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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68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16 21:30
조회
373
추천
3
글자
11쪽

222화

DUMMY

설진의 눈에 띈 것은 채린과 같은 반지류 장신구였다.

똑같이 웅웅거리며 마력을 흩뿌리고, 붉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사방을 잠식한 듯 둘러싼 마력은 마치 그 자체만으로 지고한 존재인 양했다.


‘붉어.’


채린의 것보다, 설진이 발견한 것이 조금 더 붉었다. 채린이 구입 결정을 내린 반지가 단순히 빨간색을 띤다면, 이건 빨강과 검정을 합친 것 같았다.


검붉음.

말로 표현하자면 그랬다. 붉은 달이 떠올라 세상을 감싸기라도 한 것 같았다.

설진은 천천히 반지를 향해 다가갔다. 희귀한 소재로 만든 케이스에 고이 장신된 반지 앞에는 간략한 설명글이 있었다.


‘공격할 때마다 공격력이 상승하고, 속박류 주문을 캔슬할 수 있다···.’


설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위력이 증가하고,

바인드, 속박과 같은 속박류 주문을 디스펠할 수 있는 반지.


설진이 원해 마지않던 공격과 유동성을 전부 챙긴 장신구였다.

홀린 듯 걸음을 옮겼다. 잘 전시된 케이스 위로 손을 뻗었다.


스윽-.


집어든 반지는 여전히 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묘하기보단 탁하다고 해야 할까.

붉은 달에 검은 혜성이 충돌한 것 같았다. 얽히고설킨 두 개의 색상은 태양의 붉음을 달여 우주에 흩뿌린 듯했다.


‘자세한 설명이···.’


설명 글귀에도 대략적인 사용 방법과 기능이 나와 있지만, 자세한 설명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았다.

바로 시스템. 플레이어에게 부여된 절대적인 특권을 활용하는 것이다.


띠링-.


[안티 바인드링]

[검은 휘두를수록, 마법은 사용할수록 강해지는 것. 옭아매는 것들을 전부 극복하며 나아가야지만 비로소 극의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장비 스킬 - ‘아드레날린’ 사용 가능]

[공격할 때마다 공격력이 상승하며 최대 다섯 번 중첩됩니다.]

[장비 스킬 - ‘안티 바인드’ 사용 가능(24시간)]

[속박류 마법을 상쇄시킵니다. 즉시 속박에서 풀려납니다.]


반지의 이름은 안티 바인드링.

말 그래도 속박류 마법을 디스펠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으며, 추가로 공격할 때마다 공격력이 상승하는 어마어마한 스펙을 지닌 장신구였다.


물론 그만한 기능을 가진 만큼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장비 스킬이 두 개인 대신에 스텟 증가치가 없었다.

싸움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텟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건 큰 결점이었다. 다만 이번 반지는, 장점이 결점을 잡아먹을 정도로 훌륭한 성능을 지녔다.


‘지금 나한테는 반드시 필요한 거야.’


지금껏 층을 올라오면서 느낀 설진의 단점은 속박류 마법에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올라오면서 속박류 마법을 사용하는 적은 만나지 못했지만, 연나비에 다다른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설야는 속박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연화의 적, 다크 엘프 설야.

그녀는 엘리나와 비슷한 전투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나가 검과 마법을 섞어 쓰는 마검사라면,

설야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검을 쓰고 마법을 쓰는 건 같지만 마법의 본질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어둠 정령.’


굳이 말하자면 정령검사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다크 엘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둠 정령을 지나치게 잘 다룬다.

가히 스폐셜리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제로 설야는 엘리나를 상대로 승기를 점친 적도 있었다.


‘물론 옛날 일이고, 엘리나 쪽은 제사식 폭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잠깐 나온 외전격 언급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승리의 전적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설진은 다시금 설야의 전투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어둠 정령을 사용한 속박, 그리고 설야 본인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


하나만 해도 치명적인 능력인데, 그녀는 무려 두 개를 행할 수 있었다.

개중 하나에 제한을 걸 수 있다면 그만한 메리트도 없을 터.


설진은 망설임 없이 반지를 집어들었다. 연나비 에피소드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템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구입까지 진행하려던 찰나-.


‘아.’


깨닫고 말았다.


‘이거···.’


안티 바인드링.

이 장신구의 가격은, 설진이 가지고 있는 거금을 웃돌았다.


물론 아예 살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

100을 기준으로 둔다면, 딱 10이 부족했다.


‘못 사네···.’


반지의 성능이 워낙 높다 보니 드는 가격도 어마무시했다.

설진은 곤란하다는 듯 난색을 보였다. 간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장신구를 발견했는데, 정작 돈이 부족해서 사지 못한다니.


애초에 가격이 비싼 것도 한몫했다.

그간 플레임 왕국, 헤임 제국을 왕래하면서까지 모든 돈일진대 사지 못했으니.


‘···이렇게 비싸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긴 있나?’


반지 하나가 집 한 채, 아니. 세 채 값을 웃돌았다.

고성능이란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


‘으음.’


물론 반지를 사지 못한다고 해서 57층을 클리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57층의 목표는 하나. 단순히 상점을 방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아마 이대로 자리를 떠도 57층을 클리어 될 터.

그리하여 바로 58층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설진은 침음을 삼키며 잡은 반지를 원래 자리로 옮기려 했다.

정확히는 옮기려 했었다.


“여기요.”

“채린아?”


대뜸 채린이 가지고 있는 돈주머니를 넘겨주기 전까진 말이다.


