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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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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3.01.11 12:24
조회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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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99화

DUMMY

[나 : 누나, 어디에요?]

[시연 누나 : 나 곧 카페 도착해. 설진이는?]


넷이서 만나기로 한 당일, 시연은 집결 장소로 카페를 골랐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할 수 데에는 카페만 한 곳이 없다는 이유였다.


챙겨온 지갑을 훑은 설진은 이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천에 도착은 했고, 말한 장소에 근접도 했으니 이제 보여야 할 텐데.


‘아, 저기구나.’


[나 : 저도 카페 발견했어요. 조금만 걸으면 도착할 거 같아요.]

[시연 누나 : 천천히 와도 돼~]

[나 : 네.]


저벅, 저벅.


짤막한 메시지를 주고받고서, 다시 걸었다.

그저 인도를 밟는 것뿐인데 괜스레 어색함이 느껴졌다.


‘돌아오긴 했구나. 정말로···.’


다시 맺힌 쓴웃음은 쉬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나 기차를 탈 때와 지금 이렇게 인도를 걷고 있는 순간에는 더더욱.


생각해 보면 쓴웃음이 감도는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1년. 무려 1년이나 되는 세월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여하튼 그만한 시간을 중세 시대에 있다가 다시 현대로 돌아온 것이다. 어색함이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지.


지르밟고 있는 인도도, 차로에 스며든 횡단보도도. 때와 시간에 따라서 색이 변하는 신호등도 괜스레 어색하기만 했다.


빨간 불에 멈추고, 초록 불에 가면 됐었나.

어린아이도 까먹을 것 같지 않은 내용을 재차 상기하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 신호등의 색은 방금 막 적색에서 청색으로 변한 상태.


건너라는 신호일 테지, 설진은 언제 다시 빨간불이 될라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횡단보도의 흰 부분과 검정 부분이 나뉜 것이 또렷이 보였다. 그 사이사이에 발을 디디며 또각또각 앞으로 걸었다.


‘다시 변했네.’


한 블록을 건넌 순간, 신호등은 어느새 적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것도 참··· 오랜만이라 적응이 잘···.’


물론 설진이 탑에 있었던 시간은 1년. 아무리 1년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져도, 기본적인 현대 사회의 상식은 까먹으려야 까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탑에 전이되기 전 설진은 우울증 환자나 다름없는, 그보다 더 심한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로 심한 폐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을 기피해온 그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리저리 쳐다보는 것도 그 영향일 테고.


‘이젠 적응해야겠지.’


주변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설진은 품속에 넣은 손바닥을 꾹 접어, 작게나마 주먹을 쥐었다.


변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미 설진은 변했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 잘 적응할 수 있을 터였다.


‘정 힘들면 누나한테 도움 좀 받지 뭐.’


힘들어도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리도 행복한 것인지.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에 설진은 쓴웃음을 지으려다가, 이번에는 달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선 입꼬리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웃음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단지 쓴웃음이 활짝 펴, 미소로 바뀌었을 뿐.


그것만으로도 변한 기분이었다. 이미 변했지만, 한 번 더.

다시 한 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한 기분이었다.


햇살은 여전히 맑았다. 탑에서 귀환한 이후 처음 봤던 햇빛보다 더욱 쟁쟁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이 부실 것 같은 태양에게서 눈을 돌렸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자그맣게 울렸다.


여전히 저벅, 발걸음은 내딛고 있었고, 목적지에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페까지 남은 걸음은 대략 이백 걸음 정도. 머잖아 도착할 듯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노래 삼아, 목적지를 알려주는 지도 앱을 이정표 삼아.


저벅.


한 걸음.


저벅. 저벅.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다리를 움직인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가 본데.’


[나 : 도착한 거 같아요.]

[시연 누나 : 들어와. 설진이가 두 번째야.]


함께 고난을 이겨냈고,

앞으로도 함께 나아가게 될 우리가,


띠링-.


“어서 오세요.”


만남을 약속했던 인천의 한 카페로.


* * *


띠링-.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선 설진을 맞이한 건 직원이었다. 일행이 있다는 말을 흘린 설진은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시연을 찾았다.


카페 내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화에 방해되지 않고, 딱 분위기를 살리기에 좋아 보이는 음악이었다.


여러모로 은은하게 퍼지는 음료와 디저트의 냄새는 이곳이 카페임을 상기할 수 있는 순간이 되곤 했다.

다른 탁자들 위에 올려진 커피와 케익 조각을 몇 번 바라보며 시연을 찾기도 잠시, 이내 찾던 사람을 발견했는지 설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누나?”


끝자락, 창문 밖이 훤히 보이는 자리를 잡고 있는 시연이 보였다.

자리는 당연하게도 4인용. 한 면에 두 개씩 놓인 의자와 아직 음료를 시키지 않았는지 비어 있는 탁자 위가 눈에 들어왔다.


그즈음, 시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설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리려는 모습이다.


스윽-.


하는 소리와 함께, 시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왼쪽으로 천천히. 그러면서도 느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게.


이윽고 긴 머리카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실내일지언정 시연의 머리칼은 윤기 있게 휘날렸다.

순간이지만 뺨 한쪽을 전부 덮었을 정도로. 그러면서도 설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건 아마 그녀의 아름다움 덕분이겠지.


카페 안은 엄연한 실내였다. 그러니까, 지금 현대의 계절이 여름이라도 에어컨이 틀려 있어 더울 리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괜스레 더위가 느껴지는 건지.


