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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그날의 기억에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열연
작품등록일 :
2022.05.11 18:46
최근연재일 :
202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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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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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막(12)

전쟁,판타지




DUMMY

시간이 흘러 1년 후(현 시점에서 19년 전)


아버지를 살해한 흑막을 없앤 후 캘러웨이는 지켈의 뒷세계 사업을 없애나갔다. 고아들을 이용한 인신매매, 불법 도박장, 고리대금, 그리고 그런 빚쟁이들을 이용한 장기 밀매까지. 이렇게 세상이 뒤집힐 만한 사건들이 나라에서 일어났음에도 세상은 다크 히어로의 존재를 전혀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은 세상에 알려졌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입에 담기도 싫은 끔찍한 범죄가 자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분노했다. 로비를 받은 공무원들이 세상에 알려졌고 중직을 맡은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였다. 의회에서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라에서는 야간 시간대에 통행을 통제했다.


시나트라는 이런 혼란의 시기, 범죄에 연루된 부동산, 투자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다마트와 함께 자금 세탁소를 밝히고 숨겨진 비자금들을 찾아 국가에 환원 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다.


다마트는 고위 공직자 무리들의 이해 관계도를 파악해 서로 간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해 서로 파멸로 이끌게 했다. 한쪽이 완전히 파멸해도 다른 한쪽 역시 피해가 컸기에 다마트는 약해진 틈을 타 그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휴스턴 가의 모든 사업은 휘튼이 이어받게 됐다. 너무나 증오스러웠던 휴스턴 가였지만 다마트와 시나트라의 만류와 휘튼과의 정을 생각해 그 이상은 폭로하지 않았다. 하이든은 행방불명, 휘튼은 얼마 안 가 해더가 되었다.


캘러웨이는 얼마 안 가 해더에서 사퇴했다. 더는 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가문의 부흥을 위한 권력을 원했지만 이제 재만 남아 더 타오를 수가 없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원수라도, 사회의 쓰레기였어도 자신은 명백히 살인을 저질렀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확실하게 없애버렸지만 후련함과 개운함 보다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진실을 파해 치려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오히려 복수를 위해 찾아온다면? 또 버림받는 건가? 아저씨가? 시나트라가? 아니, 그 사람들은 내 편이 되어줬잖아? 그 사람들을 의심하다니······끝까지 남아 줄 거라는 확신이 어디 있는 거지? 배신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끝까지 자신의 편이 되어 직접 손에 피를 묻힌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자 캘러웨이는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집안에 감금시켰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고 누구도 알아낼 수 없도록.



캘러웨이 씨에게서 연락이 끊긴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번 시도했지만 빈번히 무시당했다. 별수 없는 일이다. 당사자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눈앞에서 봤으니까. 시나트라 씨와 다마트 씨는 죄를 지어놓고 돈으로 무마한 스타 연예인을 보는 시선으로 노려봤다. 뻔뻔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대화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찾아왔다. 휘튼은 그렇게 로스웨스트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마당부터 집의 위치까지 대부분 휴스턴 가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로스웨스트가 더욱 정갈하고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휴스턴은 오히려 유명 브랜드에 로고만 조금 바꾼 짝퉁 같은 느낌이었다. 차를 타고 온 덕분에 5분 만에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고 사용인이 나서서 그녀를 안내했다.


보리스-“당주님은 현재 방에 틀어박혀 있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끼니를 거른다거나 출입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꺼리는 게 있는 건가? 아니면 말하기에는 좀 거북한 것이 있는 건가? 어느샌가 휘튼은 어느샌가 캘러웨이의 방 앞에 도착했다.


보리스-“당주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직접 한번 만나 보셔야겠는데요?”


새벽의 적막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오자


캘러웨이-“·········하아, 보리스. 잠시 내려가 있어요.”


