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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는 독학으로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2.27 22:11
최근연재일 :
2023.03.27 16:58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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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3
추천수 :
198
글자수 :
507,167

작성
21.12.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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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번 시나리오(2)

DUMMY

퍽 퍽 퍽──


한 마리


퍼버버벅──


두 마리


팍 티티딕─ 파앗─


세 마리


턱과 어깨를 노린다.

목을 친다.

목숨을 거둔다.


막다른 골목에 친 배수의 진.

나는 민하를 등지고 서있었다.

한 마리의 고블린만 허락하는 비좁은 골목길.

1대 다수의 상황에서 단일화된 전투는 기본 중의 기본.


난 들어오는 족족 목을 쳤다.

목이 꺽이면서 시신경 달린 눈알이 튀어나온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것은 떡볶이 주걱이었다.


-이건 세계수로 만들어진 주걱이다.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자격을 갖거라. 네 것이 될 것이다.


언젠가 쓰레기 송호섭이 한 말이었다.

진지했던 상황과 달리 떡볶이 주걱 가지고 뭔 유세냐며 개뻥이라 여겼다.

하지만 잘만 생각해보면 우리 집에서 가장 튼튼한 게 바로 이 떡주걱이었다.

못을 박고, 도둑을 잡고, 떡볶이를 노리던 애완 몬스터를 때리고.

그 어떤 순간에도 부러지지 않았다.


◎사이다패스: 하하하. 재밌다 재밌어. 역시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 것인가.


내 예상처럼 떡주걱은 굳세게 버텨주었다.

골목길에 조금씩 시체가 쌓였고, 이젠 고블린이 시체산을 넘어야 하는 수준.


이대로 버티면 되는 것일까.

몇 마리나 죽였지? 백마리? 백오십?

그럼에도 남은 건 수 천 마리다.

늘 그랬듯, 대장장이 컨트롤씨 브이가 힐을 걸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앞으로 5분이면 그마저도 바닥이다.


「끼에에에엑. 답답해 답답해. 죽여 죽여!」


고블린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그러자 도끼질이 일제히 주변 건물로 향했다.

작디 작은 도끼날이 수 천 개쯤 되자 건물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길을 넓이고 있는 것이다.

지능은 떨어져도 사냥 본능은 타고났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살려줘 엄마··· 무서워··· 무섭다고!!!!”


공포에 질린 민하의 목소리.

8살의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잔혹했다.

나는 떡주걱으로 고블린의 정수리를 찍어누르며 외쳤다.


“민하야. 잘 들어. 이건 그냥 게임 같은 거야. 우리가 이겨내고 깨부서야 할 게임 같은 거지.”


쓸모 없는 말인지 모른다.

내가 찌들어 살아온 세상은 어디까지나 이 바깥이니까.


‘살아남아. 그러면 비트코인 사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삼전 코인에 올라타는 거야.’


이런 말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헌터가 되거든 반드시 유튜버가 되라, 라든가···

그럼에도···


“약자에게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해. 오늘을 통해 넌 강해지는 거야."


이 시대의 낭만이란 꿈 우정 도전이었다.

헌터물 웹소설을 읽으며 헌터의 꿈을 놓지 않은 것도 그런 거 아닌가.


"이 상황을 이겨내고 엄마 아빠를 만나! 지켜내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거야!!!”


이 낯간지럽고 오글거리는 말에 민하는 어떤 생각을 할까.

뻔하다고 말할까.

유튜브 구독자들은 컨텐츠 늘어진다고 욕할까.


퍽─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온다.

고블린을 쓰러뜨리기에 한 없이 나약한 돌팔매질.

그럼에도 그 하나하나에 의지와 힘이 실려있었다.


“내··· 어린 시절··· 우···연히··· 들었던 믿지··· 못할 한마디··· 이 세상을 다··· 준다는 매혹···적인 얘기···”


목소리의 떨림.

말조차 맺기 어려운 상황에도 민하는 꿋꿋이 읖조렸다.


“내게 꿈을··· 심어주었어어···”


「유튜브 정책으로 인해 저작권 보호에 들어갑니다」


유튜브 정책에 가사가 음소거 처리됐다.

그러나 떨림은 잦아들고, 오히려 목소리는 또렷해졌다.


“엄마가··· 원피스 보면서 기다리라고 했어··· 말도 안돼 고개 저어도. 내 안의 나 나를 보고 속삭여. 세상은 꿈 꾸는 자의 것이라고. 용기를 내 넌 할 수 있어."


훗. 우리의 꿈을 부를 줄은 몰랐지.

