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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40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7 17:59
조회
169
추천
3
글자
11쪽

279화

DUMMY

격류.


우웅-! 우웅-!


세상이 격류하는 듯했다.


시야가 뒤집힌다. 몸이 제어를 잃은 것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의지를 잃게 할 정도로 거대한 격변(激變)의 마력이 설진을 집어삼켰다.


아직 직접적인 공격은 시작되지도 않았건만.

위압만으로도 그 위력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나···!’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연화, 엘사임, 그리고 채린의 마력을 흡수했으니까.


하나만으로도 재해급인 마력일 텐데, 무려 세 개가 합쳐졌다.

서로 다른 마력이 합쳐졌으니 길길이 폭주하기라도 해야할 텐데.


그러지 않았다.

마력은 본래 하나인 양, 종류의 구분 따윈 없다는 양 유연하게 섞여들었다.


‘아.’


아니, 마력이 고르게 섞인 것이 아니었다.


‘미친.’


마력 모두를 흑마법의 매개로 전환한 뒤 합연산한 것이다.


한순간에 마력의 성질이 뒤바뀌었다. 그 상태 그대로 오엘에게 흘러들었다.

흐른 마력은 흑마법의 매개가 되어, 흑마법의 매개는 곧바로 공격을 준비했다.


흑마법, 카오스(chaos).


어마어마한 흑마법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흡사 혼돈이 실체화하기라도 한 기분. 형체를 가진 혼돈은 형언할 수 없는 형태를 띤 채, 불길한 어둠을 머금은 채 설진과 시연을 뒤덮었다.


“설진아, 내 뒤로!”


처억-!


시연이 설진의 앞에 선 것은 그때였다.

카오스의 위력을 느낀 탓인지 달뜬 숨을 내뱉은 입술이 보였다.


긴장이 머금은 낯빛이 여기까지 보이는 듯싶다.

뒷모습만을 볼 수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데도.


“벗어나지 마. 꼭 붙어 있어.”

“알았어요.”

“그래, 정 안되면 리플렉션 쓸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지막 말은 설진에게 말하기보단,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최대한 긴장을 가라앉힌 시연은 방패를 들어올렸다. 대형 방패. 사람 둘은 너끈히 감쌀 수 있는 방패가 묵묵히 카오스의 앞에 섰다.


“후우.”


후웁-.


“미몽방, 위-!”


하아, 하아.


끊이는 듯한 숨소리와 함께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몽방위. 짧은 시간 동안 방어력을 극한으로 증가시키는 스킬.


스킬의 성능이나 능력은 더할 나위 없이 출중하나, 문제는 기력 소모에 있었다.

좋은 스킬이니만큼 그에 비례에 다량의 마력을 잡아먹는다. 심지어 처음 사용한 것조차도 아니었다.


이번이 두 번째 미몽방위였다. 마력과 심력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미몽방위만이 전부가 아니다. 시연은 이미 설진에게 체력 보충의 목적으로 공급을 두 번 사용했다.


두 번의 공급에, 두 번째 미몽방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힘들다 못해 픽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후, 아-!”


그럼에도 시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육신을 억누른 채, 이를 꽉 깨물며 결연에 찬 함성을 우짖었다.


카오스와 격돌한 후 전황은 동세를 이뤘다. 설진과 시연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을 기세의 카오스가 잠깐이나마 막힌 것이다.


‘마력 단검.’


그 틈을 타 설진은 마력 단검을 만들었다.

아까 오엘에게 타격을 줬을 때처럼 과할 정도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폭탄에 가까운 단검이 완성된 찰나, 그는 망설임 없이 투척했다.

목표는 카오스. 최대한 시연이 휘말리지 않는 선에서 단검을 던졌다.


콰아아앙-!


폭음이 터졌다. 그러나 카오스마저 터지진 않았다.

사라진 건 단검뿐이었다. 타격을 주지 못한 건 아니지만, 카오스는 여전히 온전한 모습을 보이며 시연의 미몽방위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런, 어떻게 해야···.’


