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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열연 님의 서재입니다.

잊지못할 그날의 기억에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열연
작품등록일 :
2022.05.11 18:46
최근연재일 :
202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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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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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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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막(14)

전쟁,판타지




DUMMY

한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 꼭대기 층에 있어 도시의 전망을 관찰할 수 있는 이 레스토랑은 누군가에겐 상징 같을 것이다. 뭔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 무리는 했지만 상대가 즐거워 해주는 것에 대한 만족감, 이곳에서 나가게 된 이후 펼쳐질 빈곤에 대한 우려 등. 한 여성은 현재 자신의 운명을 통보받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캘러웨이-“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휘튼-“아니요. 전 괜찮아요.”


············


휘튼-“뭐 좀 드시겠어요?”


캘러웨이-“그러죠. 전 수프로 하겠습니다.”


휘튼-“그럼 전 파이와 커피로 할게요.”


얼마 후 음식이 나오고 두 사람은 말없이 나온 음식들을 해치웠다. 분명 맛있어야 하고 여유로워야 했지만 점심시간이 촉박한 영업사원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다. 이후 침묵이 이어졌지만 캘러웨이가 그것을 깨버렸다.


캘러웨이-“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요.”


···············


캘러웨이-“처음엔 원망스러웠지만 하이든 형의 몸을 보고 어쩌면 당신도······많이 괴로웠을 거라고. 당신의 아버지가 어떤 기대를 걸었든 당신은 뭐든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런 상처들이 새겨졌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하아······”


캘러웨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많은 생각들이 미처 정리 되지 못했을 거라 휘튼은 생각했다.


휘튼-“처음에 캘러웨이 씨는 조금 거북했어요. 아버지의 욕심에 휘둘리고 구속당한 채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 같다는 생각을 하니까 전혀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휘튼은 마시기 좋게 식은 커피를 홀짝였다.


휘튼-“하지만 당신은 진심으로 절 배려해줬고 같이 즐기기를 바랬어요. 그 진심이 느껴졌고요. 평소엔 집에서 아버지만을 두려워한 채로 집에 있었는데 어느샌가 아버지에게서 벗아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휘튼은 그날 바로 자신이 살 집을 알아봤다. 애틀랜타에서 아버지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마침 캘러웨이의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오빠인 하이든을 연결해 자신에게서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물론 얼마 안 가서 들키긴 했지만 나름 설득력 있게 변명해 아지트를 가질 수 있었다.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되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려운 아버지가 없다, 증오스런 인간이 없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캘러웨이를 생각하니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데이트 코스를 직접 짜고 옷을 고르고 시간을 보며 서둘러 나가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누군가에게서 사랑을 받고 그걸 알게 되어 좋았다.


휘튼-“관람차도, 공원도, 식당도, 전망대도. 당신과 함께한 모든 곳이 좋았어요. 엄마도 처음엔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캘러웨이-“어머니?”


휘튼-“지금은 안 계시지만요.”


커피잔을 잡은 휘튼의 손이 힘이 들어가면서 미약하게 떨렸다. 이를 본 캘러웨이는 묻지 않았다.


휘튼-“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버렸어요. 유일하게 좋아했던 오빠도 지금은······”

캘러웨이-“아직도 소식이 없나요?”


휘튼은 고개를 저었다.


잠시의 침묵이 또 한 번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휘튼-“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캘러웨이-“당신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만악의 근원은 따로 있고 당신은 조종 당했지만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에 휘튼은 욱씬 거리며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캘러웨이-“당신을 볼 때마다 그 인간이 떠오릅니다. 가슴이 불쾌하게 두근거리면서······너무 많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가 버렸다.


캘러웨이-“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모든 진실을 알기 전까지.”


자신의 가면을 쓰며 연기했던 그 순간마저도 이 사람은 날 진심으로 사랑해줬다.


캘러웨이-“이전의 관계로 회복하는 건 어렵겠죠.”


더는 이전처럼 그를 대할 자신도 그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도 없다.


캘러웨이-“휘튼 씨······저와 헤어져 주세요.”


평생 죄인처럼 지내야 할 것이다.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학해 스스로 죗값을 치르고 있으며 아직도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할 것이다.


캘러웨이는 코를 훌쩍였다. 휘튼은 고개를 떨군 채 최대한 그가 자신에게 시선을 두지 않게 했다. 의자가 위로 밀리는 소리가 나며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휘튼은 눈물을 떨궜다. 김이 나던 커피는 완전히 식어 있었다.