“어··· 괜찮겠어? 이런 거금을 빌려줘도?”


100중 10이 부족하다곤 하지만, 애초 원래 가격이 높았다.

10이라 해도 꽤 부담되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채린은 상관없다는 듯 돈주머니를 건넸다. 이 정도면 부족한 10을 채우고도 남는 수치였다.


“빌려주는 거 아니에요.”

“어? 그럼···.”

“주는 거에요. 그냥요.”


더불어 빌려주는 것이 아닌, 주는 것이라 말하기까지.


“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되 알지 못해서 설진은 일순 멈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파악한 그는 돈주머니를 받고서 나직이 읊듯 말했다.


“고마워 채린아. 그래도 이건 빌려준 걸로 하지 않을래?”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한 사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건 있었다.

특히 금전적인 면에서는 더더욱.


설진은 채린이 아직 어려 그랬다고 생각했다. 치기 어린 마음에, 급하게 결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돈을 그냥 받을 순 없었다. 적어도 빌려준다는 개념을 차용하기라도 해야 했다.


그래야 뒤탈이 남지 않을 테니.

그래야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오빠, 이건···.”


채린은 설진의 말을 듣고서 입술을 오므렸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등반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오빠였는데.’


헤임 제국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설진이었다.

그가 요한을 잡았기에, 오엘과 맞섰기에 지금의 채린이 있는 것이었다.


만약 오엘에게 공격당하기 직전 설진이 오지 않았다면?

상상한 해도 끔찍한 일이 펼쳐졌을 터. 그러니 어찌 보면 채린에게 있어 설진은 일종의 은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목숨을 구해준 구원자.


그렇게 생각했고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채린은 설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돈도 거의 비슷하게 분배해 왔고···.’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설진이었는데, 벌어들인 자금의 분배는 거의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시연이 설진에게 더 분배하려 했으나 설진이 거절했다. 괜히 누구보다 더 받고 싶지 않다면서 거절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설진은 검붉은 반지를 살 수 있어야 했다. 사고도 자금이 남아야 하는 것이 맞았다.

단지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자신이 줄였기에 구매하지 못했을 뿐.


‘주고 싶어요.’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마음 같아서는 받으라고 우기고 싶었다. 이만한 돈을 줘도 설진이 채린에게 해준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만 그러지 않았다. 설진의 얼굴은 드물게도 고민의 기색이 어려 있었다.

빌려주는 형태로 받을지, 그냥 받는 형태로 할지의 고민이 아니다. 어떻게 말해야 자연스럽게 빌려주는 그림이 될지를 고뇌하고 있는 기색이었다.


채린은 앙다문 입술을 재차 닫았다.

올라온 말을 삼켜 내리고, 다시 새로운 말을 꺼냈다.


“알았어요 오빠. 나중에 돌려주세요.”

“응. 그렇게 할게.”


특별히 연애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연애 감정이 생길 수 없었다.


‘오빠는 이미 시연 언니가 있으니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둘의 관계는 각별해 보였다.

그러니 채린은 애초부터 연애 감정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지금 둘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오빠와 여동생 같은 관계이려나.

그것도 정말 친한, 판타지에서나 있을 법한 관계 말이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이용해 주세요.”

“수고하세요.”


멀찍이선 설진과 직원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었다.

오라는 듯 채린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는 설진에게 향했다.


* * *


[57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58층에 진입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여전히 익숙했다.

57층의 클리어,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58층.


잔여 스텟 포인트는 이제 8이 아닌 9가 되었으며, 새로운 장신구도 얻어 길드로 돌아왔다.

쏠쏠하다, 정도가 아닌 엄청나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설진은 단언컨대 장신구가 없을 때의 자신보다 2할 이상이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누나는 뭐 샀어요?”

“이참에 방패 하나 장만했어. 예전 건 너무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서, 낡았거든.”


길드 테이블. 넷은 다시 만나 한자리에 모였다.

무엇을 샀느냐는 말에 시연은 대형 방패를 꺼내 들었다. 능히 제 몸 하나를 덮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큰 방패였다.


방패결이 짙은 하늘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귀한 광석을 채용한 듯싶다.

설진은 그 광석을 미스릴이라 생각했다. 가볍되 높은 강도가 특징인 광석인 미스릴은 지금처럼 짙은 하늘색을 띠고 있었으니까.


‘누나도 나처럼···.’


시연도 마찬가지였다. 장비의 고점을 높임으로써 본인을 강화시켰다.

찬우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때까지 사용해 왔던 촉매제보다 한 단계 상위 등급인 촉매제를 잡화점에서 구해 왔다.


앞으로 찬우가 사용하게 될 힐과 버프 주문은 아마 상상을 초월한 수준일 터. 파티의 목숨줄과 같은 사제의 능력이 늘어간다는 건 확실한 희소식이었다.


더불어 설진의 안티 바인드링과 채린의 장신구까지.

서로의 전력이 상승했음을 확인한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들었다.


기실 채린을 마지막으로 장만한 장비의 소개가 끝났을 즈음,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그것도-


[목표 : 정령과의 만남을 가지십시오.]


연나비의, 아니. 엘프의 파트너이자 인간계의 존재가 아닌 정령과의 만남으로.


‘이제 시작이구나.’


57층 상점 방문이 끝난 이후, 올게 왔다고 생각했다.

정령과의 만남. 그것은 다름 아닌 연화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한 밑작업이었으므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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