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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는 독학으로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2.27 22:11
최근연재일 :
2023.03.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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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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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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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1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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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폭풍의 전야(3)

DUMMY

나는 아카데미로 가면서 메시지를 넣었다.


「신수영. 아카데미로 와라」


─띠리리링


1분 정도 지나자 답장이 왔다.


「너 뭐야? 뭔데 나보고 오라가라야? 너 스토커지? 조건 만남? 뒈질래? 확 철컹철컹하게 해줄까?」


이 되먹지 않은 답장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던 걸음도 멈추고 서늘한 손짓으로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뭐하는 짓이냐」


미리 준비했다는 듯 답장은 1초만에 왔다.


「뭔긴 뭐야 띠발이다. 아 뭔데 자꾸 문자 보내는데!」


흠···

뭘까 고민했다.

다른 이에게 보냈나?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신종 사기 범죄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귀여니가 강원랜드 사건을 걸고 넘어졌다. 신수영 또 위기다. 너의 헌터 자격을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이 녀석이 어떻게 반응하나 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답장을 0.5초만에 받을 만큼 훌륭한 함정이었다.


「아··· 송 선새무니임··· 죄송해요. 제가 문자에 서툴러서···」

「마마손이 말하지 않았나? 내게 잘 보이라고?」

「끄응··· 그건 또 어떻게 아셨을까? 아 됐고 용건만 말하세요.」


이 년 말하는 싸가지 하곤.



*



“아 뭔데뭔데뭔데 왜 불렀는데?”


아카데미까지 달려온 듯 신수영이 땀에 젖었다. 얇디 얇은 흰 민소매티가 너무 적나라하게 비췄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랐지만 『카리스마』와 『권위』로 민망함을 누그러뜨렸다.


“왜 불렀는데 반말이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달려와서···”


세상 조신한 태도로 눈빛을 깜빡인다. 몇 번 겪어보니 이 녀석 의외로 사람 다루는 재주가 있다. 상대하는 사람은 빡치지만.


“큼큼···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다.”

“네 부탁이요? 수영이는 그런 거 싫어하는데.”


갑자기 손을 뒤로 빼 뒷짐을 지더니 몸을 베베 꼰다. 고개는 떨구고 시선은 내리 깐다. 냉큼 뒷걸음친다.

송민우인 나의 부탁이 그리 싫은가.

자존심이 상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수 밖에 없다.


“마마손의 부탁이다.”


휙─!


주작신보인가.

축지법인가.

3미터 가까이 떨어진 녀석이 철ㄹ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뭔데뭔뭔데 부탁이 뭔데.”


초롱초롱한 눈빛과 찰랑이는 머릿결.

귀엽고 관능적이지만 가끔은 주먹이 운다. 아니······ 항상.


“뭔데는 반말이라니까.”

“아 됐고 뭔데요?”


울분은 애써 참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마마손으로 오는 건데.


“황진호 건으로 부탁할 게 있다.”

“엥 황진호? 뭐요?”

“황진호를 해킹해다오.”

“네엡???!”


신수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엄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쪽쪽 되는 녀석의 입이 마치 토끼 같았다.


당황한 것인가.

아니다.

저 녀석은 지금 생각 중이다.


“할 수 있겠나?”


우문이다.

신수영은 반드시 해낸다. 어차피 마마손의 부탁이기 때문에 답은 무조건 예쓰다. 단지 어떤 방법을 써야 정체를 들키지 않고 황진호의 모든 것을 쪽쪽 빨아먹을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일 뿐이다.

위험도가 높은 미션임에도 마마손을 향한 그녀의 팬심은 두텁다.


내가 다짜고짜 이 녀석을 찾아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물론 있다.


-아 맞다 맞아. 그 신이천의 딸 말이다. 그 녀석 보호자가······.


후세 세이지가 분식집 앞에서 굿을 한 날.

그는 채팅으로 내게 직접 배달 주문을 넣으며 서비스 주면 알려주겠다고 딜을 해왔다. 뭐면 좋겠냐고 해서 메뉴판에 있는 메뉴 전부 다 달라고 했고,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100만원짜리 서비스를 주고 그 이름을 들었다.


도네이션 랭킹 4위. 4조 4200억원의 여자.

마녀, 현질의 새롯밍밍.


보호자가 있는 게 당연하다곤 생각했지만 그런 거물일진 몰랐다. 하지만 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현질의 새롯밍밍은 그 이명답게 장비에 대한 무한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 신이천의 재능을 물려받은 신수영이라면 그녀의 수양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쨌든, 신수영이 새롯밍밍과 살아온 삶의 궤적이 무척 궁금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 거물의 장비와 신수영의 능력이 만난다면 황진호의 대변 상태까지 탈탈 털 수 있다.


