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20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1
조회
10,992
추천
67
글자
11쪽

1화

DUMMY

[스페이스 온라인(space online)에 접속하시겠습니까?]

[네/아니요]


달칵-.


마우스 소리가 좁은 방 속을 울렸다.

네, 아니요. 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애당초 후자를 고를 것이었다면, 이 게임 자체를 켜지 않았을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이 둥둥 떠 있는 밤하늘의 배경이 밝게 물들고,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연출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게임의 접속이었다.


[유설진-99lv]


화면 중앙에 놓인 것은 설진의 캐릭터였다. 3년 동안 같이 해왔던 캐릭터의 모습.

나름 열심히 해 왔던 그였는지라 전신에 달린 장비는 한눈에 봐도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푸른색 귀걸이부터 시작해 보석처럼 예쁘게 빛나고 있는 붉은 보석 목걸이, 손에 걸린 초록 반지.

강철처럼 무게 있는 장비 대신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차고 있긴 했지만, 여러 밝은색으로 빛나는 갑옷은 가죽으로 제작되었음에도 좋은 물건이라고 엄밀히 외치는 듯했다.


“뭐, 그래봤자 유저는 별로 없지만.”


게임 밖 설진의 입가가 살짝 오므려졌다. 스페이스 온라인. 탑의 몬스터를 하나하나 격파해가며 비밀을 찾아 나서는 꽤나 모험적인 스토리를 가진 게임.

처음에는 인기물이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괴랄해지는 난이도에 하나둘 접고 말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남은 유저는 남짓해야 백 정도.

그마저도 잘 접속하지 않거나 반 접은 유저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은 설진을 포함해서 열이 넘을까 말까였다.


“이래서는··· 어디 자랑도 못 하겠네.”


랭킹 1등이라는 쾌거를 세웠지만 인기 없는 게임이었다. 어딜 가서 자랑할 것은 못 되었다.


“어차피 자랑할만한 친구도 없지만.”


화면을 들여다보던 설진은 잠시 눈을 돌려 작은 원룸은 쳐다보았다. 방 사이사이에 널브러진 컵라면 뚜껑이라던가, 아무렇게나 내팽겨진 음료 캔은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히키코모리. 그렇게 불러도 지장 없는 삶이었다.


화사에서 해고당한 지 육 개월.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으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기껏해야 삼 개월 정도를 더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돈밖에 남지 않았다.


“······.”


문득 현실을 생각하자 암담해진 설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게임 속으로 시선을 옮겼다. 생각해 보니 있긴 했다. 자신의 게임 실력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바니타스 : 어, 웬일로 우리보다 먼저 왔대?]

[페이드 : 그러게요. 평소에는 5분 정도 늦은 건 기본인 사람이.]

[유약 : 빨리 와서 좋네요. 손 몇 번 풀고 시작하져? 오늘 100층 공략하기로 한 날인데.]


같은 게임 친구.

얼굴도, 본명도 모르는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설진으로서는 그들이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 나갈 일 몇 번 없이 집에만 콕 틀어박혀 있는 그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을지도 몰랐다.


[유설진 : 거 참, 내가 안 늦은 거 가지고 신기해하는 건 좀.]

[바니타스 : 이 채팅 스샷 따놔야겠다.]

[유설진 : 아. 잠만.]

[바니타스 : ^^]


급하게 채팅을 삭제한 설진이었으나, 웃고 있는 표정의 이모티곤을 보니 한발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제길. 앞으로 늦으면 저거 보내면서 놀 거 같은데.


[페이드 : 앞으로 늦으면 저거 보내면서 놀아야지.]

[유약 : 사진 공유 좀. 있다가 나도 저장해놓게.]

[바니타스 : ㅇㅇ]


셋의 대놓고 은밀한 채팅을 지켜본 설진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유설진 : 시작합시다. 100층 깨면 엔딩일 텐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시고.]

[페이드 : 부끄럽나 봐.]

[유약 : 그러게.]

[유설진 : ······.]


한쪽에게만 기울고 있는 대화를 중단한 것은 바니타스였다.


[바니타스 : 됐어. 시작하자. 우리 설진이 삐지겠다.]


물론 이 사단을 먼저 만든 것도 바니타스였지만.


잠시 짧은 인사치례가 지나가고, 설진은 그들을 대기방에 초대했다. 저번에 전부 99층을 함께 클리어한 상태라 이제 마지막 100층만을 목전에 둔 상황.

100층을 클리어한다면 길었던 3년의 종착지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유설진 : 시작한다.]

