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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3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5 22:18
조회
177
추천
3
글자
13쪽

278화

DUMMY

촤악-!


이걸로 두 번째.

두 번째로 오엘의 목을 베었다.


초인으로 강화된 눈은 오엘의 몸이 분신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최소한 뿜어져 나오는 피와 상처는 진짜라는 의미.


설진은 검을 회수해가며 오엘을 응시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접근해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오엘의 주변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초인적인 재생 능력을 지닌 설진마저도 주저할 만큼 짙은 어둠이.

가는 것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것 같았다. 그래서 설진은 공격은 이어가는 대신, 열네 번째 단검을 꺼내며 경계를 시작했다.


‘아직 단검은···.’


수중에 있는 마력 단검은 셋.

그리고 공수겸비용으로 던진 마력 단검은 둘이었다.


총 다섯의 단검을 남긴 설진은 천천히 거리를 벌렸다. 아까부터 어둠이 스멀스멀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가까이 있다간 좋은 꼴을 못 볼 듯했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청산해야 데미지도 남아 있었다.


퍼엉-.


“크흡-.”


폭음.

마력 단검이 터졌던 아까와 비슷한 소리가 울렸다.


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설진.

흑잔향의 여파에 그대로 휩쓸린 설진의 신체가 폭발에 휘말렸다.


신체 절단보다 폭발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시시각각 터지는 흑잔향은 설진의 신체를 좀먹고 있었다.


“크으-.”


고통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완전히는 아닌 모양이었다. 바로 곁에서 터지는 폭발에 설진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래도 아예 못 버틸 정도는 아닌지라, 상처를 수복할 수 없는 것도 아닌지라 차차 고통을 감내해냈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 폭발이 멎었다. 손상된 신체를 흡혈로 수복시킨 설진은 남은 흡혈의 기운을 세듯 헤아렸다.


‘하나에서··· 반 정도 더.’


굳이 표현하자면 1.5


‘오엘을 벤 것까지 합하면 반 더···.’


거기서 오엘에게 준 피해까지 셈한다면 대략 2.

두 개 분량의 목숨을 챙긴 설진은 숨을 뱉었다. 상처가 모두 수복되었다고 한들 고통마저 잊을 수는 없는 법이다.


커어,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어둠이 점차 퍼져 나가는 것도 있지만, 뒤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설진아!”

“누나-!?”


시연이었다. 혹시 모를 후위 기습에 대비해 수비적인 태세를 취했던 시연이 설진의 앞에 섰다.


‘후위는···?’


일순 후위를 지켜야 할 기사가 자리를 이탈했다는 것에 놀란 듯 눈을 떴지만, 나지리아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을 보고서 다시 눈동자를 가라앉혔다.


“괜찮아? 아픈 데는···?”

“지금은 일단 괜찮아요. 흡혈의 기운도 아직 넉넉하고요.”

“체력은?”

“체력은···.”


솔직히 말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설진의 체력 스텟은 25. 50을 넘은 민첩 수치에 비하면 절반이나 적은 숫자였다.


장기전으로 이어갈 수 없는 것은 당연, 사제마저 무력화된 지금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에 대비해 시연에게 공급을 요청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용한 상태.


오엘이 얼마나 저러고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만약 깨어난다면 정신력으로 싸워야 할 판이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설진의 체력이 점차 한계를 보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손 뻗어 봐.”

“···.”

“괜찮으니까! 얼른.”

“부탁할게요.”


설진은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손을 뻗었다.

시연은 그 손을 맞잡았다. 조금은 급한 표정을 취한 그녀는 손이 닿자마자 기운을 흘려보냈다.


공급.


기사 시연의 스킬로, 지정한 대상에게 자신의 체력과 마력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다만 어디까지나 전달이었다. 체력이나 마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것을 옮기는 것이다.


안색이 흐려지기 시작한 시연을 보고서 설진은-.


“고마워요.”


느낀 감정을 접어두고서, 그런 말을 했다.

여기서 괜한 말을 했다간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았다.


그간 시연과 다니면서, 채린과 찬우와 다니면서 설진은 달라졌다.

그리고 그 달라진 부분 중에는 어느 정도의 눈치도 포함된 모양이었다.


“고맙기는··· 내가 미안하지. 할 수 있는 게 체력 보충역밖에 없어서야 원.”

“···.”

“어때, 이 정도면 충분해? 싸울 수 있겠어?”

“충분하고도 남아요.”