사용인은 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방 안에서 부터 술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캘러웨이가 말을 할 때마다, 입으로 숨을 쉴 때마다 휘튼은 숨을 참으며 그 자리를 지켰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것을 알게 해준 남자는 예전의 깔끔했던 미남의 모습은 사라지고 완전히 피폐해진 아저씨의 몰골이 되어 있었다.


응접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자 캘러웨이는 깔끔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캘러웨이-“무슨 일이시죠? 살갑게 얼굴 볼 사이 아니라는 거 아실 텐데.”


그 말을 듣자 준비해왔던 말들이 턱 밑에서 막혔다. 휘튼은 그럼에도 용기 내어 말했다.


휘튼-“걱정이 돼서요.”


캘러웨이-“걱정이요?”


휘튼-“네. 그리고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싶어서······”


캘러웨이-“당신의 사죄는 신께서 은총을 내려주시기라도 하셨습니까?”


···············


캘러웨이-“어렸을 땐 죄를 지은 게 있으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배웠습니다. 그 죄를 못 본 척 지나치고 싶어서 더 큰 죄를 짓게 된다고 배웠죠. 그런데 막상 당해보니까······다~ 필요 없고 나 아프게 한 것들, 나보다 더 아프게 하는 게 최고더라고요.”


체념한 듯한, 모든 것들을 태워 재밖에 남지 않은 듯한 힘 빠진 말에 휘튼은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캘러웨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캘러웨이-“뭐 좀 물읍시다. 당신은 당신 아버지의 계획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까?”


휘튼-“······네.”


캘러웨이-“······당신의 아버지가 만들 결과를 알고 있었습니까?”


휘튼-“······네”


캘러웨이-“······당신은······당신은! 정말 절 사랑했습니까아아아!!”


캘러웨이는 그만 울음을 참지 못하고 감정의 둑을 무너뜨렸다. 괴로워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에 칼이 박히는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어찌 되든 좋았다. 그 인간이 인생에서 꺼져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휘튼-“당신을 정말 사랑해서······진실을 알리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어요.”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적당한 만남을 계획했지만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림움이 더욱 커졌다. 부와 권력을 가질 능력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사람을 원하고 아끼는 그의 모습이 끌렸다. 진심으로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와 갔던 식당들과 거리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를 만나지 못하는 날이면 그때마다 그를 위로하려 했던 관람차를 찾아갔다.


휘튼-“미안해요!······정말···미안해요.”


마음이 조금 진정 된 캘러웨이는 눈물을 주체 못 하는 휘튼을 바라보며 말했다.


캘러웨이-“그렇다면······전 당신이 나 때문에 더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망가지는 날 보면서, 언젠가 제가 당신을 용서하고 관계를 회복시킬 결단을 내릴 그 날까지 당신이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돌아가 주세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떠는 것 외에는 몸을 쓸 수 없었다. 멀어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휘튼은 소리 내지 않고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로스웨스트 가를 떠나고 몇 개월 후 휘튼은 그의 주변에게 연락을 돌렸다. 다마트, 시나트라. 클라인에게는 도저히 부탁할 수가 없었다. 가문의 피해자이기에, 가장 소중한 사람의 소중한 사람이기에. 봄이라는 계절 속에서 벚꽃은 봄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봄이 지고 여름이 피어올라 강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다들 지치는 시기였지만 시간이 흘러 기운을 다 쓴 계절은 가을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한 사람, 수렁에 빠진 채 잠들어버린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방문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나트라-“······잘 못 지낸 거 같네.”


캘러웨이-“무슨 일이야?”


시나트라-“친구 집에 못 들어올 이유 있어?”


캘러웨이-“······그럼 쉬다 가.”


장마철같이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끈적하게 들러붙는 침묵이 답답해 시나트라는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나트라-“나 조만간 해더 달 거 같아.”


캘러웨이-“들었어. 이렇게 됐어도 신문 정도는 읽는다고.”


