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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는 독학으로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2.27 22:11
최근연재일 :
2023.03.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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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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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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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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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F급의 제자들(3)

DUMMY

‘안 들은 귀 삽니다. 안 본 눈 삽니다.’


송민우의 뒤를 따라가며 신수영은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아라가키의 인력이 해체된 순간 분명 신수영은 마마손의 목소리를 들었고 마마손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음성의 진원지에 있는 건 어째서 송민우인건가.

신수영은 자신의 착각을 혐오하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저 근데 송민우··· 선,..새무니임?”


선생님이란 말이 차마 못구멍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말을 옹알거린 끝에 신수영은 궁금한 걸 물었다.


“아까 어떻게 하신 거에요?”


혐오는 혐오고 궁금증은 궁금증이다.

분명 맥락상 송민우가 아라가키의 마법을 파훼한 것인데 그게 말이 되는가.

진따 송민우에 대한 우월감 때문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


하지만 이내 돌아온 건 전에 없는 권위.

오만한 눈이 자기를 내려다보며 입을 다물라 명령하고 있었다.

신수영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순간 생각했다.

혹시 내 정체를 아는 것인가.

그럴 리 없다. 처음 만났을 때도 송민우는 자기를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는 건···


‘역시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는구나.’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려는 것일뿐.

송민우가 마법을 파훼했다고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송민우의 등장에 놀란 아라가키가 마법을 거둔 것이겠지.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 고맙다 말하려고 했는데··· 아님 말고.’


역시 송민우는 자신을 드높일 수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녀석은 이것으로 자기가 구해준 줄 알고 내가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신수영은 뾰루퉁한 얼굴로 조용히 송민우의 뒤를 따랐다.


‘근데 왜 쫓아오라고 한 건데. 주제에 혼내려는 건가?’


송민우가 데려간 곳은 아카데미의 사무실.

솔직히 사무실이라고 말하기에 너무 협소해 24평 아파트 안방 크기보다 좁았다.

그런데 그곳엔 이미 사람이 둘 씩이나 앉아 있었다.

한명은 가입 신청 때 보았던 정유미란 여자.

또 한 명은···


“아 어서와용~~~ 송민우는 구면이니 인사는 됐공. 그쪽이 신수용?”


여자가 봐도 왠지 오동통하고 귀여운 여자. 신수영은 그녀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귀여니였다.



*



“왔어요.”


사무실에 들어선 날 정유미가 맞이했다. 그녀는 언제라도 게거품을 물듯이 날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이 살살 떨렸다.

현재 그녀는 내 부탁으로 아카데미 강사로 고용된 상황.

오늘이 첫 출근인 상황에 귀여니를 만났으니 기절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나는 안심하라며 눈을 찡긋한 후 귀여니에게 다가갔다.


“민우씽 또 보내용. 우리 인연은 인연인가봥. 이틀 만에 다시 보공.”


귀여니는 정유미가 대접한 맥심커피믹스 화이트 골드를 마시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있는 꼬락서니가 검사장 사모님쯤은 되어보인다.


귀여운 오동통에 도도함이 묻어나는 걸 보면 오늘 작정하고 온 것일테지.


“무슨 일로··· 혹시 저번에 낙찰 받은 용알을 뺏으러 오신 겁니까?”


물론 아니라는 걸 나도 한다. 무슨 용건인지는 이미 정유미를 통해 대강 전해들었다.

다만 대화에 앞서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내 도발이 먹힌 것인지 그녀가 커피를 뿜어내려던 걸 간신히 참아냈다. 커피의 목넘김이 꽤 사나웠다.


“으이···. 그겅··· 그겅··· 잘있지···? 내 용알···”


애써 웃고 있지만 속이 꽤나 시릴 것이다. 취미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여자니까.

난 여세를 몰아 거들먹거리듯 말을 찍어냈다.


“정확히 제. 용. 알 입니다.”


나는 발음 하나하나를 강조하며 내뱉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기선제압은 제압일뿐. 이것으로 승리를 장담할 만큼 귀여니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아··· 그랭그랭 용알··· 아니 본론. 그러고보닝 이미 저 여자한테 다들었을 거잖아???”


그제야 뭐가 이상한 걸 깨달은 귀여니가 정유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질에 정유미가 기겁했지만 귀여니는 아랑곳않고 웃어재꼈다.


“하 이거 보겡. 우리 민우씽 센스 참 많이 늘었넹.”

