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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4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0 12:44
조회
167
추천
3
글자
11쪽

274화

DUMMY

몸이 가벼워지는 건 순간이었다.

오른손에 쥔 검을 내려놓자마자 신체가 절로 가속했다.


눈앞에서는 여전히 오엘이 보이는 중이다.

재차 공격을 준비할 요량인지 주문을 외는 모습이 들어왔다.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몸을 움직였다.


앞으로, 앞으로.

그저 한줄기의 바람이 휘날리는 것처럼.

어쩌면 그보다도 빠르게-.


타앗-!


꿈에서 깨어나듯, 공상을 지워내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추진력에 가속을 더했다. 빠르게 복귀한 정신이 상황을 관조했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처음부터 하나의 목표를 보고 움직였으니,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기도 전에 정신세계는 현실로 돌아왔다.


“오엘!”


그 이름을 불렀다.

등에 박힌 흑설(黑雪)을 애써 무시했다.


그러자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설진의 신체를 이루는 건 오직 오엘을 죽인다는 적의와 살의.

고통이 끼어들 틈은 조금도 없었다.


가속에 가속을 받은 몸이 기어코 오엘의 앞까지 접근했다.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이었다. 왼손에 쥔 마력 단검을, 하늘 위로 둥둥 띄워진 마력 단검을 하나로 합쳐 위력을 강화했다.


‘세 개.’


합친 마력 단검은 총 세 개.

십의 단위를 넘길 순 없었으나 그것만으로도 파괴력은 충분했다.


남은 건 왼손을 움직이는 것뿐.

그리고 그건, 지금 상황에서 그 무엇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촤악-!


이윽고 피가 터졌다. 혹여 이번에도 반사를 활용했나 싶었지만, 설진의 몸이 아닌 오엘의 몸에서 상처가 나왔음을 확인하자 아님을 알았다.


반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마지막을 대비에 일부로 아껴두고 있는 건지.


일순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곧장 무너졌다. 지금 설진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공격.

마력 단검을 최대한 꽂는 것.


왼손에 있던 단검으로 상처를 낸 순간, 마력 단검이 깨졌다.

오엘이 그런 게 아니었다. 설진이 마력을 회수한 것이다.


파편처럼 흐드러지는 마력 조각은 색만 다를 뿐이지 어둠 조각과 다를 바 없었다. 똑같은 소리를 내며 깨졌고, 흩어졌으며, 산산이 조각났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을 들었다. 본래 검을 쥐고 있어야 할 자리에는 웅웅거리는 짧은 진동만이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빠르게 마력 단검을 만들어낸 설진이 손을 움직였다.


선을 찍찍 긋듯, 직선으로 망설임 없이 그리듯.

오른쪽 쇄골로 시작해 왼쪽 허리로 검을 그었다.


오른손에서 짜릿한 감각이 흐름과 동시에,


촤아악-!


재차 혈흔이 튀었다. 이번에도 반사는 아니었다.

완벽한 명중이었다. 피부와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쯤 되니 이상함이 느껴질 지경이다.


상처 입는 것을 극단적으로 피하는 오엘이었다.

그런데 신기루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공격을 맞는다?

퍽이나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 설진은 눈을 크게 뜨고선 오엘을 올려봤다.


물론 단순히 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허와 실을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초인(눈)이 활성화됩니다.]

[시력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마력 : 36[+3]]


다리에만 사용해 왔던 초인을 눈까지 확대시켰다.

‘신체 강화’의 레벨이 5가 된 이후 초인으로 진화한 스킬이었다.


덕지덕지 붙은 메리트 중에서는 동시 사용이 있었다.

한 번에 두 부위의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능력. 설진은 그걸 활용함으로써 시력과 속도를 동시에 잡았다.


시스템 창에는 시력이 상승한다고만 되어 있지만, 내포된 의미는 다양했다.


예를 들자면 지금처럼,


“가짜구나.”

“···.”


정말 눈앞에 있는 존재가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마력으로 이루어진 분신인지 정도는 능히 구분할 수 있었다.


