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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2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17 21:30
조회
368
추천
3
글자
11쪽

223화

DUMMY

정령은 본래 엘프의 것이다.

아니, 것이라기보단 공생 관계라고 해야 하나.


‘정령은 엘프만 볼 수 있어.’


엘프는 마력을, 정령은 힘을 빌려주기에 둘은 서로를 돕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자연을 토대 삼은 엘프의 마력과는 달리, 인간은 보다 인공적인 방향으로 마력을 사용해 왔기에 정령에게 도움이 되는 마력을 공급할 수 없었다.


도움을 줄 수 없기에 볼 수도 없었다.

정령을 볼 수 있는 건 맑은 마력을 지닌 엘프이며, 그 외 아주 특이한 개체거나 예외인 경우가 전부였다.


‘···원래라면 그렇지만.’


그러니 사림인 설진은 정령을 볼 수 없는 게 맞았다.

희미한 기척은 느낄 수 있을지언정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만 어디에나 예외는 존재한다고.

드문 몇몇의 경우가 맞물리면 정령을 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자연 친화적인 마력이 살아 숨 쉬는 연나비라는 장소에서, 개중에서도 짙은 마력이 서려 있는 세계수 같은 나무 앞이라거나.

엘프들에게 부탁해 정령을 실체화시킨다거나.


‘후자는 불가능해.’


이 두 가지 방법 중 후자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설진이 연나비에 들어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영주인 연화와의 연을 쌓지도, 하다못해 다른 엘프와의 안면도 없었다.


‘엘프들에게 있어 정령은 자신의 본질이나 다름없으니까.’


정령이 얼마만큼 성장했느냐에 따라 엘프의 실력 여하가 정해진다.

또한 무슨 정령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다.


무턱대고 정령을 보여달라는 건 엘프더러 ‘당신의 약점은 무엇입니까’라고 정면에서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봐도 무례한 행동이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대뜸 엘프들에게 다가가 정령을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설진은 재빨리 두 번째 방법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럼 남은 건 세계수인데.’


두 방법 중 하나가 지워졌다.

그럼 자연스럽게 남은 건 하나.


“지금으로선, 정령을 만날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테이블에 모인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세계수로 가야 해요. 그래야지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렇긴 하지. 지금은 엘프랑 딱히 인연이랄 것도 없으니까.”


시연이 화답했다.

이곳에 있는 넷은 전부 스페이스 온라인의 고인물이었다. 정령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개이며, 개중 하나는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가기 어려운 곳도 아니니까요.”


설진의 말대로였다.

연나비의 세계수라고 해서 보기 어려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세계수였다.


미술품을 전시하고 볼 수 있게끔 하는 미술관 같은 느낌이랄까.

비유하자면 그랬다. 지금 시점에서 세계수는 영주 연화의 명에 따라 외부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는 상태였다.


‘그것도 잠시 뒤면 끝날 테지만.’


추후 다크 엘프의 습격과 공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막아두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외부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세계수였다. 접촉은 불가능하나 눈으로 보는 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정도 거리라면 능히 정령과 마주칠 기회가 있을 터.

58층의 목표를 상기한 설진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죠.”


정해졌고, 충분히 쉬었다.

이 이상 휴식을 취할 필요는 없었다. 컨디션은 지극히 정상이었으며, 한 층의 목표를 클리어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상태였다.


설진이 일어선 것을 확인한 시연 또한 몸을 일으켰다. 채린도 찬우도, 모두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끼이익-.


연 문 너머에는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일순 눈을 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회복된 눈을 몇 번 깜빡거린 그는 세계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세계수는 수도에 있었고, 설진 일행이 있는 곳도 수도였다.

꽤 넓은 곳이었기에 세계수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주변 길거리를 걸으며, 엘프 사이로 섞인 다른 종족들을 바라보며, 상점가를 지나기고 거닐기를 한참,

총 두 시간의 걸음 끝에 일행은 세계수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게임에서 일러스트로 접했을 때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정말 현실에 세계수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여전히 설진의 눈에 비친 세계수는 거대한 뿌리를 내려 사방을 잠식하고 있었다.


“엄청난 열기네요.”


찬우가 말했다. 확실히 이곳은 세계수가 있는 곳이었지만, 볼 것이 세계수만이라고 한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인파. 열기. 사방을 꽉 채운 채 기도하는 엘프들.

경건한 마음을 지닌 채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은 흡사 신앙심을 연상케 했다.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기도는 엘프들이 세계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설진은 좌우로 주변을 훑다, 다시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사람의 키는 능히 넘고 하늘에마저 닿을 듯이 높이 솟아오른 나무는 꼭 끝없는 세계인 양했다.


“그러게. 게임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까···.”


찬우의 말에 채린이 답했다.

둘의 대화가 이어질 동안, 설진은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세계수의 아래. 또 하나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하.

유그드라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방문하게 될 곳을 떠올렸다.


‘거짓, 헛된 싸움···.’


머릿속에 떠오른 키워드는 여전히 뇌리에 차올랐다.

