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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2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3 17:22
조회
171
추천
3
글자
11쪽

276화

DUMMY

팅-!


한 차례 휘두른 검이 막혔다.

여태껏 그러했듯 오엘의 방벽 때문이었다.


어둠 장막은 파괴되었을지언정 급조하여 만들어내는 방벽은 여전히 설진은 귀찮게 했다.

전신을 감싸며 만들어지는 얇디얇은 막은 유효타를 차단했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신기루와 함께 사용되는 방벽은 공격을 틀어막았다.


팅-!


또 한 번.

이변을 느낀 건 그즈음이었다.


‘···방벽이?’


본래 오엘이 만들어낸 임시 방벽은 전신을 덮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전신을 덮은 게 아닌, 설진이 노린 궤적만을 확실하게 커버하는 소형 방벽.


전신이 아닌 일부를 덮고 있는 방벽이 눈에 들어왔다.


전신으로 기운을 퍼뜨린 것이 아닌 한 부위에만 씌운 방벽이었다.

강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 기운 운용의 효율마저도 상승했다.


“이야-.”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정교하게 쏘아지는 연화와 엘사임의 어스 에로우도, 날렵하게 쇄도하는 채린의 에너지 볼트도 모두 소형 방벽에 틀어박혔다.


설진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어떤 경위로 이렇게 되었는지 대략 짐작이 간 탓이다.


“읽었구나?”

“고생을 좀 많이 했다네.”


오엘은 일행의 공격 패턴을 파악했다.

그간 수비적으로 나온 것은 모두 이때를 위함.


팅-!


다시, 방벽에 튕겨나간 검을 보며 설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쯧. 빨리도 읽혔네.’


직접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것이 아닌, 수비적으로 나올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진정한 의미로의 탐색전. 오엘은 그걸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는 있어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검로를 읽힌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이기에.

혀를 찬 설진은 다시금 달려들었다. 왼쪽에는 나지리아가, 오른쪽에는 시연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주고받은 신호가 공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왼, 중, 오. 세 갈래로 이어지는 삼중 공격.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두 개의 단검까지 합하면 사중 공격이었다.


팅-!


나지리아와 시연의 공격이 한 차례 튕겨져나가고, 거기에 더해 어둠이 넘실거렸다.


“칫!”

“설진아, 우린 잠시 물러날께!”


직격까진 아니지만 어깨를 스쳤다. 둘을 갉아먹기 시작한 어둠은 고통을 만들었고, 그 탓에 나지리아와 시연은 몸을 잠시 물렸다.


설진은 아슬아슬한 궤도로 어둠을 회피, 그제야 공격에 나섰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검격이 차단됐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한 차례 대각선으로 몸을 꺾은 설진이, 가히 초월적인 속도와 함께 두 번째 공격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촤악-!


이어지는 연격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단검.

완벽한 외통수였다. 아무리 오엘이라도 이건 반응할 수 없다.


그래서-.


“또 신기루냐.”


오엘은 상황을 이탈하는 것으로 판단을 마쳤다.

스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러지는 신체가 가루처럼 변했다. 설진이 노린 목표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한참을 꺾고 나서야 오엘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 이걸로 못 쓰겠네?”


신기루의 약점은 횟수 제한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엘은 방금을 끝으로 신기루의 사용 횟수를 전부 소진했다.


하루가 지난다면 모를까, 지금 시각은 낮.

하루는커녕 밤이 되기까지도 한참이 남았다.


신기루는 더 이상 쓰지 못한다고 판단한 설진이 다시금 발을 놀렸다.

뒤에서는 나지리아와 시연이 루미네르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치료 시간도 벌 겸, 견제와 공격도 할 겸.

다시 발을 박찼다. 끊어서 던진 다섯 개의 단검 중, 두 개가 오엘을 향해 낙하했다.


그 순간 달려든 설진은 다시금 흑설을 맞이하게 되었다. 얼어버린 어둠. 맞으면 전신의 속도가 극단적으로 느려지나, 설진은 피하지 않았다.


“방벽 같은 거, 너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흑설이 단검에 튕겨나갔다.

동시에 단검 또한 깨졌으나 공격을 막는다는 당초의 목표는 이뤄냈다.


