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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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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1 19:11
조회
178
추천
3
글자
12쪽

275화

DUMMY

스르릉-.


그건 예기였다.

설진이 쥔 검에서 새어나오는 날카로움이었다.


엘사임의 염동력 덕에 검을 다시 회수한 직후, 짧은 일이 있었다.

오엘의 고독, 채린의 에너지 볼트, 시연의 미몽방위와 공급.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설진은 오엘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기운을 꽤 소진한 것인지 오엘은 움직임이 없었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기운을 모으고만 있는 것인지.


어느 쪽이 되든 설진에게 유리하지는 않을 터.

판단은 빨랐다. 잠시 바닥을 드러냈던 체력이 회복된 찰나, 설진은 몸을 기울였다.


마치 활시위에 걸린 화살처럼 자세가 굽혀진다.

이내 시위에서 손이 떠난 순간, 설진이 움직였다.


이젠 움직였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축지법이나 순간이동. 이만한 이름을 붙여야 할 정도로 경이로운 이동 속도였다.


그렇게 접근하자마자 촤악-!

다시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베였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러나 실을 꿰뚫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야를 강화하니 비로소 허를 찔렀음을 알게 되었다.

분신. 다시 생긴 분신에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이젠 물량전이냐?”


고개를 돌리자 절로 그런 말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진의 눈앞에 펼쳐진 건 무수히 많은 오엘‘들’.


언뜻 봐도 열이 넘어가는 숫자였으니까.


단순 환영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모습만 있고 실체는 없는 환영과는 달리, 분신은 직접적으로 상황에 개입할 수 있었다.


위력은 낮아질지언정 공격 자체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방어나 회피 또한 마찬가지. 불어난 오엘을 보며 설진은 단검을 만들었다.


‘일단 수를 줄인다.’


아직 이만한 흑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만한 여력이 있다는 의미였다.

실로 방대했다. 한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기운이었다.


앞으로 장장 몇 시간은 이어질 악전고투를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도 설진은 포기할 수 없었다. 오엘을 죽이는 건 플레임 에피소드부터 계속 마음에 품어온 바람이었으므로.


타앗-!


그러니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속으로 읊조린 설진은 다시 발을 놀렸다.


저쪽의 수가 불어난 만큼 이쪽의 전력도 충원되고 있었다. 자체 신체 능력이 뛰어난 시연과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는 채린. 그리고 그에 비해 조금 늦지만 찬우도 곧 합류할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


찬우가 합류한다면 유지력 측면에서 큰 이점을 취할 수 있을 터.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후우.’


싸움에 돌입하기 전 한 차례 숨을 골랐다.

시야 속엔 열이 넘는 분신이 걸려 있었다. 그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뭐가 제일 효율적이냐.’


설진이 상대해야 할 것은 오엘의 분신들.

무력적으로는 밀리지 않으나 수적으로는 밀린다.


분신을 상대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는 의미.

그리고 그건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오엘은 흑마법사. 시간이란 자원을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이였으니.


물론 설진에게도 든든한 아군이 있다.

연화와 나지리아와 엘사임, 그리고 시연과 채린이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연화와 엘사임, 채린은 마법사.

분신을 상대하기 위해 시간을 써야 했고, 그건 오엘에게도 동등한 조건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오엘에게 시간을 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금 마법사의 화력이 다른 쪽으로 쏠리는 건 자중해야 했다.


그렇다고 나지리아와 시연에게 분신 상대를 맡길 수도 없었다.

그들은 기사. 공격보다는 수비에 특화된 직군이었으니.


분신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아니, 애초에 가장 위험한 적이 오엘인 이상 후위의 안전 보장을 위해 오엘 쪽으로 보내는 것이 맞았다. 그게 정석이었고 정상인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설진 하나.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설진이 소리쳤다.


“분신은 전부 제가 맡습니다! 나머진 오엘을!”


이걸로 의사 결정은 끝났다.

순식간에 대응책을 준비한 설진은 단검의 날 부분을 위로 올렸다. 근위가 오엘에게 접근하고, 후위의 마력이 모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휙-!


만들어낸 다섯 개의 단검을 위로 던졌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이 활용하던 방법이었다.


