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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열연 님의 서재입니다.

잊지못할 그날의 기억에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열연
작품등록일 :
2022.05.11 18:46
최근연재일 :
202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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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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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막(13)

전쟁,판타지




DUMMY

“저, 저기 죄송한데 번호 좀······”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저와 함께 차라도······”


“이 꽃···받아주세요. 그쪽이······”


클라인-“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이번 주에만 다섯 번째다. 마음에도 없는 남자들을 상처 없이 돌려보내는 것도 요령이 생겨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쉽지가 않다.


오빠들이 자주 놀러 왔던 번화가의 한 꽃 가게. 퍽치기를 당하고 1년 사이 오빠들이 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범죄 조직들을 소탕하고 있다고 전해줬다.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어. 쓸 수 있는 모든 수를 써야지. 세계 최고 부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거야. 그러니까 지켜봐. 어떻게 결말이 나오는지.]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어. 알고 있었는데도 해결 못 하는 건 방관 죄야. 일이 마무리되면 다 같이 놀러 가자.]


사건들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오빠들이 병문안을 와주며 챙겨줬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 덕분에 이전에는 사치처럼 여겼던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줬다.


이제는 나라가 뒤집힐 소식들이 잠잠해지고 이전에 오빠들과 함께 놀러 오던 번화가의 꽃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이제 오빠들이 함께할 수 없게 되어버리면서 휑하게 비어버린 단풍나무처럼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거리가 많이 변했다. 이전에 즐기던 다방이 사라지고 새로운 카페 체인점으로 바뀌었다. 옛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것들이 요즘은 변화를 실감하게 해준다.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이 없다는 걸 자각하게 되자 더욱 실감이 났다.


딸랑


클라인-“어서오세······”


너무나 반가워야 할 얼굴이었지만 너무 변해버린 모습에 클라인은 말문이 막혔다. 상대도 그녀의 얼굴을 봤지만 준비한 대사를 까먹은 신입 배우처럼 우물쭈물했다.


클라인-“너무 많이 변해서 몰라볼 뻔했어. 많이 말랐네?”


캘러웨이-“······너도···멀리 잘랐네?”


어깨선 밑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단발로 쳐냈다.


클라인-“시간이 흘렀으니까. 여기도 많이 변하기도 했고. 그래서 변화를 줘봤어.”


나름 장난스레 얘기를 해봤지만 그의 반응은 전혀 시원치 않았다. 우울해질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었다.


클라인-“그동안 뭐하면서 지냈어?”


캘러웨이-“그냥······평범하게 지냈어. 너처럼”


클라인-“오빠 거울 안 봤지? 지금 꼴이 어떤지.”


그 말을 들은 캘러웨이는 당황한 듯 자기 얼굴을 더듬거렸다.


클라인-“······이제부터라도 얼굴 비춰줘. 까먹겠다.”


캘러웨이-“그래. 잘 지내는 거 같아 다행이다. 이제 아프지마. 나도 힘낼 테니까.”


클라인-“나도 힘냈으니까, 오빠도 힘내.”


가게 안에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마치 두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처럼.



한 주가 지났다. 캘러웨이는 가게를 찾아와 흰 국화 세 송이를 사 갔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살집이 붙어 이전 만큼의 잘생긴 얼굴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안심이 되는 얼굴이었다.



이걸로 대체 몇 번째인 걸까? 클라인은 캘러웨이에게 말했다.


클라인-“오빠, 나 일 끝날 때까지 카페에서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캘러웨이-“······알았어.”


처음 만난 이후 겨울이 들어서서 한해의 끝을 실감하게 될 때까지 캘러웨니는 가게를 찾아왔다. 밥도 사주면서 이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조금 웃음을 찾은 듯 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클라인은 카페로 향했다.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오빠는 기다리고 있었다.


캘러웨이-“여기야.”


클라인은 음료를 주문하고 동석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클라인은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의 일들을, 캘러웨이는 병원에서 클라인의 상태를 확인한 이후의 행보에 대해 얘기했다. 서로 말을 꺼내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서로가 겪었을 고통을 공감해 주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위로했다.


소재 거리가 다 떨어질 때쯤 음료도 바닥을 드러냈다.


클라인-“그럼 이제 나도 집에 가야겠다. 즐거웠어, 오빠. 다음에······”


덥썩


자리를 나서려는 순간 캘러웨이가 팔을 붙잡았다.


캘러웨이-“저기······밤이 늦었으니까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여자 혼자 이 늦은 시간에 너무 위험한 거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생각이 엉망으로 뒤섞여 버렸다. 덕분에 아무런 대꾸나 거절의 대사를 떠올리지 못해 순순히 따르게 되었다.



하아~~, 미쳐버렸네.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지? 이전까지는 잘만 마음을 숨기고 잘 조절했는데 지금 와서 이러는 이유가 대체 뭘까? 캘러웨이는 집에 가는 동안 계속 고민했다.


새벽의 고요가 차 안으로 찾아왔다. 그러는 새에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사용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녀를 손님 방에 데려다 줬다.


밤이 깊어지고 저택도 어둠에 잠기면서 밤하늘에 걸린 달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잠이 오지 않은 캘러웨이는 위스키 병을 꺼내 마셨다.


끼이이익


방으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달빛에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캘러웨이-“갑자기 여긴 왜······”


클라인-“사실 며칠 전에 시나트라 오빠를 만나서 얘기를 전부 들었어. 아저씨 일부터 오빠가 지금까지 우울증에 빠진 것까지.”


처음 듣는 얘기였다.


클라인-“오빠는 의사보다는 내가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 의사도 차라리 그게 나을 수 있대. 같은 아픔을 겪었으니까. 오빠들이 날 구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도울 차례라고.”