설진이 알기로 시연의 체력 스텟은 60을 넘어섰다.

다량의 체력이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오엘이 부활한다면 다시 원점이었다.


“그나저나 저거, 당연히 안 죽었겠지?”

“아마도요. 죽었으면 어둠도 같이 없어져야 하는데, 보란 듯이 남아 있으니까요.”

“예상은 했지만 질긴 놈이네. 진짜.”

“그래도 살아나는 데 시간은 걸릴 것 같아요. 그보다 찬우는 어때요? 혹시 타격을 크게 입은 건···.”


오엘의 목이 달아나긴 했지만, 오엘을 감싸던 어둠이 달아나지 않은 이상 오엘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봐야 했다.

설진은 그리 추측하며 찬우에 대해 물었다.


고독에 직격당한 그는 괜찮은지.

단순히 속박만으로 끝나지 않는 흑마법임을 알기에 건넨 우려의 질문이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어.”


시연은 앞말을 흐렸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 좋은 뜻처럼 보이긴 하나, 고독에 직격당한 지금 시연의 말은 ‘목숨 건진 것 빼고 다 문제다.’라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찬우가 다시 힘을 쓰는 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어쩌면 이번 전쟁 동안 아예 가세하지 못할지도.

최악을 상정한 설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최종 보스이라는 타이틀과는 별개로, 고독으로 찬우를 노린 걸 생각하니 결코 좋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런가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럼에도 설진은 희미하게 웃었다.

웃으며 말을 건넸다. 시연 또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애써 나쁜 소식을 승화시킨 둘은 오엘의 앞에 섰다. 이제부터 공격은 설진과 시연이, 수비는 나지리아가 중점으로 하게 될 것이다.


바뀐 포지션을 보며 설진이 몸을 일으켰다. 돌아가는 전황을 파악했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다.


‘열네 번째 단검.’


열네 번째 단검을 손에 쥐었다. 그 위로, 미리 던져놓았던 마력 단검 두 자루가 사납게 낙하했다.


휘익-!


총 세 개의 마력 단검이 오엘을 향해 날아들었다. 목이 베였기에, 얼굴이 아닌 몸통에 적중한 단검이 일제히 신체를 비집었다.


화아아아-!!


‘음?’


그 순간이었다.

설진의 머릿속에서, 아니. 눈앞에서 이질감이 스쳤다.


‘단검이 다시 튕겨 나왔···.’


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이 억지로 기워지는 기분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찰나, 설진은 동공을 키우며 시연을 잡아끌었다.


“···설진아?”

“뒤로! 누나, 뒤로!”


남은 두 개의 단검을 위로 던지며 시연을 잡아끌었다.

워낙 비약적으로 일어난 일인 터라 시연은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 나왔다.


그 찰나, 튕겨져 나온 단검이 일제히 시연을 노렸다.


‘반사? 그 상태에서도?’


분명 머리를 베었다. 다 죽어가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엘은 죽지 않았다. 심지어는 마무리를 위해 날린 단검을 튕겨내기까지 했다.


‘썩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았다.

게임에서 본 오엘보다, 지금의 오엘이 훨씬 많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머리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몸이 움직였다.

위로 던진 단검이 일제히 올려쳐지더니만, 반사당한 단검과 맞부딪혔다.


팅-!


되튕겨온 세 개의 단검 중 두 개를 쳐냈다. 그와 별개로 앞으로 짓쳐온 단검 하나를 검으로 튕겨냈다.


“누나, 괜찮아요?”

“아. 응. 괜찮아···!”


멀리까지 날아간 마력 단검은 이내 조각났다. 푸른 마력을 흩날리며 깨진 단검은 그대로 스러졌다.


시연의 안위를 확인한 설진은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임기응변이 먹힌 모양.


한 차례 위기를 넘긴 후 설진은 시선을 돌렸다.

어둠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오엘 쪽으로 한 번, 그리고 아군의 상태 파악을 위해 연화 쪽으로 한 번.


오엘은 여전히 어둠 투성이였다.

영역 확장을 위해 어둠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화는···.

연화는-.


“···이게 뭔?”


이상함을 감지한 설진이 중얼거린 순간, 돌연 연화의 손이 뚝 하고 멎었다.


분명 무언가 큰 공격을 준비한 것 같았는데.

마력이 모이고 있는 모습이 육안으로 보였는데.


한순간에 마력이 사라졌다. 깔끔하다 못해 소멸이라도 한 양 없어졌다.


