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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409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6.19 13:00
조회
874
추천
67
글자
16쪽

판레스터 디 오거

DUMMY

“너, 혈마법사냐?”


위니의 말에, 열기가 가득한 대장간에는 침묵이 흘렀다.


색이 다른 마법진이 한 데 모인 광경을 바라보던 용병들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분노라도 하듯, 하늘빛의 오망성은 모험가의 앞에서 가파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피로 그려진 마법진은 인커스의 가슴팍 위에서 그저 불길한 광채를 내뿜을 뿐이었다. 검붉게 일렁이는 손의 형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대장장이는, 이내 마법사에게로 눈동자를 옮겼다.


“진정하시오 론멕. 인커스는 그저 대장장이일 뿐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나선 무역상인은 채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에게로 고개를 돌린 빨간머리 모험가의 기운에 압도당한 단장은, 그저 말없이 위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텅 빈 두 개의 눈동자 모두가 하늘색의 광채를 머금고 있었다. 서재에서 있었던 뜻밖의 협상으로 인해, 무역상인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잘 알고 있는 바였다.


그가 마주한 것은 철부지 모험가가 아닌, 비밀과 집념으로 가득 찬 몰락한 제국의 마법사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넬포는 위니에게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봐 신입. 일단 진정하고 내 설명을··· 아윽!”


순간, 무역상인은 도적의 팔뚝을 거칠게 낚아채며 그에게 속삭였다.


“조용히···”


삐죽머리 남자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단장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손을 거두어들인 그의 귀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단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건드리지 말거라.”


무역상인의 말을 끝으로, 위니는 대장장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옆에 떠오른 붉은 모험가의 형상은 그 광경을 미심쩍다는 듯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위니.’

“···”

‘단장님이 뭔가 알고 있다는 눈치인데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마음속으로 론멕에게 말한 위니는, 이내 대장장이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테플로 왕국이라··· 제국의 서부에 세워진 나라지 아마?”


영문모를 그녀의 말에, 용병들은 말 없이 위니를 바라보았다. 동료들의 시선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그들을 등진 마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혈마법사··· 그 가증스러운 것들이 박멸되기는커녕 세력을 넓히고 있을 줄은 몰랐군. 내 말이 틀린가?”


그런 그녀의 앞에서, 인커스는 일렁이는 손의 형상을 움켜쥐었다. 검붉은 기운에 휩싸인 대장장이의 귀에는 여전히 마법사의 가시돋힌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잘 들어. 네게 기회를 주마.”

“···무슨 기회를 말이오?”


마침내 대장장이가 입을 열자, 위니는 마법진을 향한 그녀의 손에 힘을 실으며 말했다.


“자결할 기회를.”


하늘빛의 오망성이 이제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마법진의 기묘한 소리와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대장간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온 용병들은 익숙한 느낌에 몸서리쳤다. 그것은 목에 닿은 칼날이오, 날아드는 화살이었다.


죽음.


밀려드는 죽음의 공포를 마주한 용병들은 이내 위니에게서 서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사색이 된 무역상인은 다급히 그들의 앞을 막아섰고, 하늘색의 광채는 노인의 희생 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것의 크기를 점점 불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붉은 기운에 휩싸인 대장장이는 그저 가파르게 회전하는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검붉게 일렁이는 손을 움켜쥔 인커스는, 이내 눈을 지긋이 감으며 말했다.


“···어차피, 내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소.”

“그걸 이제야 느끼냐?”


삶을 체념한 듯한 그의 목소리에, 위니는 일말의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대장간의 열기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지고 있었다. 엘프의 지옥불 마법은 론멕의 좁디좁은 마나통과 대장장이의 육신을 동시에 태워버릴 것이 분명했다.


“헬 파이···”

‘위니!!!’


순식간에 벌어진 아비규환에, 참다 못한 모험가의 형상이 소리쳤다. 위니의 뾰족한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댄 론멕은 이내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당신 미쳤어요?!’

[아 씨 놀래라. 뭐라고?]


당황한 위니는 고개를 돌려 모험가의 형상을 바라보았다. 캐스팅을 멈춘 엘프는 이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론멕에게 말했다.