분신치고는 혈흔과 피부가 생생하게 느껴졌으나 설진은 곧장 신경을 껐다. 분신임을 안 이상 더 이상 공격할 필요는 없었다.


실제로 공격을 멈추자마자 분신은 스러져가고 있었다.

지속 시간이 끝난 건지, 들킨 순간 효력을 잃은 건지.


초인을 눈에 유지한 채 사방을 훑었다.

그러자 보이기 시작했다. 흑마법으로 은신한 채 주문을 외고 있는 오엘이.


푸슉-!


망설임은 없었다.

자신이 내린 판단에 추호의 의심도 없이, 마력 단검을 던졌다.


“호오. 이렇게 빨리···?”

“눈이 있거든. 그것도 아주 좋은 눈이.”


툭툭.


눈꺼풀을 몇 번 건드리며 화답했다. 마력 단검은 방벽에 막혀 깨졌지만, 적어도 모습을 드러내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였다.


거기에 더해 오엘의 마력 합일을 중지시키기까지.


이미 모은 마력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위력이 될 테지만, 지금이라도 끊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킬을 맞이한 것치곤 기민한 대응이라 생각했다.


우웅-.


“설진 님! 검!”


멀찍이서는 떨어뜨린 검이 주인을 찾듯 되돌아오는 중이다.

설진이 한 게 아닌, 엘사임의 염동력이었다.


“고마워.”


오른손에 감긴 검을 쥐고서 짧게 감사를 표했다.

칼을 잠시 놓은 이유는 엘사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대지 마법과 염동력에 특화된 마법사. 떨어뜨린 검 정도는 다시 전달해 줄 수 있을 테니까.


“후우.”


다시 상황이 팽팽해졌다.

아니, 조금 불리해졌다.


설진은 오엘이 아닌 오엘의 분신을 공격했다.

의미 없는 짓이었다. 오히려 오엘에게 좋은 상황이 되었다.


은신 마법을 사용한 오엘은 시간을 벌었다. 마법사에게 있어 화력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인 시간을 넘겨준 것이다.


공격의 비중을 줄이리라 생각한 설진은 수비 태세를 취했다. 오엘에게는 이미 모아둔 마력이 있었다. 공격보단 수비적으로 나가야 했다.


···적어도 이번 공격이 끝낼 때까지만이라도.


“기운을 많이 모으지 못한 건 아쉽네만,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공격권이 넘어온 것을 아는지 오엘은 그리 말했다.

수비 따윈 고려하지 않은 움직임. 지금 오엘에게 접근했다가는 무조건적으로 흑마법에 직격할 테니 옳고도 옳은 판단이었다.


참으로 최종 보스다웠다.

마력량도 마력량이지만 경험이 남달랐다. 전장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 마법사가 타락이라도 한 듯했다.


설진의 뒤에서는 연화가 실드를 전개하고자 영창을 끝마치고 있었다.

연화의 실드는 정령으로부터 기인한다. 대지를 주축으로 삼기에 뛰어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을 터.


‘하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 오엘의 공격을 전부 막아낼 수 있을지는.


‘후우.’


미지수였다.

그래서 설진은 추가적인 대응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한 설진의 마력이 다시금 유동적으로 움직이려는 찰나.


‘어. 이건-.’


기척이 하나, 아니. 여럿 느껴졌고.


“고독(孤獨).”


느낀 기척을 보기도 전에 오엘의 흑마법이 날아들었다.


화아아-.


얼핏 봐도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굳건했다. 설진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왼쪽으로 발을 움직이면 왼쪽으로 움직였다.


필중 마법.


반드시 명중하는 흑마법이었다. 언젠간 저 고독이 도달하리라는 생각에 설진은 혀를 차며 검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실드!”


오엘이 설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연화는 재빨리 주문을 외었다.

실드. 무형의 보호막이 설진을 덧씌웠다.


이걸로 일차적인 방비는 된 셈이건만.


