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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4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3.01.12 13:44
조회
346
추천
6
글자
12쪽

300화(완)

DUMMY

카페에서 만난 이후로,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일상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찾아왔다.


탑에서 얻은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마력 단검과 신체 강화를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어도, 그럼에도 일상은 다가왔다.


원래라면 되찾았다는 표현을 써야 했을 것이다. 탑에서의 일은 비일상이어서, 탑을 벗어나 귀환한다는 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나 설진에겐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이게 일상이구나···.’


탑에 들어서기 전에도 그는 일상다운 일상을 누리지 못했었다. 시시각각 자살 생각이 나기 일쑤였고, 식사조차 거른 채 죽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변한 것은 물론이요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의지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 확고한 의지가.


이건 되찾았다기보단, 찾았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터였다.


새로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

그런 과정을 말이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수고하세요.”


편의점에서 음료를 계산한 설진은 그리 대꾸하며 편의점 문을 열었다.

이젠 타인과의 대화도 자연스러웠다. 눈을 마주 볼 수 있고 또박또박 명량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불길하다거나 불안하다거나 음침하다거나.

그런 기운은 조금조차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모습.


이온 음료과 캔 커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함부로 떨어지지 않게 음료를 고정시킨 후,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단축 번호 1번···.’


키패트에서 1번을 꾹 누르자 통화음이 들려 왔다.

간헐적인 진동 소리. 울리는 연결음이 다섯 번째를 넘겼을 때, 화면이 변했다.


“누나.”

-응, 설진아.


당연하지만 전화한 사람은 시연이었다. 탑에서도 그렇고, 귀환한 현실에서도 그렇고, 시연은 설진이 가장 크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캔 커피 맞죠? 지금 사서 가고 있어요.”

-역시! 믿고 있었다고 설진아!

“아하하, 십 분 정도 걸려요.”

-알았어, 빨리 와!


짧은 통화 후 연결음이 끊어지고, 설진은 다시 발을 놀렸다.

저벅, 집을 향하는 발걸음은 늘상 가볍기만 했다.

현대로 돌아온 이후 달라진 발걸음이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카페에서의 만남이 끝나고 각자 헤어진 후, 시연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둘이서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말이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었다. 이젠 직장도 없고, 간단한 알바조차 하고 있지 않던 설진은 딱히 바쁜 일이 없었기에 수락했다.

활짝 웃으며 다른 카페로 안내하는 시연의 모습에서, 먹잇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 하는 동물의 모습이 미친 건 아마 착각이었을 거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연은 설진에게 제안을 해 왔다.


-“네? 같이요?”

-“응응! 같이!”


같이 사는 건 어떻겠냐고. 이제 그렇고 그런 사인데 꺼릴 게 뭐 있겠냐고.


하기야 설진과 시연은 이미 연인 사이였다. 꺼릴 것이 없는 것도 맞고, 이미 꺼려야 할 짓을 서슴없이 한 적도 있었다.

그런 둘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동거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일 터.


설진의 수락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집은 설진의 집으로 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만뒀지만, 한때 설진은 직장인이었다.

월세로 된 집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늑하기는 해서 둘이 살기에는 문제 될 것 없는 집이었다.


처음 설진의 집에 들어온 시연이 ‘난 이제 잡아먹힐 거야.’라느니, ‘안은 의외로 깨끗한데?’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한 건 또 별개의 문제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둘은 동거를 이어가고 있었다.


“으으, 도착했다.”


가볍게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음료를 사 들고 오게 된 설진이 중얼거렸다.

운동 또한 어찌 보면 변화의 일환이라 할 수 있었다.


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들 하지 않나.

이미 초인이나 다름없는 몸을 가지게 된 그였으나, 설진의 경우엔 그 반대로 건강한 정신을 위해 건강한 몸을 소비하고 있었다.


햇빛에는 비타민이 많이 있다는 시연의 말을 기억하고 있고, 자연으로 이루어진 광경을 보면 눈이 맑아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며, 몸을 움직일 때는 상념이 날아가곤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몸을 움직일 때면 상쾌하다는 기분이 들긴 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마력을 가진 몸이라 그런가 상쾌한 기분이 조금 과한 것 같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적어도 나쁜 건 아닐 텐데.