자식. 보기보다 강하네.

나는 민하의 말을 새기며 상태창을 열었다.


“개성 넘치는 검술 교본을 열람한다.”


「개성 넘치는 검술 교본을 열람합니다. 첫 번째 섹션으로 안내합니다」


"급식의 용기를 보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내 눈은 빠르게 검술 교본을 훑는다.

개성이 넘칠 만큼 쓸모 없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오솔맨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무가치한 걸 넘겨줄 스승은 아니니까.


[끼에에에에에엑!!!!]


콰코가가광───!


결국 골목길 양쪽을 막았던 건물이 무너졌고, 길을 4차선 대로처럼 넓어졌다.

한 번에 수 백은 들어올 정도였다.

다행히 내가 쌓아올린 시체산이 녀석들의 발을 붙잡고 있었다.


[꾸에에엑 끽···]


겁 없이 덤벼든 고블린의 목을 쳤다.

동료의 목이 꺽여나가는 상황 속에서 시체산을 우회한 군단이 나와 민하를 에워쌌다.

나는 민하를 한 팔로 끌어안은 채 떡주걱을 치켜들었다.


“이쯤이면 됐어. 스킬 독학 발동한다.”


[기술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성 넘치는 검술 교본의 『으라차차 싸다구』를 스킬화 합니다]


「띠리링」


순간 내 몸에서 금빛이 발하더니 상태창에 스킬 표시가 떠올랐다.


-----스킬 『으라차차 싸다구』-----

◆범주: 검술계

◆정보

: 으라차차,라고 외치며 싸다구를 때리는 기술이다. 으라차차라고 말해야만 발동하며, 부끄러움은 당신의 몫. 하지만 부끄러움을 감내한 자만이 강함을 얻을 수 있다. 추가 트루 데미지(+25%)


◆진화 계통:???

----------------


검술 교본 설명이 좀 병맛이었다.

검술의 기본은 칼의 넓은 면으로 싸다구를 때리는 것이라고···


“으라차차”


퍽 퍽─


[꾸에에에--끽]


“으라차차”


퍽 퍽─


[꾸에에에--끽]


떡주걱으로 싸다구를 두 대 날리자, 고블린의 머리통이 토마토처럼 터져나갔다.

싸다구와 떡주걱의 절묘한 조합.

살을 때리는 찰진 소리며, 손 끝에 걸리는 감각까지.

싸다구를 위한 도구나 다름 없었다.


[끼끼에엑꾸에? 뭐야 저건?!!]


내 신박한 공격에 고블린들은 도끼를 치켜들 뿐 발만 굴렀다.

괴상한 방식으로 동료들이 쓰러져나가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겁먹지마라. 그래도 수적 우세는 우리에게 있다]


녀석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싸인이었다.

한 번에 덮치자고.


위기감이 몰려왔다.

아무리 나라도 광역 스킬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때리고 또 때렸다.

의지, 하면 송민우니까.

절대 여기서 끝낼 수 없다.

민하를 지킨다.

보상을 얻는다.


그렇게 나는 개떼처럼 몰려드는 고블린을 때리고 또 때렸다.


한 오육백 대가리쯤 터트렸을까.

민하와 내 몸은 고블린에 거무죽죽한 피로 뒤덮혔고, 떡주걱도 피를 흡수해 검게 변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도 몰랐던 떡주걱의 발동조건이었다.


「띵동」


[에고 소드, 떡주걱의 의식이 깨어납니다. 1단계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내 손의 떡주걱이 검붉은 빛에 휩싸였다.

그러더니 웅웅거리며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워낙 기세가 사나워 눈부심에 고블린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렇게 변한 떡주걱은···


------장비 정보----------

◆이름: 고블린 킬러(떡주걱 1단계 진화형)

◆분류: 자아계 장비, 무기

◆등급: B급(아티팩트) 잠재력:???

◆정보: 전설에 등장한 놀부의 밥주걱의 팔촌쯤 된다. 하지만 성질은 더 더럽다. 놀부의 밥주걱은 흥부만 때렸지 떡주걱은 노예처럼 부려줬다. 못을 박고, 개똥 치우고, 애완 몬스터 내쫓고, 떡볶이 젓고··· 그래서 분노가 많다. 어르고 달래지 않으면 그 분노가 주인을 향할지 모른다. 참고로 떡치기(말 그대로 떡치기다. 떡을 쳐줘라)를 좋아한다

----------------------------------------------


◎대장장이 컨트롤씨 브이: 뭐임? 레알 찐 아티팩트 에고 소드임? 설마 저거 황금 헌터단에서 황금창이 보관했던 떡주걱 아님?