[바니타스 : 엉]

[페이드 : ㅇㅇ]

[유약 : ㄱㄱ]


준비가 되었다는 대답을 들은 설진은 게임 시작 창을 클릭했다.

바야흐로 3년의 시간의 끝을 보고자 넷은 100층 공략을 시작했다.


* * *


[페이드 : 와··· 씹. 존나 어려웠네. 진짜. 100층이라고 개발자 놈들이 혼신의 힘을 때려박은 게 보인다 진짜로.]

[유약 : 아, 손이 안 움직여. 손가락 아파. 대체 몇 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거야···.]

[바니타스 : 잡몹 기믹 진짜- 개 같이도 만들었네.]


“허억. 허억.”


분명 가상의 공간에서 조작하고 있는 것인데, 어째서인지 현실의 몸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친 듯했다.

게임을 마친 설진의 손이 덜덜덜 떨렸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머릿속에는 송글송글한 땀마저 맺혀 있었다.


‘그래도···.’


[100층 clear!]


‘깨긴 깼네···.’


[유설진 : 수고했어요. 그래도 깨긴 깼네요.]

[페이드 : 야 설진아, 1등 먹어도 무시했던 나를 용서해라. 미안하다.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


[기여도 순위]

[유설진 : 50%]

[바니타스 : 20%]

[페이드 : 16%]

[유약 : 14%]


[유설진 : 오 웬일로 칭찬을?]

[페이드 : 야 나도 잘하면 잘했다고 하거든?]

[유약 : ?]

[페이드 : ?]

[바니타스 : 와씨 잔여 Hp봐라. 0.5% 남았네. 유약아, 피관리는 진짜 존나게 철저히 해주는구나. 좀 더 줘도 좋을 텐데.]

[유약 : 에이. 어차피 안주겄잖아요.]


탱커 포지션인 바니타스는 남은 체력에 기함을 터뜨리고 있는 모양이다. 게임 내 보스 몬스터와 잡몹들의 공격을 대부분 잘 받아냈지만, 결국 탱커의 피 관리는 힐러 포지션인 유약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체력 회복 스킬을 사용한 유약의 계산 능력에 어이가 없어 감탄하면서도 불만인 모양이고.


[페이드 : 아싸 내가 유약이보다 기여도 높당.]

[유약 : 아니 좀 덜 맞았으면 버프 넣어서 기여도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유설진 : 누가?]

[유약 : 당연히 희미한 놈이.]

[페이드 : ?]

[유약 : ?]


확실히, 마법사 포지션인 페이드는 이번 스테이지에서 많이 맞긴 했다. 최대 도전 가능 인원인 다섯 명이 아닌 네 명으로 게임을 했는지라 탱커 자리가 하나 비어 원거리 몬스터들에게 꽤 많은 데미지를 입었으니까.


[유설진 : 근데 이거 100층 다음에 뭐 있을까요. 없데이트인지 벌써 일 년이 넘어가는데. 그다음 콘텐츠는 없을 거 같은데.]

[바니타스 : 그러게. 이거 100층 다음 없으면.]


바니타스는 딱 거기까지 채팅을 쳤다.

게임의 콘텐츠 고갈. 그것은 곧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 직결되었으니까. 우리들에게 있어서 게임을 관둔다는 것은 곧 헤어짐을 의미했다.


[페이드 : 에이.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계속 가보자. 솔직히 이 게임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잖아? 탑의 비밀 같은 떡밥 풀릴 때는 재밌었는데.]

[유약 : 100층 깨면 뭔 스토리 나올지 궁금하긴 해.]

[바니타스 : 계속 가보자, 그면. 나도 궁금해.]

[유설진 : 나도요.]


결코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넷은 캐릭터를 움직여 100층 속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얼마 되지 않아 배경이 바뀌고 텍스트가 나왔다.


[···해서. 당신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염원석(念願石)을 손에 넣었습니다.]

[부를 누리고자 한다면 부를 누릴 수 있고, 명예를 누리고자 한다면 명예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현세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습니다.]


황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설진의 캐릭터가 자그마한 돌을 쥐고 있었다.

뒷 앵글만을 보여주어 캐릭터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그저 바람에 휘날리는 가벼운 가죽 갑옷만이 밤하늘에 스며 밝게 빛났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__]

[유설진 :]


“어?”


채팅을 치려 했지만 쳐지지 않았다. 스토리가 진행중인지라 그런 것인가, 설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파티원들과의 채팅은 쳐지지 않았어도,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칸에는 글자가 들어갔으니까.


