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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4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3.01.08 10:54
조회
164
추천
3
글자
11쪽

296화

DUMMY

시간 자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한 시간이든, 일 분이든, 일 초든.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다.


다만 시간은 도구였다.

같은 도구를 사용해도, 능숙한 사람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설진의 존재는 이례적이었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존재. 요컨대 시간 싸움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보를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간 설진이 투기장과 로이다스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며 척결을 말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를 바 없었다. 설진은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으로 이용, 플라임과 싸우게 될 레지스탕스를 최대한 곤경에 빠뜨렸다.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뒤. 수도 인근 도시들은 점령당할 겁니다. 레지스탕스의 수장을 앞세워 무력으로 밀어붙이려 할 겁니다.”

“수도 인근의 병력이 그리 허술하지만은 않다만···.”

“맞는 말이에요. 수도 주변에 있는 병사들이 약할 리 없죠. 하지만···.”


수도는 나라의 요충지다.

그런 수도 인근에 있는 도시의 방비가 약할 리 없었다.


플라임의 주장은 타당했다. 실제로 레지스탕스가 습격해 왔을 때도 어느 정도 버티기도 했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 수도 침공까지의 시간을 늦추기도 했었다.


“놈들은 금기를 가지고 올 거에요.”


하지만 레지스탕스는 이념을 이루기 위한 미치광이들이 똘똘 뭉친 집단.

무력 자체는 왕실에 밀릴지언정 깨끗이 포기할 리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갈구하려 했고, 실제로 성과를 냈었다.


파이어 퍼니쉬먼트(Fire Punishment).

생명을 매개로 하는 고위급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파이어 퍼니쉬먼트는 마법 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마법이었다.

일평생을 마법에 매진하지 않아도, 마력에 대한 재능이 없어도 자유자재로 사용이 가능한 공격 마법이었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마법은 아니었다.

대가 없는 힘은 없는 법이었고, 파이어 퍼니쉬먼트도 마찬가지였다.


파이어 퍼니쉬먼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했다.

인간의 생명이라는 가혹한 대가가.


“레지스탕스는 아이들에게 파이어 퍼니쉬먼트의 사용을 명령할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고, 왕국은 반파 직전까지 갔었죠.”

“···.”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했어요. 제가 오기 전부터 레지스탕스는 준비하고 있었으니까요.”


레지스탕스가 아이들을 통제하기 전으로 회귀했으면 몰라.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이미 아이들의 통제가 완료된 시점으로 회귀한 탓에, 파이어 퍼니쉬먼트의 사용 자체를 막아내지는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플라임은 파이어 퍼니쉬먼트를 무위로 돌리기 위해 귀보를 하나 사용했어요.”

“귀보라 하면···?”

“알고 있잖아요. 그때 란, 린과 함께 동굴에서 구한 거요.”


막아낸 탓에 왕국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 플라임이 가지고 있는 귀보의 이름이에요.”


둥근 구슬처럼 생겨서 몽환적인 색을 띠고 있는 귀보.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


그건 어디까지나 귀보였다. 아티팩트나 마도구 같은 인간을 위한 물건이 아닌 대가를 요구하는 고위 종족들의 물건이었다.


플라임은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을 사용해 파이어 퍼니쉬먼트를 멈추지만, 이후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국력의 약화와 범죄율 증가.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사슬처럼, 플레임 왕국은 착실하게 수명을 뺏겨 최후를 맞았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배드 엔딩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첫 번째 에피소드를 실패로 끝내게 되었다.


‘그때는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 말고 막을 게 없었으니까···.’


과거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에 도전할 때 설진은 약했다.

반란이 일어나도, 레지스탕스가 어린아이들에게 파이어 퍼니쉬먼트를 사용할 것을 명령해도, 그걸 막아낼 힘이 없었다.


힘이 모자랬다. 역부족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는 쓰지 마요. 안 써도 돼요.”


과거의 이야기를 읊조린 설진은 귀보 사용을 금하는 말을 건넸다.

플라임은 한참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을 사용한다는 건, 단순히 유예를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그랬었나.”

“네, 플라임은 귀보를 사용할 때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걸 사용한다면 왕국은 멸망의 길을 걸을 거라는 걸요.”


당시 플라임의 생각은 이랬다.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을 사용함으로써 반란을 진압하고, 이후 찾아온 혼란을 최대한 수습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었다.


반란을 진압하지 않으면 왕국은 곧바로 멸망했을 것이고,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을 사용하면 조금이나마 멸망을 늦출 수 있었으니.


군주로서 플라임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다. 멸망을 늦추고, 얻게 된 약간의 유예를 지푸라기 삼아 최대한 왕국을 살리려 했었다.


“생각은 좋았어요. 그게 반란 진압 당시 최선이기도 했고요. 근데, 최선을 택하기 이전에 상황 자체가 너무 최악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플라임은 실패했다.

겪은 실패는 뼈가 깎일 정도로 쓰라렸다.

재도전의, 재기의 기회조차도 없이 자살을 결심할 만큼.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을 쓰지 않고도 반란을 진입할 수 있나?”

“지금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재도전의 기회가 생겼다. 미래를 아는 설진이 플라임의 편이 되었다.


스윽-.


플라임은 고개를 숙였다.

절절하고, 간절한 마음이 심장 속을 파고드는 듯했다. 그녀는 진심만으로 가득한 마음을 담아 설진에게 외마디 말을 건넸다.


“부탁한다. 부디 레지스탕스를 잠재워다오.”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의 사용 없이 레지스탕스를 진압한다.

그것이 플라임이 바라는 것이었다.


