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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3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29 18:09
조회
159
추천
3
글자
12쪽

289화

DUMMY

작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재회의 때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글쎄요. 나중에 가면 알 수 있을지도?”


아직 설야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이대로 영원히 연나비와 결별하기에는 붙인 정과 마음이 너무나도 깊었다.


그러니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나면, 시간을 내어 돌아오는 괜찮을 터.


설진은 그런 의미를 담아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고, 이대로 영원히 이별하리라 생각했던 연화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시 볼 수 있는 건, 가요?”


믿기지 못할 소식을 들은 것처럼 두 눈동자가 번쩍 떠졌다.

그것만으로 모자랐는지 입가를 손바닥으로 가리기까지.


커진 동공과 벌어진 입이 귀엽게만 보였다.

분명 설진과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연화 쪽이 설진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었을 텐데도 앙증맞게만 보였다.


깜짝 선물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부릅뜬 두 눈에 얼마나 큰 기쁨이 어려 있던지.

이젠 돌려 말하기도 애매할 지경이었다.


‘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두 개의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다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란 기분이 들었다.

이미 한 번, 아니. 여럿 겪었던 일이다. 애당초 맨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 편승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머잖아.


‘조만간에는···.’


설진은 시스템 창을 조작하며, 헤임 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기며,


“찾아올게요.”


확신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힘있게 말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연나비에서의 모든 것이 끝났다.


* * *


울렁거림이 멎자, 전경이 눈앞을 메웠다.

보이는 것은 나무와 풀이 아닌 건물. 돌을 주재료로 사용해 지은 건물이 여럿 나열된 모습이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연나비를 빠져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녹색이 아닌 회색의 건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끄는 양했다.


[헤임 제국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50층입니다]


그 뒤로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헤임 제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 그리고 현재 층수를 알리는 메시지.


50층이라 함은 헤임 제국의 엔딩을 의미했다. 교황 요한이 죽고, 황실이 승리하게 된 작금의 상황을 말했다.


설진이 말한 ‘상황에 편승’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었다. 엘리나의 마음은 싱숭생숭할지언정 헤임 제국 자체는 좋은 결말로 끝이 났으니.

좋게 끝난 그때로 돌아온 것이다.


“여긴···.”

“수도야. 저기 저 성 보여?”


아직 공간 이동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울렁거리는 채린을 일으켜 세우며 답했다.

채린은 마법사였다. 신체 능력보다 마력에 집중한 직업이니, 어느 정도 멀미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리라.


“으으, 보여요. 저기에 엘리나가···.”


설진의 부축으로도 모자라 찬우가 등을 몇 번 두드린 후에야 채린은 정신을 차렸다.

그 과정에서 ‘아, 왜캐 세게 때리는데!’와 ‘도와준 사람한테 고마워해야지.’라는 도움의 탈을 쓴 다툼이 일긴 했지만, 아무튼.


채린이 정신을 차린 후, 일행은 성을 바라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휘황찬란한 황제의 성이 두 눈을 비집고 들어왔다.


‘맞구나.’


기억 상에도 맞고, 상식적인 규모를 아득히 초월했다는 점에서도 맞았다.

저건 여지없는 황궁이었다. 엘리나가 기거하고 있는 그 성이 맞을 터였다.


설진은 주변을 돌아봤다.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었다.

귀가 길게 늘어선 엘프가 아닌 설진과 같은 사람들.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이 보였다.


툭툭.


재차 헤임 제국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며 상념에 잠기려던 찰나, 등 뒤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진아.”


시연이었다. 잠기려 했던 상념에서 벗어난 설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출발할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왔으니, 더 이상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일행은 성을 향해 걸었다. 그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엔딩 이후의 세계를 나날이 기록하고 있을 엘리나를 만나기 위해서.


* * *


리아엘라 로리나.

헤임 제국의 성기사이며, 교회와의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은 여자.


교회와의 전쟁 당시, 리아엘라는 찬우와 함께 싸우다 저주 사제 아카멜라의 아포칼립스에 당한 전적이 있었다.

검은 가시가 몸을 꿰뚫었으나 리아엘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찬우와 함께 아카멜라를 밀어붙인 결과, 그녀는 아카멜라를 압도했다.


머잖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카멜라의 곁에 요한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후우.’


그때를 회상한 리아엘라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이제 와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그때는 정말로 무서웠었다.


“나도 참, 어떻게 그렇게 당하고서도 움직일 수 있었던 건지.”


몸이 수십 번은 꿰뚫렸던 것 같았다. 찬우라는 실력 있는 사제에게서 힐을 받았음에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큰 상처였다.

그래도 리아엘라는 움직였다. 이를 악물고, 미친 듯이 아카멜라에게 달려들었다.


아카멜라를 보호하는 방벽을 깨고, 이제 막 목숨을 거두어가려는 찰나.

그때 요한이 왔었지. 그 탓에 자신은 뒤로 밀려났고.

요한의 등장과 동시에 설진이 그의 목을 베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는지.


“으으.”


여전히 그때의 기억은 악몽처럼 남아 있었다.

몇 달이 지난 지금조차도 가끔 떠오를 정도로.


“···뭐, 그래도 이겼으니까.”