“과찬입니다. 자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게요.”


센스는 무슨.

『독학』으로 얻어낸 「카리스마」와 「권위」 때문이지.

직접적으로 대화에 영향은 주지 않지만 두 스킬로부터 오는 자신감이 망설임을 없앤 결과였다.

어쨌든 지금 귀여니가 이곳에 온 이유는 신수영 때문이었다.


“혹시··· 저때문에 오신 건가요?”


때마침 내 뒤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수영이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기의 작은 떨림에서 신수영의 동요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가슴골에 위치한 목걸이를 매만졌다. 떡주걱의 과거에서 보았던 이천의 목걸이였다.


“아 그것응···”

“아니요 제가 대신 설명하겠습니다.”


콩 헌터단에서 그녀를 보왔던 바 웃으면 서 말해도 신수영의 마음을 난도질하려 들 것이다.

나는 귀여니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빠르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넌 교육청에 처벌 대상에 오른 상태다.”

“엥??? 왜요??? 뭣담시??”


신수영이 반항기를 섞어가며 되물었다. 왠지 비난투가 묻어있었다. 나는 잠깐 휘청였다. 도와주려는 아군에 내부 총질 같으니.


“음음. 일다 내 얘기 다 듣고 말해라.”

“아 옙···”

“아카데미 개소식날 네가 일으킨 생기 폭주 사건. 생각보다 사안이 심각하다.”


백여명이 죽을 뻔했고, 명동 근방까지 피해를 입힐 뻔한 사건이었다. 현재 이수영은 주니어 헌터인 상황이다.

주니어 헌터는 함부로 기나 마법,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E급이든 S급이든 헌터단의 신입 과정이나 성인 아카데미를 수료해야만 시니어의 자격이 주어지고 그때부터 헌터 활동이 가능하다.

아직 미성숙한 헌터를 통제하는 수단.

나름 합리적이었다. 문제라면 신수영은 영영 헌터 활동을 못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그때 일로 여기 귀여니 감사관님이 온 거다.”

“아아 잠깐망. 처벌에 대한 얘기는 내가 하죵. 이 대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라서용.”


내 얘기를 잠잠코 듣고 있던 귀여니가 끼어들었다. 신이 났는지 그녀의 귀가 팔랑거렸다.

그녀는 콩 헌터단의 부단장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헌터교육부 차관급 감사관이기도 했다.


“차후 위원회의 결정이 남겠지망, 내 생각은 이래용. 아카데미 가입 및 헌터단 입단 금지 5년에, 3년 간 사회 봉사활동. 이정도면 신수영 주니어나 교육청이나 만족스럽지 않겠어용?”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냥 죽으라는 거지.

현대 헌터 체계가 구축된 이후 가장 공을 들인 게 유소년과 성인 아카데미였다. 왜냐하면 조기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설사 각성 등급이 S라 해도 조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재능을 만개하지 못한다.

8년간 손 발 다 묶이는데 이거면 메시도 메시 못한다.


하지만 귀여니는 작정한 듯 싶었다.

귀여니는 콩 헌터단에 들어오기 전 한때 연맹립 글로벌 마탑의 교장. 마법 헌터 교육기관의 최정점에 있던 여자였다.

사실 그녀가 B0인 것도 의문스럽긴 한데 어쨌든 그녀의 결정은 곧 징계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자 그럼 얘기는 끝났공. 같이 가실까용? 신수영양?”

“예에?!! 어디를요?!”


귀여니가 다가와 손목을 붙잡자 신수영은 거세게 저항했다. 완력으로 귀여니를 이길 수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도살장 끌려가는 소나 다름없었다.


“어디긴용~ 당근 위원회징~ 처벌 받아야죵~ 막대한 힘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릉다용~”


하··· 진짜 싫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여기서 귀여니를 완력으로 막을수도 없고.

지금에서야 귀여니의 머리 위에 사망 근거가 떠오르진 않지만 손짓 한 번에 내 목이 날아간다.

물론 불살 계약의 보호를 받지만 귀여니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찌해야 할까.


“휴···”


나는 끌려가는 신수영을 바라봤다. 반항기 어렸던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이젠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다. 물론 자존심과 복수심에 수치심이 일었지만 당장 급한 건 생존의 문제.

나는 조금 뜸을 들였다. 사실 답은 이미 나온 상황.


