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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31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18 21:30
조회
366
추천
3
글자
11쪽

224화

DUMMY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세계수의 지하 유그드라실은 언젠가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었으니.


다만 사실과 다른 점이라면 목적이 아닌 과정이라는 것.

유그드라실로 가는 건 결국 소목적에 불과했다. 해피 엔딩으로 향하기 위해 이행되어야 하는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애당초 이번 에피소드에서 악역은···.’


엘프들의 영주 연화.

다크 엘프들의 왕 설야.


둘 다 아니었다. 설진이 알기로 연나비 에피소드에서, 악역이라 칭할 만큼 잔혹한 짓을 벌인 엘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하면 당한 쪽이지, 절대 악이라고는···.


‘뭐, 일단 일은 벌였고.’


설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바람의 정령을 응시했다.

목적이 무어냐고 묻은 질문에 대답했다. 비록 그것이 최종 목표는 아닐지언정 소목적 정도는 되기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편 설진의 말을 들은 시연은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소리 없는 탄성을 질렀다.


애당초 순순히 목적을 밝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헤임 제국의 엘리나를 통해 한 가지 얻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엘리나는 내 목적을 몰랐을 때, 엄청 경계했었지.’


헤임 제국의 황녀 엘리나는 설진을 처음 만났을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심한 경계를 했었다.

당시 교회와의 마찰 때문도 이유지만, 설진은 결정적인 이유를 ‘목적’으로 생각했다.


상대의 목적을 모르기에 속을 알 수 없고, 속을 알 수 없기에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다르게 나가기로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목적을 밝힘으로써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정확히는, 접근하려고 했었다.

천천히 연화와 연을 쌓아가며 순차적으로 공개하려고 했었다.


‘설마 이렇게 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만 그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다름 아닌 눈앞의 정령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 정령이었기에 설진은 생각한 것보다 일찍, 그것도 좋지 않은 타이밍에 목적을 풀어버리고 말았다.


실수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동시에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어찌 보면 나름 최선의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으니.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텼다간 상황이 더욱 나쁘게 돌아가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유그드라실···]

“지금은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지.”


다시금 정령의 말이 이어졌다.

그쪽에서 적대적으로 대화에 임했기에, 설진의 목소리 또한 곱지 않았다.


악역도 아닌 초면의 존재에게 반말을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설진은 지금 이 상황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느끼고 있었다.


[거기서 대체 뭘···?]

“잠깐만.”


추가적인 질문이 나오려는 찰나, 설진은 정령의 말을 끊었다.

정령이 질문하고, 자신은 꼬박꼬박 대답하는 이 일반적인 상황.

별로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경계에,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나라도 너 같은 입장이었으면 경계 태세를 취했을 테니까.”


지금 시점에서 설진의 무력은 이미 연화를 뛰어넘은 상태.

그것만 해도 연나비에겐 버거울 텐데, 설진은 혼자만이 아니었다.


뛰어난 탱킹 능력을 지닌 시연도, 화력과 장기전에 빼어난 면모를 보이는 채린도, 부족한 유지력을 메꾸다 못해 확실하게 봉합할 수 있는 찬우도.

설진과 비슷한 전력이 무려 셋이나 더 있었다.


따라서 경계를 취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목적을 알아내기 위한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비유하자면 한 나라의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검성이나 대마법사가 타국을 방문한 셈이니. 긴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 이 정령의 행동은 선을 넘었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위임을 감안해도 이쪽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어지는 질문, 반말, 그리고 경계.


“왜 범죄자를 대면한 것마냥 취조하는 거지?”


그 부분이 불쾌했다. 분명 눈앞의 정령과 만나는 건 초면이고, 연나비에서 폐가 될 만한 짓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취조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선 안 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설진은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고, 매서운 눈초리로 정령을 바라봤다.


[···]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목적도 어느 정도 밝혔는데, 왜 그리 쓸데없이 밀어붙이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어.”

[그, 그건.]

“오히려 기분만 나빠진 셈이야. 나와 비슷한 무력을 지닌 사람들을 홀대하는 것. 이게 연나비가 바라는 외부인의 환대 방법인가?”

[···]

“대체 어떻게 존속하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군.”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곱지 않은 태도와 말투에 설진의 반응 또한 거칠었다.


“만일 이 시간 이후로 내가 연나비에 해를 끼친다면, 그건 네 탓이 되겠네.”


아무리 해피 엔딩을 위해 왔을지라도.

굳이 홀대를 받아가면서까지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싶진 않았다.


설진은 영웅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인에 가까웠다.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나빠진다. 도우러 온 사람을 홀대한다면, 당연히 돕고 싶은 마음은 가라앉아질 터.


‘물론 이건 이 정령의 개인적인 일이지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눈앞 정령의 독단이었다.

영주인 연화에게서 배척당하거나 기분 나쁜 일을 당한 게 아닌 이상 연나비의 해피 엔딩 시나리오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눈앞에서 대놓고 이런 취급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기도 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그건 호구나 다름없으니.


“지금 네가 한 말들. 당연히 책임질 자신은 있는 거겠지?”