그런 악몽을 마주하고서도 담담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승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리아엘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치열한 전투 끝에 결과는 황실의 승리, 교회는 패해 죽거나 흩어졌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슬슬 출발을··· 해야 하는데.’


황궁 밖으로 향하는 문앞에 선 리아엘라는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은 지금 엘리나의 명을 받아 서신을 전달해야 하는데.


이제 막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뭐지? 무슨 일 있나?’


어디 싸움이라도 난 건 아닌지.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당에 또 무슨 일인지.


의문을 품어 가며 문을 젖혔다. 활짝 젖힌 문이 열리고, 황실의 정문을 관리하던 경비병이 리아엘라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십니다. 리아엘라 님.”

“수고해요.”


경례하는 경비병에게 대꾸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 옆에는 다른 경비병이 황실 정문에 선 사람들을 다그치는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품은 의문을 해결하고자 경비병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듯한 경비병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아이 참, 여긴 귀빈들만 올 수 있는 곳이라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엘리나 황녀님과 약속이 잡혀 있거나, 출입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 어? 리아엘라 님.”


꾸벅.


리아엘라를 보자마자 하던 말을 멈춘 경비병은 고개를 숙였다. 그날 이후 리아엘라의 지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경비병은 마침 잘 됐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방금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고하기 시작했다.


“글세, 이 사람들이 대뜸 황녀님을 만나겠다지 뭡니까.”

“황녀님을 말입니까?”

“안 된다고 했더니. 가지고 있는 검을 주면서 전달해달라고, 그러면 알 거라면서···.”


함부로 외부의 것을 황실로 들일 수는 없기에 경비병은 거절하려고 했다.

그 찰나 리아엘라를 마주친 것이다.


“으음···.”


상황을 대강 이해한 리아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다행히 싸움은 아닌 모양.


보아하니 실랑이 정도인 모양인데.

만일 경비병의 말이 사실이라면 엘리나를 만나러 온 사람들을 돌려보내···.


“어?”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두 손 위에 얹어진 검이 굉장히 낯익었다.


“저들은···.”

“리아엘라 님?”


그즈음, 경비병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일순 고개가 젖혀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말조차 되지 않는 것을 봤다는 듯 당황한 리아엘라가 시선이 위로 짓쳐들었다.


그 순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설진, 님?”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교황 요한을 압도한 천재를.

압도하다 못해 가히 묵사발을 내버린 인간을 말이다.


“경비병, 문을 열어주십시오! 이분들은···.”


상황 파악은 빨랐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 또한 신속했다.

방문인의 정체를 깨달은 리아엘라는 다급히 경비병을 재촉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던 경비병이었으나 이어지는 리아엘라의 설명을 듣고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

하기야 경비병이 기억하고 있는 이름과 저들의 얼굴이 일치한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들은 리아엘라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가히 엘리나와 지위를 나란히 한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대단한 이들이니.


“어?”

“어서요.”


다시 보니 남자가 건넨 검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한눈에 봐도 값비싼 검처럼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바람이 부는 듯한 착각이 이는 것이, 귀한 물건이 틀림없어 보였다.


‘잠깐만, 바람이라고?’


바람의 검을 쓰는 남자.

아울러 다시 말하면 요한을 죽인 척결자.


“시, 실례했습니다! 설진 님!”


그의 정체를 깨달은 경비병은 대뜸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넸다.

설진과 경비병 사이의 지위는 차원이 달랐다. 그 리아엘라도, 심지어는 엘리나와도 친우처럼 지내는 사인데, 이런 불경한 태도를 보이다니.


이게 퍼지면 근신으로도 부족할 터였다.

최소한 작위 강등의 각오는 해야 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경비병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보던 설진은 다소 민망하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고개를 들게 했다.


“괜찮아.”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험한 말을 뱉지도 않고, 잘못을 깨달은 순간 곧바로 사과를 건네는 것이 참으로 괜찮은 경비병이었다.

이렇게나 예의 바른 사람을 보는 건 드문 일인데.


‘그리고,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애초에 경비병이 설진을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자신에게 었었다.

설진이 이곳을 뜬 지 몇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입으로 오르락내리는 회자가 점차 끝나갈 즈음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설진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겹쳐져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동시에 리아엘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일이 더 귀찮아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설진은 경비병을 일으켜 세우려다 발걸음을 앞으로 향했다. 경비병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빠르게 자신이 떠나는 것이겠지.


“리아엘라.”

“네.”

“엘리나는 잘 있어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설진의 곁으로 리아엘라가 다가왔다.

다만 오면서 찬우에게 시선을 두는 것이, 뭐랄까.


이중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돌연 시연이 떠올라 설진은 속으로 웃었다.


엔딩. 그 이후는 연애로 시작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실제로 자신과 시연이 그렇지 않나.

어쩌다 보니 같은 방에서 자게 되기도 했고 말이다.


“황녀님은 지금 집무실에 계십니다. 그리고···.”


리아엘라는 앞장서며 안내를 시작했다. 집무실에 엘리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더니만, 그러고서는-.


스윽-.


정말로 환영한다는 듯.

다시 만난 것이 정말로 기쁘다는 듯.


“돌아오신 걸 정말로 환영합니다.”


오직 진심만이 담긴 말을 건네며, 예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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