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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38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3.01.10 15:30
조회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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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98화

DUMMY

돌아왔다, 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탑에서의 모든 일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돌아온 거야···?’


분명 슌에게 묻기까지 한 귀환 방법이었건만.

막상 정말로 돌아오니 믿기지가 않았다.


꿈을 꿨나 싶기도 했다. 꿈에서의 시간은 현실과 달라서, 일 년의 세월이 흐를지언정 정작 현실에서는 몇 시간 남짓이곤 하니까.

지금도 그런가 싶었다. 방금의 일이 모두 꿈이고, 잠시 졸음에 젖어 쪽잠을 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윽-.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의복은 탑에 들어가기 전 입었던 펑퍼짐한 차림이 맞는데, 반지나 망토 같은 장신구가 몸을 장식하고 있었다.


기억상 반지나 망토는 입지 않았을 터인데.

그나마 탑에서 착용했고 사용한 걸일 텐데.


왜 여기, 현실에서까지 장신구가 있는 건지.


불현듯 한 가지 가설이 머리를 스쳤다. 만일 탑에서의 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면, 잠시 졸음이 밀려와 꿨던 허상 같은 게 아니라면.


분명,


‘마력 단검.’


체내에 스몄었던 마력이 반응하겠지.

침을 꼴깍 삼키며 탑에서의 느낌 그대로 마력 단검을 생성했다.


공기 중에 기묘한 기운이 떠다니고, 그 기묘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나아가 사용하는 법마저 떠올라 머릿속에서 복기될 즈음.


우웅.


만들어졌다.

작은 과도만 한 크기의 마력 단검이.


“···허. 이거 진짜야?”


작은 과도처럼 보이나, 그 강도는 과도와 차원이 달랐다.

시험 삼아 내리그은 두꺼운 책이 저항 없이 베어질 만큼.


차마 피부로까진 내리긋지 못하겠는지 설진은 긴 숨을 내쉬며 마력 단검을 회수했다.

파팟-! 깨진 마력 조각들이 가루처럼 내려앉았다. 낙하하는 마력 조각들이 손바닥에 얹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사르르 사라졌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탑에서의 일이 전부 사실이고, 결말을 낸 후 돌아왔다는 것을.


컴퓨터가 놓인 책상 옆에는 구슬과 돌이 나직이 놓여 있었다.

생각하는 게 맞다면 아마도 저건- 오른의 기억 구슬과 염원석일 터.


“그러고 보니 컴퓨터 화면이···.”


컴퓨터를 보니 생각났다.

자신이 탑에 전이되기 전 상황이, 100층을 클리어한 이후 화면이 검게 변해 빨려 들어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설진은 다급히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면은 여전히 검했다.

일순 컴퓨터가 꺼진 건가 싶었다. 그러나 불이 들어온 본체는 그 생각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탁탁.


패드 위에 올려진 마우스를 움직였다. 일 년 만에 다시 만져보는 마우스였건만, 조작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손이 움직였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흔들어 화면이 나오게끔 한 설진의 눈이 가늘어진 건 그때였다.


[100층 clear!]


‘이거···.’


100층이 클리어되었다는 메시지.

분명 빙의 전 마지막으로 봤던 시스템 메시지였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과는 달랐다. 감히 비교할 수도, 이루 말할 수도 없는 감정의 격류가 휘몰아치듯 강타해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긴 것과 게임 속으로 들어가 보낸 일 년의 세월은 판이하다시피 한 차이가 있으니까.


‘플라임, 엘리나, 연화는··· 이제 잘 된 건가.’


제 손으로 직접 구원한 세계.

그 세계의 인물들을 생각했다.


등장인물이라기보단 실존 인물에 더 가까웠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과거에는 지구에도 마법이 존재했던 모양이니.

마법이 존재한 과거 세계의 인물들. 기억 속에 남은 세 명의 여자들을 떠올린 설진은 떨리는 마음으로 화면을 클릭했다.


그리고···.


[유설진 :]


익숙한 채팅창이 설진을 맞았다.


유설진. 설진이 스페이스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게임 닉네임이었다.

닉네임이라기보단 본명에 가깝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유설진 : 지금 다 있-]


타닥타닥,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게 된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금 다 거기 있냐고 의문 어린 질문을 건네려던 순간이었다.


[바니타스 : 애들아? 애들아!? 지금 거기 있는 거지?]

[유약 : 누나··· 시연 누나에요?]

[바니타스 : 맞네 맞아. 본명 알고 있는 거 보니까··· 꿈이 아니었구나.]


바니타스. 그러니까, 시연.

유약은 찬우였다.


그들 또한 지구로 귀환한 듯, 그리고 컴퓨터 앞으로 돌아온 듯 곧바로 채팅이 날아왔다.

둘의 이야기를 보니 적어도 꿈은 아닌 모양. 생시임을 다시 상기한 설진은 두드리고 있던 문장을 완성시켰다.


[유설진 : 지금 다 있는 거죠?]

[바니타스 : 어? 설진이다! 설진이도 돌아왔구나!]

[유설진 : 방금 정신 차렸어요. 그런데 채린이는요?]


설진의 기억 상 채린의 닉네임은 페이드.

채팅에 있는 넷이 전부 게임 속으로 빙의했고, 일 년의 시간을 거쳐 돌아왔다면 분명 그녀도 있을 터인데.


시연, 찬우의 존재는 확인했지만 채린만은 보이지 않았다.


[유설진 : 채린아? 채팅 보여?]


혹여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걱정스레 채팅을 올렸다.

보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담아.


다행히 설진의 행동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뒤늦게나마 올라온 채린의 채팅에 자그마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드 : 자시만ㅇㅁ뇽 지금 전황]


···비록 그 채팅이 급하게 휘갈긴 것 같긴 해도, 말이다.


