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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403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5.30 00:02
조회
1,068
추천
78
글자
13쪽

신의 뜻대로

DUMMY

“저··· 원장 수녀님···”


한창 빨래를 널던 중년의 원장 수녀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론멕이구나. 왜 그러니?”


키가 수녀의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빨간머리 여자아이 하나가 원장 수녀의 수녀복 치마를 질질 잡아끌며 말했다.


“수녀님··· 토끼가 안 움직여요···”


원장 수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의 둥근 금테 안경을 고쳐쓰고는 말했다.


“엉? 토끼가?”


그 말을 들은 어린 론멕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놓인 토끼의 시체를 원장 수녀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네··· 아까는 잘 뛰어다녔는데··· 이제는 안 움직여요···”


원장 수녀는 축 늘어진 토끼의 시체와 론멕의 똘망똘망한 검은 눈동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이내 무릎을 굽혀 론멕과 눈높이를 맞추고는 말했다.


“저런··· 토끼가 왜 그럴까···?”


론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토끼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어디가 아픈 게 아닐까요···?”


원장 수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 론멕을 바라보았다. 순수한 아이에게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토끼의 시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야 론멕. 토끼는 신의 품으로 돌아간 거란다.”


“신의 품이요···?”


“그래. 토끼는 행복한 곳으로 여행을 떠난 거야. 신과 하나가 되는 천국으로, 신의 품으로 돌아간 거지.”


그 말을 들은 론멕은 축 쳐진 토끼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이해를 못 하겠어요··· 안 움직이면 천국에 가는 거에요?”


그런 론멕을 바라보던 원장 수녀는 이내 안경을 벗고는 그녀의 얼굴을 쓸어넘겼다. 어린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그녀에겐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한 숨을 내쉰 원장 수녀는 이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론멕. 지금의 네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을 거야.”


원장 수녀는 그녀의 동그란 금테 안경을 어린 론멕에게 씌워주며 말을 이었다.


“수녀님이 확실하게 네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토끼가 행복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사실 뿐이란다.”


안경이 익숙치 않은 듯, 어린 론멕은 그녀의 검은 눈망울을 끔벅거리며 말했다.


“신의 뜻이요···?”


“그래. 신의 뜻.”


원장 수녀는 어린 론멕의 붉은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토끼가 여행을 떠나는 동안 춥지 않도록, 우리 토끼를 묻어주도록 하자.”


그 말에 어린 론멕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토끼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토끼를 묻어 줄래요.”


원장 수녀는 그런 론멕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토끼는 분명 행복할 거야.”




=======




론멕은 얼어붙은 채 샬롯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의자의 등받이에 목을 걸친 채 힘없이 꺾인 샬롯의 머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단검이 깊숙이 박힌 그녀의 목 주변은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의사의 초점없는 푸른 눈동자가 론멕을 응시하고 있었다. 론멕은 그저 넋을 잃은 채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으으··· 흐으으···”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치는 샬롯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흐으으으···”


어느 새 주체없이 떨기 시작한 론멕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신음했다. 서서히 배어나오는 눈물이 그녀의 시야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흐릿해진 샬롯의 시신을 바라보던 론멕은 그녀의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자 이제는 새로운 광경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 앞에서 무엇인가가 번쩍였다. 작은 단검 하나가 빙글빙글 돌며 그녀를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론멕은 그저 입을 벌린 채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크허억!”


그런 그녀의 앞을 사냥꾼의 굵직한 팔이 가로막았다. 팔을 뻗어 가까스로 단검을 튕겨낸 에드는 이내 깊게 베인 그의 팔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도망쳐! 도망치시오! 끄으윽···”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론멕은 미친 듯이 자수정 목걸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위니··· 도와줘요··· 위니···”


그러나 위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폭음으로 인해 탈진한 엘프 마법사는 그저 목걸이 안에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자 론멕은 자수정 목걸이를 움켜쥐며 부리나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앞에서, 사냥꾼은 석궁을 뽑아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망치라니까!!”


그러자 순간,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튀어올라 순식간에 에드를 덮쳤다.


회색의 후드를 쓴 괴한이 사냥꾼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은빛의 섬광이 반짝였고, 이내 사냥꾼은 바닥에 쓰러졌다.