[지금 누가 할 소리를···]


불길을 머금은 마법진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몸을 움츠린 용병들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고, 미간을 찌푸린 대장장이는 공격을 멈춘 마법사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안정을 되찾은 대장간의 열기는 그들에게 있어 한없이 차갑게 느껴질 뿐이었다. 당황한 용병들과 대장장이의 사이에서, 눈을 질끈 감은 위니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날 방해하지 말아줄래? 저건 혈마법사라고. 어서 죽여 버려야···]

‘혈마법사가 뭔데요?’

[설명할 시간 없어. 저건 그냥 나쁜 놈들이야. 이제 알겠으면 닥치고 있···]

‘왜 나쁜데요?’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위니는 부릅뜬 눈으로 론멕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기세에 몸을 움찔한 붉은빛 모험가의 형상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말했다.


‘장난하자는 게 아니에요. 정말 몰라서 그런다니까요? 혈마법은 뭐고, 그건 왜 나쁜 건데요?’


팔짱을 낀 론멕은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


‘나는 말이죠, 성국에서 평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들어온 이야기가 있어요. 그게 뭔지 아세요?’

[···]

‘마법사는 사악하다는 것.’


그 말에 위니의 눈매가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입을 살짝 벌린 마법사를 바라보던 론멕은, 이내 그녀의 몸을 차지한 엘프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그래요. 다들 마법사가 사악하다 했고, 그게 바로 제가 단두대형을 받은 이유가 아니겠어요? 저는 말이죠, 기사단에게 쫓기기 시작한 이후로는 성국을 벗어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

‘위니. 이곳 사람들은 말해요. 마법사는 불행을 불러 온다고. 비극을 퍼트리는 악운의 사자와도 같다고.’

[그건··· 그건···]


어물거리는 위니에게 일말의 틈도 주지 않은 론멕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부었다.


‘당신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나는, 레이븐의 샬롯과 에드 아저씨를 겨우 뒷산에나 묻어 주었죠. 이걸 우연이라고 봐야 하나요? 나의 몸을 빼앗으려 한 당신은 사악하지 않은가요?’

[···]

‘유베르논에서 내게 말했었죠? 선입견을 갖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다고. 위니. 이제 나는 알아요. 신 따위는 없다는 것을. 마법이 사악하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만큼, 지금의 당신은 멍청하기 짝이 없어 보여요. 멍청하다고요!’

[···]


론멕의 말을 끝으로, 마법사의 귀에는 정적이 멤돌았다. 차갑게 식은 대장간에서, 위니는 그저 입을 살짝 벌린 채 모험가의 형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론멕을 바라본 위니는 이내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엘프의 텅 빈 눈동자는 대장간의 곱게 다져진 흙바닥을 향했고, 넋을 잃은 위니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위니의 힘없는 목소리가 론멕의 마음속에 울려퍼졌다.


[···모르겠다. 나는 좀 쉬어야겠어.]


마치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빨간머리 마법사는 흙바닥 위에 무릎꿇었다.



= = = = =



같은 시각, 초원의 반대편에 위치한 황무지의 동굴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쉬어야겠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사슬 갑옷을 입은 검은 장발의 남자가 말했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동굴에서, 무엇인가를 올려다보는 커티스의 등 뒤에는 견갑을 걸친 괴한들이 서 있었다.


동굴을 가득 메운 졸개들의 앞에서, 한 숨을 내쉰 커티스가 말했다.


“무엇이 부족한가? 돈? 여자? 뭐든 말만 해라. 내 전부 구해다 줄 테니 말이다.”


고개를 치켜세운 그의 앞에는 육중한 사람의 형상이 앉아 있었다. 축 쳐진 뱃살을 가진 남자는, 동굴을 가득 메운 그의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어눌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족한··· 것···”


그것이 몸을 일으키자, 커티스는 더더욱 고개를 치켜들어야만 했다. 얼굴을 찌푸리며 뒷목을 부여잡은 검은 장발의 남자는, 이내 고개를 돌려 그의 졸개들을 바라보았다.


그림자에 휩싸인 툼스톤의 무법자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식은땀에 흠뻑 젖어 녹이 슨 병장기를 부여잡은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커티스는, 이내 거대한 사람의 형상에게로 시선을 옮기고는 말했다.


“그래. 원하는 것을 말해라. 판레스터.”


판레스터라는 이름의 육중한 남자는 그의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이 어찌나 굵은지, 무법자들은 판레스터가 과연 무엇을 쓰다듬는지에 대해 한참동안이나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돈··· 반짝이는 충분해··· 여자···. 구멍이 너무 작아··· 말이 더 좋···”

“이런 시발. 그딴 거 궁금하지 않으니 빨리 본론이나 말해 다오.”


