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382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6.07 13:54
조회
1,089
추천
93
글자
12쪽

목적과 협상

DUMMY

“론멕. 그대는 죽게 될 것이오.”


토마의 말에 론멕은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금발의 거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장궁을 만지작거리던 금발의 거한은 한 숨을 쉬며 그것을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소? 엑시온 용병단에서, 그대는 분명 죽음을 맞이할 것이오.”


“토마.”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이 말했다.


“신입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굳이 할 이야기도 아니고. 우선 둘다 진정하는게···”


“난 말해야겠어.”


금발의 거한은 매키니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말했다.


“마법사 신입?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


“내 말이 틀린가?”


그의 말에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은 침묵을 지켰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던 론멕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멎어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토마는 이내 매키니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론멕. 마법사가 불행을 몰고 온다 하셨소?”


그 말을 들은 위니의 길쭉한 귀가 쫑긋였다. 하늘빛 엘프의 형상과 함께 금발의 거한을 바라보던 론멕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제가 듣기로는.”


두 손을 부여잡은 빨간머리 모험가는 이내 그녀의 손을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하기로는 말이에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오.”


금빛 머리칼을 쓸어넘기던 토마는 조금씩 밀려오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는 말했다.


“적어도 내가 이 용병단에서 만난 마법사들의 끝은 모두 불행했으니까 말이오.”


“···”


“그런데··· 나는 사실 잘 모르겠소.”


붕대에 묶인 어깨를 부여잡은 금발의 거한은 이내 식은땀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이것이 그저 마법사들의 불행인지, 아니면 우리 용병단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것인지를··· 나는 잘 모르겠소.”


“토마.”


그 말을 들은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은 몸을 일으켰다. 작은 방패와 검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장을 해제한 매키니는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지긋이 바라보고는 말했다.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마.”


금발의 거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마법사는 쓸 데가 많으니까. 불길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암.”


론멕은 잠자코 용병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들을 쳐다보던 모험가의 귀에는 여전히 토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 이야기도 해 주지 않았지. 엘리제에게도, 데니스에게도, 카일에게도.”


낯선 이름들을 부르던 토마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어금니를 깨물며 두터운 목을 떨던 금발의 거한은 이내 고개를 돌려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다 죽었어. 매키니. 그것도 마법사들만 말이야. 지난 13년간, 용병단 본부 인원중 오직 마법사만이 전부 죽어나갔다는 걸···”


“···”


“이걸 우연이라고 봐야 하나?”


달빛에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긴 매키니는 이내 주먹을 부여잡고는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마. 토마.”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토마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긴 생머리는 이리저리 흩날리며 바람의 방향을 알리고 있었다.


“용병단원 중에서 죽음을 맞이한 게 마법사뿐만은 아니야. 모두가 약했고, 모두가 이유있는 죽음이었어.”


“허.”


토마는 붕대가 감기지 않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야말로 헛소리를 하는군. 마법사가 약하다고?”


금발의 거한은 고개를 돌려 론멕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 론멕이란 여자애가 우리에게, 그리고 내게 무엇을 보여 줬는지 한번 따져 보자고. 어디 보자··· 돼지고기를 가루내고, 보호막으로 화살을 막고, 내 위치를 단숨에 알아차린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하늘을 날아다니기까지 하더군.”


그 말을 들은 론멕은 쑥스럽다는 듯 그녀의 뒷목을 부여잡았다. 그런 모험가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위니의 쫑긋한 귀에는 여전히 토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맙소사. 순간이동까지 하더라니까?”


“그래.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매키니에게 입을 열 틈새도 주지 않은 금발의 거한은 이내 쉴 새 없이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모두가 강했어 매키니. 카일은 불을 잘 다뤘고, 데니스는 바람을 마치 자기의 수족인 것 마냥 부리었지. 엘리제는··· 글쎄. 겁이 좀 많기는 했어도, 그녀의 에너지 투사체가 얼마나 강했는지··· 너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 다 죽었잖아.”


“···”


“열 세 번째 용병, 머피 칼라미티를 시작으로···”


“그 이름을 꺼내지 마. 제발.”


매키니는 그녀의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토마의 말을 끊었다.