고민을 끝낸 신수영이 해맑은 미소를 나를 보았다.


“마마손님께 말해주세요. 이 미션 반드시 해내겠다고.”


나 역시 그윽한 눈빛으로 녀석을 내려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마마손의 눈빛이 나온 듯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신수영이 날 혼란스럽게 올려다봤다.

나는 당황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럼 되었다. 건투를 빈다.”

“아 네네넵. 아 그래야죠. 건투를 빌어먹야지 하하하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야. 젠장.”


신수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다가 약간의 혐오를 담아 내 발끝을 노려봤다.

녀석은 순간 내게서 마마손을 본 것일까.

나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들키지 않은 걸 알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에 위치한 저널 <사냥꾼>의 빌딩.


“라이스! 라이스! 당장 안 튀어와? 너 죽을래?”


거친 기자들의 세계.

사람들은 기레기라 부르지··· 사실 기레기지만 이 내부은 더더욱 쓰레기 같다.


편집장의 호통에 라이스 레일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물밀 듯 들어오는 제보와 씨름 중이었다.


“글쎄 왜 자꾸 부르시냐고요. 연락이 안되는 걸 저더러 어떻게 하라고요.”

“송민우랑 경매 관련 건으로 연락하기로 했다매? 그럼 뭐든 물고 늘어지면 될 거 아니야?”


약 10m 거리지만 워낙 되먹지 않은 사람이라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현재 저널 <사냥꾼>의 최상층부는 매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황진호가 선택한 전장에 이 빌딩도 포함되었기 때문.

사람들이 서류와 짐을 포장하고 있었고, 더러는 출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참, 기자 정신 투철하시네. 편집장님도 피난 가셔야죠?”

“말 돌리지 말고. 송민우 좀 만나보라니까.”


라이스 레일은 자기 머리를 쥐어 뜯었다. 노총각으로 늙어간 우리 편집장님은 사람에게 쏟지 못한 애정을 일에 쏟고 있었다.

전쟁을 앞둔 송민우를 인터뷰해 특종을 따오라는 거지만 연락이 안되는 걸 낸들 어떻게 하나.


“연락되면요.”


심드렁한 그녀의 말투에 편집장은 펜을 집어 던졌다.


“전쟁 전에 인터뷰 따와. 안 그러면 이번 전쟁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휴─.


그녀는 상사의 지엄하신 최후통첩도 무시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이럴 땐 매운 게 땡긴다 땡겨. 마마손 핵 떡볶이로다가.


누군 인터뷰 안하고 싶어서 안하나.

경매 건으로 연락을 준다해놓고 여지껏 연락이 없다. 전쟁으로 정신없을테니 꽤심하긴 해도 이해는 된다. 성질머리대로면 당장 쳐들어가 인터뷰를 따겠지만 이상한 연민이 그녀를 주저 앉혔다.


“스폰 받아서 그렇게 사치를 부리다가 이상한 고무장갑에 엮여서 지옥행 버스를 탔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인터뷰해.”


푸우우웅부부부──


폐에 있는 모든 공기를 빼내자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그러곤 고개를 숙여 다시 일에 집중했다.


책상에 놓인 다섯 건의 문건


그녀가 알게 모르게 연을 맺은 취재원들이 보낸 것이다.

<아미>의 간부부터, 《광야》, 《연맹》 <칠주선> 《사방신》까지. 분야와 세력을 가리지않고 제보자는 퍼져 있었다.

이 문건 전부가 그곳에서 온 것이다.


‘F급 송민우의 동태와 마마손의 등장. 강원랜드 사건. 삼무법자 수장과의 동맹으로 갈무리’


첫 번째 문건은 삼무법자에게서 온 것이다.


“참 송민우는 이곳저곳 빨빨대며 들쑤시고 다니네.”


마지막엔 마마손이 끝냈지만 처음엔 송민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요즘은 기자들이 마마손에게 관심을 갖는 추세지만 라이스 레일은 집요할 정도로 송민우를 관찰하고 있었다.

성적이고 외양적인 매력··· 아니 이상한 직감 때문이다.


송민우와 마마손이 동일 인물이지 않을까?


글밥, 취재밥으로 단련된 기자의 촉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 가능성이 매우 희미하지만 자꾸 여운이 남는다.


그녀는 첫 번째 문건을 금고에 넣고 다른 문건들을 살폈다.


