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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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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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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80화

DUMMY

어둠이 걷혔다.

서서히, 안개가 기력을 다해 스러지듯.

그리하여 걷히기 시작한 어둠이 사라졌다.


불길한 기운을 머금은 어둠이 사라지자, 다시 빛이 찾아왔다.

하늘이 보였다. 밤이 되지 않은 오후의 시간이었다.

햇빛은 여전히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시연과 채린이 보였다. 연화와 엘시임, 나지리아도 마찬가지. 그 뒤에는 쓰러진 루미네르와 가쁜 숨을 흘리고 있는 찬우가 있었다.


특이할 것이 있다면 그들의 시선이었다.

루미네르나 찬우는 공격에 당한 뒤였으니,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설진을 보고 있었다.


얼굴을 보는 건가 싶었으나 아니다. 설진이 들어올린 눈동자가 시선이 맞물리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대체 뭘···?


떠오른 의문은,


“아-.”


라는 짧은 탄성과 함께, 해결됐다.


휘리릭-!


스러진 줄로만 알았던 어둠이 설진을 휘감고 있었다.

단순히 휘감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피해를 입히기도 전에 심장에 사용한 초인에 가로막혔을 것이다.


주변을 배회하는 걸 넘어 깊숙이. 설진의 신체를 파고든 어둠이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마구잡이로 물어뜯는다.


아그- 아그작-.


과자라도 부숴 먹는 듯한 소리였다.

잡아뜯기고, 씹어먹힌다.


설진은 지금 먹히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아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대체 무슨 현상일는지.

고통보다 의문이 먼저 인 지금의 상황이 못마땅했다.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자각은 있어도, 그 어떠한 행동조차 취하지 않았다.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마땅히 먹이가 되어 먹혀야 하는 것처럼.


“-!”


바로 뒤에서 시연이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뭐라 말하는 것 같긴 한데, 도통 들리지가 않았다.


절절한 연기를 펼치며 립싱크라도 하는 듯했다.


비단 시연뿐만이 아니다. 오엘과 부상자들을 제외한 이 자리의 모두가 설진을 보면서 다급하게 외쳐대고 있었다.

채린의 손에는 이미 마력이 깃든 후였다. 여차하면 공격하겠다기보단,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저절로 만들어진 마법 같았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빈혈인가. 단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윽-.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둠이 몸을 좀먹고 있었다.


‘아.’


다시 침음.

그리고 머릿속이 비워졌다.


지워지고 지워진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느낌.


마땅히 원래 있어야 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아.”


어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 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몸을 채찍질해가면서.


휘익-.


어둠은 잡히지 않았다. 단지 기체인 것을 증명하듯 손을 통과했다.

투과한 어둠을 잡고자 손을 허우적댔다. 마찬가지였다. 어둠이 잡히는 일은 없었다.


‘안 돼.’


이러면 안 된다는 기분이, 정확히는 기분의 탈을 쓴 ‘정보’가 뇌를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지식이 흘러들어왔다. 새롭다기보단, 망각한 지식이었다.


‘마력 단검-.’


왼손을 뻗었다. 삼 초 남짓한 시간이 지나서 작은 단검이 만들어졌다.

형형한 색에 기운을 품고 있는 단검.

원래라면 이보다 더 빨리 만들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뇌리를 잠식한 생각을 집어넣었다. 다시금 손을 뻗었다.

마력 단검을 밑으로 내렸다. 넝쿨을 칼로 헤집듯 어둠에 단검을 꽂았다.


그리고-.


“후- 우.”


무언가 돌아오는 듯한 감각과 함께,


“후아!”


잿빛으로 변한 세상이 빛을 되찾았다.


“이런 씨-.”


색이 보였다. 왼손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뭐라 외치고 있는 이들의 고함도, 밑에서부터 느껴지는 섬찢한 어둠도.

모조리 느껴졌다.


감각이 되돌아왔음을 느낀 찰나, 설진은 곧바로 몸을 물렸다.


콰직-!


신체를 잡아 뜯은 어둠이 되튕기며 살점이 떨어져 나왔다.

옆구리부터 허벅지까지. 뜯긴 살점이 피륙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커허-. 짧은 신음과 함께 설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시야에 오엘이 들어온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설진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와, 와-! 이 미친 새끼!”