대장장이란 닉네임답게 컨트롤씨 브이는 떡주걱의 정보를 꿰고 있었다.

근데 황금창? 헌터왕이 왜 여기서 튀어나오냐.

그런 보물을 왜 쓰레기 송호섭이···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구인가. 누가 지금 짐을 깨웠어? 누가 나를 깨웠는가 말이야?!!!}


“시시시...신이 옵니다··· 폐하···”


아무래도 ‘태조 왕건’을 즐겨보던 떡주걱인가 보다.


{하··· 송 가인가··· 관심법 없이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군. 상황을 보아하니 도와달라는 것인데··· 꺼져라 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분위기를 보아하니 증오를 품고 있는 듯 한데···


“저기 행님. 좀 도와주십쇼. 이러다 죽습니다요.”


{웃기지도 않는군. 주인들의 사냥터를 호령하던 날 고작 분식집에 데려와 부려먹은 게 누구던가!!! 나는 개처럼 부려졌다. 너희 송가에 의해!!!”


지금 눈 앞에 고블린이 칼을 들고 덤비는 마당에 에고 소드 달랠 여유따윈 없다.

나는 정보창이 알려준대로 말했다.


“이번 일만 도와주시면 평생 떡치게 해드리겠습니다. 아주 곱고 예쁜 떡으로요.”


미심쩍지만 반응을 기다렸다.

떡주걱의 힘을 빌리는 것 말곤 답이 없었다.

그렇게 몇 초간의 침묵이 끝나고, 난 깨달았다.

색욕이란 건 인종과 종교 심지어··· 물질조차 뛰어넘는단 걸.

갑자기 떡주걱이 붉어지며 수줍게 말했다.


{뀨우 정말? 난 꿀떡이 좋다. 꿀떡으로 해준다면 이번 한 번은 도와줄게. 다음은 없어}


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내 것이 아닌 기세가 떡주걱으로부터 터져나왔다.

적어도 C급 이상··· 아니 B급은 넘보는 수준의 기(氣)


{참고로 말하면 지금의 나는 고블린 킬러다. 이게 무슨 뜻인줄 아나?}


“모르겠습니다 형님. 형님의 지성으로 저의 무지를 밝혀주십쇼.”


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아첨을 한다.

일단 내 입을 더렵혀야 저 녀석의 기분을 맞출 수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녀석은 엄청난 말을 내뱉었다.


{원 샷 원 킬이란 뜻이다. 이 송 가야!!!}


퍽─

퍽─

퍽─


떡주걱의 기세에 이끌려 저절로 손이 내질러졌다.

녀석의 말대로였다.

때리는 족족 고블린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효율이 엄청났다.

1분 사이에 150마리나 죽였으니까.


[끼에에에엑!!!]


하지만 되려 고블린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훗. 아무래도 고블린들이 본능적으로 네 상태를 아는 것 같군.}

“뭘요?”

{네 몸을 보아라}


아드레날린은 고통을 잊게 한다.

그 댓가는 참혹했다.

살이 터져 너덜너덜하고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드러난 만신창이였다.


문제는 고블린이 싸움과 사냥의 전문가란 사실.

놈들은 이미 힐 후원이 끊긴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나약하군. 방법을 강구해라. 이대로면 네 몸은 바스라진다}


그 말처럼 내 몸은 이미 한계였다.

오른손이 바스라져서 왼손으로 쥔 상태.

떡주걱을 운용하기엔 내 피지컬, 마력과 기는 한 없이 나약했다.

단순 공격엔 기가, 스킬엔 마력이 필요한 상황.

양쪽 모두 바닥난 상황에서 이젠 어느 쪽이든 위력적이지 않다.


앞으로 남은 고블린은 약 삼 천 마리.

천 마리 정도 잡으면 난 쓰러진다···

결국 난...


“자 행님들 누님들.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저 송민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 줄 아시죠?”


구걸했다.

그리고 마치 이 타이밍을 노렸다는 듯 그에게서 채팅이 날아왔다.


◎실버즈 레일리: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인가. 여러모로 고맙게 생각한다. 송민우.


뭘 고맙다고 말한 것일까.

고마워해야 할 쪽은 내 쪽인데.


「실버즈 레일리님이 도네이션 미션을 걸었습니다」

「재책정된 도네이션이 반영됩니다」

「도네이션 미션 성공 후원금이 100,000원으로 상향됩니다」


--------도네이션 미션---------

제목: 고블린 박멸

내용: 모든 고블린을 처치하시오

보상: 승리시 10만원

-----------------------------------


그리고 지금도···

너무 고맙다.