뼈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

실로 군주의 귀감이었다. 이런 인물이 허망하게 죽음을 선택한 것이 믿기지조차 않을 만큼.


설진은 잠시 고개를 들어 플라임을 바라보았다.

기실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려고 약속했고, 그러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온 것이니까.


“물론이죠.”


고통과 아픔으로만 가득했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밝고 희망적인 색채로 덮을 시간이었다.


* * *


오른을 대신해 반란군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은 다른 귀족이었다.

공작의 위치는 아니되, 바로 아래에 있는 지위인 후작.


람피스 후작. 왕권을 쥐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인물이며, 그만한 능력도 있어 레지스탕스라는 세력을 여기까지 일굴 수 있었던 사내.


“앞으로! 도시를 불태워라! 옛 터전은 이제 쇠락했을 따름이다! 이제는 새로운 터전을 옹립할 때가 온 것이다!”

“오오오오!!”

“불 가져와! 태워!”


사내의 말 한마디로 도시는 화마에 휩싸였다.

수도 인근 상인도시 란델. 왕실의 요충지 중 한 도시를 불태운 람피스 후작은 진격을 선언했다.


이대로 왕실까지 치고 나갈 것이라고.

플라임을 왕위에서 끌어내려 새로운 왕을 만들 것이라고.


그리하여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리라고, 말이다.


‘···.’


한편 불에 타들어가고 있는 건물에 숨어, 레지스탕스의 동향을 관찰하고 있는 설진은 람피스 후작의 존재를 확인하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민한 발걸음.

소리도 냄새도 마력도, 지울 수 있는 모든 흔적을 차단한 설진은 기척을 숨긴 채 서서히 람피스 후작의 뒤를 점하고자 이동했다.


‘들킨 것 같지는 않네.’


이동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예전과는 달랐다. 25레벨조차 되지 않았던 시절에 불과했던 설진은 이 자리에 없었다.


자리를 대신한 것은 두 개의 에피소드를 끝낸 설진. 무력 또한 무력이지만, 정신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몸이었다.


‘루이도 반대편에서 대기하기로 했었고.’


굳이 레지스탕스가 수도에 진격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음을 알고 난 이후, 설진은 적의 여력에 도시로 쏠린 틈을 타 람피스 후작 암살 계획을 세웠다.


혼자였어도 충분하겠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혼자 움직일 이유는 전무했다.

설진에게는 같은 암살자인 루이가 있었으니. 왕국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가 있는데, 괜히 혼자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누나랑 채린이도 준비 끝났고, 이제 슬슬···.’


진격에 불이 붙은 레지스탕스 병사들이 상인 도시에 화마를 일으켰다.

도시 반절 정도가 불에 타버리기 시작할 즈음, 루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웅.


자그마한 진동 형태로 신호를 보내며 이동. 가지고 있는 수정구에서도 진동이 울리는 것이, 루이도 모든 준비를 마친 듯했다.


기어이 결행으로 옮길 차례가 다가온 것이다.

기민한 발걸음을 한 층 더 끌어올린 설진은 후방에서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람피스 후작을 응시하며, 왼손을 펼쳤다.


마력 단검. 오른을 상대했을 때에도 유용하게 썼던 스킬이 다시 한 번 설진의 손에서 재림했다.


단순히 하나가 아닌 여섯. 총 여섯의 단검을 합쳐 위력을 최대한으로 증폭시킨 설진의 눈이 맹수가 된 양 가라앉았다.


쿠궁! 불에 탄 건물이 떨어져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소음이 울리고, 타오르는 화마에 재가 사방에 휘날릴 즈음, 설진이 단검을 던졌다.


피슈우욱!


“···!”


완벽한 적중, 다만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하진 못했다.


‘실드 아티팩트!’


명색이 후작이라고, 목숨을 지킬 수단 정도는 마련해 둔 모양.

첫 번째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달은 설진은 다시금 발을 놀렸다.


단검 공격은 실패했지만 그 덕택에 실드를 깼다. 이제 람피스 후작을 보호할 수단은 전무할 터, 이대로 공격하면 그만이었다.


“방해다!”


반대편에서는 루이가 호위 병력을 베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 설진 또한 그와 비슷하게 병사를 베며 거침없이 진격해 나갔다.


람피스 후작과 검을 맞대는 시간은 곧장 찾아왔다. 챙! 챙! 몇 번의 합이 오가고, 서서히 열세임을 짐작한 후작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마치 최후의 최후까지 아끼려 했던 수단을 쓰고자 하는 사람처럼.


“파이어 퍼니쉬먼트(Fire Punishment)! 그걸 써! 쓰란 말이다!”


목숨을 매개로 시전하는 고위급 마법.

본래는 수도에서 써야 할 마법이나, 목숨에 위협을 느낀 후작은 망설임 없이 아이들에게 생명과 마법을 맞바꿀 것을 요구했다.


···.

···그리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뭐, 뭣?”

“왕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암살자만 보냈다고 생각하나.”

“루이 로반델트! 네놈이 감히···!”


설진과 루이가 후작의 암살을 준비했듯,

시연, 채린, 릴리에, 그리고 플라임은 파이어 퍼니쉬먼트의 대응책을 준비했다.


아이들을 구속하고 있는 마법을 역산하는 것. 시연과 릴리에가 아이들의 움직임을 묶으면, 채린과 플라임이 걸린 세뇌 마법을 풀어버린 것이다.


이걸로 반란도 끝. 상인도시가 반파된 건 뼈아프긴 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피해 수복 속도는 예전보다 훨씬 빠를 터.


이걸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생각한 설진은,


서걱-.


망설임 없이 후작의 목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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