캘러웨이는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의 집이 아니었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자 지금 당장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나왔다.


휘튼-“······잘 마무리 했어?”


캘러웨이-“······응.”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단 한 마디조차 평범하게 내뱉는 것이 어려웠다. 캘러웨이는 곧바로 그녀를 꼭 안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놓은 감정의 둑을 무너뜨렸다.


캘러웨이-“하아아아······으읍······으흐으읍······”


클라인-“고생 많았어. 정말 고생 많았어.”


캘러웨이는 계속해서 클라인의 위로에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용서했다. 하지만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행복했던 지난날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클라인-“이젠 괜찮아. 이제 괜찮아.”


소중한 친구도 같이 사랑했던 사랑이, 소중한 관계가 망가질 것이 두려워 손도 닿지 않게 거리를 뒀던 사랑이 캘러웨이의 상처를 치유했다. 그제서야 그는 말할 수 있었다.


안녕,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안녕



1년 전(현 시점의 19년 전), 인디아의 바벨


평소와 다름없는 따분한 일상이 계속되었다. 지켈 하이든의 사망 소식과 그 후계자의 행보가 들렸다. 능력과 그릇에 비해 욕심이 과한 남자에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긴 커녕 스스로 오물통에 빠져 자신을 속여 미치게 만들고는 세상이 이상하다 외치는 인간의 결말이 결코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가령


“부르셨습니까?”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그녀의 이름은 닉 코예. 유일한 여성 구르카 멤버이다. 핸드릭스 왕은 그녀에게 서류 한 장을 보였다. 그곳에는 그녀의 신상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걸 왜······”


핸드릭스-“일 하나 안 해보겠나? 왕의 직속 명령이네.”


그렇게 말한 그는 본인의 눈앞에서 종이를 파쇄했다. 그녀는 당황한 것이 눈에 보였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았다. 조금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핸드릭스-“암무 내용은 간단하네. 잠입 임무다. 오직 내가 신뢰하는 나의 세력이 계획한. 이곳에서의 모든 기록들, 추억들은 모두 놓고 가라”


“갑자기 그게······조금 정리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하아, 답답하네.


핸드릭스-“이제부터 이곳에서의 너의 기록들은 모두 지울 거다. 임무 내용과 보수내용을 들어보면 결코, 나쁘지 않을 거라 장담하지. 혹시 가정부 같은 일 해본 경험 있나?”


핸드릭스는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자신이 써 내려갈 위대한 역사를 위해.



1년 후(현 시점에서 18년 전)


캘러웨이와 클라인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캘러웨이가 마음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클라인은 그런 그를 기다려줬고 이를 통해 서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의 진도도 차근차근 나갔다.


그리고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캘러웨이-“저기······좀 더 누워있으면 안 될까?”


클라인-“무슨 소리야? 지금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일어나.”


그녀는 밤에 너무나 강하다는 것이다. 살결이 부드러웠고 품에 안기에 좋았다. 온기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었고 입술은 도저히 떼어놓을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중독적이었다. 하지만 밤에 너무나 강했다.


클라인-“뭘 그렇게 봐?”


캘러웨이-“아···아니······아무것도.”


클라인-“흐음~. 우리 오빠 변태였네?”


저렇게 사람을 홀리는데 안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캘러웨이는 서둘러 단장하고 시나트라를 만나러 갔다. 거리는 많은 것이 변했다. 정말이지······많은······하아······허어억······


“저기 괜찮으세요?”


지나가는 사람의 걱정에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경계해버렸다. 어지럽다. 온몸이 떨리고 주저앉고 싶어졌다. 캘러웨이는 재빨리 주변을 경계했다. 다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 뿐이다. 카메라나 녹음기를 품에 숨긴 채 잡아먹을 타이밍을 노리는 포식자는 아무도 없다. 캘러웨이는 서둘러 약을 꺼내고 근처 편의점에서 물을 구해 복용했다.


“너 괜찮은 거야?”


캘러웨이는 서둘러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


캘러웨이-“하아, 이제 괜찮아.······괜찮아졌어.”


시나트라-“그냥 너희 집으로 갈래?”


캘러웨이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캘러웨이-“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몸은 전혀 생각을 전혀 따라줄 마음이 없었다.



