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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80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08 14:07
조회
181
추천
3
글자
11쪽

273화

DUMMY

왼쪽에서 조금 꺾인 방향.

그러니까, 설진의 뒤.


신기루를 해제한 오엘이 나타난 건 그곳에서부터였다. 설진은 반사적으로 왼손을 들어 올렸다.


우웅-.


진동에 이은 빛. 푸른 마력이 조형되며 이내 형체를 이뤘다.

딱 단검이라 칭할 만한 크기에 날카로운 예기. 상처를 내는 데 특화된 무기가 설진의 왼손에 생겨났다.


마력 단검.

초인과 흡혈에 이어 공개하는 세 번째 스킬이었다.


단검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눈 한 번 깜짝할 새에, 어쩌면 그보다도 빨리 무기를 만들어낸 설진은 망설임 없이 투척했다.


좌측 하단. 정확히는 대각선을 낀 거리를 따라 단검이 직선을 그렸다. 슈우우욱-!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에 오엘의 대응 또한 빠르게 이루어졌다. 왼손에서 마력이 응집되고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경계를 올린 오엘은 재빨리 어둠을 만들어 던졌다.


퍼엉-!


그리고 격돌. 어둠과 단검이 충돌하며 약간의 폭음이 일었다.

마력이 맞물려 터지는 소리는 귀청을 뚫고 들어왔다.


“어스 에로우!!”


폭음에 청각이 흐려진 틈을 타 엘사임이 마법을 날렸다. 어스 에로우. 간결하지만 명중률 하나만큼은 발군인 마법이 오엘에게 쇄도했다.


또다시 신기루로 흩어지려는 모습을 본 설진은 흠칫하며 발을 박찼다.


신기루란 이름의 흑마법에 막혀 공격을 실패해 왔던 설진이었다.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는지 눈을 부릅뜨며 오엘을 쫓으려 했으나,


“설진 님! 제가 공격할게요!”


멈칫-!


이어지는 연화의 말에 설진의 움직임이 한 차례 멎었다.

동시에 상황을 살폈다. 어스 에로우를 피해 신기루를 사용한 오엘, 그리고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마법을 준비하는 연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폭발형 마법. 아군과의 거리가 벌어진 틈을 타 연화는 어스 붐을 사용하려는 듯했다.


스륵-.


그리고 그 추측은 옮았다. 신기루의 지속을 끝낸 오엘이 땅이 착륙한 순간, 연화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주문을 외었다.


“어스 붐!”


퍼엉-!


폭발이 한 차례 일었다. 땅이 파편처럼 흐드러졌다.

반파된 대지. 튀어오른 땅의 파편.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엘이 있었다.


방금 막 신기루의 사용을 끝낸 오엘이.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공격. 설진의 주먹 이후 나온 두 번째 유효타였다.

차고 넘치도록 기꺼운 상황에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이걸로 두 번째.

중상까진 아니더라도 경상 정도는 될 터였다. 필연적으로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는 설진에게, 적의 생체기는 몸을 조금씩 갉아먹는 벌레였다.


천천히 신체의 자유권을 빼앗는 벌레. 이번으로 두 번째니, 오엘의 몸엔 두 마리의 벌레가 파고든 격이었다.


연화의 어스 붐이 작렬했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아직 오엘은 죽지 않았다. 끝은 오엘의 죽음 이후가 되어야 했다.


타아앗!


한 박자 정지했던 몸이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왼손에는 마력 단검을, 오른손에는 검을 쥐며 가속하듯 몸을 튕겼다.


추진력을 얻은 다리와 도합 53에 다다르는 민첩 수치는 설진을 괴물로 만들었다. 폭발 직후, 곧바로 오엘에게 도약한 그는 마력 단검을 던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검을 던진 후에는 직접 몸을 움직였다.

오른손에 쥔 검을 잡고서 종으로 내리그었다. 노리는 곳은 팔. 아까처럼 팔 하나를 자르기 위해 검을 움직였다.