측면으로 크게 뛰어 오엘에게 단검을 던질까?

아니면 시연을 도와 카오스를 받아칠까?


장단점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두 개의 선택지.

최선을 찾지 못한 설진의 눈동자가 이지러졌다.


오엘에게 단검을 던진다 해도 그게 반사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시연을 도와 카오스를 받아친다 해도 다음 공격에는 무력해진다.


갈등을 빛을 수밖에 없는 두 선택지에 설진은 입술을 짓씹었다.


요행이라도 바라고서 단검을 던져야 하나.

그런 생각을 품으며 확신 없는 결정을 내리려는 찰나의 순간,


“핏빛 저주(Blood Curse)!”


후방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채린아?”

“마법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개념이에요! 분명 먹힐 거에요!”


확신, 그 이상을 담은 채린의 말이었다.

실제로 핏빛 저주를 발동하자마자 오엘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상황은 빠르게 변화했고 설진의 판단 또한 능란했다. 기회를 포착한 듯 푸르게 변한 눈동자가 순식간에 검게 되돌아왔다.


‘초인.’


시각을 강화하고만 있던 초인을 해제했다.


동시에 다시 발동시켰다. 눈이 아닌, 다른 부위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초인(심장)이 활성화됩니다.]

[날붙이가 아닌 외부의 공격 내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단, 이 능력이 발동했을 경우 추가 스텟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우선 심장에 하나.

좋든 싫든, 아니. 존나게 싫지만 오엘의 어둠 속으로 뛰어가야 하는 일이다.


노 리스크를 바랄 순 없었다. 적어도 부상을 입을 각오는 해야 했고, 상처를 입어도 움직일 수 있도록 최대한 데미지를 줄일 방법을 써야만 했다.


그래서 잘 사용하지도 않는 부위에 초인을 발동시켰다. 심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마력이 맥동하듯 움직였다.

시시각각 퍼지고 있는 마력을 느끼며 곧장 다음 부위에 초인을 사용했다. 심장과는 달리 설진이 자주 활용하는 신체 부위였다.


[초인(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속도가 상승합니다. 도약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민첩’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민첩 : 58(+18)[+3]]


다리.

속도와 도약력의 보정을 받음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상승시킨 민첩 스텟이 한눈에 펼쳐졌다.


민첩 스텟 58.

아까의 그 속도로, 다시 한 번.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래도 해야 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설진은 시연의 미몽방위의 범위를 벗어나기를 자처했다.


“설진아!?”

“채린이가 호응해 주고 있어요! 지금이 기회에요!”


그 기색을 느낀 시연이 설진을 불렀으나, 설진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시연은 갈등하는 듯한 기색을 띠더니만 이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진을, 연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진 않으나.

지금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불안하게 숨을 내쉬던 시연은 차차 고개를 끄덕이며 신중히 위치 변경을 시도했다.


설진을 미몽방위의 범위 밖으로 인도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어둠 속으로 향할 수 있도록.


스으윽-.


두 번의 걸음, 거기에서 한 번 더 옆으로.


“설진아! 지금!”


총 세 걸음을 옆으로 비튼 시연이 설진을 불렀다.

일직선으로 향할 수 있는 길로가 순식간에 펼쳐졌다.


“알았어요!”


그 기회를 놓칠 설진이 아니었다. 애써 큰 목소리를 내며 대답한 설진은, 몸을 감싼 초인만을 믿고서 오엘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력 단검은 쓸 수 없을 거야.’


정확히는 마력을 사용한 공격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후위 마법사들의 마력마저 흡수하고, 반사시킨 어둠이었다. 마력으로 조형하는 마력 단검을 사용하기보단, 고풍 사자의 검으로 응수해야 했다.


결정을 마친 설진이 만들어둔 마력 단검을 깨뜨렸다.


채애앵-!


스스로 파괴되기를 자처한 마력 단검이 조각난 찰나, 푸른 마력의 파편이 흩날리며 휘몰아쳤다.