“끄윽···”


쓰러져 신음하는 에드를 본 괴한은 그의 체중을 실어 단검을 내리찍었다.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괴한의 공격을 피한 에드는 바닥에 누운 채 있는 힘껏 석궁을 휘둘렀다. 얼굴을 가격당한 괴한은 맥을 차리지 못한 채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에드는 이내 잽싸게 일어나 석궁을 발로 지탱한 채 그것을 힘겹게 장전했다. 딸가닥 소리가 의사의 집에서 울려퍼지자, 정신을 차린 괴한은 이내 안락 의자 뒤로 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그의 상대는 노련한 용병이었던 에드 스팅샷이었다. 사냥꾼은 믿기지 않는 속도로 석궁을 조준한 후 그것의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은 어느 새 괴한의 후드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머리에 화살을 맞은 그는 힘없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화살이 명중한 것을 확인한 에드는 이내 부리나케 고개를 돌려 론멕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런···”


얼어붙은 론멕이 마주하고 있던 건 또 다른 괴한이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두 번째 암살자는 에드가 싸움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론멕을 향해 곧장 달려들고 있었다.


“피해! 피하라고!”


순식간에 론멕의 앞까지 다가온 괴한은 이내 있는 힘껏 론멕을 향해 단검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의사의 집에 울려퍼졌다. 괴한은 당황한 채 무엇인가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 단검의 손잡이를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투명한 하늘빛 구체가 빨간머리 모험가를 감싸고 있었다. 금이 간 채 일렁이는 보호막 안에서, 모험가는 다리가 풀려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론멕의 뇌리에는 낮에 그녀가 위니에게로부터 들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쫄지 마. 이미 보호막 주문을 걸어 뒀으니까.]‘


보호막의 정체는 사냥꾼이 그들을 위협할 당시에 위니가 걸어 둔 보호막 주문이었다. 단단히 꽂힌 단검을 뽑아내는 데 실패한 괴한은 이내 다급히 그의 품 속에서 또다른 단검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어느 새 그의 등 뒤로 다가온 에드는 괴한을 힘껏 끌어안아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커헉··· 커윽···!”


“마법을··· 어서 마법을··· 끄으윽···”


에드는 필사적으로 괴한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먹먹해진 그녀의 귀에, 괴한의 신음소리와 사냥꾼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론멕은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 광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의자에 얹혀진 샬롯의 시체와 바닥에 널브러진 암살자의 시체. 그리고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는 괴한과 에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론멕의 머릿속에는 수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며 생긋 웃는 샬롯의 모습이


그리고 축 늘어진 토끼 시체의 모습이 그녀의 눈 앞에 아른거렸다.


론멕은 얼마 지나지 않아 퍼뜩 정신을 차렸다. 보호막이 사라지자 그것에 꽂혀있던 단검이 딸그랑 소리를 내며 그녀의 옆에 떨어졌다.


“크어억··· 억!”


목이 졸린 채 거품을 내뱉던 회색 후드의 암살자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에드의 허벅지를 단검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사냥꾼의 비명을 들은 론멕은 이내 부들거리는 손으로 그녀의 옆에 놓인 암살자의 단검을 집어들었다.


단검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러자 론멕의 흔들리는 검은 눈에는 단검의 검신에 새겨진 글자가 비치기 시작했다.



(신의 뜻대로.)



“아하···”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론멕은 이내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하하···”


어느 새 그녀의 떨림은 멎어 있었다. 단검을 손에 쥔 채, 론멕은 벌떡 일어나며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절규하며 괴한에게 달려들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론멕은 암살자의 가슴팍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거허어억···!!”


그러자 회색 후드의 괴한은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가 내뱉던 거품에는 이제 붉은 핏물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사냥꾼과 암살자가 쓰러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신음하는 암살자를 향해, 론멕은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빨간머리 모험가는 암살자의 몸 위에 올라탄 채 그의 명치에 꽂힌 단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 그녀는 하염없이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원한 모험은··· 이런 게···”


론멕은 이내 암살자의 명치에 꽂힌 단검을 뽑아냈다. 그러자 그것의 궤적을 따라 핏줄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얼굴이 피와 눈물으로 범벅이 된 론멕은 이내 다시 한번 단검을 내리찍으며 말했다.