세 개 중 두 개는 공격으로, 하나는 방어의 목적으로.

완벽하게 공수를 이분한 채 달려들었다.


위에서 낙하하는 단검은 방벽에 막혔으나, 정면에서 치달아 오는 설진의 검은 방해 없이 도달했다.


이윽고,


촤아아악-!


“그 순간에 고개를 돌렸어? 이야.”

“칭찬, 참 고맙군. 영광일세.”

“영광이기는.”


베는 듯한 감각이 손을 스쳤다. 목을 노리고 휘두른 검이 어깨를 스쳤음을 확인한 설진은 한 차례 몸을 물렸다.


“이런 어둠을 심어 준 네놈이 더 짜증 나는데.”

“힐(heal)!”


말과 동시에 뒤에서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렸다.

루미네르였다. 그는 설진의 몸에 묻은 어둠을 털어냈다.


“그건 또 얼마나 쓸 수 있는 거냐. 아니, 얼마나 지속할 수 있어?”


분신 이후에 등장한 오엘의 새로운 능력.

흑잔향(黑殘香).


서서히 패를 꺼내들기 시작한 오엘의 기술이었다.


능력 자체는 단순했다.

오엘에게 피해를 입힌 대상에게 어둠을 부여하고, 시간이 지나면 터지는 능력.


현대의 점착 폭탄과도 비슷했다.

거기에 기약 없는 타이머가 있을 뿐.


“귀찮은 능력이야.”

“허허, 앞으로 있을 일에는 얼마나 귀찮아하려고.”


물론 파훼법은 있었다.

기존에 오엘이 사용하던 기술보다 훨씬 대처하기 쉬웠다.


방금 루미네르가 힐을 외었듯이, 회복 능력을 지닌 스킬로 제거할 수 있다.

빛은 어둠을 몰아낸다. 그 간단한 법칙을 따르는 관계였다.


그리고-.


“아, 한 명이 더 온 것 같은데.”


뒤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기척에 설진의 표정이 기꺼워졌다.

익숙한 기척이었고, 오랫동안 함께해 온 동료였다.


“어떻게 생각해?”

“···.”

“형! 저 왔어요! 여기, 사제 도착했습니다!”


설진의 물음, 오엘의 침묵, 그리고 찬우의 목소리.

힘찬 목소리가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어둡기만 했던 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찬우는 사제. 빛을 다루는 사제였다.

흑마법을 사용하는 오엘과는 상극이라는 소리.


“스트렝스! 헤이스트!”


곧바로 들어오는 버프 스킬을 받으며 설진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항상 찬우와 함께 싸울 때면 받았던 버프. 단순간에 근력과 민첩이 증가했다.


‘여기서 더···.’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오엘이 흑잔향이라는 패를 공개했듯, 설진도 하나 더 열 요량이었다.


‘스텟창.’


[체력 : 25(+5) 근력 : 25(+2) 민첩 : 50(+18) 마력 : 33]

[잔여 스텟 포인트 : 5]


50이라는 독보적인 수치의 민첩.

본래는 마력과 1대1 비율을 섞어 가려고 했으나, 상황과 상황이 겹쳐 만들어진 스텟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마력을 올려 싸움의 유지력을 끌어올릴 생각이었으나,


‘지금이라면.’


찬우의 지원이 적절하게 도착한 지금.

유지력을 잠시 배제해 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민첩으로.’


망설임은 짧았다. 결정을 내린 설진의 신체가 한 층 강화됐다.


[민첩 : 55(+18)]

[잔여 스텟 포인트 : 0]


하나의 패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신체가 수축, 이완의 과정을 거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다시 신체 능력이 극단적으로 상승했다.


‘이제 남은 건 은신이랑 안티 바인드.’


남은 두 개의 패를 생각하며 시선을 올렸다.

여전히 보이는 건 오엘이되, 어쩐지 세상이 느려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하나 더 까야겠는데? 오엘.”

“걱정이라도 해 주는 건가?”

“그렇게 봐도 되고.”


나직이 비난에 가까운 물음을 건넸다.

돌아온 답에 대충 화답하며 다리를 굽혔다.