공황에 빠진 자신을 먼저 발견한 것이 파파라치가 아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친구였던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서로의 좋은 소식을 교환할 수 있었다.


시나트라는 이번에 정식으로 해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캘러웨이는 조만간 클라인과 결혼할 것을 밝혔다.


시나트라-“이렇게 빨리?”


캘러웨이-“아······그게······”


시나트라-“······뭐야? 야, 너, 설마?”


캘러웨이는 시선을 떨궜다. 침묵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캘러웨이-“2주 정도 됐다네?”


시나트라-“하하하하! 진짜로 축하한다. 진짜로. 그래서? 식은 어떻게 올릴 거야?”


캘러웨이-“너랑 아저씨랑, 아는 사람들만 불러서 최소한으로 치러야지.······”


시나트라-“내 눈치 보지마. 내가 좋아했던 만큼 너희가 그만큼 서로를 마음에 품었을 뿐이야. 더 좋은 여자 만나야지. 어딘가에 연이 있지 않겠어? 행복해라.”


그 말에 캘러웨이는 안심한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캘러웨이-“응.”



시연-“지원동기야 뻔할 테니까 넘어가고, 경력이 꽤 되는데···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셨네요?”


“네, 동생들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어느 순간 안 계시고 어머니 혼자 육남매를 키우셨거든요. 그래서 뭐든 해야 했지만 그런 곳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정부나 매춘밖에 없었고요.”


시연-“그럼 다른 일을 찾아볼 생각은 안 하셨던 건가요?”


“구르카 시험 감독관들을 전부 떼려눕히고 높은 사람 눈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시연-“알겠습니다.”


부양할 가족들 혹은 아무것도 없는 고아 출신. 그럼에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를 보인 사람들이 직원으로 채택되는 곳이 이곳 로스웨스트의 사용인이다.


주어진 명령은 단 하나. 로스웨스트의 암살.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죽여야 할 수 있다. 본국에서 차명계좌로 꽂히는 돈, 이곳에서의 급여. 모두 합해서 고국의 돈으로 환산하면 상위 10%권의 월 수입과 같다.


아이자는 자국은 물론 고국에 있는 자신 기록들마저 지웠다. 실패하면 죽음. 퇴직금도 모두 날아갈 것이다. 가족들의 삶이 지금에서야 윤택해진 지금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탈출 방법은 두 가지.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우거나 몰살하거나.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서 증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도망쳐도 끝내 붙잡힌다면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명령이 하달됐음에도 그녀는 임무의 속행을 망설였다. 너무나 정이 들었고 편안했기에. 밀사 한 명이 접근해 명령 불복종과 가족들을 인질로 잡은 아이자의 압박에 결국 무고한 사람들이 아닌 그녀의 가족들을 선택한다.

허나 이것은 조금 멀지 않은 좀 나중의 일.




전쟁,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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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사건의 내막(12) 23.03.15 19 0 12쪽
81 사건의 내막(11) 23.03.08 12 0 14쪽
80 사건의 내막(10) 23.03.03 31 0 14쪽
79 사건의 내막(9) 23.02.23 25 0 13쪽
78 사건의 내막(8) 23.02.14 21 0 12쪽
77 사건의 내막(7) 23.02.09 21 0 12쪽
76 사건의 내막(6) 23.02.04 22 0 16쪽
75 사건의 내막(5) 23.01.31 20 0 12쪽
74 사건의 내막(4) 23.01.26 24 0 14쪽
73 사건의 내막(3) 23.01.22 29 0 13쪽
72 사건의 내막(2) 23.01.13 28 0 15쪽
71 사건의 내막(1) 23.01.04 35 0 14쪽
70 상봉(6) 22.12.29 35 0 15쪽
69 상봉(5) 22.12.13 43 0 15쪽
68 상봉(4) 22.12.07 39 0 13쪽
67 상봉(3) 22.11.30 40 0 14쪽
66 상봉(2) 22.11.19 48 0 13쪽
65 상봉(1) 22.11.02 38 0 12쪽
64 거짓 속의 진실 22.10.26 41 0 18쪽
63 Dream House(3) 22.10.14 46 0 13쪽
62 Dream House(2) 22.10.08 36 0 12쪽
61 Dream House(1) 22.09.25 46 0 13쪽
60 광견들(10) 22.09.15 59 0 12쪽
59 광견들(9) 22.09.12 45 0 12쪽
58 광견들(8) 22.09.05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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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광견들(5) 22.08.25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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