‘주인들의 사냥터 『존 폰 노이만』 영역. 심상치 않은 전운. 침략 전쟁 준비 중’


『존 폰 노이만』 영역이라면 기계 제국 『존나로마』가 있는 곳.

그곳엔 도네이션 랭킹 4위의 그 여자가 있다.

《사방신》 『현질』의 새롯 밍밍.


이것 역시 구미가 당기지만 당장 다룰만한 주제는 아니다. 새롯밍밍은 도네이션 랭킹에 비해 대중의 인기가 떨어진다.


‘<아미> 내부의 동태. 암살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 타켓은 김이한··· ···’


세 번째 문건은 만만치 않은 주제다. 이건 아무리 저널 <사냥꾼>이라도 목숨 내놓고 다뤄야한다. 이건 밥그릇이니 생계니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생존의 문제다.

쥐도 새도 모르게 쓱, 할 수 있으니까.

대중은 아미를 평화와 질서의 상징이라 알지만 라이스 레일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가리워진 커튼 뒤에 그녀가 모르는 어떤 진실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단지 정황 증거로만 알 뿐이다. 그리고 그 진실을 감추기 위해 <아미>와 《연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말 쓰윽···. 푹···. 싹둑···. 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언제부턴가 세계와 【주인들의 사냥터】 동태가 심상치 않다.

시기적으로 마마손의 등장과 일치하는데 우연은 아닐테지.

슬슬 자신도 마마손의 뒤를 캐야 하는 건 아닌지 그녀도 고민 중이었따.


“물론 마마손이 송민우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아 아니야 아니야. 그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모든 문제를 복잡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송민우와 마마손를 동일시하는 것도 그런 성격의 결과물이고.

자꾸만 넘실대는 의심을 억누르며 마지막 제보지를 읽었다.


─띠리링


제보지를 손에 들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왼손에 제보지를 든 채 폰을 귀에 갖다댔다.


“여보세요.”

─아 언니 안녕하세요.


약간 튀는 듯이 발랄한 목소리.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상상으로 그려지는 생기발랄한 여자.


─저 대장장이 컨트롤씨 브이에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라이스 레일은 왠지 그녀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네. 오랜만이네요.”


가명을 쓰는 그녀는 라이스 레일의 취재원이었다.


─그러게요. 매번 제보지만 보냈는데 전화는 오랜만이죠.


보안상 가급적 통화나 만남을 피했다.

그렇게 그들은 잠시 사담을 나누었다.


“뭐으 보내주시느으 제보지에 문...우제가 이나요?”



그녀는 마지막 제보지를 입에 물고 두 번째 제보지를 들추었다.

새롯 밍밍과 관련된 제보지.

그걸 보낸 게 대장장이 컨트롤씨 브이였다.

라이스 레일은 그녀가 새롯 밍밍의 <컨셉> 헌터단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다고 추측했다.


─그런 게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요.

“부탁이요? 네 말씀해 보세요.”


다소 의외였다.

보통 취재원들이 정보의 반대 급부로 금전을 요구하긴 했지만 대장장이 컨트롤씨 브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이게 유희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니 그녀의 부탁은 특이점이라 할 만했다.


─정보를 구하고 있어요. 황진호와 관련된.

“황진호요?”


그녀의 입에서 나올 이름은 아니었기에 잠깐 잘못 들었나 싶었다.


─네. 황진호요. 혹시 그와 관련된 정보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죠?”


우연의 일치일까.

라이스 레일은 컨트롤씨 브이의 제보지를 내려놓고 마지막 제보지를 내려보았다.


‘황진호와 아미 관련. 밀회가 있는 듯함. 아미의 <서울 보완 계획>. 작전명 <폭풍의 언덕 작전>으로 칭함. 이번 마마손과의 전쟁과 관련 있음’


타닥타닥─ 타닥.


수화기 너머로 타자 치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바삐 하고 있는 듯 했다.

황진호와 관련된 일일까.

건너온 목소리는 약간의 귀찮음을 풍기며 들려왔다.


─모든 정보요. 하··· 이번 전쟁과 관련된 거라면 더 좋고요.

“네에···”


역시.

예상대로 지금 자신이 쥐고 있는 정보는 딱 이 여자가 원하는 것이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기브 앤 테이크.

제보가 하나 오면 무언가 하나가 가야 한다.

그것이 라이스 레일의 기자론 중 하나였다.


“기다리세요. 브이님이 제보 보내 준 주소로 전송해 드릴게요.”

─아 정말요? 네에··· 감사합니다···


고마움이 묻어나는 말이었지만 왜인지 귀찮아한다

뭘까.


누가 시켰나?



***



“신수영이 잘 할까요?”



