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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는 독학으로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2.27 22:11
최근연재일 :
2023.03.27 16:58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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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6
추천수 :
198
글자수 :
507,167

작성
21.12.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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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F급의 아카데미(1)

DUMMY

“으허허엉. 형니니니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사지에 혼자 들어가신 겁니까. 이 좌길동을 두고 가시고요···”


분식집 문을 열자마자 와락 안기는 홍길동.

덩치도 산만한 자식이 눈물을 질질 짜니 뭔가 딱해보인다.

나는 녀석의 등을 툭툭챴다.

왠지 옆구리를 건드는 기분이지만.


“꼴사납게 울지마라. 위험하지도 않았어. 뚝 그쳐라 뚝.”

“뚝. 넵 뚝.”


역시 명령 받길 좋아해서 한 번에 뚝 그친다.

근데 뭔가 좀 달라보인다.

승모근은 귀까지 부풀어있고, 목에서 내려오는 라인은 마치 코뿔소 같다.



“길동아. 너 혹시 약했냐?”

“네 약이요? 그게 무슨···”

“뭐 빨았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메스암페타민? 헌터 존심이 있지, 약 같은 거 하면 안돼.”

“넹? 행님, 이거 형님이 주신 도구로 키운 건데요?”


엥?

나는 분식집 한 켠을 쳐다봤다.

훈련 하라며 길동에게 내어준 공간.

시멘트 바닥은 땀으로 흥건해 있고, 채 식지 않은 열기가 바닥에서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황당도 이런 황당이 없었네···”

“에이. 형님도 저 아시면서. 제 피가 어디 가겠습니까.”


황진호를 만나고 오는 시간 고작 2시간.

그 사이에 길동은 마동석 <범죄와의 전쟁> 버전에서 지금은 마동석 <범죄 도시>급으로 버전업해버렸다.

진짜 난 놈은 난 놈이다.

괜히 금수저금수저거리는 게 아니다.

완전 근수저.

이렇게 성장하다간 트롤 되는 거 아닌지 걱정이군.

어쨌든 그건도 그거고···


나는 슬며시 옆을 뇌까렸다.

부담스러운 눈빛 하나가 날 향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마주했고, 은솔미는 먼저 내게 다가와 고개짓을 했다.


“걱정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갈색톤의 단발이 찰랑거렸다. 윤기가 반짝였다. 눈은 촉촉하게 싱글거렸다.

언제 봐도 아름답다.

마마손이 아니었다면 헤벌쭉한 송민우의 모습이 볼만 했겠지.

나는 황금빌딩에서부터 줄곧 마마손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최대한 담백한 대답.

할 말은 많았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선 그 말들이 전부 송민우스럽게 나올테니.


내 말을 기다리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무모했어요. 혼자 가진 말았어야죠.”


특유의 물기 진한 걱정이었다.

근데 마마손인 내게도 그러는 걸 보면 그냥 모든 이에게 그러는 거겠지.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니요. 저 혼자서도 충분했습나다.”

“쌀쌀맞게 말하시네요..”


은솔미의 눈썹이 대각선으로 치켜 올라갔다.


“뭐 신비주의라도 되십니까?”


마치 화난 고양이처럼. 당장에 냥냥 펀치를 날릴 기세다.


“신비주의보단 비밀주의라서요. 보안이 생명입니다.”

“너무 비싸게 구시네요. 생사고락도 함께 했는데.”


그녀 입장에선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그날 이후 황진호와 관련된 얘기는 일체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강해지기 전까지,

마마손이 송민우이고 마마손이 송민우라는 걸 거리낌없이 밝힐 수 있을 때까지,

그녀와의 거리는 딱 이쯤이었다.


“도대체 뭐에요? 밀당? 뭐 그런 겁니까?”

“······”


나는 할 말을 잃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실상, 그렇게 생각해도 할 말은 없었다.

황진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다른 건 정반대였으니까.

마마손으로서 매일 전화하고, 분식집에서 만나고, 떡볶이를 대접하고.

솔미씨~ 솔미씨~ 알랑방구도 뿡뿡 뀌어됐지.

이 모순성은 밀당이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근데 그 뒤에 손에 들고 있는 거 뭐에요?”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가 고개를 내밀고 등 뒤에 감춘 것을 보았다.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사이 잊고 있었다.


“아 이거··· 별 거 아닙니다.”


주춤하며 숨기려는데 그녀는 전투적으로 배후를 노렸다.

그녀의 샴푸향이 아른거려 몸을 빼는 게 늦었다.


“아 이거!”


재빠르게 낚아챈 과자통.


몰티저스 495g 12,000원짜리 호주산


그 과자를 바라보는 은솔미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나 이거 엄청 좋아하는데. 좋아하는데··· 이게 왜··”

“아 그거···”


단지 송민우로서 은솔미의 최애를 선물하고 싶었을 뿐.

아니라고 말해야 정상인데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아버렸다. 마마손임에도 송민우의 자아가 발현된 결과였다.


“에···?... 진짜?... 그냥 해본 말인데···”


날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새빨갛다.

붉어진 토마토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아··· 아니에요. 아닙니다. 하하하.”


대번에 몸을 돌려 걸어간다.

러시아 병정의 걸음처럼 또각또각.


“하하하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요. 이만 가볼게요.”


예의를 차린다고 인사까지 하는데.

몰티져스 통을 흔들며 쌩하니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뭡니까. 저 누님···”


길동의 눈이 마주치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한 열기로 그녀가 지나간 자리가 후끈했다.