촤악-!


“···.”

“하, 또야?”


그러나 잘린 건 설진의 팔이었다. 아까와 같은 패턴. 이름조차 모르는 흑마법이 설진의 팔에 작렬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 왼팔보다, 해야 할 다른 일이 있었다.

설진은 오른손을 내뻗었다. 왼팔은 절단되었을진정 오른팔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기다란 검 한 자루가 패용돼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휘익-! 머리부터 사타구니를 도륙낼 기세를 담아 휘둘렀으나,


“쯧.”


닿기 직전 스스륵 하는 소리와 함께 오엘이 흩어졌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잘린 왼팔을 재생한 설진이 혀를 찼다. 피해 반사 직후 곧바로 똑같은 흑마법을 사용할 순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놓친 건 놓친 거였다.


“이제 몇 번 안 남았지?”


빙글빙글-.


자라난 왼팔을 돌리며 그리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단순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몇 번 안 남은 건지.


그걸 알 순 없었지만 적어도 공략법은 알아냈다. 첫 일격으로 사지를 노리고, 그다음 피해 반사를 하지 못하는 순간 급소를 노리면 되었다.


계획이 수립된 이상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었다.

설진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발을 회전축 삼아 감았다. 순식간에 궤도를 비튼 설진의 신체가 거리를 벌린 오엘에게 짓쳐 들었다.


“다시 간다!”

“···!”


설마 이렇게나 빨리 재생할 줄은 몰랐다는 듯.

정확히는 재생의 과정을 거치고 이동할 줄은 몰랐다는 양.


고개를 올려든 오엘의 모습이 보였다.

설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적의 감정을 읽는 건 난해한 일이었다. 그저 목숨을 끊는 데에만 집중했다.


쩌적- 쩌쩌적-.


오엘에게 다시금 일격을 가하려는 찰나,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건, 무언가가 어는 소리였다.


“하··· 이건 또 뭔-.”


어둠이 얼었다. 적어도 설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것이 어둠에 타 속성이 부여된 흑설(黑雪)임을 인지한 순간,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휘익-!


본래 계획이었던 접근을 포기하고 몸을 비틀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까지 관절을 꺾었다.


그 대가로 흑설을 피해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라 할 것은, 오엘과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이래서는 변함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음을 깨달은 설진은 다시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괜찮다! 설진! 내가 움직임을 틀어막겠다!”


결정을 내린 몸이 뒤로 물리질 즈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나지리아였다. 대검과 방패를 양손에 쥔 그녀는 단숨에 오엘에게 접근했다.


설진보다는 느린 움직임이었으나 접근 자체는 성공한 모습.

오엘이 설진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지리아는 오엘에게 접근하기조차 힘들 테니.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오엘은 설진을 과할 정도로 경계했고, 그 덕에 타인의 적의에 느슨해졌다.


“지금이다!”


오엘의 퇴로를 틀어막은 나지리아가 대검을 휘둘렀다. 휘익-! 간결한 움직임으로 피해낸 오엘이었으나, 애초 나지리아의 목표는 공격이 아니었다.


“이런··· 나도 모르게 경계를 풀어버린 건가.”


방해.

즉,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나지리아의 공격을 피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다음은?

오엘은 지금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공격을 피한 것까진 완벽했다고 하나, 이어질 연계 공격마저 대처하지 못하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금처럼.


촤악-!


“이야, 이젠 못 쓰는 거야 안 쓰는 거야.”

“굳이 말하면 후자라고 해 두겠네.”

“그래, 그래. 그렇구나.”


그제야 날아간 왼팔을 바라보며 설진이 웃었다.

신체 절단. 설야의 흑야 사용 이후 다시금 절단에 성공했다.


튄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살점이 잘려 떨어져 나간다.

철푸덕-. 피가 흘러나오는 상태 그대로 오엘의 왼팔이 처박힌다.