“아까도 그렇고, 너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단장님 말씀 못 들었냐? 왜 자꾸 머피를 입에 담는 거야?”


고개를 젖힌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은 이내 한 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벌써 13년 전이야 토마. 머피가 타르타로스에서 실종된 지 벌써 13년이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그건 우발적이었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


“퍽이나.”


코웃음을 치며 매키니의 말을 끊은 토마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론멕에게 말했다.


“론멕. 다시 말하지만 화살을 쏜 것은 미안하게 됐소. 하지만 말했다시피, 나는 그대가 이정도의 습격에도 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소.”


빨간머리 모험가는 그녀의 옆에 선 금발의 거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체구가 어찌나 큰 지, 디아즈의 밤하늘에 떠오른 달은 그의 어깨에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대가 용병단 본부의 다섯 번째 마법사요. 실종자 머피 칼라미티를 시작으로, 마법사가 죽어나갈 때마다 무역상인은 마치 마차의 부품을 교환하듯 마법사를 영입해 왔지.”


토마는 고개를 돌려 빨간머리 모험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서글픈 눈빛으로 론멕을 바라보던 금발의 거한은 이내 피식 웃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저,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 될 그대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오.”



그의 말을 끝으로, 석재 건물의 지붕 위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용병들은 그저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묵을 깬 것은 엑시온 용병단의 666번째 용병, 빨간머리 모험가 론멕 데이드림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생긋 웃은 론멕의 오른 쪽 눈은 어느새 하늘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위니가 깃든 팔을 움직여 마법진을 완성한 빨간머리 모험가는 이내 나지막히 주문을 외웠다.


“<나이브 큐어>.”


그러자 토마의 어깨에는 녹색의 빛무리가 일기 시작했다. 서서히 치유되어 가는 그의 어깨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토마의 귀에는 여전히 론멕의 여린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강해질 거에요. 죽지 않고, 또 죽음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에요.”


녹색의 빛무리는 점점 옅어지며 그 자취를 감추었다. 말끔하게 회복된 어깨를 신기하다는 듯 움직여 보이는 금발의 거한의 옆에서, 론멕은 말을 이었다.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빨간머리 모험가는 그녀의 옆에서 미소지은 하늘빛 엘프의 형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친구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네요.”



그 말을 들은 금발의 거한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그··· 내가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나는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란 말이지.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친구는 좀 그렇지 않소?”


“그게 아니라... 그런 게 있··· 아휴.”


고개를 세차게 저은 론멕은 이내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창문이나 고치러 가죠.”




= = = =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새벽이 되었다.


기울어진 달의 희미한 월광은 어느새 말끔히 고쳐진 용병단 숙소의 창문을 비추고 있었고, 론멕의 헝클어진 머리칼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헐렁한 잠옷을 입은 채 베개맡에 머리를 박은 그녀의 옆에는 위니가 걸터앉아 있었다. 하늘빛 엘프의 형상은 정신없이 잠에 빠져든 론멕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제법이야.]


위니는 그녀의 텅 빈 하늘빛 눈동자를 번득이며 말했다.


[론멕··· 모험을 꿈꾸는 수녀···]


아련한 눈빛으로 빨간머리 모험가를 바라보던 위니는 이내 피식 웃으며 속삭였다.


[너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그러나 론멕은 말이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모험가의 얼굴을 바라보던 위니는 이내 한 숨을 쉬며 그녀의 몸에 깃들었다.


그로부터 두어 번, 다리를 움찔거리다 몸을 일으킨 빨간머리 모험가의 두 눈동자는 어느새 하늘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늘빛 눈의 모험가, 론멕의 몸에 깃든 위니는 있는 힘껏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귀에는 침대 위에 뻗은 매키니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연보라색 머리의 여인이 잠든 것을 확인한 위니는 이내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용병단 본부의 건물은 괴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여관과도 같은 숙소를 가진 건물의 복도를 걷기 시작한 위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선형 목조 계단 위에 서 있었다.


하늘빛 눈의 모험가는 발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밟기 시작했다. 어느새 용병단 본부의 로비에 당도한 그녀는 이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굳게 잠긴 문과, 그 위에 씌여진 팻말이 비치고 있었다.