당황한 듯 손을 떨어뜨린 연화의 모습이 보였다.

설진은 고개를 돌렸다. 불길함을 감지한 육감이 상황을 파악했다.


‘마력을 흡수한다고? 그것도 이렇게나 먼 곳에서···?’


사건의 전말은 간단했다.

오엘이 연화의 마력을 흡수한 것이다.


‘···이건 대체.’


게임에서, 분명 설진이 아는 오엘은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비록 무력이 강맹하였을지언정 괴물같은 생존력이 있지는 않았다.


원래라면 다 죽어가야 했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게임과는 달랐다. 목이 두 번 베여도, 그토록 많은 공격을 쏟아부어도 오엘은 죽지 않았다.


죽지 않은 채 불길한 어둠을 내뿜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원래’ 일지도, 돌연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 마력이···?”

“채린 님도?”

“저도에요! 제기랄, 마력이 제어 범위를 벗어났어요!”


이변이 발생한 건 그때였다.

채린의 중얼거림으로부터 시작된 혼란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후위 마법사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분명 큰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만큼의 마력을 모아놓은 듯했는데.

지금은 그게 사라지기라도 한 양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마력을 흡수당한 건 한 명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애써 부정했다.

타고 오르는 긴장감을 삼키고서, 설진은 초인을 활성화했다.


[초인(눈)이 활성화됩니다.]

[시력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마력 : 36[+3]]


강화 부위는 눈. 시야를 극단적으로 강화시킨 설진의 눈에 흐름이 보였다.


마력의 흐름이었다. 마법사들이 뿜어낸 마력이 제어 범위를 벗어나면서, 서서히 오엘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연화 하나의 마력이 아닌, 마법사들 전부의 마력이.


우웅-!


“마력, 마력이 오엘 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뭐-?”


내막을 파악한 순간, 곧바로 외쳤다.


동시에 아까 던진 마력 단검이 떠올랐다. 몸통을 꿰뚫으려 했으나, 꿰뚫지 못한 채 반사되었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마력 단검과 마법사들의 마력은 그 질부터 다를 텐데.’


마력 단검은 말 그대로 마력으로 급조한 무기.

짧은 시간 안에 내구성이 전무하다시피 한 무기를 만드는 능력이었다.


설진의 마력 단검과 후위가 준비한 마법은 다르다.

사용하자마자 금세 깨져버리는 마력 단검과는 달리, 후위의 마법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어낸 그야말로 재해급 위력을 품고 있었다.


그런 마법인 만큼 쉽게 흡수당하거나 반사당할 리가 없지만.

없어야 할 터이지만.


“젠장···.”


본능을 위협하는 어둠이 자꾸만 설진의 믿음을 흐리게끔 했다.


결국 대처를 선택한 설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각 강화를 유지한 채 왼손을 뻗어 언제든지 마력 단검을 만들 수 있도록 조치했다.


시연 또한 급하게 방패를 올렸다. 감당하기 힘들다면 미몽방위, 미몽방위로도 막을 수 없다면 아예 리플렉션까지 써버릴 생각인 듯했다.


그러나 그런 전위와는 달리 후위의 모습은 소극적이었다.

나지리아가 침을 꼴딱 삼키며 공격에 대비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힘들게 모든 마력이 순식간에 제어를 벗어났으니.

마법이 실패한 거라면 이해라도 하지, 이건 실패가 아니다.

약탈당한 것이었다. 그것도 최악의 적인 오엘에게 말이다.


함부로 마력을 방출하기엔 부닥칠 상황이 두려웠다.

혹여나 또 마력을 뺏긴다면 전위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다.


스으윽···.


그걸 알고 있는 연화는 입술을 짓씹으며 서서히 손을 내렸다.


‘말도 안 돼···.’


분노가 일기보다는, 허탈했다.

순식간에 제어를 벗어난 마력은 마법사의 능력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으니까.


주루륵-.


짓씹은 입술에서 옅은 혈향이 흘러나왔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세게 깨문 탓이다.

연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상황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묵묵히 나지리아의 뒤로 이동했다.


엘사임도 연화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나지리아와 가까이 붙으면서도 분석과 대책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일까.


그리고 채린은···.

채린의 상태를 확인한 연화의 두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채린 님?”


마법사들 중 채린만은.

똑같이 마력을 뺏긴 처치의 그녀들 중에서.


“···.”


결연한 눈동자를 내비치며, 두 손을 뻗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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