보험을 들어놓는 것. 위로 던져놓은 마력 단검은 이제 설진의 목숨이 되어줄 것이다. 의도한 대로 단검이 향한 것을 확인한 설진은 다시 시선을 내렸다.


타아앗-!


한시라도 빨리 분신을 제거해야 했다. 분신을 제거하고, 오엘을 상대해야 했다.

목표를 재정립하며 검을 쥔 손을 꾹 쥐었다. 오엘의 흑설(黑雪)에 당한 등은 이미 재생된 후였다.


휘익-! 발 빠르게 분신에 접근한 설진은 횡으로 검을 그었다. 초승달이 뒤집히기라도 한 것처럼 예리하고 섬뜩한 검격.

분신의 가슴께를 성공적으로 베어낸 뒤,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검은 회수하지 않았다. 어차피 사방이 적이었다. 검을 회수해서 적을 특정한 뒤 공격하는 것보다, 검에 근접해 있는 분신을 노리는 편이 훨 나았다.


오른쪽으로 쏠린 무게 중심이 더욱 쏠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에서 더욱 오른쪽으로. 그리하여 검에 닿는 분신을 향해.


촤악-!


이윽고 피가 터졌다. 목을 베어낸 감각이 저럿하게 흘러들어왔다.

이걸로 둘. 남은 건 여덟.


아니-.


“어이쿠.”


이제 일곱.


콱-!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늘 높이 던져놓았던 첫 번째 단검이 마침내 낙하했다. 낙하한 단검은 설진을 노리며 달려드는 분신의 전두골을 꿰뚫었다.


마력 단검은 마력이 담긴 단검이었다.

내구성은 약할지언정 예기는 상정 이상. 단시간에 분신 둘을 처치한 설진은 몸을 빙그르르 돌려 상황을 잠시 이탈했다.


말 그대로 잠시였다. 불어오는 바람이 한 뼘조차 운동하지 못했을 즈음, 재차 전장으로 복귀한 설진이 짧은 검로를 그렸다.


타앗, 이라는 소리와 함께.

촤아아아악-! 검이 귀곡성을 토하며 움직였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하나씩.

경쾌히 스텝을 밟으며, 분신의 수를 줄여나갔다.


우웅-!


다섯을 베었을 때, 뒤에서 마력이 모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분신이라도 오엘이 만들어낸 꼭두각시였다. 큰 위력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흑마법을 행사할 수 있는 듯 보였다.


흑마법이 밖으로 튀어나오기까지는 금방이었다.

분신의 손에 뭉친 흑마법이 불길한 형상을 그리며 모습을 드러낼 즈음,


서걱-.


다시, 단검이 낙하했다.


촤악-!


곧이어 가히 신속(迅速)과 같은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자, 분신이 피를 내뿜으며 사라졌다.

줄기차기 흐드러진 피가 설진의 검을 적셨다. 검을 한 번 털어낸 설진은 남은 분신의 수를 헤아렸다.


‘네 개···.’


이제 남은 건 넷.

그리고, 하늘 높이 던진 단검은 셋.


단검이 낙하할 방향을 대강 예측한 설진은 가장 뒤에 있는 분신에게 달려들었다.

초인까지 사용해가며 움직인 몸이었다. 단숨에 분신에게 짓쳐든 설진은 분신의 심장을 찔렀고, 거기에 더해 왼손을 칼자루로 옮겼다.


카, 학-.


고통스러워하는 분신. 한손으로만 한 것이 아닌, 두 손을 사용해 칼날을 박으니 관통력이 한 층 두터워진 모양이었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다 사라진 분신을 보며 설진이 중얼거렸다.


“슬슬-.”


끝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의 정체를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전투 전 설진은 단검을 위로 던졌으니까.

던진 것이 다시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니까 설진이 집어던진 단검도 반드시 낙하해야 했다.


팍-!

팍-!

팍-!


마력 단검은 착실히 분신을 노리고 떨어졌다.

기예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모자랐다. 이건, 신예(新銳)였다.


상대의 움직임과 행동반경,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을 읽은 것이다.

그를 토대로 예측을 진행한다. 떨어지는 시간과 대상의 위치를 맞물리게끔 하고서는 마력 단검을 타이밍 맞게 떨어뜨린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되, 또한 잔혹했다.

