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3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31 13:20
조회
170
추천
3
글자
11쪽

290화

DUMMY

“리아엘라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예. 전쟁이 끝난 이후 제국은 평화를 되찾았으니까요.”


황실의 정원을 걷던 도중 넌지시 리아엘라에게 물었다.

간단한 안부인사였지만, 설진은 그 대답으로 한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엘리나는 자신이 안 사실을 숨겨둔 건가.’


엘리나는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


그녀는 그 사실을 숨겨두기로 한 모양이었다. 아니라면 아직 충분한 생각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거나.

어느 쪽이든 큰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엘리나가 사실을 숨겨두기로 했다는 것.


‘만일 정보를 풀었다면 힘들어졌을 텐데···.’


당시 설진조차도 확신이 없어 자신을 가짜라 칭하는 엘리나를 보고서 침묵했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비록 육신은 만들어졌을지언정 안에 든 혼만큼은 진짜인 것을 안 이상 더 이상 애매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동시에 정보를 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실이 공개된다면 설진은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테니까.


“설진 님께서는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설진의 안부인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리아엘라가 물어 왔다.

자신이 물었듯 평범한 안부인사였지만 차마 잘 지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헤임 제국을 뜬 이후 설진은 연나비에서 고된 시간을 보냈다.

연화와 설야의 화합을 돕고, 최종 보스인 오른과 싸우기까지 했다.


싸워 온 나날들을 잘 지냈다고 할 순 없는 법이니.

설진은 작게 미소만을 그려 화답했다. 그 대신 대답한 쪽은 찬우였다.


“저희, 모든 일이 끝났어요.”

“···.”


모든 일이 끝났다는 말.

뒤늦게 강녕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음을 깨달은 리아엘라는 작게나마 비음을 흘렸다.


모든 일이 끝났다는 건, 그전까지 일이 있었다는 의미니.

심지어 설진 일행은 전국 단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의 일이 끝났다는 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고생하셨습니다. 네 분 모두.”


속으로 품은 의문을 삼킨 리아엘라는 그런 말을 건넸다.

고생했다고. 지금 리아엘라가 내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였다.


“아직 엘리나 황녀님께서 계신 곳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간단히 이야기라도 나누시겠습니까?”

“아, 그렇겠네요. 황실이 워낙 커서 엘리나한테 가려면 많이 걸어야 했었죠.”


사람을 만나려면 한참을 걸어야 하는 황실이 이상한 걸까.

일국의 황녀를 단순히 엘리나라 부르는 설진이 이상한 걸까.


“십분 정도는 더 걸어야 할 겁니다.”

“으음. 그런가요.”


십분의 시간을 예고한 리아엘라가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녀의 허리 부분이 눈에 비쳤다.

정확히 말하면 허리춤에 안치된 서신이었다. 양피지처럼 둘둘 말아진 두루마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건 뭐에요?”

“아, 이건-.”


허리춤에서 삐쭉 튀어나와 있는 두루마리.

옷자락을 들쳐 두루마리를 보여준 리아엘라는 말을 이었다.


“황녀님께서 제가 명령하셨습니다. 이 두루마리를 수인의 왕에게 전달해달라고 말이에요.”

“수인이요? 아, 교회와의 전쟁이 끝났으니···.”

“슬슬 외교 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온 것이죠.”


헤임 제국은 원래부터 수인과 교류하고 있던 나라였다.

단지 교회의 악행이 그 교류점이 무너뜨렸을 뿐.


모든 상황이 해결된 지금 엘리나는 수인과의 교류를 추진하려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타국과의 협정은 나라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일.

나라의 주인 된 자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수인과의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설진 님과의 재회 아니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재회지만, 황녀님은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이어지는 리아엘라의 말에 설진은 쓰게 웃었다. 물심양면으로 환영해 주는 건 좋지만, 수인과의 일을 내팽개친다는 말은 좀···.


차마 더 들을 수 없었던 설진은 결국 말을 돌렸다.

리아엘라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으니, 이번에는 다른 이들의 근황을 물었다.


“다른 분들은 어디 계세요?”

“나타벨은 저와 마찬가지로 황실에 기거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넬 님과 아메르 님은 황실 밖에서 수행하고 계십니다.”

“수행이요?”

“년마다 한 번 팔라딘은 황실을 떠나 제국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사실 수행이라기보단 휴가에 가까운 제도라···.”