욕지거리를 내뱉은 커티스에게, 한참동안이나 턱을 쓰다듬은 판레스터가 말했다.


“···생각··· 해야 해··· 내게 필요한 건···”


그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고요한 동굴이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커티스는 요란스러운 동굴의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귀에는 부하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커티스 님. 전령이 돌아왔나 봅니다.”


그 말을 들은 검은 장발의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기서 디아즈 성까지 가는데만 해도 족히 반나절은 걸릴 텐데. 그 자식들이 어떻게 벌써 돌아왔다는 거냐.”


검은 묘비가 그려진 견갑을 걸친 졸개 하나가 말했다.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건 직접 들으시지요.”


그의 말을 끝으로, 동굴의 입구에서는 이곳 저곳이 검게 탄 대머리의 괴한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대장의 앞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커티스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불에 탄 거냐? 왜 너만, 그것도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지?”

“···대장님···”


주체할 수 없이 몸을 떨던 대머리의 괴한이 말했다.


“···마법사··· 빨간 머리의 마법사가···”

“젠장할. 저 멍청한 하프오거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너마저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검게 탄 대머리의 괴한이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엑시온의 용병들에게 대장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마법사가···”


커티스를 바라보던 괴한은, 이내 동굴의 막장을 차지한 하프오거를 흘끔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를 제외한 모두를 죽이고, 제게 무엇인가 마법을 걸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황무지에 와 있지 뭡니까.”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 계집이 그렇게나 강하더냐?”

“···그렇습니다. 또한 그 뿐만이 아닙니다.”


판레스터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킨 대머리의 괴한이 말했다.


“빨간 머리의 마법사가 말하길, 파킨슨 님 또한···”


채 말을 잇지 못한 괴한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의 앞에서, 모닝스타를 들쳐맨 검은 장발의 남자는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파킨슨? 그 자식은 또 왜?”

“···”

“왜 말을 하다 마는 것이냐. 네 머리통도 으깨 줄까?”


그 말에 눈을 질끈 감은 대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파킨슨 님 또한··· 그 마법사의 손에 죽었다 합니다.”


대머리의 말에 무법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드레이크와 베레즈에 이어, 툼스톤의 부대장이 한낱 여인에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프오거는 요란스러워진 동굴이 짜증이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후비기 시작했다.덩치가 산만한 판레스터의 앞에서, 검은 장발의 남자는 얼굴을 굳힌 채 전령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대머리의 괴한을 노려보던 커티스는, 그의 검은 모닝스타를 어깨에서 내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 빌어먹을 계집을 처음 건드린 게 대체 누구란 말이더냐. 마법사는 불행을 불러온다 하였는데, 지금이 딱 그 꼴이군그래.”


모닝스타의 손잡이에 턱을 기댄 검은 장발의 남자는 이내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말했다.


“파킨슨··· 멍청한 놈 같으니. 그 미친 모험가 년에게 당한 모두를, 이 황무지가 기억할 것이다.”


그 말에 툼스톤의 무법자들은 녹슨 병장기를 움켜쥐며 고개를 숙였다. 졸개들의 묵념을 시작으로, 동굴에는 하프오거의 거친 숨소리와 무법자들의 사슬 갑옷이 절럭이는 소리를 제외한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무법자들의 침묵 속에서, 판레스터는 연신 하품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프오거는 대장 앞에 주저앉은 대머리의 괴한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커티스는 그의 모닝스타를 들어올리고는 졸개들에게 말했다.


“친구들! 복수의 시간이다. 우리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엑시온에 모자라, 그 빨간머리 마법사 계집 까지. 이 만한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느냐!”


졸개들은 갖가지 병장기들을 치켜올리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동료를 잃은 무법자들의 거친 아우성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퍼졌고, 전쟁을 준비하는 그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독기가 가득했다.


열기는 그것이 달아오른 속도만큼 빠르게 식고야 말았다. 환호하던 무법자들의 눈동자가 한 곳으로 모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색이 된 그들은 서서히 표정을 잃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을 흡족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모닝스타를 어깨에 들쳐맨 커티스는, 이내 무엇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뭐냐. 다들 갑자기 왜 그러는···”

“안돼. 아··· 안돼! 으아아아!!”


