 제르니모가 부리나케 테라스로 들이닥쳤다. 챙이 나간 모자를 쓴 주황머리 남자는, 이내 길쭉한 팔을 공손히 모으며 입을 열었다.


“또 커피가 떨어지신 겁니까? 어제 막 마지막 봉지가 떨어진 참이었는데, 나가서 사 올까요?”

<아가리!!! 아가리 안 닥쳐?!>


욕지거리와 함께, 제르니모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선 음유시인은 힘껏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욱!!!”


밀려드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조련사는 다리를 쥔 채 동동 뛰어올랐고,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페트나가 눈을 감싸며 말했다.


<아아··· 진실의 편에는 저렇게 짜증나는 인간들이 수두룩한데··· 왜!!! 왜 나한테는!!!>


금발의 소녀가 짧막한 팔다리를 휘저으며 제르니모를 몰아세웠다. 당혹스러운 표정의 조련사 앞에서, 음유시인의 하소연은 계속되었다.


<왜 나한테는, 이런 병신 같은 새끼밖에 없는 거야!!! 으아아악!!!>

“하하···”


폭언에 익숙해진 조련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눈을 질끈 감은 페트나가 한 숨을 쉬며 나지막히 말했다.


<···드래곤.>


손가락을 튕기던 음유시인이 말을 이었다.


<드래곤 좀 불러봐요. 이름을 뭐라고 붙였죠?>

“아··· 그게 말입니다.”


침을 꿀꺽 삼킨 제르니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주십시오. 이게 절대로 음유시인님께 사적인 감정을 품어서 그런 게 아니라··· 한량에 불과했던 제게 막대한 임무를 부여해주신 당신께 오직 존경하는 의미에서···”

<이름이! 이름이 뭐냐고 물었어요!>

“···페트나아!!!”


눈을 질끈 감은 제르니모가 소리치자, 테라스의 첨탑을 향해 자그마한 드래곤이 날아들었다.


작은 도마뱀은 어느새 개에 필적하는 크기로 자라 있었고,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날개달린 초록색 도마뱀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보던 음유시인이 말했다.


<아. 그러니까 얘 이름이 페트나라고?>


금발의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새끼 드래곤이 꼬리를 살랑이기 시작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페트나의 옆에서, 챙이 나간 모자를 눌러쓰며 얼굴을 가린 제르니모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이 솟은 첨탑의 테라스에서 사람의 형상이 떨어져 내렸다. 길쭉한 팔 다리를 휘저으며 추락하는 제르니모에게, 자그마한 불을 내뿜은 드래곤이 주인을 구하기 위해 다급하게 활강했다.


테라스의 난간에 손을 얹은 음유시인은, 점점 멀어지는 드래곤과 조련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윽고 사뿐사뿐한 발걸음을 옮겨 의자에 몸을 맡긴 금발의 소녀가 다시금 깃펜을 집어들며 입을 열었다.


<진실과 거짓의 균형이 무너졌다. 운명을 믿을 바에는 차라리···>


펜촉을 노려보던 페트나의 황금빛 눈동자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이 내가, 직접 개입하겠어.>


작가의말

2권 분량의 끝입니다. 꾸준히 봐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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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 OF PAGE 2> +16 20.07.07 801 64 5쪽
56 대장장이의 유산 +12 20.07.06 667 59 17쪽
55 노숙 +18 20.07.04 698 60 14쪽
54 진실을 마주보며 +15 20.07.02 754 65 17쪽
53 낭만에 굶주린 자들 +24 20.06.30 731 67 14쪽
52 판레스터 디 오거 +20 20.06.19 874 67 16쪽
51 외팔이 대장장이 +17 20.06.18 850 64 13쪽
50 거짓과 마법사 +22 20.06.17 849 64 13쪽
49 대탈출 +19 20.06.16 830 62 13쪽
48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23 20.06.15 832 66 14쪽
47 동료 +23 20.06.14 869 69 14쪽
46 그래도 시계는 돈다 +23 20.06.13 910 61 13쪽
45 선전 포고 +21 20.06.12 1,021 70 15쪽
44 휘몰아치는 모험의 시작 +19 20.06.11 941 73 14쪽
43 결투 +23 20.06.10 1,007 79 13쪽
42 커티스 툼스톤 +18 20.06.09 1,035 74 12쪽
41 음유시인과 모험가의 꿈 +34 20.06.08 1,051 91 12쪽
40 목적과 협상 +32 20.06.07 1,090 93 12쪽
39 한밤중의 습격 +20 20.06.06 1,098 98 13쪽
38 666번째 용병 +20 20.06.05 1,134 89 13쪽
37 주인공의 재능 +34 20.06.04 1,167 91 12쪽
36 능력을 보이다 +28 20.06.03 1,085 86 14쪽
35 엑시온 용병단 +24 20.06.02 1,101 101 14쪽
34 두 달이 지나고 +37 20.06.01 1,156 80 14쪽
33 <END OF PAGE 1> +21 20.05.31 1,099 80 7쪽
32 무덤 다섯 개 +14 20.05.31 1,037 85 14쪽
31 신의 뜻대로 +31 20.05.30 1,068 78 13쪽
30 검은 고양이 +10 20.05.29 1,100 87 12쪽
29 다가오는 그림자 +23 20.05.29 1,129 85 11쪽
28 부당한 거래 +17 20.05.28 1,144 8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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