“누나, 나 왔어요.”

“설진이 왔구나!”


덜컥-.


문을 열자 시연이 맞아주었다. 기쁜 듯 설진을 환영하는 모습이나, 행복하다는 듯 떠나가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나.


전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들고 있는 커피를 건넨 설진은 제 몫인 이온음료를 마시며 시연을 바라보았다.


“어제 사온 고기 있잖아. 그거 오늘 먹을 거거든?”

“오. 진짜요?”


어제는 둘이 같이 장을 봤었다.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집에 먹을 게 없어서 엄청나게 많이 샀다-사고, 그 외 필요한 생활 물품을 구비해 뒀다.

개중에는 소고기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언제 먹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먹을 모양.

언제 준비했는지 앞치마를 여민 시연이 보였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웠는지, 능숙하게 조리도구를 꺼내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가스를 키고, 고기를 올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자, 시연이 손짓했다.


“설진아, 이쪽으로 와바.”


지금 당시에는 표정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아마 저건, 장난기가 돈 사람의 얼굴이었을 거다.


“네?”

“아으. 그게, 불 위에 있으니까 더워서.”

“더워요?”


설진이 초인이듯 시연도 초인이었다.

오히려 민첩만을 올린 설진과는 달리 체력과 근력을 골고루 올린 시연이라 더위를 느낄 일은 거의 없을···.


“아으, 덥다아아.”


텐데.

정말 노골적으로 하나만을 바라고 있는 시연을 보자니 머릿속에서 떠오른 잡생각이 모조리 사라졌다.


설진은 자그맣게 헛기침하고선 시연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더우냐고 물었더니, 양손이 바빠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깨를 감싼 끈과 설진을 번갈아 보며, 시연이 웃었다.

속과는 달리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득 담아서,


“옷 좀 벗겨 주라아.”


하염없이 바라는 것을 부추겨 왔다.


* * *


“···그럼 일주일 뒤부터 시작이야? 그때 데뷔하는 거고?”

“네, 오빠. 그렇게 계약했어요. 이게 그 캐릭터에요.”


핸드폰 메시지 어플로 보내 온 그림에는 예쁘장한 캐릭터가 하나 있었다.

붉은 트윈테일의 머리, 그에 대비되는 눈동자.

채린의 머리 스타일을 본떠 만든 것 같은 캐릭터였다.


그러니까 이게 뭐더라, 버츄얼 유튜버랬나?


“일주일 뒤에 누나랑 같이 볼게. 응원하고 있어 채린아.”

“꼭 봐줘야 해요! 이왕이면 후원도 해 주시면 좋고요!”

“아하하. 알았어 알았어.”


어색하게 웃으며 걸려온 전화를 끊었다.

간만에 한 채린이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소원으로 과거의 일을 없던 걸로 해달라고 했었나.’


동시에 채린이 빈 소원을 생각했다.

그녀의 소원은 간단했다.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이력과 흔적을 모조리 지워주는 것. 사건도 사고도 논란도 전부 지우기를 원했다.


아무리 자신이 한 일이 아니고, 그저 피해자의 불과하다지만 대중의 시선은 항상 자극적인 것에 향해 있으니.

은연중 재데뷔를 원하고 있는 채린에게는 최적의 소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이라. 누나랑 같이 봐야겠네.’


어찌 되었든 채린은 계약을 맺었다. 버츄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와 계약을 맺어, 데뷔까지 일주일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컨셉은··· 과거 멸망한 왕국의 왕녀.

컨셉이 아닌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브 삼은 거지만, 어쩌겠는가.

아는 사람이 넷밖에 없는데. 그럼 그게 컨셉이 되는 거겠지.


일주일 후를 기대하며 컴퓨터를 켰다.

들어간 곳은 유명한 소설 사이트.


개중에서도 떡하니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소설이 하나 보였다.


‘저게 찬우가 쓰는 소설이랬나?’


찬우의 소원도 채린과 다르지 않았다. 과거를 지우는 것. 그리하여 상처 입은 마음을 정리하고 본래 품었던 꿈을 향해 정진하기를 원했다.


설진과 시연은 응원했고, 찬우는 실제로 성과를 거뒀다.