시나트라-“그럼 왜 진작에 연락을 안 해 줬어? 정부 지원 사업과 여러 행운이 겹쳐서 회사가 커지고 친구가 그토록 바라던 걸 이뤘으면 성대하게 축하해 줘야지.”


캘러웨이-“······미안하다.”


시나트라-“초상집 분위기 그만 이어가고 진심으로 기뻐하라고. 너랑 내가 펜타곤이 되고 내가 먼저 관리자가 됐을 때처럼.”


캘러웨이-“·········미안.”


시나트라-“요즘 무슨 꿈을 꿔?”


캘러웨이-“잠을 안 자. 그냥, 안 자게 되더라?”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에 깊이 빠져있는 캘러웨이를 시나트라는 그곳에 몸을 던져 그를 안아주었다.


시나트라-“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아저씨가 죽은 것도 클라우드가 죽은 것도 그 남매가 접근한 것도 클라인이 그렇게 고통받은 것도! 다 그놈이 잘못한 거야! 그런데도 무섭거나 힘들면 말을 해!!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널 도울 테니까.”


시나트라는 캘러웨이의 심연에 닿을 만큼 소리쳤다. 캘러웨이 본인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수가, 증오가 너무 커져버린 탓에 선을 넘어버렸고 아이러니하게도 악에 물든 이들을 찾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범죄자를 보호자들이 실종신고를 하며 애타게 찾고 있었다.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진실을 도저히 알릴 수 없었다. 결국, 배신에 의한 상실감과 새로운 증오에 대한 두려움이 친구가 심연에서 빠져나올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시나트라-“난 부모 없이 자라는 바람에 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해. 하지만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건 확실히 부당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그러니까 말해. 대신 죽여주고 같이 죽어줄 테니까.”


시나트라의 감정에 공명하듯 캘러웨이는 감정을 표출했다. 자신이 잠겼던 모든 물을 눈물로 빼내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방안에 햇빛이 내리쬐며 어두운 방안을 조금 밝혔다.



시나트라-“어때? 기분이 조금 풀려?”


조금 여운이 남아있는 시나트라의 말에 캘러웨이는 답했다.


캘러웨이-“조금은. 못난 꼴 보여서 미안하다.”


시나트라-“이제 편하게 숨 쉬면서 살아. 걱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촤라라락


캘러웨이는 커튼을 열어젖혔다. 늘 봐왔던 풍경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아름답다는 감상이 느껴졌다.


시나트라-“아, 맞아. 이거.”


시나트라가 주머니에서 쪽지 같은 것을 건네줬다. 캘러웨이가 의구심을 표하자 시나트라가 답변했다.


시나트라-“클라인한테도 얼굴 비춰줘. 나한테 연락 올 때마다 네 안부만 묻더라.”

캘러웨이는 도저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시나트라-“지금 그런 거지꼴로 만날 생각하지마. 정리하고 단장하고 나가. 여자 만나러 가는 건데.”


캘러웨이-“······알았어.”


시나트라-“뭐해? 빨리 안가고?”


캘러웨이는 곧바로 방 밖으로 나갔다. 씻고 몸의 털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건반 같은 옷장을 열어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문을 열고 나갔다.




전쟁,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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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사건의 내막(4) 23.01.26 24 0 14쪽
73 사건의 내막(3) 23.01.22 29 0 13쪽
72 사건의 내막(2) 23.01.13 28 0 15쪽
71 사건의 내막(1) 23.01.04 35 0 14쪽
70 상봉(6) 22.12.29 34 0 15쪽
69 상봉(5) 22.12.13 43 0 15쪽
68 상봉(4) 22.12.07 39 0 13쪽
67 상봉(3) 22.11.30 40 0 14쪽
66 상봉(2) 22.11.19 48 0 13쪽
65 상봉(1) 22.11.02 38 0 12쪽
64 거짓 속의 진실 22.10.26 40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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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Dream House(2) 22.10.0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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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광견들(9) 22.09.12 45 0 12쪽
58 광견들(8) 22.09.05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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