길동이 마늘을 까다말고 내게 물었다.


─흑흑···


갈릭떡볶이 출시를 앞두고 마늘 한 대야를 까대는 통에 녀석과 나는 눈물 콧물을 찔찔댔다.


“흑··· 뭐··· 후르륵··· 기다리는 것말고 달리 방법이 있겠냐.”


─흐으으으응


나는 코를 풀고 힘겹게 말했다.

길동에겐 신수영에 대해 일러뒀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거물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정확한 네임은 일러주지 않았지만 길동은 그런대로 알아들었다.


“그 녀석이 영 싸가지도 없고 덤벙대서 잘 할까 못 미더워요. 괜히 들뜬 마음에 실수는 하지 않을지···”

“그렇긴 한데 흑··· 그래도 마마손 열혈팬이지 츕츄··· 않냐. 마마손한텐 진심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한 것과 달리 불안한 마음에 괜히 눈물이 흘렀다.

신수영에게 부탁한 지 3일째.

그동안 연락도 없고 아카데미에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황금전자의 이웃 IT기업 ‘골든네이버’가 <콩>의 정보 보안을 담당하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소식이 없었다.


“아 씨 근데 진짜···. 훅흑···”


그건 그거고 매워서 도저히 못 참겠다.

나는 못해먹겠다는 듯이 칼을 내팽개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수영용 코마개와 수경을 낀 길동의 모습이 보였다.


“너 뭐냐? 그거?”


녀석은 겸연쩍은지 슬그머니 내 눈을 피한다.


“아··· 마늘 깔 땐 이게 필수품이라···”

“내 꺼는?”

“예?”


슬그머니 등을 돌리는 게 지것만 챙겼다. 이 자식은 은근히 자기만 생각했다.

나는 말없이 씩, 웃으며 마늘은 한 움큼 집었다.

한 삼십 알이면 녀석의 입에 들어가려나?

근데 생각해보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근데 갈릭떡볶이 누구 아이디어냐? 왜 이 사서 고생을 CEO이자 소유주인 내가 해야하는 거지?”

“아 저저저.. 그그게··· 유미씨가··· 여자들이 갈리그··· 그러니까 갈릭을 좋아한다고 해서···”

“네 녀석··· 한국인은 마늘을 밥처럼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을텐데?”


나는 다른 손에 칼을 들고 길동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그곳엔 마늘 10자루가 통곡의 벽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 이거 분명 대박날 거에요··· 형님··· 그··· 이것만··· 잘 까면···”


직원들은 모두 도망갔다.

뭐 그 전에 유급휴직으로 보낼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도망갔다. 그 결과 길동이 주문취소 못한 마늘을 나와 이 녀석이 까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원흉. 나‘의 적’, 마늘‘의 적’ 홍길동.


“마마손의 이름으로 마늘의 원흉을 척살한다.”


나는 칼을 역수로 쥐어 치켜올렸다. 내 살기는 마늘 위에 파문을 일으켰다.

길동, 너의 피로 마늘을 적시리···


“아··· 형니니니임···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하하하.”


그 가벼운 농담조차 받아들이기 힘겨워 나는 발을 떼었다.

녀석의 갈색 눈동자에 경악이 물들었다.

나는 진심이다. 진심···

그렇게 칼로 녀석의 머리를 찍어버리고 오른손으로 마늘을 입에 쳐넣으려는 찰나.


“사장님 나와서 이것 좀 보시죠.”


홀쪽에서 허리를 숙인 여대생 한 명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시급을 3만원으로 올려 어렵게 고용한 임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왜요? 또 누가 계란 들고 왔어요?”

“그러면 다행이게요. 이젠 아예 닭 들고 가서 광장에서 시위 중인데요?”

“뭐?”



나와 길동은 빠르게 부엌을 빠져나왔다.

다소 삐딱하게 서서 껌을 질겅대는 여대생을 지나 티브이 앞에 섰다.

순간 콧속을 진동하던 마늘 냄새며, 그로 인해 꿈틀대던 살기가 일거에 증발해버렸다.

대신 닭살이 돋았다.

쪽팔림, 분노, 황당, 억울 등등 온갖 감정들이 등줄기를 타고 솟구쳤다.


─꼬끼오~~~~


티브이에 그려진 상황은 양계장을 방불케 했고, 그 가운데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목 터져라 외쳤다. 정말 닭 쳤으면 좋겠다.


─송민우와 마마손은 황진호에게 사죄하라! 당장 항복하고 모든 결과를 받아들여라. 이 두 놈 때문에 못 살겠네! 바이러스 창궐 때도 이렇게 무섭진 않았는데 두 놈 때문에 황천길 가겠네!