“···.”

“이런 걸 준비해두고 있었어? 놀랐잖아, 정말로 놀랐잖아 오엘!”


조소에 가까운 웃음. 초승달처럼 둥글게 만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물러난 설진은 다시금 마력 단검을 만들었다. 초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만들어진 세 개의 단검이 오엘을 향해 날아들었다.


팅-!


하는 소리.

방벽이었다. 싸울 때 봤던 급조한 방벽.


그를 증명하듯 방벽은 곧장 깨졌다. 방벽이 깨지자마자 신체 수복을 마친 오엘은 설진을 응시했고, 설진 또한 오엘을 바라보았다.


“망각(忘却)를 저항했다고? 그것도 혼자서-?”

“어쩐지 무언가 잊은 듯한 기분이 들더라니만, 그런 능력이었어?”

“말도 안 된다. 이건, 아니. 대체···!”


오엘이 모종의 계략을 꾸몄고, 그를 통해 설진을 죽이려 한 것까진 알겠다.

그리고 지금 그 계략이 모조리 타개되었다는 것도.


드물게도 오엘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격양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간 아무런 감정도 내보이지 않은 오엘이 처음으로 선명한 감정을 내보였다.


“왜 그래.”


설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갔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그로테스크해 보였다.


“설마 벌써 한계야?”


신체의 망가짐도 찰나.


순식간에 흡혈의 기운이 상처를 봉합했다. 단순히 봉합으로 그친 것이 아닌, 시간을 되감기라도 한 양 말끔히 재생시켰다.


재생이라기보단 복원에 가까운 능력.


몸에 새살이 돋은 것을 확인한 설진은 힐난에 가까운 기색을 띠며 물었다.

오엘은 묵묵부답. 입을 꾹 다물며 손을 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더 있구나!”


기꺼운 표정을 지은 설진이 다시금 단검을 만들었다. 한 차례, 두 차례··· 총 세 차례를 돌려 여덟의 단검을 만들자마자 오엘에게 투척했다.


찰나, 오엘이 뻗은 손이 순식간에 회수됐다.

공격을 준비하려 한 듯했지만 단검을 보고 바꾼 모양새였다.


회수한 손가락이 서서히 오므려지기 시작했다.

방벽, 아니. 저건-.


어둠 장막이었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어둠 장막이 설진의 단검을 받아냈다. 방벽과는 달랐다.

가공할 만한 강도를 지닌 어둠 장막은 단숨에 마력 단검을 막아냈다.


그즈음, 틈을 타 설진은 몸을 물렸다.

시연에게. 다시 뒤로 움직여 합류한 설진이 일순 비틀거렸다.


“으윽-.”

“설진아!”

“괜, 찮아요. 아직은.”


비틀거리는 머리를 쥐며 몸을 일으켰다. 뒤에서는 채린과 연화가 다급한 얼굴을 한 채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실드.”


연화의 주문이었다. 설진을 중심으로 실드를 만든 그녀의 발이 움직였다.


설진을 향해서.

이윽고 다가온 연화가 떨리는 손을 설진에게 뻗었다.


“연화 님.”

“설진 님! 괜찮나요! 호, 혹여 다친 곳은-!?”

“···.”


설진은 고개를 돌려 시연을 바라보았다.

시연에겐 애써 괜찮다곤 했지만, 역시 지금 상태로는···.


‘···안 좋은데, 이거.’


움직이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싸움을 이어나갈 수도, 방금과 같은 기세로 몰아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타격을 크게 입은 터라 정신이 붕괴했다. 신체적인 부분은 흡혈로 메웠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차분한 마음으로도 메꿔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마력 단검의 정확도가 경감했다.

방금과 같은 묘기를 부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 아군을 맞추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후우. 이걸 줄 알았으면.’


이렇게나 장기전이 될 줄 알았으면, 차분한 마음의 레벨을 올릴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잠시.


“오엘은 어때요?”

“아직 움직임은 없어. 잘린 몸이 다시 붙은 것만 빼면 그대로야.”


하지만, 하고 시연이 말을 이었다.


“타격을 많이 입었을 거야. 그만한 공격이었으니까.”

