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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는 독학으로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2.27 22:11
최근연재일 :
2023.03.27 16:58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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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9
추천수 :
198
글자수 :
50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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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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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이 망할 놈의 엠티(2)

DUMMY

서울 중구 을지로30길 29 신중부시장 내 <F급 송민우 아카데미> 건물 앞.


셔터가 내려가 있다.


<아카데미 엠티 다녀옵니다. 문의사항은 아래 전화 번호로···>


그곳에 붙은 공지를 보며 은솔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자꾸 엇갈리는 건데···”


경매장 이후 은솔미는 송민우를 보지 못했다.

아카데미 개소식에 갔을 땐 생기 폭주 사건으로 볼 수 없었고, 첫 실습 장소로 향했을 때 야서르니 신사 사건이 일어났다.

병원으로 향했지만 이미 퇴원한 상태.

다행이 마마손과 연락이 되긴 했다.


-민우는 괜찮습니다. 근데 퇴원하자마자 업무가 바쁜가봐요. 아시겠지만 아카데미다 뭐다 여러모로 하는 일이 많아서.


정작 서운했던 건 아라가키 때문인지 모른다.

영애께서 직접 송민우에게 날개를 달아줬으니까.

여자라서 여자를 알아본다.

그 그윽하고 깊은 음색엔 스승말고 다른 감정이 섞여있다는 걸.


“아 근데 지금 그딴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송민우 당신 이러다 죽는다고.”


상태창을 조작해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송민우는 지금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나 있는 걸까.


아라가키의 인터뷰 이후 아빠 은혁과 오빠 은시경이 각각 다른 이유로 송민우를 향해 칼을 갈고 있었다.

말을 맞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송민우는 살아남을 수 없다.


뚜─ 뚜─ 뚜─


다시 건 전화엔 종료음이 송민우를 대신했다.

그리고 서운함이 현실감을 대체했다.

감정이 마모되는 걸 추스리며 은솔미의 머리는 맑아졌다.

작은 속삭임이 상대 없는 통화로 향했다.


“당신과 난 결혼해야 돼··· 그래야만 한다고···”


뚜─ 뚜─ 뚜─



***



“흠··· 이건 무엇 때문일까. 무엇일까. 심히 아주··· 걱정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도로를 질주 중인 별렉스 안.

뒷좌석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나는 혼잣말을 되뇌었다.


아까부터 자꾸 떠오르는 「사망추론」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사망확률이 유의미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었다.

근데 이상한 건 지금 내가 있는 곳엔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스팸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자동 차단됩니다」

「스팸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자동 차단됩니다」

「스팸 문자가 도착됐습니다. 자동 차단됩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오는 스팸들.

아라가키가 공개적으로 날 칭찬한 이후로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든 기사 좀 따보려는 기레기거나, 유튜버 같은데 짜증나 죽겠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아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은솔미의 전화는 안오고 스팸만 왕창 먹고 있다. 짜다 짜···


“형님··· 아니 원장님 정말 거기 앉아계셔도 괜찮습니까?”


「사망추론」과 밀려드는 스팸에 투덜거리는데 백미러를 보며 홍길동이 물었다.

별렉스를 운전하고 있는 건 길동이었다.

내 투덜거리임이 좌석 배정 때문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괜찮다니까.”

“그래도 여기서 제일 어른이신데···”

“어른은 내가 아니라 유미씨고. 나보다 세 살 많으셔. 당연히 보조석 앉는 게 맞지.”



그러자 정유미가 유쾌하게 웃으며 짗굿게 말했다.


“사람 나이는 갑자기 공개하면 어떻게 해요. 그건 실례라고요.”


우우우웅─


어느 새 고속도로에 진입한 별렉스는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속도를 낸다.

차 밖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파란 하늘이 저 끝까지 뻗고 산과 숲이 오밀조밀 모여 가슴이 탁 트였다.

시선이 닿는 높이까지 흰고 고운 구름이 쭉 솟은 건 어떻고.


우리는 지금 강원랜드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카데미 필수 엠티 - 강원랜드로>


수강생들에게 강원랜드를 체험시키는 필수 일정. 1박 2일 코스···

무슨 정신으로 수강생들에게 도박을 체험시키는 건지 의문을 들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 타당한 이유가 붙어있었다.


1. 강원랜드는 야쿠자 갱 흑사회가 운영하는 무법자들의 놀이터. 헌터들은 던전 뿐만 아니라 거친 세상을 살기 위해서 이와 같은 선경험은 필수다.