(무역상인. 단장 로만 데버즈)


(업무 외 절대 엄금.)


(노크 좀 해라 시발놈들아.)



단장의 집무실 앞에서, 팻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위니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고요한 용병단 본부의 로비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빛 눈의 모험가는 그것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구여?”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무역상인의 걸걸한 목소리가 위니의 귀에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험가를 마주한 단장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입?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시오?”


부스스한 꽁지머리의 노인은 그의 뱃가죽을 긁적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의 앞에서, 헐렁한 잠옷 차림의 위니는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법사를 찾는다고 들었다.”


“···?”


입을 삐죽 내민 무역상인은 한 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 마법사. 필요하지. 그런데 지금은 잠이 더 절실하다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내일 이야기하는게···”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그의 발걸음을 멈춘 것은, 론멕의 입을 빌린 위니의 말이었다.


“마법을 쓰는 건, 이 여자애가 아니야.”


모험가에게서 등을 돌린채 배를 긁적이던 무역상인은, 이내 고개를 돌려 위니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졸음이 말끔히 가셔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간단하게 정리해 줄게. 너는 무언가 목적이 있고, 마법사를 원하고 있지.”


하늘빛 눈동자의 모험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필요한 게 있어.”


“···”


“무역상인. 나는 협상을 하러 왔다.”


위니는 이내 그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친구 모르게 말이야.”


꽁지머리 노인의 눈초리는 그 어느때보다 날카로워져 있었다. 하늘빛 눈동자의 모험가를 노려보던 무역상인은 그의 손을 문고리 위에 얹으며 입을 열었다.


“뭐···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설명이 필요하겠소만···”


굳은 표정으로 위니를 바라보던 단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무엇이오?”


그 말을 들은 하늘빛 눈동자의 모험가는 마찬가지로 미소지으며 말했다.


“현명한 판단을 하는 자와 빠른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 약기운이 너무 세서 그만 하루를 통채로 잠으로 날려버렸네요


언제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앞점멸 소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END OF PAGE 2> +16 20.07.07 800 64 5쪽
56 대장장이의 유산 +12 20.07.06 667 59 17쪽
55 노숙 +18 20.07.04 698 60 14쪽
54 진실을 마주보며 +15 20.07.02 754 65 17쪽
53 낭만에 굶주린 자들 +24 20.06.30 730 67 14쪽
52 판레스터 디 오거 +20 20.06.19 874 67 16쪽
51 외팔이 대장장이 +17 20.06.18 849 64 13쪽
50 거짓과 마법사 +22 20.06.17 849 64 13쪽
49 대탈출 +19 20.06.16 830 62 13쪽
48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23 20.06.15 832 66 14쪽
47 동료 +23 20.06.14 869 69 14쪽
46 그래도 시계는 돈다 +23 20.06.13 909 61 13쪽
45 선전 포고 +21 20.06.12 1,021 70 15쪽
44 휘몰아치는 모험의 시작 +19 20.06.11 941 73 14쪽
43 결투 +23 20.06.10 1,007 79 13쪽
42 커티스 툼스톤 +18 20.06.09 1,035 74 12쪽
41 음유시인과 모험가의 꿈 +34 20.06.08 1,051 91 12쪽
» 목적과 협상 +32 20.06.07 1,090 93 12쪽
39 한밤중의 습격 +20 20.06.06 1,097 98 13쪽
38 666번째 용병 +20 20.06.05 1,134 89 13쪽
37 주인공의 재능 +34 20.06.04 1,167 91 12쪽
36 능력을 보이다 +28 20.06.03 1,085 86 14쪽
35 엑시온 용병단 +24 20.06.02 1,101 101 14쪽
34 두 달이 지나고 +37 20.06.01 1,156 80 14쪽
33 <END OF PAGE 1> +21 20.05.31 1,099 80 7쪽
32 무덤 다섯 개 +14 20.05.31 1,037 85 14쪽
31 신의 뜻대로 +31 20.05.30 1,068 78 13쪽
30 검은 고양이 +10 20.05.29 1,100 87 12쪽
29 다가오는 그림자 +23 20.05.29 1,129 85 11쪽
28 부당한 거래 +17 20.05.28 1,144 8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