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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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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2.27 17:0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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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87화

DUMMY

여주인공의 희생 없이 염원석을 사용할 방법.

설진이 물은 것은 그것이었다.


“방법이 뭐죠?”


다르게 말하면 소원을 이룰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과 같았다.

담담히 내뱉은 음성이 제 귀까지 비집는 듯했다. 염원석과 소원, 그리고 처음 품고 있었던 소망을 생각하던 설진은 슌을 응시했다.


‘처음에는 죽으려 했었는데.’


탑을 클리어한 후, 설진은 죽으려 했었다.

고통 없이 한 번에 그대로 세상을 뜨고 싶었다.


‘변했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생각이 달라졌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했다.

더 이상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 외려 그 반대로 삶을 바라고 있었다.


기실 그래서 구체적인 소원이 있느냐 묻는다면, 아니었다.

삶을 바란다는 생각을 품긴 했지만 소원이라 특정할 만큼 원하는 것은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염원석에 관한 것을 묻는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아니라, 채린이랑 찬우가. 그리고 누나도.’


설진은 혼자서 탑을 클리어하지 않았다.

믿음직한 동료가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뒤를 받쳐줄 일행이 있었다.

반 정도는 그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과거의 설진과 달랐다.

각자 마음속에 품은 소원이 있었다.


설진이 지금 하려는 것은 그 소원을 이룰 방법을 찾아주는 것. 그리하기로 했으니, 여주인공의 희생 없이 이룰 방법이 생겼으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염원석의 기동 조건이라···.”


슌은 곧장 입을 열었다.


“어렵지 않습니다. 오른의 기억이 담긴 구슬을 염원석에 접목하면 되니까요.”

“그게 끝이에요?”

“네, 그걸로 끝입니다. 플레이어만이 염원석을 기동시킬 수 있다는, 여러분에게는 의미 없는 애로사항을 제외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염원석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오직 플레이어라는 사실만을 제외한다면 방법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쉬운 편이었다.

설진은 플레이어. 조건에 걸릴 리 없으니 말이다.


“···.”


클리어된 탑이 어떻게 되는지도, 염원석의 사용 방법도 알았다.


“여러분이 사는 현대로 돌아가는 건 간단합니다. 탑에서의 일을 모두 끝마치신 후,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방법까지도.


이보다 쉬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염원석도 귀환도, 탑에서 겪었던 그 어떤 일보다 간단하고 간략했다.


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슌의 말을 들었다. 이어지는 말은 간단했다.

그동안 정말로 고생했다고, 오른을 죽여줘서 고맙다고.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 들어간 말이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슌이 품은 감정은 사실적이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제-.”

“잠깐만요.”


슬슬 돌아가실 때가 온 것 같군요.

슌이 말을 마무리 지으려는 찰나, 설진이 말을 끊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궁금한 것.

있었다. 왠지 무언가를 까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건만, 탑의 미래에 대해 묻는 것을 잊고 있었다.


“저희가 탑에서의 모든 일을 끝마치고 귀환하게 된다면.”


탑의 시간은 그대로 흐른다. 설진이 구원한 세상 그대로.


“그리고 저희가 없는 탑에서 시간이 흐른다면.”


사람이고 엘프인 이상 영원한 것은 없었다. 아주 기나긴 시간이 흐른면 그들은 결국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겠지.


설진이 말했다.


“여주인공이 여생을 전부 보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탑에서의 삶이 끝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그렇게 물었다. 슌은 잠시 침묵했다.


설명하기 곤란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만 다른 문제가 있는 듯했다.

설진은 기다렸다. 답을 알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기다릴 용의가 있었다.


달칵-.


“···?”


귓가를 때리는 달칵 소리.

십여 초 정도가 지났을 무렵,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카페에서. 아늑하다 못해 안락하기까지 한 카페에서,


[죽음은 끝을 의미]


불현듯 무미건조한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


[끝은 종결. 지구의 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


대답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저런 음성에 저런 말투를 쓰는 건 탑에서 딱 하나였으니.


“시스템?”

[긍정. 시스템.]


시스템임을 긍정하는 문구가 나타난 찰나, 설진은 슌을 돌아보았다.


“슌, 이건 대체-.”

“···.”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슌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중간 관리자 ‘슌’에게 허락된 유예 종결]

[다시 근신 처분 요함]


“···받들지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조금은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아 설진 일행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선 몸을 돌렸다. 설진과 멀어지는 발걸음이 차차 내딛어지나 싶더니,


“허.”


어느샌가부터 슌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편집으로 없애기라도 한 것 같았다. 기척조차 잡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즈음, 시스템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설명, 이해 여부를 물음]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확인]


시스템의 등장, 이후 이어진 시스템의 설명은 간결했다.


-[죽음은 끝을 의미]

-[끝은 종결. 지구의 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


단지 그 두 마디가 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략 상황을 어림짐작할 순 있었지만, 지금은 짐작으로 넘길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설명을 요구하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니.


[탑은 죽은 인물의 혼이 기거하는 곳]

[통칭 ‘플레이어’라는 이들에 의해 성불되어야 할 의무가 있음]


[결말이 좋든 나쁘든 탑을 클리어한 이후, 혼은 안정을 되찾음]

[당시 클리어한 세계선에서 여생을 보내다 삶을 마침]


[클리어한 세계선은 플레이어가 정함]


마지막 말은 슌이 앞서 설명해준 것과 비슷했다.