후욱-.


55의 민첩. 거기에 초인까지 더해 도합 58에 다다르는 민첩.

공기를 찢으며, 파공성을 흩트리며 신체가 나아간다.


세상이 설진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설진이 세상을 움직이는 느낌.

세상이 느려진 것 같다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설진에게 있어서 짧은 순간이나마 실제로 느려진 것이고, 지금 그 결과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


촤아아악-!


재차 오엘의 왼팔을 노린 설진이 검을 올렸다.

그러나 베어진 건 설진의 왼팔. 그때와 똑같은 결과였다.


“설진아!”

“오빠! 괜찮아요!?”

“혀, 형!?”


팔이 잘려나간 모습에 일행이 기함했으나, 설진은 아무런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장이라도 상위 주문을 외울 것 같은 찬우를 뒤로하고 흡혈을 발동했다. 둑처럼 막고 있던 마력이 풀리자, 흡혈의 기운은 빠르게 몸을 재생시켰다.


“이거, 참.”


이쯤 되니 대략 알 것 같았다.

오엘의 반사. 방금 사용한 기술의 약점과 한계를.


“이제 좀 알겠네.”

“정말인가?”

“그거, 왼팔에 한정해서 사용하는 거잖아. 정확히는 그렇게 설정했겠지.”


왼팔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설진이 목을 노렸을 때 오엘은 기꺼이 목을 내줬을 것이다.

그리고 설진의 목이 잘렸을 터.


그러나 오엘은 그러지 않았다.

피하는 기색이 없다면 검을 거둘 요량으로 내민 검격을, 오엘은 회피하고자 몸을 물렸다.


그것만으로도 능력의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했다.


“하는 짓으로 봐선 이제 그것도 거의 끝나가는 거 같은데.”


신체 절단에 준하는 데미지를 반사시키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런 사기급 능력은 오엘이라도 마음껏 사용할 수 없을 터였다.

슬슬 다른 능력을 개방하기 시작한 오엘을 보고서 깨달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으로는 확신을 얻었고.


“허··· 이래서 천재란 족속들은.”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돼?”


조금은 감정을 내보이며 말한 오엘의 말에 화답했다.

그 이후로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기운을 모으는 오엘과 가속을 준비하고 있는 설진의 시선이 맞물리기만 했다.


타앗-!


둘의 시선이 한 차례 격돌한 순간, 다시 설진이 뛰쳐나갔다.

55, 아니. 자그마치 58에 다다르는 민첩 수치였다.


시험해보고자 던진 몸이 쾌속이 되어 움직였다. 신속(迅速)이 아닌 신속(神速)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속도에, 오엘이 일순 주춤거렸다.


주춤거린 틈을 놓칠 설진이 아니었다. 거기에 뒤에서는 채린의 에너지 볼트가 여럿 쇄도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야 할지 판단을 마친 설진이 단숨에 오엘의 뒤를 점했다.


팅-!


급조된 방벽이 깨지고,

설진의 몸에 어둠이 붙었다.


설진은 멈추지 않았다. 어둠이 달라붙었을지언정 멈출 이유는 없었다.


촤악-! 팅-! 촤아악-!


세 번의 공격 중 한 번이 막혔다.

그리고 그건 두 번의 공격이 적중했다는 의미였다.


각기 어깨와 다리를 스친 검에 피가 묻었다. 급소 공격에는 실패했지만 설진의 낯빛에는 변화 하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너지 볼트!”


어느샌가 채린의 마법이 오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진은 그새 몸을 물린 뒤였다. 몸에 붙은 어둠을 없애기 위해 찬우에게 부탁한 뒤, 재차 상황을 살피고자 고개를 돌렸다.


“몇 개야. 채린아.”

“세 개요.”


세 개.

그건 에너지 볼트의 적중 횟수를 말했다.


에너지 볼트는 특징 없는 초급 공격 마법이나, 채린의 고유 능력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주의 발자취. 에너지 볼트의 적중 횟수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저주를 걸 수 있는 고유 능력.


개중에서도 적중 횟수는 세 번이었다.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달은 설진이 재차 공격할 준비를 마쳤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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