2. ···

3. ···

4. ···


교육부의 학벌 좋고 머리 좋은 분들이 짰을테니 타당은 넘치고 넘치겠지.

문제는 이 엠티 일정의 계획자가 귀여니란 사실이었다.


중독자 귀여니.


<논현 옥션> 경매 당시 돈이 없어서 용알을 낙찰 받지 못했던 것도, 도박과 쇼핑 중독 때문이었다.

그런고로 그녀의 의도는 분명하다.

국민 세금 받아가며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겠단 거겠지.

출장비 유류비 숙박비 식비 명목으로 경비처리가 가능하고, 공공 신분으로 가니 뇌물 받아먹기도 수월하다.


뭐 근데 의도야 어떻든 상관없다.

참을만도 하거니와 어차피 강제된 일정이라 거부할 수도 없다.

진정으로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건 이것들···


6명의 수강생 전원.

왜 나와 함께 한 차에 타고 가는 것인가.

이 녀석들과 엠티 가는 것에도 인내심이 필요한데 갈 때 올 때 모두 한 공간에서 숨쉬고 있어야 한다니.

나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신수영. 너는 어째서 따로 가지 않은 것이냐.”



신수영은 자기 얼굴 같은 꼬북칩을 한움큼을 씹어먹고 있었다.


바샤샤샥─


과자를 다 씹고선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꾸했다.


“돈 없어요.”

“과자 사 먹을 돈은 있고?”

“과자 사먹었으니까 돈없죵. 아 근데 선새무니가 뭔 참견이에요. 짜증날라고 해.”


이 자식 말 꼬라지하고는.


“그럼 저 둘은?”


별렉스는 총 4열.

4열엔 내가 앉아있고 3열엔 신수영과 냉온달, 민시아가 앉아있었다.


“뭐긴요. 선새에무니임 제자들이지.”

“그걸 몰라서 묻나. 제대로 대답해라.”

“그냥 제가 별렉스 타고 간다고 해서 따라온 거에요.”


끄덕끄덕─


두 녀석이 뒤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마 개념이 제대로 박힌 녀석들이다.

이들이 내 차에 타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심어린 문제아는···


멍─


개색··· 헌터견 마음이.


“민시아.”

“네. 선생님.”


선글라스를 낀 민시아가 내 부름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난 왼쪽에 앉아 있는데 녀석의 시선은 오른쪽에 걸렸다.


“넌 환영이지만··· 마음이는··· 흠···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지?”

“네 알죠. 마음이도 좋아해요 선생님.”


멍─


뭐지···

뭔가 의미가 와전된 거 같은데.


멍─


태연하게 짖어대며 웃어대는 마음이.

여기서 오줌 싸면 진짜······.


다음은 2열.

2열엔 제시카와 린 메이링, 그리고 아라가키.

저긴 한 명한테만 이유를 물어보면 된다.

아라가키.

나머지는 아라가키에 딸려오는 고구마들일 뿐.


“아라가키 넌 왜···”


채 질문을 끝내기도 전에 상태창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수신자를 확인하자마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모시모시

“아예 사장님 말씀하세요.”

─아 송민우상. 세 건 모두 계약 성사됐습니다. 제가 힘을 좀 썼더니 시세보다 좋은 조건에 계약 마무리 됐습니다.


무야호.

환호를 외치는 대신 궁상맞게 혼자 팔을 치켜올렸다.


“각각 얼마에 매입됐나요?”

─어 그게 보자보자···


전화를 걸어온 이는 을지로 30길을 담당하는 부동산 중개인 다마고치 세이구치씨.

인품이 훌륭해 공학지정구역에서 덕망이 높았다.


─아카데미 건물이 50억, 그 옆에 있던 헤파이토스 공학소가 37억, 그리고 어디보자···


동작과 말이 느린 게 흠이긴 하다.


─그 청년 창업단이 운영하던 ‘세기말 힙지로’가 29억입니다.

“와우. 시세보다 1~2억은 싸게 매입하시다니···”

─아닙니다.

“돌아가면 보답이라도 해다릴게요.”

─허허. 아니라니까요. 제가 할 일이죠. 수수료면 충분합니다.


내가 세이구치씨에게 의뢰했던 건 건물 매매 세 건이었다.

넘쳐나는 돈을 그냥 썩힐 수는 없는 일.