원하는 시간선에서의 스테이지 종결. 그 사실을 되짚은 설진은 확신을 담아 물었다.


“스테이지 클리어. 한 번 더 가능한 거죠?”

[긍정. 탑을 클리어한 플레이어는 몇 번이고 에피소드에 도전할 수 있음]


그렇게 몇 번이고 탑에 도전하다, 원하는 결말이 나오면 그대로 스탑.

거기서부터 엔딩 이후의 세계가 펼쳐진다.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설진은 눈을 감았다. 실패한 플레임 에피소드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지만, 뭐랄까.

정말로 신이라도 된 것 같아서 외려 복잡하기만 했다.


사람이 사람의 운명을 재단하는 것이지 않는가.

마냥 좋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그동안 함께해온 여주인공들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설명, 이해 여부를 물음]

“이해했어요.”

[확인, 질문 여부를 물음]


시스템의 설명에 설진을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확실히 했다. 다만 찝찝함이 조금 남을 뿐.


다른 질문할 것이 있나 생각했으나 떠오르는 건 없었다.

질문이 더 있냐는 시스템의 말에 설진은 고개를 저었다. 의문이 전부 해결되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


카페 특유의 은은한 분위기가 점차 바뀌는 것이 보였다. 따뜻함을 상징하는 노랑과 주황이 한 차례 뒤섞이는가 싶더니, 이내 짙어졌다.


짙어지고 짙어진 색은 점차 일행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진은 거부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양 받아들였고,


달칵-.


다시, 그런 소리와 함께.


[플레이어에게 경의를]


일행은 이곳에 오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 * *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싸움은 없었다. 일행들 사이에 사소한 다툼(채린, 찬우)은 있을지언정 그건 맨날 있는 일이니 큰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대략 일주일의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해와 달이 일곱 번씩 저물고, 다시 해의 차례가 되어 아침이 찾아왔다.


“으.”


뾰루퉁한 몸을 몇 번 헤집은 설진은 기지개를 켜며 아침을 맞이했다.

일주일의 시간.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도, 몸을 덮는 이불의 감촉도 생생했다. 스르륵 감겨오는 눈을 애써 크게 뜨며 몸을 일으켰다.


평범한 시간과 평범한 일상.


“으으, 설진아 잘 잤어?”


그리고, 조금 특별한 연인.


설마 게임에서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탑이라는 시련을 넘기며 맺어질 줄은 몰랐다고.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그럴 만하지 않나. 설진과 시연은 따지고 보면 게임으로 맺어진 사이.

설마 게임 친구가 연인이 되어버리다니. 그것이 이런 특이한 방식으로 말이다.


“네, 누나도 잘 잤어요?”


어디 소설에나 나올 법한, 아니. 이미 탑이라는 게 있는 시점에서부터 비현실적인가.

실없는 생각을 이으며 시연을 바라보았다. 이젠 진심이 담긴 웃음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참으로 좋은 변화였다.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만큼.


몸을 일으킨 설진은 침대에서 벗어날까 생각하다가, 돌연 떠오른 것이 있는 듯 다시 몸을 뉘었다.


와락-.


“오, 오아아-?”


뻗은 손이 얇은 옷감 너머의 살결을 간들이고, 쓸어내렸다.


조금은 놀란 듯한 얼굴. 그리고 발그레한 뺨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연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일말의 거부 없이 설진의 손을 받아들였다.


“뭐야. 이젠 이런 짓까지 해도 되는 거야?”

“어제 누나가 해달라고 한 거 같은-.”

“어허. 변명은 그만.”


단 한 마디로 설진의 말을 일축한 시연은 설진을 끌어당겼다.

이미 가까운 거리일진대, 그 상태에서 한 번의 밀착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붙어버린 두 사람의 몸은 마치 풀이라도 바른 듯했다.


“에헤헤. 좋다.”


그건 아침이었기에 들을 수 있는 소리였을까.

연인이었기에 들을 수 있는 소리였을까.


어느 쪽이 되었든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시연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니.

그렇게 한참 동안 둘은 서로를 안았다. 붙은 몸이 살결과 맞닿고, 부끄러움을 품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 *


휴식이란 건 말 그대로 한 단계를 쉬어간다는 뜻이지만, 꼭 그런 의미로 해석되리란 법은 없었다.

휴식을 취한 후 일을 하듯이, 휴식이란 건 어찌 보면 다음을 준비하는 단계로 볼 수 있었다. 단지 그 준비의 과정이 평소보다 느긋해진 것일 뿐.


“···그런 겁니다. 탑이란 세계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연화에게 탑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 설진은 말을 끝맺었다.

이대로 아무런 변화 없이 엔딩의 세계가 이어진다고, 플레이어의 개입 여부는 빼놓고 말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순 없었다.


그랬다가는 연화를 기만하는 것 같아서.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만 알고 싶지 않기에.


“그런가요.”


설진의 설명을 들은 연화는 담백한 대답을 토해냈다.

그런가요.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여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


“설진 님은 저게 말씀하셨죠. 제가 저를 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저라고.”

“그랬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요. 설진 님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불안감은 거의 사라진 것 같네요.”


순식간에 미소를 그린 연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짓더니만,


“설진 님. 부탁드립니다.”


간곡한 염원을 담아.


“저와 설야는 이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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