빚에 허덕이는 청년에겐 엄청난 추진력이다.


“부오오오옹!!!!”


나는 기합과 함께 내 의지로 떡주걱을 휘둘렀다.


4001마리째.

4002마리째.

4003마리째.


무서운 기세의 학살이 고블린의 피로 땅을 적신다.


{아니 도대체 도네이션이 뭐길래 이리도 파워업하는 것인가. 정력제인가}


이거 완전히 말하는 게 색골이네.


나는 때리고 또 때리고 대갈통을 터트렸다.

부끄러움을 감내하며 간간이 으라차차 싸다구도 시전했다.


“으라차차”


퍼버버벅─


트루 데미지 +25%를 보정 받아서인지 한 싸구에 네 댓놈이 쓸려나갔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이미 팔이 아니게 된 팔이 의지없이 흔들거렸다.

그러나 내 앞엔 오 천마리의 시체가 쌓였다.

산 위에 산이 쏟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

이게 정말 내가 죽인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녹초가 된 채 휘청일 때 축하하듯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실버즈 레일리님의 도네이션 미션을 성공하였습니다」

「추후 보상이 이뤄집니다」

「해당 결과를 반영해 도네이션 금액이 재책정됩니다」

「등급을 초과한 업적으로 인해 책정에 가산이 부여됩니다」


“휴 하얗게 불태웠다.”



***



소동이 끝난 뒤 민하와 나는 공용수돗가에서 몸을 씻었다. 고블린의 초록피가 찐득하게 늘러붙었지만 의외로 기분은 상쾌했다.

운동 끝나고 샤워하는 기분이랄까.


다친 몸을 눕혀 쉬고 있는데 제니바로부터 선물이 들어왔다.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 포션.

그녀는 물품 후원 대신 루팡 특급 배송으로 물건을 전달했다.

워프를 통해 원숭이 배송기사가 물건을 놓고 가자 제니바가 말했다.


◎제니바: 물품 후원은 수수료를 많이 떼잖아요. 호호호 루팡 특급 배송은 월 2900원만 내면 무한 택배 배송이니 아껴야죠.


배송된 포션은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 마시자마자 힐링 효과가 나타났고, 끊어진 신경과 근육이 이어졌다.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게 어딘가.

공산품 포션 수 십 개 보다 나았다.


[1번 시나리오 정리 중]


민하만 지켜내면 바로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로딩이 길어졌다.

뭘 이리 처리하는지.

그런데 이상한 건 미션이 종료됐는데도 시나리오 세상은 현실처럼 굴러가고 있단 사실이었다.

여전히 민하는 다소 겁먹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달동네 아랫 사람들은 가족을 찾으며 울부짖었다.


이 시나리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 단순히 훈련용이라 하기엔 너무 현실적이다. 정교함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치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듯이.


어쨌든 로딩이 길어지는 동안 나는 민하와 서울시를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눴다.

원피스에서 누가 제일 좋냐부터 무슨 일을 하고 싶냐까지.

의외로 섬세하고 여린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부모 없이 혼자 크는 아이치곤 구김살이 없었다.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헌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감동까지 받았다.

그래서 말해줬다.


“자. 저기 쌓인 고블린 시체 산 있지. 저거 절반은 내가 쌓고 절반은 네가 쌓은 거야.”

“정말정말? 근데··· 난 돌팔매질 밖에 못했는데···”


시무룩해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원피스 OST를 불러줘서 용기를 얻었거든. 그거 안 불렀으면 진작에 저 시체 산 밑에 깔렸을 걸?”


아이의 해맑은 웃음.

오 천 마리의 피로가 순식간에 씻겨나간다.


“언젠가 나도 저런 산 쌓을 수 있는 헌터 될래.”

“그래 좋다. 포부란 그런 맛이 있어야지.”


[1번 시나리오 정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저장된 모든 데이터는 2번 시나리오에 반영됩니다]


얼마 뒤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좀 신기했다.

내가 한 행동과 말이 2번 시나리오의 영향을 준다는 거 아닌가?

민하도 날 기억하고.

민하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라 했으니 분명 다시 만날 것이다.


왠지 모를 책임감이 생긴다.

부모와 떨어진 이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있어주고 싶다.

시나리오를 깨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

뭐 이런 책임감?


위이이잉──


황금빛이 내 몸을 감쌌다.

내 몸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형 뭐야?! 어디가는 거야?”

“어. 형은 서울 사람 아니어서 돌아가봐야해.”