야서르니 신사에서 라이브로 번 돈, 마마손 분식 1/2호점의 수익금, 아미에서 받은 송미우의 피해보상금과 마마손의 격려금. 그리고 경매로 번 돈까지.

약 270억 정도.

일단 100억 정도 빚을 갚고, 현금을 보유중이었다.


─근데 너무 급한 거 아닌가요? 이렇게 거액으로 세 곳이나 매매하는 건 처음이라. 잘못하면 가격하락도 있을 수 있고.


세이구치씨의 진심 어린 걱정은 감사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내겐 『킹리적 갓론』이 있으니까.

추론 결과, 정부는 을지로 공학지정구역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이동 장소는 구로.

이로 인해 몇 개월 후면 구로구와 을지로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것이다.

무엇보다 을지로의 매매는 투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곳에 내 헌터단 본부를 세울 생각이니까.


“어쨌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써주십시오.”

─예. 저야말로 감사하죠. 그럼 구로구 건도 진행하겠습니다.


구로구의 빌딩, 아파트 매매 계획에 대해 짧게 대화를 나눈 후 나는 통화를 끊었다.


몸이 나른했다.

장거리 이동에 피로감 때문인지 눈꺼풀이 무거웠다.

나는 창밖으로 스치는, 대자연을 눈에 담으며 낮잠을 청했다.



*



왜지.

어째서 묻지 않는 걸까.

분명 내 이름, 아라가키를 부르다 말았는데.

신수영한테는 묻고 왜 내게는···


아라가키는 전화가 끝나면 자연히 자신에게 질문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곤한 잠이 송민우를 잠들게 했고, 질문은 도착하지 않았다.


“끝 말이 궁금한데···”

“뭐가?”


옆좌석에 앉아있던 제시카가 물어왔다.

하지만 아라가키는 제시카를 무시한 채 시선을 창밖에 두었다.

송민우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끝말을 들어야 문장이 완성된다.

논리적 완결성을 이루지 못하면 불안해지는 아라가키였다.

무엇을 물으려 했을까.


‘아라가키 너는 왜 날 칭찬한 거지?”

‘아라가키 너는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아라가키 너는 왜 달라진 거지?’


혹시 송민우는 현재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논리적 완결성에 집착이 치달을 때 상태창으로 문자 한통이 왔다.


「제국의 영애여.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너라해도 두고 볼 수 없다. 하루 속히 협조를 요청하는 바다」


문자의 출처는 신SIN(최고정보국)

야서르니 신사 이후 아라가키는 신sin 심문을 받고 있었다.


「마마손이 야서르니 신사를 파괴하고 먼지를 풀어줬나」

「보지 못했습니다」

「증언한 사람이 있는데」

「보지 못했습니다」

「제국주의자의 영애께서 마마손을 감싸는 것인가?」


───···


감싼다라.


“단지 귀찮을 뿐.”


마동털은 죽었고, 야서르니 신사는 파괴되었다.

그 뿐.

끝난 일이다. 끝난 일에 신경 쓰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는다.


「네겐 애국심이 없나」


안타갑게도 제국주의자의 영애께선 애국심을 애장하지 않는다.


─띡.


아라가키는 상태창을 껐다.

고개는 자연히 창 쪽으로 돌아간다.

다시 시선을 둔 창 밖은 새들이 구름을 가른다.


흐아아암─


그때, 맨 뒤쪽에서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심장이 조악하게 떨린다.


“그러고 보니···”


그때서야 아라가키는 마무리되지 않은 질문의 마침표를 깨달았다.


‘아라가키 너는 왜 이 차를 탄 거지?’


꿀꺽─


알알한 긴장감이 목덜미를 붙잡는다.


그건─···

그건···


기대감이란 단어도 머리에 적으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허리를 세우고 무릎을 모은다.

그 위로 양 손을 살포시 포갠다.



“그건 논리적이니···”

“아씨 뭐에요 왜 휴게소 지나쳐요!!!”



그런데─

불쑥 끼어든 장애물.

깜박이도 키지 않은 칼치기.

아라가키는 신수영을 노려봤다.


“길동 부장님 뭐에요. 왜왜! 휴게소 들려야죠.”

“얼마나 왔다고 휴게소야.”

“이런 여행엔 휴게소죠. 우동, 알감자, 회오리 감자! 감자! 강원도 감자!”