몇 분 정도의 고민 끝에 설진은 몇 글자를 적고 엔터를 눌렀다. 어차피 게임인데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글자로 환산해 적었을 뿐.


[당신의 소원은 그것이 맞습니까.]

[네/아니요]


네. 그곳에 마우스를 올려 클릭했다.

이제 채팅이 쳐지나 싶어 다시 키보드를 눌러 보았다.


[유설진 : 이제 채팅 되나?]


되는 모양이다. 네라고 대답한 후부터 화면이 하얗게 빛나고 있어서 로딩을 기다릴 겸 채팅을 입력했다. 설진은 다른 사람들의 채팅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말이 없자 아리송해졌다. 설진은 엔터 버튼을 눌러 보았다. 채팅 기록. 이미 쳐진 채팅과 텍스트를 보는 기능이었다.


[페이드 : 야, 이거 뭐냐. 연출 개쩌는데.]

[유약 : 소원 칸에 다들 뭐라 입력했음?]

[페이드 : 그냥 대충 아무거나 적었징. 나중에 엔딩 크레딧 뜰 때 내가 적은 거랑 같이 나오는 거 아니냐?]

[유약 : 어 잠만. 나 게임이 좀 이상함. 아까부터 계속 흰색 빛이었는데, 갑자기 검은 빛으로 변했음.]

[페이드 : ㅇ? 나도 그런데. 근데 난 아직 흰 화면임. 왜 그런다냐 이거.]

[페이드 : 로딩 존나 기네. 아으.]

[페이드 : 야, 너 왜 갑자기 말이 없냐.]

[페이드 : ? 여보세여. 유약아?]

[바니타스 : 야 이거 뭔가 이상한데?]

[페이드 : 뭐가? 그보다 유약이가 갑자기 채팅이 없어졌는데?]

[페이드 : 왜 그러지. 바니타스야 너도 흰 빛 뜨고 검은 빛 뜨고 그래?]

system -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페이드 : 바니타스야?]

[페이드 : 설진아? 너는 살아 있냐?]

[페이드 : 단체로 렉 먹었나.]

system - [당신의 소원은 그것이 맞습니까?]

system - [네/아니요]

[유설진 : 이제 채팅 되나?]

[유설진 : 저기요? 페이드 씨? 방금 채팅 봤는데 대체 뭐임?]

[유설진 : 페이드?]



채팅을 읽고 난 뒤 설진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갑자기 왜 다들 말이 없어졌는지.


그러던 중 흰빛을 쳐다보던 설진이 크게 놀랐다.

유약의 말처럼 자신의 화면 또한 검은 빛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설진은 반사적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윽고 게임 종료 창에 마무스를 올려 클릭하려던 찰나-.


검은빛이 크게 퍼져 모니터 속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설진에게 다가왔다.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커다란 빛이 설진을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2.10.24 08:30
    No. 1

    여기도
    나중에 현실에
    탑에 있는 존재들이 침략하는것로 2부하면 좋겠지만...과연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정기 연재 전환 공지입니다. 22.09.26 210 0 -
공지 제목, 소개글 변경 공지입니다 21.12.09 643 0 -
300 300화(완) 23.01.12 346 6 12쪽
299 299화 23.01.11 180 3 11쪽
298 298화 23.01.10 172 3 11쪽
297 297화 23.01.09 165 3 12쪽
296 296화 23.01.08 164 3 11쪽
295 295화 23.01.06 169 3 11쪽
294 294화 23.01.05 153 4 11쪽
293 293화 23.01.04 161 3 11쪽
292 292화 23.01.03 154 3 12쪽
291 291화 23.01.02 158 3 11쪽
290 290화 22.12.31 170 3 11쪽
289 289화 22.12.29 159 3 12쪽
288 288화 22.12.28 167 3 12쪽
287 287화 22.12.27 156 3 12쪽
286 286화 22.12.26 163 3 11쪽
285 285화 22.12.25 173 3 11쪽
284 284화 22.12.22 180 3 12쪽
283 283화 22.12.21 181 3 12쪽
282 282화 22.12.20 168 3 12쪽
281 281화 22.12.19 166 3 11쪽
280 280화 22.12.18 168 3 12쪽
279 279화 22.12.17 169 3 11쪽
278 278화 22.12.15 177 3 13쪽
277 277화 22.12.14 174 3 11쪽
276 276화 22.12.13 171 3 11쪽
275 275화 22.12.11 178 3 12쪽
274 274화 22.12.10 167 3 11쪽
273 273화 22.12.08 181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