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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5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22 18:21
조회
180
추천
3
글자
12쪽

284화

DUMMY

감긴 눈이 떠졌을 때, 설진은 누워 있었다.

모르는 천장··· 은 아니었다. 연나비 에피소드에 들어선 이후, 몇 번이나 신세를 진 방이었으니까.


‘응접실은 아닌 것 같고··· 개인실인가.’


성에 머무는 손님을 위한 개인실.

설진이 눈을 뜬 곳은 그곳이었다.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이 유독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에 들어선 성이다 보니 품질 좋은 이불을 쓰는 모양이었다.


이대로 다시 잠들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제 몸은 늘여져 있었다.


무리는 아니었다. 긴 시간 끝에 최종 보스인 오른을 죽였으니.

더 이상 설진을 막을 것이라곤 존재하지 않을 텐데, 긴장한다면 외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터였다.


입가에 절로 쓴웃음이 감돌았다.


“흐, 아-.”


피부를 감싸듯 달라붙은 이불을 애써 떼어냈다. 들어올린 손으로 이불을 잡고, 그대로 들춰냈다.


한순간에 들어오는 한기는 설진의 정신을 명랑하게끔 만들었다. 졸음이 완전히 날아간 것을 확인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두워···.’


문과 커튼은 닫혀서 어둡지, 그렇다고 불이 켜진 것도 아니지.

시야를 확보하기에 영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휘척- 휘척-.


어둡디어두운 방 안을 헤집으며 손을 뻗었다.

몇 초쯤 지났을까, 커튼의 끄트막을 손에 쥔 설진은 그대로 당겼다.


커튼이 쳐지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드러났다. 동시에 방 안으로 밀려오는 빛이 시야를 환하게 물들였다.


“으으.”


밝았다. 하늘이 푸른 걸 보니 적어도 저녁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아침처럼 보이는 것도 아닌 것이, 해가 중앙에 가깝게 떠 있었다. 여기까지 그 온기가 전해올 정도다.


‘하루 내내 잤나 본데···.’


오른과 싸웠을 때가 이쯤이었으니, 하루를 잠으로 흘려버린 모양.

들어올린 손가락으로 어색하게 뺨을 긁었다. 탑에 들어온 이래 이리도 편히 잔 것이 얼마 만인지.


상점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따로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그럼···.”


방 안에 빛도 들어오고, 어느 정도 정신도 차렸겠다.

설진은 다시금 손가락을 뻗었다. 화면을 조작하듯, 시스템을 부를 준비를 마친 그는 짧게 숨을 내뱉으며 나직이 읊조렸다.


“상태창.”


[유설진(lv.72)]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초인, 함정 해체, 마력 단검, 차분한 마음, 참살.]

[장비 스킬 : 은신, 아드레날린, 안티 바인드.]

[장비 고유 스킬 : 구천을 떠도는 혼의 염원은 바람이 되어 흩날리고]

[체력 : 25(+5) 근력 : 25(+2) 민첩 : 55(+18) 마력 : 33]

[잔여 스텟 포인트 : 1]

[잔여 스킬 포인트 : 0]


마지막으로 목표를 받았던 층이 71층.

연화와 설야의 재회를 클리어한 이후 생긴 잔여 스텟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71레벨에서 하나가 올라 72레벨이 되긴 했지만, 그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현재 목표는···?’


시스템상 설진이 있는 층은 72층.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72층의 목표를 완수해야 했다.


‘안 보이네. 없어.’


72층의 클리어 조건으로 주어진 목표가 뭔가 싶어 시스템 창을 뒤진 설진이었으나, 애석하게도 찾을 수 있는 건 없었다.

73층으로 올라갈 실마리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른을 죽였으니 완전히 끝난 건가 싶기도 했다.

하기야 100층에 도달하기도 전에 오른을 죽인 건 실로 전무후무한 업적.

게임에서도 달성해 본 적 없는 일이었으니까.