“아 진짜 쪼그만 게 더럽게 시끄럽네. 원장님 어떻게 해요. 수영이가 휴게소 가고 싶다는데.”


길동이 백미러의 눈을 두었다. 눈은 답을 요구한다. 그곳에 멍한 표정의 송민우도 겹친다.


“야. 가줘 가줘. 아 진짜 챙길 건 다 챙긴네.”

“아싸~ 아뵤~ 대신 제가 쏠게요~ 후원금 들어왔어요.”


신수영이 요란 법석을 떤다.

그 춤사위에 백미러 위로 스쳤던 송민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라가키는 생각했다.


‘음식이라면 독약이 깔끔하겠지···’


기대감을 방해했으므로.



***



충북 제천시 송학면 북부로 3392, 제천송학휴게소


“역시 여행엔 휴게소지.”


랄라랄라랄─


모처럼 입은 치마가 샤랄라 펄럭인다.

이미 우동 세 그릇 비우고 오신 신수영의 기분은 우동 열 그릇 만큼 충만해 있었다.

손에 들린 음식에 더해···


회오리 감자 세 개.

설탕 묻힌 알감자 세 그릇.

천안 호두과자 세 봉지.


묘기에 가까운 운반술을 보이며 그 모든 걸 짊어지고 있었다.


“아 근데 자꾸 어디서 쳐다보는 것 같은데.”


휴게소에 도착한 이후 뒷통수가 따끔거렸다.

뒤를 돌아보면 사라지고.

분명 한 소녀의 모습이 스쳤다.

이상한 약병을 들고 있는···

뭐 상관없지.


“자 그럼 일단 알감자부터 시식을···”


알감자를 내려본 신수영은 몸을 튕겼다.

제한된 손에서 알감자 하나가 튀어오른다.

상승은 하강를 낳는다.

설탕이 연기처럼 흩날리고, 알감자는 낙하한다.

작은 소녀의 거대한 입으로 골인하려던 찰나.


앗─!


어떤 충격에 신수영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녀를 건드린 건 웬 아저씨.

장렬히 전사한 알감자를 애초롭게 쳐다보곤 고개를 들어 그 무뢰한을 노려봤다.


“아저씨 뭐에요 진짜. 이거 다 어떻게 할 거냐고요!!!”


알감자만이 아니다.

회오리 감자와 호두과자, 남아있던 알감자까지 학살당했다.


“이봐 아가씨··· 돈··· 돈이 필요해··· 이번엔 정말 딸 수 있다고···”


그런데 아저씨 상태가 이상하다.

떡이 진 머리에, 여기저기 상처난 얼굴, 피떡 된 얼굴.

거지꼴이 딱 그랬다.

무엇보다 동공이 풀린 눈.

아저씨가 신수영의 팔목을 붙잡고 놓질 않았다.


“아 뭐에요 이거 나요. 안 놓으면 진짜···”


관자놀이에 핏줄이 곤두섰다.

그녀의 몸을 휘감는 D급의 둘 그린(Dull; 흐릿한)과 10등위 두들리의 논컬러(Non-collor).

기와 마력의 거침없는 발현.

음식 앞에서 신수영은 참지 않긔.


우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피시시시식─


기와 마력이 동시에 소거되며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등을 내보인 남자.

음식을 학살한 남자를 꾸짖는다.


“얌전히 가지.”


그오오오오─···


놀랍게도 얌전히 지나치는 아저씨.

이상한 괴음을 내며 터벅터벅 갈어간다.


“돈··· 그오오오··· 돈이 필요해···”


남자는 여전히 신수영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등.

그리고 방금 들은 안정적이고 섬세한 음색.

수 차례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돌아선다.

그는 분명···


“신수영. 내가 언제까지 네 뒤치닥거리를 해야하지.”


마마손이 아니었다.

『진따』 송민우 선새무니이임.


오만상을 하며 신수영은 일어나 옷을 털었다.


“안 도와줘도 되거든요.”

“잊었나. 지난 번의 징계 절차를? 이번에 절차에 들어가면 나라도 널 구제 할 수 없다.”

“뭔 상관이에요.”

“······”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입이 무겁게 닫혔다.

신수영은 쪼그려 앉아 음식을 주었다.


“아씨 아까워···”


사망한 동지들이여.

영면하시길··· 『무덤』 쓰레기통에서···


그 모습을 송민우가 지켜보았다. 그 눈엔 근심이 가득했다. 한숨을 내쉰 송민우는 말을 이었다.