“내가··· 내가 원했던 건···”




“물론 그대가 원한 게 이런 건 아니었겠지.”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겁을 한 론멕은 이내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암살자들과 마찬가지로 회색 후드를 뒤집어쓴 노인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단검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요. 우리는 마법사의 출현을 원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게 대체 뭐란 말이오?”


말을 마친 그는 사냥꾼에게 단검을 던졌다.


“커허억!”


단검은 정확히 그의 목에 적중했다. 론멕은 부들부들 떨며 그녀의 바로 옆에서 일어난 허망한 죽음을 마주했다.


“안 돼! 안 돼!!! 아저씨!!”


그러나 사냥꾼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축 늘어진 채 목에 단검이 꽂힌 사냥꾼은 이내 그의 팔을 힘없이 떨구었다.


에드의 눈동자가 생기를 잃는 데에는 일말의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론멕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피를 씻겨내며 바닥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앞에서, 회색 후드의 노인이 말했다.


“이거 의외로군. 분명 마법사가 골칫거리일 줄 알았는데, 꽤나 무시무시한 양반이 이런 시골에 숨어 지낼 줄이야···”


회색 후드의 노인은 에드의 시체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그에 비해서 그대는 형편없이 약하구려. 마법은커녕 단검을 쥐는 자세조차 그리 엉성하니 말이오.”


론멕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회색 후드의 노인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오. 성국 전체가 뒤집어질 정도로 난리를 피운 악독한 마법사가··· 그대처럼 연약하기 짝이 없는 여인일 뿐이라는 게 말이오.”


그러나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말이 없었다. 노인은 이내 한 숨을 쉬며 무릎을 굽혀 그녀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게 틀림 없겠소만··· 미안하게 됐소. 그래도 마법은 마법이니까. 불행하기 짝이 없다 못해 그 불행을 퍼트리고 다니는 것을 어찌 그냥 두겠소?”


“···”


“그러니, 이제 그만 마무리합시다.”


회색 후드를 쓴 노인은 단검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대의 죽음은 등불의 그림자가 기억할···”




순간, 빨간머리 모험가가 고개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디스인티그레이트>”


그녀의 목소리를 끝으로, 레이븐의 밤하늘에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한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회색 후드를 쓴 노인은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친 론멕을 바라보며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모험가와 노인은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노인이었다. 풀밭 위로 힘없이 쓰러진 그의 상반신은 이내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리밖에 남지 않은 노인의 시체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론멕의 오른쪽 눈동자는 어느새 하늘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데?”


위니가 론멕의 입으로 말했다. 빨간머리 모험가의 검은 눈동자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침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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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대탈출 +19 20.06.16 831 62 13쪽
48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23 20.06.15 832 66 14쪽
47 동료 +23 20.06.14 870 69 14쪽
46 그래도 시계는 돈다 +23 20.06.13 910 61 13쪽
45 선전 포고 +21 20.06.12 1,022 70 15쪽
44 휘몰아치는 모험의 시작 +19 20.06.11 941 73 14쪽
43 결투 +23 20.06.10 1,008 79 13쪽
42 커티스 툼스톤 +18 20.06.09 1,035 74 12쪽
41 음유시인과 모험가의 꿈 +34 20.06.08 1,052 91 12쪽
40 목적과 협상 +32 20.06.07 1,090 93 12쪽
39 한밤중의 습격 +20 20.06.06 1,098 98 13쪽
38 666번째 용병 +20 20.06.05 1,135 89 13쪽
37 주인공의 재능 +34 20.06.04 1,168 91 12쪽
36 능력을 보이다 +28 20.06.03 1,085 86 14쪽
35 엑시온 용병단 +24 20.06.02 1,101 101 14쪽
34 두 달이 지나고 +37 20.06.01 1,156 80 14쪽
33 <END OF PAGE 1> +21 20.05.31 1,100 80 7쪽
32 무덤 다섯 개 +14 20.05.31 1,038 8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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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부당한 거래 +17 20.05.28 1,144 8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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