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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7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4 17:04
조회
174
추천
3
글자
11쪽

277화

DUMMY

채린의 에너지 볼트가 적중한 찰나, 설진은 몸을 뺐다.

에너지 볼트 적중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잠시 정비할 생각이었다.


‘세 번···.’


몸을 물리며 생각했다.

채린이 오엘에게 명중시킨 에너지 볼트는 셋.

세 개라면 사용할 수 있는 저주는 하나로 한정된다.


핏빛 저주.

출혈을 통한 지속적인 피해와 고통을 발생시키는 저주.


확실히 그게 있다면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설진 하나로도 벅찬 오엘인데, 거기에 출혈이 더해진다면 필시 머리가 복잡해질 테니.


그렇게 계속해서 유리함을 점하다가 설야가 등장한다.

싸움을 이어나가며 설야의 흑야로 마무리. 그게 설진이 생각한 이상적인 계획이었다.


‘···.’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다.

단순 숫자만 보더라도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오엘은 설진에게 다수의 신경을 쏟고 있으니까.


교전이 계속 이어진다면 설진 일행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그것이 설진이 도해해 온 전투이자 인위적으로 조형한 판이었다.


그 판에, 변수랄 것이 없었다면 분명 그리되었을 텐데 말이다.


스르륵-.


시작은 아주 조용했다.


밤에 뜬 별이 비단길을 따라 유영하듯, 그리하여 고요하게 움직임을 알리듯.

먼발치까지 향하는 어둠의 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죽하면 설진조차 겨우 기척을 잡아냈을 정도니.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기척을 잡아낸 순간, 설진은 시연과의 눈짓을 통해 그녀를 비교적 후방 포지션으로 몰아넣었다.

시연은 기사. 수비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기사였으니 오엘의 수작에도 능히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차하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리플렉션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다.

시연의 고유 능력 리플렉션. 반사를 지닌 그 능력은 오엘의 고유 능력인 절명화마저 반사시켰을 정도니.


그리하여 일말의 안심을 보였고, 계속해서 오엘을 몰아넣었다.

멀리, 멀리. 더 멀리. 감히 후방을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분명 그리했는데,


“크- 커허-.”


지금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설진이 동공을 치뜨며 뒤를 돌아본 찰나, 오엘이 입을 열었다.


“창이여.”

“···.”


무영창에 가까운 영창으로 칠흑의 창을 구현해낸 오엘이 창을 던졌다.

설진이 아닌 후방을 향해.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설진은 창을 쳐내고자 마력 단검을 만들었다. 하나가 아닌 여럿. 도합 여섯 개의 단검을 합친 설진이 손을 내뻗었다.


팅- 하는 소리가 울려야 했다.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단검과 칠흑의 창이 무음으로 맞물리며 공멸하는 모습이었다.


‘소리가···?’


소리가 없었다.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았으며 단지 생각이 조형해낸 소리만이 울렸다.


그리고 그즈음, 설진은 오엘이 한 짓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독, 이냐?”

“정답일세. 한 번 겪었기 때문인지 금세 알아채는구만.”


후방. 가장 안전해야 할 두 사제가 속박당한 채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찬우의 경우에는 그나마 덜했지만, 루미네르의 상태는 심각했다.

전신의 힘이 빠진 듯 힘없이 나풀거리며 넘어지고 있으니.


“나한테 던진 고독은 페이크였나···.”


설진이 분신을 상대할 때, 오엘은 분명 기운을 모았었다.

그리하여 만들어낸 것이 바로 고독.

세찬 어둠을 부르짖으며 설진에게 향한 흑마법이었다.


그때, 분명 고독에는 소리가 있었다.

웅웅거리며 세차게 달려드는 고독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나워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까 오엘이 던졌던 칠흑의 창처럼, 소리를 완전히 감춘 채, 거기에 더해 기척마저 숨긴 채 쏘아낸 고독이었다.


설진마저 희미하게밖에 잡아낼 수 없는 기운인데, 시연이라고 잡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하물며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노리는 공격에는 더더욱.