어쨌거나 시연, 찬우에 이어 채린이 있다는 것까진 확인했다.

적어도 탑에서의 일이 꿈은 아니었구나 하는 것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을 감싸고 도는 건 여전했다.

이걸 과연 뭐라 명명해야 할지.

굳이 정의하자면 약간의 어지러움과 얼떨떨함이 섞인 뒤숭숭함이려나.


‘후우. 그래도 돌아오긴 했구나. 다행이···.’


재차 모두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컴퓨터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들어온 것은 방 내부.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사는 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지럽혀진 자취방이었다.


‘···아.’


과장 조금 보태서 돼지우리가 아닌가 싶었다.

과연 사람이 사는 집이 맞나 싶을 만큼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탑으로 전이되기 전 나는··· 후우, 그랬지.’


무망중 일 년 전의 일이 떠올라 설진은 쓴웃음을 삼켰다.

탑의 빙의하기 전 살아가던 설진. 그땐 결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외려 최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악몽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목에 줄을 매달아 죽는다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게임을 제외하면 눈에 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여전히 입가에는 쓴웃음이 감돌아 있었다.

왜 그간 그렇게 살았느냐는 의미를 담아 자신에게 한 책망이기도 했고, 이제는 달라지리라 굳게 믿으며 한 생각이기도 했다.


그래, 이제는 달라져야지.

심지어 늦은 것도 아니다. 이제 스물다섯의 반열인데, 자신에게는 살아온 인생보다 살아갈 여생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었다.


[바니타스 : ···그럼 그때 모이는 걸로 하자. 괜찮지?]

[페이드 : 괜찮아요. 그때 갈게요.]

[유약 : 인천이면··· 저도 괜찮을 거 같아요.]


설진은 다시 모니터 속 화면을 바라보았다.

채팅의 주제는 탑에서 벗어나, 어느새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천이라···.’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까운 축에 속했다. 설진은 적당한 기차 편을 알아보고자 몇몇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이걸로 하면 되겠네.’


마침 적당한 기차를 찾았는지 쾌재를 띠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바니타스 : 설진이는 괜찮아?]


혹여 인천까지 거리가 먼 곳은 아닌지, 그래서 못 오는 건 아닌지 싶어 걱정스레 묻는 시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있다, 지금이라면.

과거와 달라진 지금이라면 웃으며 갈 수 있을 터였다.


[유설진 : 갈 수 있어요. 그때 봐요.]


나중을 기약하는 말을 남긴 설진은 게임 창을 잠시 치워 놓았다. 다시 인터넷에 들어가 몇몇 정보를 찾아보더니만, 이내 두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기실 방 안을 둘러봤을 때부터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곧바로 생각나기도 했고.


현재 설진의 방은 마구 헤집어진 돼지우리나 다름없는 상황.

그러니까 그러한 돼지우리를 사람 사는 방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쓰레기부터 버리자.’


청소가 먼저일 터였다.

기꺼이 몸을 일으킨 설진은 컴퓨터에서 잠시 시선을 돌린 채 종량제 봉투를 찾았다. 하진 않았어도, 하는 법은 알고 있으니 할 수 있을 터.


일으킨 몸이 방 안을 돌아다녔다. 종량제 봉투를 찾기 위해 여러모로 고개를 돌리며 동분서주하고 있자니,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봉투가 없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결국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청소가 아닌, 밖부터 나가기로.

더불어 필요한 물건들을 추려 가며 사오기로.


철컥-.


녹이 슬다시피 한 열쇠를 어색하게 집은 채, 문을 열고 잠궜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침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듯했다.


하지만 그래도,


‘햇빛 좋네. 누나가 분명 햇빛에 비타민이 많다고 그랬나.’


그래도 어떡해, 아무래도 좋은걸.


‘가보자. 봉투 구하러.’


햇빛이 따스하다고 생각했다. 블라인드를 쳐놓은 창문 너머, 태양이 만들어내고 있는 햇살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눈까지 닿을 정도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정돈해 가며, 밖으로 나오기 전 대강이나마 씻은 몸을 여러모로 점검해 가며.


저벅.


설진은,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 * *


사흘 정도가 지났다.

상황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적응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설진에게는 그랬다. 어디 멸망을 겪은 세계에서 회귀한 것도 아니고,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잔혹한 이야기를 공략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탑이란 세계에서 행복한 결말을 맺으며 다시 돌아온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나려야 날 리가 만무.

외려 긍정적인 영향만이 제 몸을 스치는 듯했다.


‘누나.’


시연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결점을 보완해 주는 공동체였으나, 이젠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되어버린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런 시연을 사흘 동안 보지 못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공허했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청소와 정리에 바빴다 치지만, 그 다음 날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오늘이었다.

오늘 괜히 시연의 생각이 났다. 보고 싶고, 그리고 또 그때처럼···.


‘흠흠.’


잡생각을 떨쳐낸 설진은 속으로 헛기침하며 주변을 훑었다.

기차가 출발한 지도 꽤 됐고, 정거장도 맞는 곳을 가리키고 있으니.


[지금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슬슬 내리면 되겠다.’


아무래도 슬슬 내리면 될 것 같았다.


사흘이 지난 지금, 시연이 말한 날짜가 다가왔다. 첫 번째나 두 번째 날은 주변 정리에 힘쓰고, 사흘 정도 되어 여유가 날 때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연의 말은 설진의 상황과 딱 들어맞았다. 대강 정리를 끝냈을 즈음 시연이 얼굴을 보자고 했으니 말이다.


[나 : 누나, 어디에요?]


게임에서 전화번호는 이미 주고받은 상태.

조금 낡은 핸드폰을 조작해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시연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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