두근.


왜 이런 소리가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건지.


알 것 같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감정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시연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금 마음 속을 파고든 감정에 이름을 붙여 정의하려는 찰나,


“아.”


시연이 짧게 탄성을 질렀다.

이내 고개가 완전히 돌아갔을 즈음, 그녀가 웃었다.


“왔구나. 설진아!”


단언컨대 설진보다 더욱 행복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 *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저희 얼굴 못 본 지 이틀밖에 안 되지 않았어요?”

“이틀이면 48시간 아니야? 48은 나름 큰 숫자라고 생각하는데.”


의자를 빼며 앉은 설진이 어색하게 대꾸했고, 다시 화답이 돌아왔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설움을 지금 풀겠다는 듯 양팔을 확 펼친 시연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와락-.


“어엇?”


단순히 양팔을 펼치거나 안는 시늉한 할 줄 알았는데.

시연이 택한 건 둘 다 아니었다. 정말로 품에 안는 걸 택했다.


“···싫어?”

“아뇨. 싫은 건 아니지만···.”

“그럼 이렇게 있어 줘. 앞으로 마흔일곱 번··· 헤헤.”


한 시간당 안기 한 번.

시간당 포옹제를 주장하는 시연이 와락 안기더니, 이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와라라악-.”

“그으- 싫은 건 아닌데···.”


설진은 곤란해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시연을 떨쳐내지 못했다.

자신을 안은 순간 입꼬리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이,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는 기색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물론 설진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포옹할 수 있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카페에는 다른 사람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창문에 가까운 외곽이라 그나마 시선이 덜 쏠렸지만, 그래도 몇 명은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으으, 설진은 곤란하다는 듯 침음을 삼켰다. 탑에서 겪은 일 중 이만큼 곤란했던 상황을 꼽으라면 아마 몇 없을 터였다.

이젠 눈을 확 감기까지 해버린 시연을 보고서 설진은 그녀의 등에 손을 올렸다.


하는 수 없다는 생각 반,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 반.

미묘하게 섞인 두 생각이 설진의 행동을 이끌어냈다.


짧게 숨을 내쉬고, 안겨온 시연을 천천히 올렸다.

자세를 잡은 채 양손으로 등을 맞잡고서는 스르륵- 등을 쓸어냈다.


“헤헤.”


처음 보여줬던 누나의 위엄은 어디 가고, 웬 고양이가 하나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귀여운. 아니,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그렇게 체감상 오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설진은 손을 뗐다.


“누나. 이제 그만 슬슬···.”


쏠린 시선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애당초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인원은 설진과 시연, 이 둘뿐이 아니다.

두 명이 더 있었다.

그 둘에게 이런 광경을 보이기 전에 시연을 끄집어내려는 찰나였다.


저벅, 저벅.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리는 두 쌍의 발소리.

하나는 가볍고, 하나는 무겁고.

남녀가 섞인 발소리였다. 발소리의 정체를 짐작한 고개가 무심코 돌아가자, 그제야 설진은 지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하, 오빠아.”

“저희 조금 있다가 올까요?”

“···!”


마지막은 시연의 반응이었다.

순간 전광석화라도 사용한 듯 몸이 굳더니,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처음 카페에서 본 시연의 모습 그대로 원상복귀가 이루어졌다. 품에 안겼던 시연의 감촉이 사라져갈 즈음, 채린과 찬우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으음. 으으음. 다 왔네. 그동안 잘 지냈어?”

“잘 지냈죠. 탑에서는 1년이 지나긴 했지만, 현실 시간은 그대로인 모양이라 딱히 할 것도 크게 없었고요.”

“···.”


아.

그랬지.


탑과 달리 현대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지언정 설진의 방은 이전부터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래서 이틀의 시간 동안 청소와 정리에 그렇게나 공을 들였건만.

아무래도 채린은 그렇게 큰 고생을 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주기적인 정리 습관. 무망중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우는?”

“저도 평범했어요. 처음에는 일 년이 지나있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어서···.”


아무래도 이틀 동안 고생을 한 건 설진밖에 없는 모양.

물론 과거를 생각하면 본인의 업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억울한데.


흠흠, 속으로 헛기침하며 머릿속을 가다듬었다. 근황을 물어오는 채린에게 간단히 답하고서 다시 이야기 속으로 합류했다.


이야기는 길었다. 둘이 오고 난 이후 시켰던 음료가 바닥이 나도 모를 만큼.

탑에서의 이야기는 물론이요, 현실에서의 이야기도 스몄다.


서로의 암울한 과거사가 나올 때는 분위기가 좋진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제는 괜찮다라거나,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돌리니 금세 잊혀져갔다.


탑에서의 일을 추억하기도 하고, 만났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플라임은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지레짐작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탑에서 겪었던 비극은 조금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 염원석 기억해요?”


이야기가 서서히 무르익어 갈 때쯤, 설진은 말을 꺼냈다.

왜 자신에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현대로 귀환할 당시 있었던 물건이었다.


하나는 둥근 구슬의 모양을 띠고 있고, 또 하나는 까끌까끌한 돌처럼 생겨 있었다.

생각해 보니 염원석은 돌이 맞긴 하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닌가.


“이거 두 개를 합치면 된다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탑을 올랐던 목적인 소원을 위해서.

설진은 기억 구슬과 염원석을 합쳤다.


우웅.


그러한 진동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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