‘근데 그러면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할 텐데···.’


73층으로 올라갈 목표가 보이지 않아도, 일단 보스를 죽였으니 시스템 측에서 무언가 정보를 줘야 할 텐데.

딱히 정보라 할 만한 건 없었다. 단지 오른을 죽였을 때 출력된 보스 처치 메시지가 전부였다.


설마 이대로 탑에 갇혀버리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까지 닿았을 즈음,


띠링-.


시스템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어?”


뭐 이런 타이밍이 다 있나 싶었다. 깨어난 후에 바로 시스템 메시지라니.

절묘하고도 절묘해서 꼭 누가 작성하고 보내는 듯했다.


어찌 되었든 시스템 메시지는 시스템 메시지.

어떤 말이 적혀있든 읽는 편이 도움이 될 터.


스윽-.


설진은 기대 반 걱정 반의 감정을 담아 시스템을 조작했고, 머잖아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리어 선언을 외친 뒤, 제 모습을 떠올려주세요.]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됩니다. 편하실 때 오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시스템이 보내는 게 아니다.

정확히는 시스템의 말투가 아니었다.


-시오, -니다.

등, 감정 없는 어투를 쓰는 시스템 메시지가 아니다.


꼭 사람이 보낸 것 같았다. 감정과 예의를 담아 읽는 이를 배려하기라도 한 듯한 모양새다.


한동안 시스템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설진은 이내 탄성을 질렀다.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왔다.


시스템도 아닌데 시스템을 활용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람.

아니, 사람이라기엔 악마에 가깝지만.

어찌 됐든 설진이 알기론 한 명뿐이었다.


‘슌.’


슌. 시스템의 중간 관리자인 그가 틀림없었다.

후보를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생각나는 건 한 명. 고로 좁혀지는 것도 한 명이니, 자연스레 확정 지을 수 있었으니까.


“자세한 건 슌을 만나면 알 수 있는 건가.”


오른을 죽인 설진이었으나 아직 모르는 건 있었다.

이를테면 염원석의 사용법이라든지,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이라든지.


‘그리고··· 클리어가 확정된 이 세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지.’


탑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와중 실없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헛웃음을 뱉었다.


‘어떻게 보면 여긴 이미 지구인가.’


지구의 과거를 재현한 것이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곳도 지구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품은 것도 잠시였다.


끼이익-.


방문으로 걸음을 옮긴 설진은 문고리를 잡았다. 오른과의 싸움이 끝났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겠다, 이 이상 개인실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개인실의 밖으로.

다른 이들을 만나러.

길고도 긴 이야기를 위해 만날 이들이 있었다.


열린 문이 설진의 세상을 한 층 확대하기라도 하는 듯했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리고, 그 밖으로 빛이 들어왔다.


재적응한 빛이었다. 눈이 부시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어?”

“으엇?”


문 밖에 누군가 있었다.

으엇, 이라는 놀람과 안도가 공존하는 듯한 목소리.


오랫동안 들어온 목소리에, 설진은 절로 안도감을 느꼈다.

길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 그리고 멀리서 봐도 미인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까지.


“아, 설진아.”


적어도 이 세계에서,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었다.


“잘 잤어?”


시연이 웃으며 설진을 맞이했다.


* * *


“염원석과 오른의 기억 구슬은 저희가 회수했어요. 설진 님, 그때 기억 구슬을 건네주신 점은 정말로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필요한 일이라는 게 저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연화는 그 말과 함께 염원석과 기억 구슬을 탁자 위에 놓았다.

조금이지만 붉게 변한 뺨과 글썽인 듯한 동공이 설진의 눈에 비쳤다.


‘···.’


현재 일행과 연화가 있는 곳은 회의실.

응접실보다 규모가 큰 방이었다.


“몇 시간 전, 설야가 이곳을 방문했어요. 기억 구슬에 담긴 것들을 보여주고 돌려보냈어요.”

“간 건가요? 같이 이야기해도 상관없는데.”