길동이 주먹으로 탁자를 부수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앞치마도 벗지 않은 채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전개와 캐릭터, 개연성에 대한 조언, 지적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쪽지와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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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결전! 황진호(4) 23.03.27 10 0 10쪽
68 결전 황진호!(3) 23.03.27 12 0 11쪽
67 결전 황진호!(2) 22.05.09 46 0 12쪽
66 결전 황진호!(1) 22.05.08 43 2 13쪽
65 시간과 방의 정신(6) 22.05.07 46 2 11쪽
64 시간과 방의 정신(5) 22.05.06 36 1 13쪽
63 시간과 방의 정신(4) +2 22.04.22 48 1 12쪽
62 시간과 방의 정신(3) 22.04.21 38 1 11쪽
61 시간과 방의 정신(2) 22.04.21 46 1 12쪽
60 시간과 방의 정신(1) 22.04.20 47 1 12쪽
59 1이 2를 쌈싸먹음(2) 22.04.19 44 1 13쪽
58 1이 2를 쌈싸먹음(1) 22.03.20 55 1 18쪽
57 공학자(2) 22.02.25 51 1 16쪽
56 공학자(1) 22.02.25 51 1 13쪽
55 폭풍의 언덕 작전(3) 22.02.13 55 1 14쪽
54 폭풍의 언덕 작전(2) 22.02.04 59 1 17쪽
53 폭풍의 언덕 작전(1) 22.02.02 60 1 18쪽
» 폭풍의 전야(3) 22.02.01 62 1 17쪽
51 폭풍의 전야(2) 22.01.31 70 1 17쪽
50 폭풍의 전야(1) 22.01.30 68 1 21쪽
49 도박결의(3) 22.01.29 74 1 23쪽
48 도박결의(2) 22.01.26 63 1 21쪽
47 도박결의(1) 22.01.25 71 1 20쪽
46 액션 베이스볼(3) 22.01.22 65 1 20쪽
45 액션 베이스볼(2) 22.01.19 75 1 14쪽
44 액션 베이스볼(1) 22.01.18 71 2 15쪽
43 메가잭팟(3) 22.01.17 86 2 22쪽
42 메가잭팟(2) 22.01.15 82 2 22쪽
41 메가잭팟(1) 22.01.15 100 1 21쪽
40 이 망할 놈의 엠티(3) 22.01.14 82 1 20쪽
39 이 망할 놈의 엠티(2) 22.01.14 69 1 20쪽
38 이 망할 놈의 엠티(1) 22.01.12 75 1 15쪽
37 헌터의 밤(4) 22.01.03 78 1 20쪽
36 헌터의 밤(3) 22.01.02 86 1 14쪽
35 헌터의 밤(2) 21.12.31 96 1 16쪽
34 헌터의 밤(1) 21.12.31 98 1 18쪽
33 스승의 은혜(4) 21.12.28 102 1 16쪽
32 스승의 은혜(3) 21.12.27 86 1 15쪽
31 스승의 은혜(2) 21.12.27 88 1 13쪽
30 스승의 은혜(1) 21.12.27 102 1 20쪽
29 F급의 제자들(4) 21.12.27 110 1 18쪽
28 F급의 제자들(3) 21.12.27 104 1 17쪽
27 F급의 제자들(2) 21.12.27 112 1 15쪽
26 F급의 제자들(1) 21.12.27 118 1 18쪽
25 F급의 경매(2) 21.12.27 114 1 16쪽
24 F급의 경매(1) 21.12.27 119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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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합의(3) 21.12.27 151 1 14쪽
18 합의(2) 21.12.27 154 2 16쪽
17 합의(1) 21.12.27 193 2 16쪽
16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4) 21.12.27 188 2 20쪽
15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3) 21.12.27 192 2 17쪽
14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2) 21.12.27 213 2 17쪽
13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1) 21.12.27 235 3 11쪽
12 항복 21.12.27 248 3 13쪽
11 1번 시나리오(2) 21.12.27 257 4 17쪽
10 1번 시나리오(1) 21.12.27 307 3 13쪽
9 분식집 대박 21.12.27 375 5 13쪽
8 합류(3) +2 21.12.27 432 5 15쪽
7 합류(2) 21.12.27 570 7 24쪽
6 합류(1) 21.12.27 976 11 15쪽
5 복수(2) 21.12.27 1,111 13 14쪽
4 복수(1) 21.12.27 1,471 15 14쪽
3 각성(2) 21.12.27 1,912 18 13쪽
2 각성(1) +3 21.12.27 2,4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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