신나 하시며 기꺼이 수행을 받드셨다고.

그렇게 말한 리아엘라의 말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봐 왔던, 그리고 구했던 인물들이 이리도 좋은 삶을 살고 있었다.

뿌듯했다. 동시에 성취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탑에 들어오게 되어서, 그리고 시연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즈음,


저벅.


“다 왔습니다. 여기에 황녀님이 계십니다.”


그 무엇보다 화려해 보이는 문이 눈에 들어왔다.

구태여 엘리나가 있다고 써놓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방인 것을 알 것 같았다.


황녀의 방. 그건 그 무엇보다 휘황찬란해야 하므로.

온갖 아름다운 장식이 붙은 방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괜스레 떨리는 마음이 들어 한 박자 주춤하고 있자니, 똑똑. 리아엘라가 문을 두들겼다.


“황녀님. 리아엘라입니다.”

“응? 들어오세요.”


먼저 문을 연 리아엘라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쉿, 자그마한 소리를 내었다.

얼떨결에 뒤로 밀려난 설진 앞으로 리아엘라가 들어섰다. 엘리나의 집무실 문을 연 리아엘라는 예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리아엘라? 분명 아까 수인들의 땅으로 출발한 게 아닌지···.”


나타벨의 목소리였다. 마법사이긴 하지만, 마도의 길을 걷는 것보다 황실 공무에 헌신하기로 한 그녀는 여전히 엘리나의 옆에서 집무를 돕는 모양이었다.


‘으음.’


그보다 리아엘라가 의외로 장난기가 있었나.

입가에 손가락을 올린 것부터 먼저 들어간 것까지.

찾아온 평화는 사람의 성격마저 돌려놓는 건가.


대강 그녀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깨달은 설진은 속으로 말을 흐렸다.


“그것이··· 손님이 찾아왔는지라.”

“손님이요?”

“네, 황녀님. 엄청난 귀빈이 방문하셨습니다.”


그 순간, 리아엘라와 엘리나의 대화가 이어지고,

엘리나의 머리 위로 자그마한 물음표가 떠오른 찰나.


활짝-.


“이분들이십니다.”


집무실의 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설진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체 누군가 하던 엘리나의 표정이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의문에서 추측으로.

그리고 추측에서, 반가움으로.


순간 황녀라는 직위를 망각하고서 입을 벌릴 정도로, 말이다.


“오랜만입니다. 엘리나.”


설진은 리아엘라에게 보였던 미소를 지으며 엘리나를 맞이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웃음을 짓는데 에너지를 다 쓸 지경이었다.


그래도 당황과 당혹, 기쁨과 반가움이 뒤섞인 얼굴을 한 엘리나를 바라보자니 다 써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진?”


엘리나의 입장에서, 일행과 엘리나의 재회는 참으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이기도 했다.


* * *


엘리나는 황녀지만 사람이기도 했다.


“오랜만이지요?”

“몇 달은 됐다고 들었는데요.”

“어머. 저는 몇 달이 몇 년처럼 느껴졌는데, 설진은 그렇지 않은 모양인가요?”


무슨 말이냐면, 한 번 친해진 사람을 대할 땐 한없이 유해진다는 뜻이었다.

당장 지금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실로 오래간만의 재회인데 처음 한다는 말이 ‘나는 당신이 그리웠어요.’라니.


물론 장난에 불과한 말이긴 했다. 그래도 제국을 군림하는 황녀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음, 뭐랄까.

괜스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쁜 쪽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까웠다.

엘리나와 친해졌다는 사실과, 리아엘라와 나타벨과도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기꺼운 일이었으니까.


“흠흠.”


다만 엘리나와 헤어지기 전 고백 비스무리한 것을 받았는지라.

그리고 옆에는 연인 사이인 시연이 떡하니 붙어 있는지라.


그런 의미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엘리나.”


진심 반, 그리고 진심인지 모를 요상한 기분 반.

두 개가 섞인 그대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가요. 설진도 저를 보고 싶었나 보네요.”


엘리나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몇 달이라는 시간에 걸쳐 재회했기도 하고, 그간 보고 싶은 얼굴이었으니 그 무엇보다도 반가움의 감정이 큰 듯했다.


그리고 그건 설진에게도 마찬가지.