‘못 막는다.’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연화의 실드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시간이 더 있다면 몰라, 임기응변으로 만들어 낸 실드였다. 방어력이 다소 감퇴하는 건 감안해야 했다.


쩌저적-!


다른 대책을 찾고자 생각을 이어나가려는 찰나, 그런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무언가가 어는 소리가 아니었다.


반대였다. 연화의 실드가 깨지는 소리였다.


“이걸로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할 걸세.”


고독은 대상의 움직임을 속박하는 마법이었다.

다만, 단순히 속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속박이 끝나는 순간 설진의 체력은 갉아 먹히기 시작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없으면 치명적인 요소들이 전부 제한된다.


호흡은 물론 체력, 근력, 그리고 판단력까지.

종래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가 되버리는 흑마법이었다.


설진은 검을 올리려다, 내렸다.

피하기엔 늦었고 막기도 힘들었다.


필중 마법이란 게 그랬다. 어떤 식으로도 대상을 적중시키는 마법이었다.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고,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뭐, 그래도 약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필중이라는 요소는 굉장히 사기적이지만, 그렇다고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건 바로-.


“왔네.”

“음? 뭘 말하는 것인가.”

“보면 알아.”


타인의 개입이었다.


“설진아!”

“오빠!”


멀찍이도 아니었다. 가까운 거리였다. 고개를 돌리면 눈에 들어올 법한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설진을 편하게 부르는 목소리 하나.

그리고 오빠라 칭하는 목소리 하나.


목소리의 주인을 굳이 유추할 필요는 없었다. 시연과 채린. 그들이 도착했다.


상황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거듭했다.

그것도 설진에게 좋은 쪽으로.

이른바 호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채린아!”

“네, 언니!”


시연과 채린은 도착하자마자 상황을 파악했다.

빠르게 파악한 만큼 대처를 신속했다.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에너지 볼트!”


우선 채린이었다. 요즘 들어 잘 쓰진 않았지만, 에너지 볼트는 채린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스킬이었다.


특징은 속도. 명중률이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이라면, 속도는 절대적이었다.


감히 눈에 담지도 못할 정도의 에너지 볼트가.

아니, 에너지 볼트들이 한순간에 요격을 시작했다.


파앗-!


짧은 순간 빛이 아름아름 퍼져 나갔다.

결과는 곧장 나왔다. 격추를 위해 사출한 에너지 볼트가 모조리 흩어졌다.


실패했다고도 볼 수도 있었다.

단순히 그것이 ‘수비’에 한정한 것이라면.


그러나 채린이 맡은 역할은 수비가 아니었다.

일행 중 가장 수비를 잘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기를 써가며 방어에 열중할 필요는 없었다.


스르-.


“속도는 늦췄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채린이 맡은 역할은 속도 감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감퇴된 위력의 고독이 힘없이 나팔거렸다.


“미몽방위(迷夢方位)!”


그런 말을 건넨 시연이 방패를 짓쳐듬과 동시에,


퍼어엉-!!


한 차례 폭음이 일었고.

그 순간, 고독이 소멸했다.


“···허?”


믿을 수 없다는 듯 탐탁잖은 소리를 낸 오엘을 보고서, 시연이 씨익 웃었다.


“하아. 하아. 안 늦었네?”


조금은 거친 호흡이 새어나왔다.


숨을 들이켠 시연은 이내 거친 호흡을 멈췄다.

체력에 다수의 스텟을 투자한 그녀였다. 상당량의 체력을 소비했을지언정, 그와 동시에 회복도 빠르다.


그게 기사였다.

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무한히 움직일 수 있는 육체를 가진 자가 시연이었다.


“설진아, 손.”

“부탁해요.”


우웅-.


설진이 손을 뻗고, 시연이 그 손을 맞잡았다.

짧은 빛이 퍼졌다. 시연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지만, 그에 비에 설진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공급.

시연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아군에게 마력과 체력을 전달할 수 있는 스킬.

일정량의 체력을 회복한 설진은 발을 구르며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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