당장이라도 설진에게 달려들 기세를 보였던 분신들의 이마에는 하나같이 단검이 박혀 있었으니까.


단순히 이마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이마를 찢고 더 밑으로.

쭈윽 하강한 단검은 동공을 터뜨리고 있었다.


분신이니만큼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입은 순간 사라졌지만, 눈동자 속에 단검이 틀어박힌 광경은 그 자체로도 그로테스크했다.


설진은 장면에서 눈을 돌렸다.

분신 열을 처리한 그는 다시 마력 단검을 만들어냈다.


재차 판을 읽고자 고개를 돌려 오엘을 응시했다. 일행의 합공 아래, 오엘은 별다른 수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빙그르르-.


왼손으로 한 번, 두 번, 총 세 번의 단검을 돌린 설진이 걸음을 내뻗었다.

본디 하나였던 마력 단검은 어느새 다섯 개로 불어나 있었다.


‘괜찮아. 계산할 수 있어.’


시연과 나지리아가 전위를 맡아 오엘을 압박하는 중이다.

후위 마법사들은 요격를, 사제는 버프와 회복을 담당하고 있다.


하나의 전장.

그러니까, 하나의 판.


그 판을, 수와 방법을 여럿 떠올린 설진의 손이 올라갔다.


촤르르-!


두 개, 그리고 세 개씩 나눠 던진 단검이 한계까지 하늘로 비상했다. 한 박자 타이밍을 두고서, 날로 된 부분이 아래를 겨냥할 무렵.


“오엘!”


사상 최고의 변수가 오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퍼어어억-!


등장부터가 화려했다. 분신의 정리를 모두 끝마친 설진은 오엘에게 돌진, 말 그대로 퍽 하고 밀어버렸다.

밀려난 오엘이 장장 오 미터를 떠밀리고선 낮게 비행했다. 자의가 아닌, 설진의 돌격으로부터 만들어진 타의였다.


언뜻 살핀 상황으로 봐선 양측의 피해는 아직 전무.

타이밍 하나는 잘 맞췄다 싶었다. 아직 아무도 다치지 않은 시점에서 합류할 수 있었으니, 어찌하여 기쁘지 않으랴.


‘···음.’


희미하게 기척을 숨긴 채 움직이는 기운이 잡혔으나 지금은 무시했다.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최소한의 방비는 해 두었다.


그걸로 일단락시키며 검을 들어 올렸다.

들어올린 검 끝. 그 근방의 눈동자가 한 차례 점멸하더니만, 다시 설진의 몸이 활처럼 쏘아졌다.


쨍그랑-!


만들어낸 방벽이 깨지며 어둠으로 묶인 파편이 흩어졌다.

뺨을 스치는 어둠을 느끼며 쾌활하게 말을 이었다.


“소생도, 얼음도, 고독도, 분신도.”

“···호오?”

“너에겐 전력이 아니잖아 오엘. 조금 더 여력을 보여봐! 응?”


이성과 광기가 버무려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 설진이 웃었다.


고작 이 정도일 리가 없다는 듯.

조금 더 여력을 보여보라는 듯.


탑의 최종 보스에게, 힐난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며 공격을 감행한다.


‘지금 최대한 여력을 빼내야 해.’


아직 오엘은 자신의 주특기라 할 만한 것들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수비적으로 나오며 시간을 끌고만 있을 뿐이다.


그래선 안 된다. 조금이라도 더 오엘의 힘을 빼야 했다.


‘적어도 설야가 도착할 때까지만.’


설진이 보기에 오엘은 아직 여유로웠다. 마르지 않는 기운, 그리하여 만들어지는 흑마법은 끝임없는 화수분 같았다.

그런 화수분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록 기운을 전부 소진시키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바닥까지는 그 손이 닿아야 했다.


‘설야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오엘과의 장기전을 치른다면, 먼저 지치는 건 우리라고.


동시에 해결책을 떠올렸다.

대상을 어둠으로 끌고 가는 기술, 흑야.


‘설야가 흑야(黑夜)를 사용할 때까지만···.’


기운을 최대한 빼 놓은 상태에서 설야가 흑야를 사용하기만 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필시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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