설진이 절단당했던 그때와 비슷한 소리가 퍼졌다.


“죽자.”


올린 입꼬리가 웃음을 틔워내기도 잠시, 단순간에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을 만들어낸 설진이 표독스럽게 내뱉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섬뜩해서 아군인 엘사임마저 일순 주춤거릴 정도였다. 하아. 숨을 삼키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제 죽자.”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직 오엘의 자세는 불안정했고, 설진은 금방이라도 추가 일격을 먹일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검을 무를 리가 없었다. 적어도 오엘의 목숨을 끊기 전까지 설진의 검끝은 오엘을 노릴 터였다.


왼팔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거기서 약간 위로.

명백하게 목을 노린 검로가 유려히 작렬했다.


촤아아악-!!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손끝을 스친 감각까지 더하면 확실하다.


베었다.

설진은, 오엘의 목을 베었다.


본래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오엘의 목이 하늘 위로 튕겨져나갔다. 이분된 신체가 움직임을 잃고, 기세를 잃었다.

순식간에 한풀 꺾인 오엘의 몸이 앞으로 쓸렸다.


그리고···.


검을 휘두른 설진의 손이 채 회수되기도 전에,


“···.”


하늘 위로 떠오른 오엘의 목과.

바닥에 처박힌 오엘의 왼팔이.


스스륵-!


흡사 신기루처럼 연기를 내뿜더니만,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사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이라도 치는 모양새였다. 설진이 검을 채 회수하기도 전에 일어난 찰나의 순간, 상황은 빠르게 급변했다.


“하아.”


오엘의 머리가 붙었다. 팔도 마찬가지였다.

장황한 묘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말 그대로, 원래부터 이랬다는 듯 자연스럽게 신체가 이어졌다.


요한이 떠올랐다.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괴물. 헤임 제국에서 염원석을 회수해갔으니 혹여 비슷한 능력을 얻은 건 아닐까 싶었다.


‘아니야··· 그렇다면 굳이 피할 이유는 없어.’


고개를 저었다. 만일 오엘이 불사라면 굳이 신기루까지 사용해가며 공격을 피할 필요는 없었다.

요한처럼 맞으면서 공격하면 됐다. 그도 아니면 자신의 몸 자체를 무기로 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그렇다면 오엘이 완전한 불사는 아니라는 가설이 세워진다.

하지만 어떻게? 불사가 아닌데 어떻게 머리와 팔을 다시 붙일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설야 때도 그랬다. 설야는 제 몸을 희생에 오엘의 오른팔을 베었으나, 오엘은 금세 붙여냈다.

그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머리가 일순 가동을 멈췄다.


“이걸 이렇게 빨리 사용할 줄은 몰랐네만··· 쯧. 인제 그만 죽어 주겠나?”


그 순간을 놓칠 오엘이 아니었다. 낭패의 기색을 내보인 그는 달갑지 않은 듯한 말투로 어둠을 만들어냈다.


흑설이었다.

강도 높은 어둠이 설진의 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콱-! 흑설이 박힌 설진의 등에서 한 줄기 핏물이 뿜어졌다.


다시 설진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에 오엘이 기꺼워하고 있을 즈음,


‘이대론 안 된다···!’


설진은 공격당한 그 순간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방법이란 어렵지 않았다.

돌격. 자신이 당했으니, 다시 일순간이나마 방심하고 있는 오엘에게 일격을 꽃아 넣을 생각이었다.


검은 안 된다. 아직 회수가 완료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리하게 회수하려다간 되레 두 번째 일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우웅!


‘마력 단검.’


다시금 마력 단검을 생성했다. 하나가 아니다. 순식간에 세 개의 단검을 만들어낸 설진은 그 즉시 검을 내려놓고선,


타앗-!


근육의 수축, 이완의 과정을 반복함과 동시에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다시, 반격을 위한 봉화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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