“도박 좀비와 접촉은 삼가해라.”

“도박 좀비요?”


송민우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휴게소 한 켠에 마련된 공원.

그곳에서 방금 목격한 아저씨가 좀비처럼 서성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열 댓명에 사람들이 ‘돈···. 돈···’거리며 여행객들을 뒤쫓고 있었다.


“아까 네가 본 그 사람, 도박 좀비였다.”


그제야 신수영은 유소년 아카데미 시절 강사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까딱 잘못했으면 도박 좀비가 될 뻔했다던 얘기.

강원랜드에서 일정 이상 돈을 잃으면 좀비가 된다.

좀비화된 상태에선 인간의 피가 아니라 빚을 빨아먹고 산다. 돈을 빌리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근데 뭐 피를 빨아먹는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처럼 옮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리석군.”

“뭐에요?!”


신수영을 내려다보는 송민우.

위압감에 장난이 없는, 장난감 다루는 듯한 위압감이었다.


“피 대신 빚을 빨아 먹고 산다. 어떤 방식으로든 ‘빚’이 형성되면 옮는다. 강탈조차도.”

“그럼 설마···”

“아까의 도박 좀비는 돈과 함께 네 음식도 노리고 있었다.”


───!


섬뜩함이 등을 가로지른다.

절묘하게 떨어지는 땀 한방울.

송민우가 아니었다면 정녕 도박 좀비가 되는 것이었다.


“그···”


상식이 있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진따에게도 감사를 표현할 수 있지 않지 할 수 없지만, 고마움 정도는 말할 수 없지 않지 아니 할 수 없겠지만···


“그···”

“감사 인사는 되었다. 문제나 일으키지 마라. 그곳에선 샤랄라가 아니라 얌전함으로 널 치장해야 할 것이다.”


말하기도 전에 송민우가 선수를 쳤다.

─쳇.

떡 줄 사람 생각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신다더니.


성격상 한 번 쏘아붙여려고 했지만 송민우는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의 걸음은 신수영을 남겨두고 별렉스로 향했다.


─퉷.


바닥에 침을 한 번 뱉곤, 입을 삐뚜름하게 내민 채 신수영도 송민우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주차장의 반 정도를 걸어갔다.

투덜투덜거리는 순간에 짱돌하나가 눈에 밟혔다.

자연히 올라가는 입꼬리.

허리를 숙이고.

돌을 짚고.

자세를 취하고.

준비 되셨으면 쏘세요~를 전개하려 했는데···


부우우우웅──!

부우웅──!


갑자기 등장한 폭주족 무리.

그 수만 자그마치 백 여대는 되어 매캐한 연기가 연막탄처럼 피어올랐다.


공학자인 신수영이 모를 리 없는 모델들과 조직들.


할리데이비슨의 「아메리카 갱단」

하야부사의 「열도 야쿠자」

력거(力車)의 「대륙 흑사회」


강원랜드를 중심으로 강원도 일대를 점령한 범죄조직이었다.


“어이 아가씨 오늘 데이트 어때. 빠라빠라빠라밤.”

“내가 야 타 할테니까 오빠 멋져요좀 해달라고!!!!”

“아라라라라라라라.”



이 미치광이들은 신수영 주위로 몰려들며 소용돌이쳤다.

신수영은 주먹을 쥐었다.

아래쪽에선 무언가 반짝거렸다.

거울달린 셀카봉이 치마 밑으로 들어오려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이···”



치밀오르는 분노에 기를 발출하려는데···


─신수영. 내가 언제까지 네 뒤치닥거리를 해야하지.


방금 송민우가 한 말이 떠올랐다.

성격 같으면 무시한다.

그런데 송민우는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줬다.

정확하겐 아서르니 신사까지 세 번.


신수영은 기의 발출 대신 발을 들었다.


──콰지직.


내리친 발에 셀카봉이 두 동강났다.


“아이 씨팔년 성격 한 번 더럽네.”


그러자 이번엔 손이 가슴쪽으로 다가왔다.

휙, 하고 피했다.

그러곤 뒤에서 날아드는 손.

똑같이 가슴을 노렸다.

이대로 피할 수 만은 없었다.


“야 선새무니이임.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니까 당신이 어떻게···”


자기 입으로 얌전히 있으라고 했으니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기대 어린 눈은 송민우를 향한다.