다마트 아저씨가 계속해서 의사를 권했지만 캘러웨이는 그것을 계속 거부했다.


캘러웨이-“우와~, 진짜. 그놈 잔머리는 진짜 일품이야.”


클라인-“그래서 저한테 하달된 미션을 공개하겠습니다~.”


어린 장난꾸러기 같은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캘러웨이는 웃음 지으며 바라봤다.


클라인-“서로 자신의 살아온 인생들을 한 마디씩 주고받는 거야. 그럼 나부터 시작합니다.”


클라인은 그렇게 혼자 게임을 시작했다. 조금씩 주변을 인식하고 자신에게는 외에 다른 혈육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 그런 이유로 인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 등을 말이다.


클라인-“남자애들은 집적대고 여자애들은 그런 날 발랑 까졌다는 듯이 수군댔어.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솔직히 많이 괴로웠어. 오빠랑은 하교 시간도 달랐고 혼자서는 너무 불안했거든.”


그녀의 일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닥 순탄치 않은 듯 했다.


클라인-“그런데 어느 순간 괴롭힘이 사라졌어. 날 괴롭힌 애들, 학교에서 서열 좀 높다고 드세게 구는 애들이 전부 전학을 가게 됐더라고. 그러다가 오빠들을 알게 됐어.”


캘러웨이-“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캘러웨이는 자신의 삶을 말했다. 가면을 쓴 사람들에 대해서, 친구를 갈망하던 때에 대해서 그렇게 클라우드와 시나트라를 만나고 학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클라인-“그럼 그 일은······”


캘러웨이-“아마 아버지가 정리하는 김에 너희 학교도 같이 정리한 거겠지. 그놈들이 그런 범죄 조직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된 줄도 모르고 말이야.”


클라인-“······갑자기 분위기 왜 이래? 그럼 바로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 그 다음은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했을 때야.”


이날은 세 사람이 대학을 졸업을 앞두고 다 함께 펜타곤을 준비하던 시기인 동시에 클라인이 무리해서 입시 시험을 치를 때였다. 시험은 무사히 마쳤지만 클라인은 독감에 쓰러지고 말았다.


클라인-“그날은 오빠가 필기에 붙고 실기를 하루 앞둔 날이었어. 오빠들이랑 같은 조였는데······만약에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오빠는 분명······”


아니야. 아픈 날을 예상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신의 존재를 의심할 정도의 불운이 그저 겹쳤을 뿐이야.


클라인-“후회되는 순간이 정말 많아. 그날부터 난······오빠한테 짐밖에 되지 않았어.”

그게 아니야.


클라인-“그날부터 여행에 간 그날 도!! 난······차라리 나 같은 건······”


캘러웨이-“그게 아니야!!”


속마음을 힘겹게 꺼내 울고 있는 그녀를 향해 캘러웨이는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캘러웨이-“네 잘못 하나도 없어. 네가 아프단 걸 알았을 때 우리 집에서 사람을 보낼 수도 있었어. 널 망친 그 쓰레기들도 클라우드랑 엄마랑 아버지를 죽인 그놈도! 다······소중한 사람들이었는데······난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


캘러웨이는 힘 빠진 듯 주저앉아 한탄했다.


캘러웨이-“그놈을 찾아서 원수를 갚았는데······무서웠어. 언론에서 날 찾지는 않을까, 혹시 다른 배신자들이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의심하고, 그런 내가 너무 싫었어.”


캘러웨이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피와 진흙으로 얼룩진 자신의 손을. 그리고 그 너머에 깔린 시체들을.


캘러웨이-“두 사람은 괜히 나 때문에 손을 더럽히고! 정말로 마음에 둔 사람은 처음부터 날 배신할 생각으로 접근했어! 이제······지쳤어.”


클라인-“······오빠 잘못이 아니야. 오빠도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오늘은 실컷 울자. 그리고 내일부터는 웃으면서 지내자.”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은 채 속에 쌓아놓은 슬품들을 밖으로 흘려보냈다. 그해 겨울, 살을 에는 새벽바람이 그쳤다.



캘러웨이-“스흡, 여기 물.”


캘러웨이는 코를 훌쩍이며 클라인에게 물을 건넸다. 팅팅 부은 눈은 오히려 이전보다 맑아진 기분을 들게 했다.


클라인-“고마워.······그러고 보니······이제 내가 말할 차례네?”


아직 여운이 남은 듯한 클라인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클라인-“나 옛날부터 오빠 좋아했어.”


클라인은 캘러웨이의 반응을 살폈다. 순간 멈칫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물을 넘겼다.


클라인-“뭐야? 알고 있었어?”


캘러웨이-“괜히 넘겨짚지 않으려 했을 뿐이야. 게다가······”


클라인-“알아. 시나트라 오빠가 나 좋아한 거. 예전에 고백도 했었는걸.”


푸후으읍


캘러웨이-“진짜? 언제?”


클라인-“몇 번 됐어.”


대학 입시가 정해진 날, 넷이서 사업에 참여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원하고 친구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클라인-“아마 오빠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내 마음도, 오빠의 마음도.”


어쩌면 시나트라는 거기에 희망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 의해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라는 말이 있듯이 캘러웨이에게 아직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면 클라인 자신이 소중한 친구를 도울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미련을 떠나보내고 친구를 선택한 것이다.


클라인-“그럼 이제 내가 대답을 차례네?”


캘러웨이-“······저기······”


클라인-“저기요? 이거 10년 가까이 된 순애거든요?”


캘러웨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답을 내렸다.


캘러웨이-“답은 좀 미룰 수 있을까? 꼭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어.”


새벽이 지나 어느새 일출이 떠오를 준비를 했다. 두 사람은 그제서야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다. 캘러웨이는 전화를 잡고 음성 사서함에 자신의 말을 남겼다.




전쟁,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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