푸른 마력의 파편. 빛깔을 띤 알갱이가 어둠 속을 장식했다.

흡사 밤하늘을 보는 듯한 광경이 순식간에 동공을 비쳤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밤이란 배경이 하늘에 있지 않고 대지에 있다는 점과, 어둠 속을 조형하는 별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알갱이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한 번 잘못 발을 디디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를 악물고선 발을 디뎠다. 오른쪽에서 형체를 이룬 어둠이 솟아올랐다.

조금만 옆으로 갔었더라면 어둠에 발목이 붙잡혔을 것이다.


‘앞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움직였다. 육신을 속박하기 위해 다가오는 소형 고독(孤獨)을 능란하게 뿌리치며 목적지로 향했다.


멈추지 않았다.

멈춘다면 싸움에서 패배하겠다고 선언하는 꼴이었다.


우웅-!


심장에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심장에 두른 초인이 위기를 느끼고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다만 위기감을 느꼈을지언정 아직 데미지는 없었다. 그 사실에 약간의 안도와 위안을 가진 채 발을 재촉했다.


“후아-!”


58의 민첩. 그건 몰려드는 어둠을 피하면서까지 오엘에게 도달할 수 있는 속도를 선사했다.


크게 몰아쉰 숨을 짧게 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어둠 속.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오엘의 머리가 보였다.

아까 봤던 것과 똑같은 광경이었다. 붙을 준비를 하는 신체와 넘실거리며 흘러나오는 어둠.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체가 될 것 같은 오엘의 신체를 앞에 두고서,


“너.”


설진이 웃었다.

그건 비틀리다 못해,


“이성이 남아 있었구나.”


정말로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내뱉은 비웃음처럼 보였다.


터업-!


주저 없이 한 발자국.

내디딘 발이 아무런 변칙 없이 오엘에게 향했다.


아직 심장을 강화한 초인은 해제되지 않고 있었다. 버틸 만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버틸 만하다는 것의 의미는,


촤아아악-!


능히 검을 휘두를 힘이 남아 있다는 소리다.

거센 베기가 오엘의 신체에 작렬했다. 몸 중에서도 배. 상반신과 하반신이 횡으로 분리되며 갈라진다.


위로 올라간 상반신. 넘어지고 있는 하반신.

그리고 인력(引力)을 발생시키고 있는 머리의 움직임이 멎었다.


거기까지였다. 설진은 딱 거기까지의 일을 성공시키자마자 시야가 암흑으로 물리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


아니, 기분이 아니었다. 정말로 시야가 가려지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마력 단검을 꺼내려는 왼손을 멈췄다.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엘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르는 지금, 함부로 마력을 내보일 수 없었다. 흡수당할 위험도 있거니와 최악의 경우 반사당할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다시, 눈으로.’


다리를 강화하고 있던 초인을 해제한 뒤, 눈으로 옮겼다.

강화된 시력이 시야를 텄다. 눈앞을 가린 어둠이 조금 옅어진 것이 느껴졌다.


‘···안 보여.’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여전히 전황을 파악할 순 없었다.

설진은 긴장을 머금은 채 오른손에 쥔 검에 힘을 줬다. 상황을 모르는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검에 의지하는 것이 전부.


휘익-.


“···.”


앞으로 얼마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잠시, 어둠이 흩날렸다.


공격이 아니다. 흩어짐이다.

시시각각 설진의 목숨을 조여들었던 어둠이 사라지고 있었다. 빠르진 않지만 확실하게, 느리지만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진아!”

“오빠!”


끊기듯 울린 목소리가 귓가에 틀어박혔다.

무망중 돌아본 뒤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것도 꽤 가까이.

어느덧 시연의 옆에 선 설진은 확보된 시야로 주변을 살폈다.


설진이 시연에게로 밀려난 건지.

아니면 시연이 설진에게로 다가온 건지.


정확한 구분이 되지 않아 착란을 느끼기도 잠시,


스으으-.


고요하리마치 소슬한 어둠이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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