“분명 그럴 거에요. 설진 님 덕분에요!”


말을 마무리한 쪽은 연화였다. 설진의 전력 저하는 안타까운 일이나, 그와는 별개로 굉장히 고무적인 성과를 얻었다.


오엘의 여력이 상당수 소진된 것이 보였다. 실드 하나만을 펼쳐두고 있는 일행을 앞에 두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다.


끝이, 조금이지만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잠시 후방으로 빠져있을게요. 아까처럼은 못하더라도, 마력 단검으로 지원하는 건 충분히 가능할 거에요.”


그만한 공격을 당하고서라도 전열에 서는 건 속되게 말해 멍청한 짓이다.

아군에게 걱정을 끼칠 뿐만 아니라 한순간의 실수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었다.


작은 실수가 큰 영향을 끼치는 전열은 지금 설진이 끼기엔 알맞지 않았다.

그걸 알고 있기에 이탈을 선언했다.


“그 대신 나지리아가 전열을 맡아 줘요. 제 여력이 돌아오거나, 설야의 지원이 도착하거나. 둘 중 하나만이라도 충족될 때까지만.”

“알겠다. 그리하도록 하겠다.”


후방을 지키고 있는 나지리아애게 포지션 변경을 요청한 채, 설진은 뒤로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이제부터 원거리 공격만을 감행해야 했다. 공격보다는 보조의 느낌으로, 그리하여 전황을 이끌 생각이었다.


‘기사 둘만을 전위로 보내는 건··· 조금 그렇지만.’


기사는 방어가 뛰어난 대신 마땅한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사 둘만을 전위로 보낸다는 건 전방에서 위협을 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요컨대 오엘이 설진 일행을 상대하기 편해진다는 것.


후방에서 들어오는 공격만 막으면 될 테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확연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설진의 전력이 약화된 지금 실정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으므로.


“그럼 저는 빠져있을게요. 부탁해요.”

“알았어.”

“알았다.”


들려오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발걸음을 놀렸다.

이대로 후방에서 최대한 보조를 맞추다가···.


‘어?’


괜찮아졌다는 판단이 섰을 때 다시 전열로 나간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타다다다-!


돌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걸음이 아니었다. 뜀박질과도 같은 가쁜 움직임이었다.


급하고 급한 것처럼.

한시라도 빨리 이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양.


그렇게 말하는 듯한 발걸음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긴장을 머금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직, 늦지는 않았겠, 지?”


하아. 하아.


애써 숨을 몰아쉬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설야가 있었다.


[71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72층에 진입했습니다.]


* * *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

살결에 달라붙은 옷감.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채 흐트러진 호흡까지.


급하게 온 것 같기라도 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일행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아직, 늦지는 않았겠, 지?”


서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설야가 말했다.


“설야!”

“언니! 괜찮아!?”


마지막으로 봤을 때마다 훨씬 풍부해진 듯한 감정이었다. 달라진 모습에 색다름을 느끼기도 잠시, 설야는 시선을 돌리며 짤막하게 물었다.


“오엘은-.”

“보는 대로야. 저기 있어.”


오엘에 대해 묻은 설야에게, 연화가 답했다.

존댓말이 아닌 반말. 둘의 관계가 자매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린 설야의 반응이 이상했다.

믿기지 못할 것을 보기라도 한 듯했다.


“아니, 아니야. 언니. 내가 물은 건···.”


오엘을 가리킨 연화였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의구심.

의문이라도 들이찬 모습이다.

설진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나 싶어 절로 돌아간 시야가 오엘을 비쳤다.


어둠은 여전했다. 기개 또한 죽지 않았다.

그러나···.


“···저거, 오엘 맞아?”


로브가 벗겨졌다.

그대로 들어난 얼굴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이쪽만 바라보는 것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이 아군을 바라보는 건, 경계하는 건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니.


다만 오엘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표정에서 드러났다. 설진을 향한 눈동자에는, 적의보단 두려움이 더 크게 비치고 있었다.


“···잠깐. 너.”


그리고 설진은.


“넌-.”


드러난 얼굴을 확인하고서, 믿기지 않는다는 양 눈썹을 좁히고 있었다.


만일 설진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더라면.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에서의 기억이 맞다면.


저건 아마-.


“오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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