그 눈에 담긴 모습은 아득할만큼 멀었다.

닿을 수 없을 만큼.


“저 썅놈···”


어느 새 휴게소로 들어가버린 송민우.

도망이 송민우를 애정한다.

송민우가 도망을 남용하고 도망이 송민우를 오용한다.

이런 썩을 놈의 새끼.


『도망』 송민우 선새무니이님이었다.




전개와 캐릭터, 개연성에 대한 조언, 지적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쪽지와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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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1이 2를 쌈싸먹음(2) 22.04.19 44 1 13쪽
58 1이 2를 쌈싸먹음(1) 22.03.20 55 1 18쪽
57 공학자(2) 22.02.25 51 1 16쪽
56 공학자(1) 22.02.25 51 1 13쪽
55 폭풍의 언덕 작전(3) 22.02.13 55 1 14쪽
54 폭풍의 언덕 작전(2) 22.02.04 59 1 17쪽
53 폭풍의 언덕 작전(1) 22.02.02 60 1 18쪽
52 폭풍의 전야(3) 22.02.01 62 1 17쪽
51 폭풍의 전야(2) 22.01.31 70 1 17쪽
50 폭풍의 전야(1) 22.01.30 68 1 21쪽
49 도박결의(3) 22.01.29 74 1 23쪽
48 도박결의(2) 22.01.26 63 1 21쪽
47 도박결의(1) 22.01.25 71 1 20쪽
46 액션 베이스볼(3) 22.01.22 65 1 20쪽
45 액션 베이스볼(2) 22.01.19 76 1 14쪽
44 액션 베이스볼(1) 22.01.18 71 2 15쪽
43 메가잭팟(3) 22.01.17 86 2 22쪽
42 메가잭팟(2) 22.01.15 82 2 22쪽
41 메가잭팟(1) 22.01.15 100 1 21쪽
40 이 망할 놈의 엠티(3) 22.01.14 82 1 20쪽
» 이 망할 놈의 엠티(2) 22.01.14 70 1 20쪽
38 이 망할 놈의 엠티(1) 22.01.12 75 1 15쪽
37 헌터의 밤(4) 22.01.03 78 1 20쪽
36 헌터의 밤(3) 22.01.02 86 1 14쪽
35 헌터의 밤(2) 21.12.31 96 1 16쪽
34 헌터의 밤(1) 21.12.31 98 1 18쪽
33 스승의 은혜(4) 21.12.28 102 1 16쪽
32 스승의 은혜(3) 21.12.27 86 1 15쪽
31 스승의 은혜(2) 21.12.27 89 1 13쪽
30 스승의 은혜(1) 21.12.27 102 1 20쪽
29 F급의 제자들(4) 21.12.27 110 1 18쪽
28 F급의 제자들(3) 21.12.27 105 1 17쪽
27 F급의 제자들(2) 21.12.27 112 1 15쪽
26 F급의 제자들(1) 21.12.27 118 1 18쪽
25 F급의 경매(2) 21.12.27 114 1 16쪽
24 F급의 경매(1) 21.12.27 119 1 20쪽
23 F급의 아카데미(4) 21.12.27 122 1 18쪽
22 F급의 아카데미(3) 21.12.27 136 1 20쪽
21 F급의 아카데미(2) 21.12.27 133 1 20쪽
20 F급의 아카데미(1) 21.12.27 152 1 19쪽
19 합의(3) 21.12.27 151 1 14쪽
18 합의(2) 21.12.27 155 2 16쪽
17 합의(1) 21.12.27 193 2 16쪽
16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4) 21.12.27 188 2 20쪽
15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3) 21.12.27 192 2 17쪽
14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2) 21.12.27 213 2 17쪽
13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1) 21.12.27 235 3 11쪽
12 항복 21.12.27 248 3 13쪽
11 1번 시나리오(2) 21.12.27 258 4 17쪽
10 1번 시나리오(1) 21.12.27 307 3 13쪽
9 분식집 대박 21.12.27 375 5 13쪽
8 합류(3) +2 21.12.27 432 5 15쪽
7 합류(2) 21.12.27 570 7 24쪽
6 합류(1) 21.12.27 977 11 15쪽
5 복수(2) 21.12.27 1,111 13 14쪽
4 복수(1) 21.12.27 1,471 15 14쪽
3 각성(2) 21.12.27 1,912 18 13쪽
2 각성(1) +3 21.12.27 2,4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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