단지 극적인 연출을 위한 나름의 정지일 뿐이었다.



*



신수영은 귀여니가 무서웠다. 웃는 낯으로 자기를 끌고 가는데 꼭 회사시미를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이대로 끌려가면 잡아먹힐 것 같았다. 귀여니든 위원회든 팔 눈알 혀 간. 다 뜯여서 더이상 헌터로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건 안돼··· 헌터는 곧 나니까··· 그리고 복수도···’


하지만 그녀에겐 자기를 보호해주고 변호해줄 이는 없었다.

세상의 유일한 혼자.

주인들의 사냥터에서 아빠의 시체 옆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던 고독이 엄습해왔다.

신수영은 귀여니의 손마디를 붙잡아 필사적으로 떼어내려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발악응 그마아앙~ 난 왠만한 육체계 헌터보다 힘이 쎄거든용~”


분명 듣기론 마법사 헌터라고 들었는데 무슨 힘이 이리도 쎈지.

이제 어떻게 어떻게.

개 목줄에 질질 끌려거는 리트리버처럼 아예 드러누워버렸다. 수치스럽지만 그렇게 벌러덩 누워서 송민우를 쳐다봤다. 구원의 의미로.

송민우 그 자식은 재밌다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네가 날 구할 리가 없지. 네 목을 노리고 있는 날...

그리고 그때였다.


─쓰윽.


송민우가 오른발을 내딛으며 신수영의 몸을 막아섰고 다음엔 귀여니의 손목을 붙잡은 뒤 신수영을 일으켜 세웠다. 얼어붙은 그녀의 몸은 몹시 차가 웠다.

강한 압박의 놀란 귀여니가 뒤를 돌아보았다.


“엥?? 송민우?? 에엥???”


송민우에게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힘이었었다. 귀여니는 몇 차례 도리질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송민우의 얼굴을 송민우였다.


“그만하시죠 볼썽사납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송민우가 팔을 뻗어 이수영 앞을 막아섰다. 그 팔은 무겁고, 단호하며 단단해 보였다. 지붕 없는 집에 비를 막는 거대한 우산 같은.

일말의 불쾌감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송민우는 원수니까. 그럼에도 신수영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죄송하지만 얘기는 저하고 하시겠습니다.”


책임감과 의무가 묻어난 신뢰감이었다. 그 말의 파동이 신수영의 마음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아인 이제부터 제 제자니까요.”


하지만 다음말이 파문을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었다.

그의 넓은 등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

왜인지 듬직해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신수영은 자기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귀여니와 나,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신수영의 구제를 원했고, 귀여니는 내가 낙찰받은 용알을 원했다.


“용알 내놓으세용. 그게 협상 조건입니다용.”


귀여니의 뜨거운 입김이 내 귀를 간지렸다. 여우 같으니라고. 애초에 이걸 위해서 처벌을 쎄게 부른 것이었다.


“그거라면 저도 거부할 이유가 없죠.”


나는 빼지않고 승락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낙찰 받은 용알은 두 개이고, 그 중 하나는 전혀 쓸모없는 장식품이었다. 다행이 귀여니는 전부를 원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가 일단락되고 나는 신수영을 보았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멍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미묘하게 웃는 낯이 실성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 도움을 받은 게 그리 충격적이었나.

눈가가 촉촉한 게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나보다.


네가 어떻게 느끼든 난 너를 도와야 한다. 넌 나의 사망 근거이자 미래의 내 동료.

어깨가 뻐근해오는 게 속 꽤나 썩히겠지만 그래도 난 널 놓지 않는다.


그런데 벌써 열 잔째 믹스커피를 들이킨 귀여니가 음흉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직 안 끝났나. 이젠 이까지 시려온다.


“그러공보닝 십 여분 전에 생기 발출 하나 더 느꼈는뎅? 제가 잘못 느낀 건가용?”


아썅.

역시 이 여잔 보통이 아니다.

신수영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모호하게 넘어가줄 거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알 두 개다 노리고 있던 건가.


우유 아라카키


그녀의 마법은 거의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분위기나 형태, 모습은 그냥 우유가(家)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되먹은 게 폭탄이 둘이나 들어온 것인가.

이쯤 되면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뭐 이런 건가?


나름 머리를 쥐어짜내며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의 대답이 건너왔다.