단어와 머리는 꼭 극이 다른 자석 같아서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진아.”


옆에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하디익숙한 목소리. 시연이었다.


“여기선 잘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앞으로 갈래?”


설진 일행이 이곳에 온 이유는 정령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다만 문제가 생긴 것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정령이 있고 실제로 기운까지 느껴지는데, 거리가 멀어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는다.


그걸 아는 시연은 앞으로 가기를 제안했다.

설진은 침음을 흘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으음.’


워낙 인파가 쏠려 있어 함부로 걷기란 힘들어 보였다.


‘틈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틈이 있나 싶어 고개를 돌렸다.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그나마 헐거워 보이는 틈을 찾은 설진은 손가락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죠. 그나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응. 그러자.”


왼쪽이었다.


“너희도 천천히 따라와. 길 잃지 말고.”

“아, 언니. 그 정도는 저희도 알아요오.”


시스템의 친구 창에는 상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그걸 알지만, 그럼에도 시연은 농담을 건넸다.

인파에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긴장이 녹아든 것을 확인한 설진은 찾은 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벅.


빽빽이 들어찬 엘프들 사이로, 비좁은 틈을 향해.


저벅.


네 사람이 움직이는 발걸음이 동시다발적으로 들렸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기도하는 엘프들이 있었다.


조심히 지나쳤다.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다 싶은 심정으로 움직이려고 했을 즈음,


[너희들, 뭐야?]


마치 전음이라도 되는 양 귓가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령.’


사람이나 엘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울림이 있고, 신묘한 감각. 마치 귀가 젖어들어가는 듯했다.

설진은 목소리를 낸 정령을 찾고자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다. 그럼에도 정령의 위치는 특정하기 어려웠다.


[초인(눈)이 활성화됩니다.]

[시력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민첩’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민첩 : 46(+16)[+3]]


설진이 정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안 되겠다 싶어 초인을 사용한 이후였다.

비약적으로 상승한 시력이 본래 눈에 담을 수 없어야 하는 존재를 담아냈다. 휘잉-. 바람이 뺨을 스치고 들어왔다.


[왜 너희 같은 존재가 여기에··· 아니, 그 전에 너희는-.]


휘잉- 휘잉-.


목소리가 귓가를 스칠 때마다 바람이 부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바람을 딴 듯한 연초록에, 날려 일렁거리는 몸.

설진에게 말을 걸어온 건 바람의 정령이었다.


‘관심을 둘 만도 한가.’


본래 정령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설진의 무력은 이미 엘리나를 넘어섰으니.


아마 연화와 전력으로 겨뤄도 승기를 점칠 수 있을 터. 이만한 무력을 지닌 존재가 세계수에 나타났으니 정령으로서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설진은 정령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말은 설진이 상상한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 세계 사람이 맞아?]


뚝.


순간 시간이 멎은 것 같았다.

멎은 것 정도가 아니다. 얼어붙어서, 다신 깨어나지 못하는 감옥에 갇힌 것만 같았다.


“너.”

[너희에게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

[왕국도, 제국도, 노르담도, 연나비도, 다른 변방의 기척도. 응당 이 세계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운이 너희에게는 없어.]


두 번째.

벌써 두 번째였다.


엘리나에 이어 정령까지.

벌써 두 번째로 정체를 들키고야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랄 것이 있다면 정령은 설진이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라고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

이 세계가 이야기이고, 거짓이라는 사실은 모른다. 적어도 자신의 세계는 변치 않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다행, 인가.’


은연중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을 욱여넣었다. 질문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다. 채 생각하기도 전에 정령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목적이 뭐야?]


울리듯 떨리는 목소리.

그 순간 설진은 짐작할 수 있었다.


[왜 연나비로 왔지?]


지금 정령이 내고 있는 목소리는.

그것도 시시각각으로 전해져 오는 떨림은, 정령 특유의 목소리에서 나는 울림이 아닌 두려움에도 비롯된 떨림이라는 것을.


“으음. 정령이 이렇게 적대적인 존재인지는 몰랐는데.”


받아친 목소리는 설진의 것이 아니었다.

시연의 목소리였다. 시연은 꺼림칙한 시선으로 바람의 정령을 응시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야. 우린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너희는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적인 사람들이야.]

“너무 박하게 생각하진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건 쓸데없는 언더 도그마일 뿐이야.”

[···]


틀렸다.

본래 정령을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었건만.


정령이 일행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진 무력을 보고 경계하는 모습을 취했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쁜 소식이었다.


아마 설진의 생각이 맞다면 눈앞의 정령은 곧바로 연화에게 향할 터.

그리하여 일행의 존재를 나쁘게 표현할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나···.’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설진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최악은 아니지만 차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단지 그렇게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면 차라리-.


“왜 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


정보를 조금 더 푼다.

그것도.

“세계수의 지하. 유그드라실.”


꽤나 직접적으로 말이다.


“그곳의 정체를 밝히러 왔다.”


작가의말

몸과 마음이 닳아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머잖아 휴재나 비정기 연재를 결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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