“하아.”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시연이 공격을 눈치채기도 전에 후방이 공격당했고, 그대로 당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옥좨들진 않았을 것이다. 수시로 후방을 확인하고 있던 시연의 간격보다 더 빠르게 잠식한 것이다.


눈치조차 못 챌 정도로 은밀히.

감히 저항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안 좋네, 이거.’


일행 중 유일한 사제 둘이 불시에 공격당했다.

찬우의 경우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 같았지만, 루미네르는 실신한 상태.

앞으로 사제의 지원은 힘들 거라고 보는 게 옳았다.


그리고 그 말은 오엘의 어둠이 더더욱 성행하리라는 것과 진배없었다.


“좋아, 인정.”


찬우는 완전히 당하지 않았다.

그는 플레이어. 그중에서도 사제.

회복력이 높을뿐더러 자체 내성도 가진 직업이었다.


빠르게 전투에 복귀하지는 못할지언정 다시 합류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

찬우의 안위를 생각한 설진은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계획을 재수립하며 단검을 빙그르르 돌리고선 오엘에게 말을 걸었다.


“후위를 잘 노렸어. 이건 이쪽도 한 수 먹고 들어간 거나 다름없네.”

“호오. 칭찬이라도 해 주는 건가?”

“글세···. 적어도 너는 칭찬이기를 빌어야 할걸.”


그 말이 끝난 순간, 설진의 기세가 일변했다.

사근사근 대화를 주고받았던 방금의 그는 이제 없었다.


나지리아와 낭패했다는 듯 표정을 구긴 시연을 바라보며, 쓰러진 루미네르와 찬우를 바라보는 연화와 채린을 응시한 채, 쓰러진 동료의 안위를 확인할 새도 없이 영창을 외며 경계하는 엘사임을 바라보고서는,


빙글-.


단검을 돌렸다.

하나에 불과했던 단검이 손끝을 돌았다.


빙글-.


한번 더.

이윽고 두 개가 된 단검이 재차 회전했다.


빙글-.


단검이 한 차례 더 돌려는 찰나, 이미 단검은 네 개가 되어 있었으며,


빙글-.


깜짝 놀란 오엘이 눈을 감았다 떴을 때에는.


“그게 아니라면 죽을 거거든.”


어느덧 열여섯 개로 불어난 단검이 요란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타앗-!


대지를 박차는 소리가 하릴없이 울려 퍼졌다.


설진의 것이었다. 지속시간이 끝난 초인을 갱신한 그는, 다시 섬광에 가까운 고속을 발하며 움직였다.


찬우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이상 나긋나긋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오엘이 공격한 적에게 어둠이란 이름의 폭탄을 묻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지금은 더더욱.


전력으로 몰아쳐야 했다.

쉴 틈 따위는 주지 않고서, 공격하고 몰아넣어야 했다.


‘원래는 천천히 여력을 빼둘 생각이었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유지력을 담당하는 사제가 당한 이상, 천천히나 장기전 같은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럼에도 속전속결로는 끝낼 수 없었다. 오엘은 최종 보스. 지금껏 그가 내보인 것들만 봐도 하나같이 흉악한데, 아직 여력을 전부 드러낸 것이 아니다.


설야의 지원은 필수,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은-


‘몰아쳐야 해. 최대한 빠르게 여력을 소진시킨다!’


오엘을 속공해 전력으로 몰아치는 것.

그리하여 최대한 여력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한순간에 이루어진 결정은 설진의 신체를 수축시켰다. 적정 이상의 긴장감, 팽팽해진 상황. 금방이라도 팽창해 뻥 터질 것 같은 작금의 순간에서.


휘익-!


설진이 뛰쳐나갔다.


첫 번째 단검을 던졌다. 투척이었다. 유려한 궤도를 타고 흐른 단검은 정확히 오엘의 눈동자를 노렸고, 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며 쇄도했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벽이 깨졌다. 공격이 막힌 것이다.


첫 번째 공격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깨달은 설진은 두 번째 세 번째 단검을 위로 던졌다.

아까 그러했던 것처럼 공격용으로 하나, 방어용으로 하나를 배치했다.