“뭐 됐어용.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공, 갠 우유잖아. 이토 상은 팔불출에 딸바보라 귀찮거등. 오늘은 이쯤해둘게.”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곤 샌드백을 챙겨 일어났다. 내가 아는 귀여니론 딱히 납득 가는 설명은 아니지만 난 그냥 넘어갔다. 워낙 기분파시니.


“아 근데 멸망이 둘이나 들어와서 속 꽤나 썩겠네.”


그녀는 그 말을 남긴채 문을 나섰다.

내 속이라도 읽고 있나?



*



“이젠 가서 수업 준비해라.”


송민우의 말에 신수영은 아무말없이 사무실을 걸어나왔다. 차마 송민우의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복도를 걷기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눈과 입술이 촉촉히 젖어있었다. 운 거는 분명한데 무엇 때문이지 알지 못했다.


감동인가?

수치인가?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를 문제였다. 송민우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보호했는가.

복도를 걷다 멈춘 신수영은 옷소매를 끌어나 눈물을 닦아냈다. 흐릿했던 시야가 돌아왔고, 눈 앞엔 흠집 하나 없는 명패가 보였다.


<F급 송민우 아카데미>


그녀의 마음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만큼 뒤틀려있지만, 또한 냉정할 만큼 이성적이었다.

차갑게 식어 얼어붙은 사고가 말해주고 있었다.


“너에게 난 단지 재료일 뿐인 거지...


송민우에겐 자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는 나를 알고 나의 재능을 안다.

이 보잘 것 없는 아카데미의 어울리지 않는 원석. 귀여니에 맞설만한 이유가 차고 넘치는 셈이었다.


“어떻게든 송민우가 송민우하네··· 감동··· 받을 뻔한··· 내가 바보지...


신수영은 투기로 코팅한 주먹을 명패에 내질렀다. 그러곤...


─콰지지직.


텅빈 복도가 공허하게 울렸다. 명패엔 종으로 금이 갔다.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우유 아라가키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상황을 마법을 통해 본 뒤였다. 뛰어난 재능인 만큼 그정도는 식은 죽 먹기.

그 모든 걸 보았음에도 그녀의 눈은 고요하다 못해 잔잔했다. 신수영의 뒷모습을 감정 없이 쫓으며 속삭였다.


“바보네.”


신수영이 말하고 행동하고 보였던 모습이 전부 어리석었다. 느낌만 보아도 무지렁이 같은 오해와 착각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신수영은 송민우가 강해졌음을 모른다. 그러니 저리 바보같이 굴겠지.


사실 아라가키는 이미 송민우의 F급 포텐 각성을 알고 있었다. 단지 조금 놀랐을 뿐. 그 수준이 자신의 마법을 무력화시킬 정도라는 건 몰랐으니까.

우향우를 죽이고 가상 레이드에서 살아남은 건 수긍이 같지만 이건 정말 예상외였다.


“송민우 너도 송호섭에 자식이라는 건가.”


또 한가지 의외였다면 송민우 스스로 신수영을 보호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데 왜 보호했을까.

하지만 아라가키를 건드리는 감정은 호기심이 아니라 약간의 짜증이었다.


“멍청한 녀석이 옆에 있는 건 늘 상황을 악화시켜.”


계획에 장애물이 생기는 게 싫다. 그게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방해가 되면 장애물이다.

반면 계획에 도움이 되면 도구가 된다. 송호섭을 데리고 오기 위한 송민우란 도구.

신수영과 달리 아라가키가 송민우에게 원한 따위를 느끼지 않는 건 이때문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의 싸이코패스적 성향일지 몰랐다. 목적을 위해 감정을 배제하고, 모든 걸 사물로 볼 수 있는.


“곧 강의 시간이다. 여기서 뭐하지?”


고요한 분위기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었다. 그 목소리는 꽤나 묵직했지만 아라가키에겐 서늘하게 다가왔다.

송민우였다.

그는 이전과는 다른 격조있는 태도로 그녀 앞에 서있었다.


‘예전보다 몰라보게 변했네.’


키는 이미 10cm 가까이 컸고, 옷걸이만 보아도 선명한 근육이 울긋불긋했다.


‘앞으로 재밌겠어. 찐따씨.’