연나비 에피소드 초반부, 설야는 악역이었다.

정확히는 악역처럼 보인 다크 엘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연화와 설야의 관계가 밝혀지고, 종래에는 함께 협력한 뒤 오른을 처치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게 되었다.

과거야 어쨌든 지금은 같은 편이라 말할 수 있는 사이다.


어찌 보면 설야도 오른에게 기억을 조작당한 피해자니 진실을 알 권리가 있을 터인데. 돌려보냈다는 말에 설진은 작게 의아함을 표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현재 다크 엘프들은 완전한 혼란 상태. 하루아침에 진실이 두어 번 바뀌었는데, 지금 수습하지 못하면 힘들어질 테니까요.”

“아.”

“그 대신 다음에 만나서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어요. 아, 공유란 말은 좀 그렇고··· 알려주기로 했다는 게 더 맞으려나요.”


그 이유라면 납득했다.

하기야 진실을 공표한 이후 연나비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다크 엘프라고 잠잠하겠는가.

더군다나 한순간에 오른이 죽어버렸으니 처리해야 할 것이 많을 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설진은 목을 가다듬었다.

설야에 대한 간단한 전후사정도 들었겠다, 이제 이쪽에서 입을 열 차례가 온 것이다.


“기억 구슬로 봐도 납득이 안된 것이 몇 개 있어요. 정확히는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플레이어’인 설진 님의 설명을 듣고 싶어요.”

“마음껏 물어봐요. 그러려고 만든 자리니까.”

“설진 님은··· 그러니까 설진 님과 일행분들은 전부 ‘미래’에서 오신 건가요?”


미래라.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탑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전부 지구에서 일어난 일. 즉, 과거라는 걸 슌을 통해 알았으니까.


다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연화 님이 생각하시는 근미래는 아닐 겁니다. 저희가 건너뛴 시간은 대략 몇백 년 정도. 사건이 잊히고도 남을 시간이죠.”

“오른과는 다른 건가요?”

“다르다면 다르죠. 저는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부인인데 반해, 오른은 직접 비극을 겪은 당사자니까요. 굳이 말하자면 시간의 차이라 할까요.”


설진의 입장에서, 이건 몇백 년 전 이야기였다.

반대로 오른의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이고.


“하지만 설진 님은 저희를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게임에 대해 아십니까?”

“게임··· 이요? 놀이 같은 건가요?”


직접 겪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겪었다.

다름 아닌 게임을 통해.


간단한 서술을 붙여 게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나, 연화는 연나비의 영주.

배운 엘프였고 영리한 이였다.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의미는 대강 알아들은 듯했다.


어떠한 매개를 통해 과거를 봤고, 들어왔으며,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받아들인 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설진 님은 왜 이곳으로 오신 건가요?”

“그건,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탑이 절 강제로 소환한 셈이죠.”

“탑이 강제로 저희를 구원하도록 이끌었다는 건, 가요?”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탑은···.”


탑은.

그다음으로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시연이 대신 입을 열었다. 탑이 행동을 강제한 건 아니라는 점, 온전히 우리의 의지로 에피소드를 클리어해나갔음을 시연은 설명했다.


그 이후 고맙다고, 고개를 숙인 연화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시간은 많아요. 연화 님. 천천히 물어보셔도 돼요.”


아직 시간은 많았다.

많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였다.


오른이 죽은 마당에 시간에 쫒길 이유는 없었다. 설진은 그 점을 언급하며 연화에게 천천히 해도 된다는 말을 건넸다.


설명은 한동안 이어졌다.


지금 ‘탑의 연화’의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혼에 관한 것도, 오른의 정체와 그가 하고자 했던 목표와 이루려 했던 이념도.

등등, 여러 차례에 걸쳐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흐르고 흘러, 연화의 궁금증이 온전히 풀려갈 즈음-.


“연화 님.”


설진이 물었다.


“연화 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과거가 아닌, 미래에 관한 질문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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