더 많이 던지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설진이 생성한 마력 단검은 열여섯. 그 자체로도 한계에 다다른 연산이었다.


그 틈을 애써 비집은 것이다. 겨우 여유를 짜내 던진 두 자루의 단검이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한 번은 공격적인 변수, 또 한 번은 수비적인 변수를 창출할 단검에서 시선을 떼며 곧바로 네다섯 번째 단검을 꺼내 들었다.


슈우우욱-!


두세 번째 단검을 위로 던졌다면, 네다섯 번째 단검은 정면으로 던졌다.

가히 초원을 질주하는 맹수처럼, 예기를 품은 검이 다시금 오엘을 노린다.


첫 번째 때와 같은 패턴임을 깨달은 오엘이 방벽을 올린 순간, 설진의 몸은 이미 후방을 점한 뒤였다.

막힌 두 개의 단검을 뒤로한 채 다음 단검을 내질렀다. 촤악-! 익숙한 소리. 피가 튀며 잔향이 만들어졌다.


비릿한 혈향을 뒤로한 채 몸을 물렸다. 그 순간,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설진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엘의 능력이었다.

흑잔향(黑殘香). 어둠이라기엔 폭탄에 가까운 공격에 당한 설진의 살갗이 벌어지고 찢어지기를 반복했다.


일순 주춤거릴 만도 했으나 설진은 그러지 않았다. 찢어진 살갗을 빠르게 회복시키더니만, 다시 오엘을 향해 발을 놀렸다.


스윽-.


일곱 번째 단검.

여기서 설진은 단검 몇 자루를 더 꺼내 쥐었다.


일곱 번째부터 아홉 번째. 그리고 열 번째부터 열두 번째.

도합 여섯 개의 단검을 세 개씩, 총 두 개로 합친 설진이 재차 마력을 조작했다.


기류를 조작하듯 단검 속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불어넣고, 불어넣었다.

한계까지. 공기를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한 풍선이 뻥 하고 터질 정도로.


조금만 잘못 다뤄도 폭발해버리는 폭탄이 될 수 있게끔.


“후우-.”


짧게 숨을 내뱉었다. 긴장해서라기보단 집중을 위한 호흡이었다.

세 개의 단검이 들어가 합쳐진 두 마력 단검을 꽈악 쥐더니만, 이내 오엘이라는 목표를 겨냥하고-.


휘이이익-!!


투척했다.

공기가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울린 파공성이 흐드러지게 비산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 고막을 막을 틈도 없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또 한 번의 접근을 윤허한 오엘이 흔들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우선 마력 단검을 막으려는 듯했다. 아무리 사람이 빨라도, 사람이 던진 물건보다 빠를 순 없었으니.

단검이 먼저 도착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오엘은 다시금 방벽을 전개했다.


강도는 일회용이었을지언정 방향은 정확했다. 완벽하게 마력 단검을 막아낸 오엘이 접근하는 설진을 견제하려는 찰나,


“폭탄 좋아해?”

“···음?”


설진은 웃으며 그런 말을 건넸고,


이내,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방벽이 흐드러졌다.


“···!”


방벽이 깨지는 것까진 예상하고 있던 오엘이었다. 실제로 마력 단검의 충격을 버티지 못해 방벽은 산산조각났다.

그러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폭, 탄?”


귀를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폭음과 함께 마력 단검이 폭발했다.

그것도 오엘의 지근거리에서.


폭음.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 일순 대지가 쩌르르 떨렸다.

공명하듯 흔들린 땅이 균형을 잃었고, 그 충격은 오로지 오엘에게로 향했다.


‘당황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 오엘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틈을 놓칠 순 없는 법.

조금 더 숨겨둔 수를 꺼내고자, 설진은 폭팔의 충격이 멎은 순간을 틈타 오엘에게 접근했다.


“더 꺼내봐. 그래야 살 거 아니야.”


열세 번째 단검.

마력을 곧게 펴바른 날카로운 단검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보란 말이야.”


촤악-!


충격에 흔들린 틈을 타, 오엘의 목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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