아라가키는 그저 고상하게 미소를 보인 뒤 강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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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결전 황진호!(2) 22.05.09 46 0 12쪽
66 결전 황진호!(1) 22.05.08 43 2 13쪽
65 시간과 방의 정신(6) 22.05.07 46 2 11쪽
64 시간과 방의 정신(5) 22.05.06 36 1 13쪽
63 시간과 방의 정신(4) +2 22.04.22 48 1 12쪽
62 시간과 방의 정신(3) 22.04.21 38 1 11쪽
61 시간과 방의 정신(2) 22.04.21 46 1 12쪽
60 시간과 방의 정신(1) 22.04.20 47 1 12쪽
59 1이 2를 쌈싸먹음(2) 22.04.19 44 1 13쪽
58 1이 2를 쌈싸먹음(1) 22.03.20 55 1 18쪽
57 공학자(2) 22.02.25 51 1 16쪽
56 공학자(1) 22.02.25 51 1 13쪽
55 폭풍의 언덕 작전(3) 22.02.13 55 1 14쪽
54 폭풍의 언덕 작전(2) 22.02.04 59 1 17쪽
53 폭풍의 언덕 작전(1) 22.02.02 60 1 18쪽
52 폭풍의 전야(3) 22.02.01 62 1 17쪽
51 폭풍의 전야(2) 22.01.31 70 1 17쪽
50 폭풍의 전야(1) 22.01.30 68 1 21쪽
49 도박결의(3) 22.01.29 74 1 23쪽
48 도박결의(2) 22.01.26 63 1 21쪽
47 도박결의(1) 22.01.25 71 1 20쪽
46 액션 베이스볼(3) 22.01.22 65 1 20쪽
45 액션 베이스볼(2) 22.01.19 75 1 14쪽
44 액션 베이스볼(1) 22.01.18 71 2 15쪽
43 메가잭팟(3) 22.01.17 86 2 22쪽
42 메가잭팟(2) 22.01.15 82 2 22쪽
41 메가잭팟(1) 22.01.15 100 1 21쪽
40 이 망할 놈의 엠티(3) 22.01.14 82 1 20쪽
39 이 망할 놈의 엠티(2) 22.01.14 69 1 20쪽
38 이 망할 놈의 엠티(1) 22.01.12 75 1 15쪽
37 헌터의 밤(4) 22.01.03 78 1 20쪽
36 헌터의 밤(3) 22.01.02 86 1 14쪽
35 헌터의 밤(2) 21.12.31 96 1 16쪽
34 헌터의 밤(1) 21.12.31 98 1 18쪽
33 스승의 은혜(4) 21.12.28 102 1 16쪽
32 스승의 은혜(3) 21.12.27 86 1 15쪽
31 스승의 은혜(2) 21.12.27 88 1 13쪽
30 스승의 은혜(1) 21.12.27 102 1 20쪽
29 F급의 제자들(4) 21.12.27 110 1 18쪽
» F급의 제자들(3) 21.12.27 105 1 17쪽
27 F급의 제자들(2) 21.12.27 112 1 15쪽
26 F급의 제자들(1) 21.12.27 118 1 18쪽
25 F급의 경매(2) 21.12.27 114 1 16쪽
24 F급의 경매(1) 21.12.27 119 1 20쪽
23 F급의 아카데미(4) 21.12.27 122 1 18쪽
22 F급의 아카데미(3) 21.12.27 136 1 20쪽
21 F급의 아카데미(2) 21.12.27 133 1 20쪽
20 F급의 아카데미(1) 21.12.27 151 1 19쪽
19 합의(3) 21.12.27 151 1 14쪽
18 합의(2) 21.12.27 154 2 16쪽
17 합의(1) 21.12.27 193 2 16쪽
16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4) 21.12.27 188 2 20쪽
15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3) 21.12.27 192 2 17쪽
14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2) 21.12.27 213 2 17쪽
13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1) 21.12.27 235 3 11쪽
12 항복 21.12.27 248 3 13쪽
11 1번 시나리오(2) 21.12.27 257 4 17쪽
10 1번 시나리오(1) 21.12.27 307 3 13쪽
9 분식집 대박 21.12.27 375 5 13쪽
8 합류(3) +2 21.12.27 432 5 15쪽
7 합류(2) 21.12.27 570 7 24쪽
6 합류(1) 21.12.27 976 11 15쪽
5 복수(2) 21.12.27 1,111 13 14쪽
4 복수(1) 21.12.27 1,471 15 14쪽
3 각성(2) 21.12.27 1,912 18 13쪽
2 각성(1) +3 21.12.27 2,4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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