“정말? 힝. 더 놀고 싶은데.”

“걱정마. 다시 올 거니까.”

“꼭이야 약속?”


꼼지락거리는 작은 손가락에 내 새끼손이 걸렸다.

떠나기 전에 뭐라도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민하야. 이 시대의 어린이는 꿈 용기 도전 그런 걸 품고 살았어. 그러니까 너도 희망 잃지 말고 형 올 때까지 큰 꿈을 품어. 알겠지?”

“응 알았어!”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다.


“그리고 주식해.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꼭 투자해. 제약회사는 건들지마. 거긴 작전주···”


하지만 시나리오는 내 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쓰팔 마지막이 제일 중요한데···

부디 작전주에 걸리지 말라고 기도하며 나는 현실로 복귀했다.




전개와 캐릭터, 개연성에 대한 조언, 지적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쪽지와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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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결전 황진호!(1) 22.05.08 4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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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간과 방의 정신(3) 22.04.21 38 1 11쪽
61 시간과 방의 정신(2) 22.04.21 46 1 12쪽
60 시간과 방의 정신(1) 22.04.20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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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폭풍의 언덕 작전(2) 22.02.04 59 1 17쪽
53 폭풍의 언덕 작전(1) 22.02.02 60 1 18쪽
52 폭풍의 전야(3) 22.02.01 62 1 17쪽
51 폭풍의 전야(2) 22.01.31 70 1 17쪽
50 폭풍의 전야(1) 22.01.30 68 1 21쪽
49 도박결의(3) 22.01.29 74 1 23쪽
48 도박결의(2) 22.01.26 63 1 21쪽
47 도박결의(1) 22.01.25 71 1 20쪽
46 액션 베이스볼(3) 22.01.22 65 1 20쪽
45 액션 베이스볼(2) 22.01.19 75 1 14쪽
44 액션 베이스볼(1) 22.01.18 71 2 15쪽
43 메가잭팟(3) 22.01.17 86 2 22쪽
42 메가잭팟(2) 22.01.15 82 2 22쪽
41 메가잭팟(1) 22.01.15 100 1 21쪽
40 이 망할 놈의 엠티(3) 22.01.14 82 1 20쪽
39 이 망할 놈의 엠티(2) 22.01.14 69 1 20쪽
38 이 망할 놈의 엠티(1) 22.01.12 75 1 15쪽
37 헌터의 밤(4) 22.01.03 78 1 20쪽
36 헌터의 밤(3) 22.01.02 8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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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헌터의 밤(1) 21.12.31 98 1 18쪽
33 스승의 은혜(4) 21.12.28 102 1 16쪽
32 스승의 은혜(3) 21.12.27 86 1 15쪽
31 스승의 은혜(2) 21.12.27 88 1 13쪽
30 스승의 은혜(1) 21.12.27 102 1 20쪽
29 F급의 제자들(4) 21.12.27 110 1 18쪽
28 F급의 제자들(3) 21.12.27 105 1 17쪽
27 F급의 제자들(2) 21.12.27 112 1 15쪽
26 F급의 제자들(1) 21.12.27 118 1 18쪽
25 F급의 경매(2) 21.12.27 114 1 16쪽
24 F급의 경매(1) 21.12.27 119 1 20쪽
23 F급의 아카데미(4) 21.12.27 122 1 18쪽
22 F급의 아카데미(3) 21.12.27 136 1 20쪽
21 F급의 아카데미(2) 21.12.27 133 1 20쪽
20 F급의 아카데미(1) 21.12.27 151 1 19쪽
19 합의(3) 21.12.27 151 1 14쪽
18 합의(2) 21.12.27 154 2 16쪽
17 합의(1) 21.12.27 193 2 16쪽
16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4) 21.12.27 188 2 20쪽
15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3) 21.12.27 192 2 17쪽
14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2) 21.12.27 213 2 17쪽
13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1) 21.12.27 235 3 11쪽
12 항복 21.12.27 248 3 13쪽
» 1번 시나리오(2) 21.12.27 258 4 17쪽
10 1번 시나리오(1) 21.12.27 307 3 13쪽
9 분식집 대박 21.12.27 375 5 13쪽
8 합류(3) +2 21.12.27 432 5 15쪽
7 합류(2) 21.12.27 570 7 24쪽
6 합류(1) 21.12.27 976 11 15쪽
5 복수(2) 21.12.27 1,111 13 14쪽
4 복수(1) 21.12.27 1,471 15 14쪽
3 각성(2) 21.12.27 1,912 18 13쪽
2 각성(1) +3 21.12.27 2,4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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