엘리나와 나누는 대화에는 반가움만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을지언정 대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웃음은 누가 뭐래도 진심이었다.


“교회와의 전쟁이 끝나고 그간 어떻게 됐는지 아나요?”


엘리나는 교회와의 전쟁이 끝난 후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해제되고, 요한이 죽고 난 이후에 있었던 일.

황실이 이제 유일한 집권자가 되어 제국을 관리하는 일.


“전쟁이 끝나자마자 수습하느라 죽을 뻔했지요. 어휴, 타국에 정보가 새어나가는 건 최대한 늦춰야 하지, 제국은 빨리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하지.”


이야기 중 나오는 푸념은 이야기 상대가 설진이었기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 누구도 아닌 황녀인 자신이 제일 고생했다고 주장하는, 넋두리의 탈을 쓴 이야기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종교 관련 신정책 발의, 수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법안, 교회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배당되는 보상까지.

그 외에도 수십 가지가 넘는 일을 처리했다면서 주장하는 모습은 그저 즐겁기만 했다.


“설진은 그간 뭘 하고 있었어요?”


와중 엘리나가 물어 왔다.

그간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놨으니, 이제 설진의 이야기도 들려달라는 의미였다.


그간 몇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지금 돌아왔다는 것에는 무슨 의미를 품고 있는지.


잠시 고민한 설진이었으나, 그 과정은 짧았다.

어차피 전부 끝나 가는 실정이 아닌가. 여기서 침묵을 지키고 비밀을 만드는 것보다, 알려줄 수 있는 건 알려주는 편이 나을 터.


엘리나가 일기를 쓴다고 말한 그때를 생각하면 알려주는 게 도리기도 했다.


‘···’


고민은 찰나에 이루어졌으나,

무엇을 했는지 곧장 입을 열려던 설진이 아차 한 것은 그때였다.


‘여긴 엘리나만이 있는 게 아니지.’


중간중간 대화에 참여한 리아엘라도, 나타벨도 있었다.

엘리나는 그들에게 탑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터인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리해 눈동자가 절로 아래로 옮겨가려니,


“나타벨, 리아엘라.”


돌연 엘리나가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 주지 않겠는지요.”


자리를 비켜 달라.

달리 말하면 이야기를 듣지 말라 달라.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명을 듣고서도 둘은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채 받는다는 의미를 담고서 몸을 일으켰다.


“아, 저도 잠시 나가 있을게요.”

“찬우도?”

“형은 황녀님이랑 편한 시간 보내요. 저도···.”


찬우의 시선이 리아엘라에게 향했다.

음, 대강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찬우를 보냈다. 덩달아 나타벨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채린마저 내보내니, 이제 엘리나의 집무실에는 세 명만이 남게 되었다.


설진은,


“엘리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정기 연재 전환 공지입니다. 22.09.26 210 0 -
공지 제목, 소개글 변경 공지입니다 21.12.09 643 0 -
300 300화(완) 23.01.12 346 6 12쪽
299 299화 23.01.11 180 3 11쪽
298 298화 23.01.10 172 3 11쪽
297 297화 23.01.09 165 3 12쪽
296 296화 23.01.08 164 3 11쪽
295 295화 23.01.06 169 3 11쪽
294 294화 23.01.05 154 4 11쪽
293 293화 23.01.04 162 3 11쪽
292 292화 23.01.03 154 3 12쪽
291 291화 23.01.02 159 3 11쪽
» 290화 22.12.31 171 3 11쪽
289 289화 22.12.29 159 3 12쪽
288 288화 22.12.28 167 3 12쪽
287 287화 22.12.27 156 3 12쪽
286 286화 22.12.26 163 3 11쪽
285 285화 22.12.25 174 3 11쪽
284 284화 22.12.22 180 3 12쪽
283 283화 22.12.21 181 3 12쪽
282 282화 22.12.20 169 3 12쪽
281 281화 22.12.19 167 3 11쪽
280 280화 22.12.18 168 3 12쪽
279 279화 22.12.17 169 3 11쪽
278 278화 22.12.15 178 3 13쪽
277 277화 22.12.14 174 3 11쪽
276 276화 22.12.13 172 3 11쪽
275 275화 22.12.11 179 3 12쪽
274 274화 22.12.10 167 3 11쪽
273 273화 22.12.08 181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