순간,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동굴의 안에 울려퍼졌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린 커티스는 그의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말을 잃고야 말았다.


대머리의 괴한은 어느새 공중에 떠 올라 있었다. 판레스터 디 오거. 하프오거의 큼지막한 손아귀에 붙잡힌 괴한은 공포에 질린 채 몸부림쳤다.


경악한 무법자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판레스터는 군침을 흘리며 괴한의 맨들맨들한 머리를 노려보고는 말했다.


“원하는 것··· 찾았다···”


몸뚱이만큼이나 커다란 입을 벌린 하프오거는, 이내 괴한의 머리를 으적으적 씹기 시작했다. 단말마의 비명과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판레스터는 괴한의 몸뚱아리를 동굴의 입구로 집어던지며 입을 열었다.


“맛···있는 것···”


목없는 시체가 졸개들의 머리 위를 날았다. 얼어붙은 툼스톤의 무법자들을 등진 커티스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 개 같은 하프오거 새끼야! 내 친구들은 안 돼!”


앞니에 낀 뇟조각을 빼내기 위해 애를 쓰는 하프오거의 앞에서, 검은 장발의 남자는 모닝스타로 동굴의 바닥을 두드리며 말했다.


“판레스터! 여기 있는 이 자식들은 맛이 더럽게도 없는 놈들이다. 그 대신, 내가 아주 기가 막히게 맛있는 머리를 가진 계집을 하나 알고 있지.”


그 말에 하프오거의 큼지막한 눈알이 커티스를 향했다.


“맛있는··· 머리···?”


검은 장발의 남자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정말 맛있는 머리다. 빨간 머리의 계집이다. 빨간 머리의 마법사다!”


커티스는 이내 등을 돌려, 모닝스타를 치켜세우고는 말했다.


“전쟁이다! 빌어먹을 전쟁 말이다! 엑시온의 용병들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걱정할 필요 없다. 무역상인은 이 나, 커티스 툼스톤이 맡을 것이고···”


동굴을 가득 메운 괴한들은 재차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서, 툼스톤의 대장은 말을 이었다.


“그 마법사는, 하프오거가 상대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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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ND OF PAGE 2> +16 20.07.07 801 64 5쪽
56 대장장이의 유산 +12 20.07.06 667 59 17쪽
55 노숙 +18 20.07.04 699 60 14쪽
54 진실을 마주보며 +15 20.07.02 755 65 17쪽
53 낭만에 굶주린 자들 +24 20.06.30 731 67 14쪽
» 판레스터 디 오거 +20 20.06.19 875 67 16쪽
51 외팔이 대장장이 +17 20.06.18 850 64 13쪽
50 거짓과 마법사 +22 20.06.17 850 64 13쪽
49 대탈출 +19 20.06.16 831 62 13쪽
48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23 20.06.15 832 66 14쪽
47 동료 +23 20.06.14 870 69 14쪽
46 그래도 시계는 돈다 +23 20.06.13 910 61 13쪽
45 선전 포고 +21 20.06.12 1,022 70 15쪽
44 휘몰아치는 모험의 시작 +19 20.06.11 942 73 14쪽
43 결투 +23 20.06.10 1,008 79 13쪽
42 커티스 툼스톤 +18 20.06.09 1,036 74 12쪽
41 음유시인과 모험가의 꿈 +34 20.06.08 1,052 91 12쪽
40 목적과 협상 +32 20.06.07 1,090 93 12쪽
39 한밤중의 습격 +20 20.06.06 1,098 98 13쪽
38 666번째 용병 +20 20.06.05 1,135 89 13쪽
37 주인공의 재능 +34 20.06.04 1,168 91 12쪽
36 능력을 보이다 +28 20.06.03 1,086 86 14쪽
35 엑시온 용병단 +24 20.06.02 1,101 101 14쪽
34 두 달이 지나고 +37 20.06.01 1,157 80 14쪽
33 <END OF PAGE 1> +21 20.05.31 1,100 80 7쪽
32 무덤 다섯 개 +14 20.05.31 1,038 85 14쪽
31 신의 뜻대로 +31 20.05.30 1,069 78 13쪽
30 검은 고양이 +10 20.05.29 1,101 87 12쪽
29 다가오는 그림자 +23 20.05.29 1,130 85 11쪽
28 부당한 거래 +17 20.05.28 1,145 8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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