몸속에서 마력을 꺼내들었다.

압박하듯 방출한 마력을 정령에게 내보였다.


으읍!


처음에 봤던 떨림이 더욱 심해졌다. 이젠 경계란 말로도 부족했다. 두려움이었고 떨림이었으되 제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 불러온 참사였다.


말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람의 정령은 지금, 무례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렇게 마력으로 압박하기를 잠시,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한 정령의 안색에 차차 마력을 거둬들였다.


기절은 하지 않았으나, 기절 직전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령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휘잉···. 다시금 바람이 불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약해진 바람이었다.


‘여기서 더 압박할 수는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연화에게 방금의 일을 그대로 전하라고 못을 박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정령의 입장은 난처해지다 못해 궁지에 물리게 될 터.


설진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이 이상 나아간다면 그건 연나비한테 대놓고 적대 선언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으므로.

딱 여기까지. 이 정도 압박을 마지막으로 설진은 재차 정령을 응시했다.


[죄, 죄송합니다···.]


방금의 일에 적잖은 공포심을 느꼈는지, 존댓말이 나왔다.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꼭 사슴 같았다. 맹수 앞에서 떨고 있는 처량한 사슴.


‘일단···.’


사과까지 받았겠다, 설진은 시스템 창을 확인하며 생각했다.

목적은 정령과의 만남. 지금의 일이 추후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나, 일단 58층이 클리어되긴 했을 터.


그러나 지금 이대로 끝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근과 채찍이라 했던가. 정령에게 너무 큰 공포심을 심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의 당근도 필요할 터였다.


‘병 주고 약 주고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부 정령이 자초한 일인데.

애당초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세세히 캐묻지 않았더라면 일이 여기까지 번질 일도 없었을 것을.


무망중 게임에서 본 정령들이 떠올랐다. 지금 바람의 정령과 같이 급한 성격의 정령도 있었지만, 꼭 그런 정령만 있는 건 아니었다.

반대되는 성격. 온화한 성격을 가진 정령도 존재했다.

다만 지금 설진의 앞에 나타난 정령이 그러지 않았을 뿐.


[용서해주세요. 제가 결례를···.]

“저도 쓸데없이 무례를 범했군요.”


이번에는 존댓말.

아까의 반말에서 존댓말로, 말투를 부드럽게 바꾼 설진은 말을 이었다.


“연나비에 크게 악영향을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목적이 있는 건 맞지만, 그게 연나비에 해를 끼치진 않을 테니 너무 괘념치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네, 네? 네!]

“서로의 오해가 풀린 것 같아 다행이군요. 부디 다음에 만날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로 만났으면 합니다.”

[저, 저도요!]


새롭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는 58층의 클리어 소식이 날아와 있었다.

58층의 클리어, 이제 59층으로의 진입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그리고 그 시점에서 대화는 끝.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고, 목표였던 58층도 클리어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세계수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설진은 자그맣게 인사를 건넨 후 발걸음을 돌렸다.

정령과의 첫 만남.

좋은 만남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행은 무수히 많은 엘프들의 기도 향연을 제치고 세계수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길을 잃은 사람은 없는 모양. 간단한 농담을 건네고 있는 시연을 보며 입가가 자그맣게 오므려졌다.


[59층에 진입했습니다.]


다음 스토리 모드까지 남은 건 59층, 하나였다.

두 번째 스토리 모드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부터 진짜 에피소드가 시작될 터.


스윽-.


설진은 무망중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세계에 뿌리를 내린 듯 웅혼한 모습의 세계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웅혼하다, 인가.’


확실히 웅혼한 모습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함이 느껴지고, 신성함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그러나 설진은 그 감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연나비의 이야기는 세계수 하나가 감당하기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곧 세계수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크 엘프들의 습격 속 세계수가 위협받고, 보다 못한 연화가 세계수를 외부와 단절시키고, 또 그 밑 유그드라실에서···.


“어, 나왔어요.”


생각은 거기에서 끊겼다.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함께 채린의 목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그러네. 60층까지는 일단 빠르게 끝내라는 건가.”

“어디··· 59층의 목표가···.”


시연과 찬우가 한 마디씩 뱉었다.

확실히 56층에서 59층까지는 빠르게 지나가는 감이 있었다.


‘뭐, 그 네 층은 일단 연나비에 대해 소개하는 파트니까.’


놀의 퇴치도 그렇고, 정령과의 만남도 그렇고.

초반 층은 사건이 벌어진다기보단 소개의 느낌이 강했다. 연나비가 이런 나라이고 이런 특색이 있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연나비에 대해 대략적인 정보가 있는 일행의 입장에선 휙휙 지나갔다고 느끼는 것이다.

설진은 셋의 대화에 공감하며 위를 바라보았다. 채린의 손가락 끝에는 네모난 시스템 메시지가 목석처럼 떠올라 있었다.


[목표 : 엘프와 대련하십시오.]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할 수 있는 목표를 제공한다.

그걸 아는 설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은 대충 맞아떨어졌다. 세계수와 멀어지고 걷기를 한 시간, 수도의 거리에는 목표를 충족시킬 방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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