지금 설진이 보고 있는 상위권의 소설이 바로 그 성과였다.


가끔 넷이서 만날 때마다 채린이가 찬우의 소설을 따라하며 놀리곤 하지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채린은 새 출발을 위해 데뷔를 남겨두고 있었고, 찬우는 소설로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시연은 게임 회사에 들어갔다. 겪은 일을 바탕으로 게임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며 지원했고, 한 번에 면접 합격해버리는 기예를 보였다.

하기야 시연은 엘리트였다.

마음만 먹으면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을 테지.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시연은 지구에 오기 전부터 소원을 빌었다.

플라임 왕녀가 1회차의 일을 떠올리는 것. 그 덕에 공략이 쉬워지고 인연이 이어졌다는 것도, 지금에서야 안 사실이었다.


‘으음.’


설진은 컴퓨터에 뜬 소설 사이트를 나가서, 개인 메일함으로 들어갔다.

기실 이틀 전에 회사 면접을 본 상황이었다. 시연과 같은 게임 회사로.


슬슬 결과가 나올 때가 되어 기다리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00게임 회사 채용담당입니다.]

[축하합니다! 대면 면접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오.’


무망중 전송된 메일 하나. 그리고 그 안에 쓰인 합격 소식.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설진은 웃고야 말았다. 이걸로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시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기꺼운 소식이었다. 절로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설진은 이 기쁜 소식을 공유하고자 시연에게로 향했고, 시연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하게 미소를 지었다.


얼떨떨한 미소에서 ‘얼떨떨함’이 빠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합격 소식을 확인하자마자 시연은 설진에게 안겨들었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해주는 시연이 한없이 고맙게만 느껴졌다.


“누나.”

“응?”


그날 저녁, 둘은 탁자에 앉아 자그마한 술 파티를 벌였다.

설진의 합격을 축하할 겸, 그리고···.


“내일이네요.”

“그러게, 내일이네.”


내일 있을 재회를 기뻐할 겸.


설진이 염원석에 빈 소원은 탑의 인물들과 재회하는 것이었다. 염원석은 설진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언제든 탑에 출입할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현대로 돌아온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대강의 상황 정리는 끝내놓은 마당이었다.

서로에게 여유가 생긴 지금이 기회였다.

플라임, 엘리나, 연화를 만날 수 있는 재회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얼굴 보겠네요.”


채린의 데뷔 방송까지는 일주일. 탑의 여주인공들과의 만남까지는 하루.

정말 재미없는 날이 없다며, 설진은 웃었다.


“그러게. 빨리 보고 싶네. 아, 플라임은 빼고.”

“왕녀님이 왜요오.”

“플라임이랑 있으면 뭔갈 뺏길 것 같단 말이야.”


저리 말하곤 있지만 표정에는 장난이 가득했다.

진심으로 내뱉은 소리는 아닐 터, 그걸 알기에 설진은 시연의 말을 받아쳤다.


술 파티가 끝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잠이 오질 않았다.

왜 이러는 건지. 내일 만나게 될 얼굴들에 괜스레 잠이 오지 않는 건지.


눈을 감아도 잠에 들지 못해 곤란함을 삼키고 있을 즈음,


“설진아.”


옆에 누운 시연이 말을 걸어 왔다.

달콤하고도 매혹적인 목소리였다. 목소리에 흠뻑 취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을 때는, 손을 뻗어 뺨을 만지고 있는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잘 자.”


그녀가 속삭였다. 기쁜 듯 지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설진은 그대로 몸이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분명 아까까지는 잠이 오지 않았건만, 어쩐지 지금부터는 잘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졸음이 밀려왔다.

동시에 시연을 향해 말했다.


“잘 자요. 누나.”


내일이 기대되는 날이었다.


(완)


작가의말

아직 부족한 작가인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는 이제 완결이고, 끝이 났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1년 넘게 써온 소설이라 애정도 있고,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제가 짠 스토리와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끝이라 말하고 있네요.


간간이 달리는 댓글도 읽어보곤 했습니다. 제가 그리 활발한 성격은 아닌지라, 선뜻 답글을 달지 못한다는 게 조금 슬프긴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소설은 300화로 완결을 내게 되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읽어주신 분들, 코멘트를 남겨주신 분들, 그리고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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