몰티저스가 얼마나 좋았으면 저렇게 뛰쳐나가는 건지.


“형님. 저건 왜 준 거에요?”


길동이 의심의 눈초리로 날 보았다. 둔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눈치가 밝다.


“아···”


거리를 둔다고 해도 마음에 걸리긴 했다.

전화는 계속 거절했고, 아무를 묻는 카톡은 읽씹했다.

반면 자신감을 획득했기 때문인 걸까.

마마손이라는 익명에 가려진 난 거칠 것이 없었다.

은솔미를 대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F급의 자존감에 실수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마마손으로만 대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송민우로서 몰티져스 선물하려고 했는데···


─드르륵


은솔미가 나간 지 몇 분만에 다시 문이 열렸다.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은솔미였다.

눈 웃음 짓는게 귀족처럼 우아했지만 말엔 가시가 돗혔다.


“아 깜빡했네. 민우씨 오면 얘기 좀 전해줘요. 하루 줄 테니까 연락 안하면 다신 볼 생각말라고.”


─쾅.


문은 매우 단호하게 닫혔다.

그 뒤를 따라 내 입도 닫혔다.


아 젠장. 망했네. 몰티져스는 송민우로 줬어야 했는데···



***



마마손 분식집을 나선 뒤 은솔미는 한참 동안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손에 들린 몰티저스 495g 통을 바라보며.

내가 이걸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초코볼이 이거 하나뿐인가.

아몬드 초코볼, 엠앤엠즈, 노브랜드 등등 종류는 많고 브랜드는 넘친다.


“핫! 거기다 콕 집어서 몰티저스 ‘495g’라니!”


1500원하는 75g부터 756g 대용량까지.

포장 용량에 종류는 많다.

그럼에도 495g이라니.


“내 취향에 대한 사전 조사가 있던 거야.”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

앉은 자리에서 한 통을 다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편의성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은솔미였다.


와구와구─


은솔미는 뚜껑을 열어 몰티져스를 한움쿰 집어먹었다.


“이건··· 여윽시··· 사랑인건가···”


와자작 씹히는 초코볼에 말이 뭉게졌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단어만큼은 분명했다.

이 최애에 대한 관심과 직선적인 선물 공세.

사랑 말고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사실 마마손을 처음 본 뒤로 낌새가 이상했다.

은솔미가 마마손 분식집을 찾아갈 때마다 마마손이 있었고, 무슨 주접을 떠는지 매일 같이 전화를 해댔다.

이유는 따로 묻지 않았지만 묻지 않아도 알만한 이유였다.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고···”


초코볼이 퉤퉤 틸 정도로 은솔미가 비명을 질렀다.

그때였다.


스르륵──!


나무 그늘 아래서 왠 여자가 등장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마마손이 아가씨께 무슨 짓이라도···”


놀라 자빠질 뻔한 은솔미는 몰래 몰티져스를 감쳤다.

혓바닥이 입에 묻어있던 증거를 인멸했다.


“아 수진씨. 지금 뭐 먹은 거 아니에요.”

“예. 그러시겠죠.”


한수진는 그녀를 그림자로 보필하는 보디가드.

은솔미의 일거수일투족을 드려다 볼 수 있는 유일한 피고용인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안색이 안 좋아보입니다.”

“어?”


은솔미는 두 손으로 양 볼을 쓰다듬었다.

푸석푸석했다.


“혹시 송민우 때문이십니까? 그 때문이라면 제가 당장 삭제를···”

“아니에요. 그런 거!”


삭제란 말은 언제 들어도 간담이 서늘하다.

아버지는 처음 그녀를 자신에게 붙여줬을 때 이력을 감추었다.

하지만 감춘다 한들 살수의 기운은 지워지지 않는다.

송민우 같은 사람은 뒤없이 삭제될 것이다.


‘젠장. 어쩌다 두 남자 사이에 끼어버린 거지···’


은솔미는 알게 모르게 마마손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매력을 느끼고 사랑했던 남자, 송민우.

그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위해 몰티져스를 사왔다는 얘기를 듣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송민우에게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의도는 뻔하다.

보나마나 관심을 사고 싶어서겠지.

친구인 송민우에게 직접 물어봤을테고.


“운명의 신은 어째서 이런 비극을···”


이러다 두 친구가 싸우는 건 아닐까.

분명한 건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건 마마손이고, 송민우는 없다는 것이다.


“송민우의 소재는 파악됐어?”

“죄송합니다. 제 정보력으로도 아직···”

“그 사람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마마손 근처에도 사람을 보냈지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마마손과는 왕래가 없는 듯 합니다.”


왜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열등감과 자존심.


친구인 마마손이 엄청난 활약을 했는데 부끄럽지 않을 수 없겠지.

거기다 은솔미도 함께 활약하지 않았나.

그래도 그렇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


“송민우는 정말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을까요?”


휴, 크게 한숨을 내시는 은솔미.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수진이 그림자에서 나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슬며시 은솔미 옆에 앉았다.

그러곤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애론(愛論)을 펼쳤다.


“본래 사랑은 바람과 같은 것이지요. 어디로든 떠나고, 거세지면 상처를 입힌 답니다.”


은솔미는 꾸역꾸역 고개를 끄덕였다.



***



“근데 참 이상하네요. 황진호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은 아닌데···”



은솔미가 간 뒤 나와 길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황진호와 있었던 일을 얘기했고 길동은 듣는 내내 의문부호를 그렸다.


“황진호에게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은 딱 둘 밖에 없어요. 아버지와 그리고 큰 형.”


고고함으로 위장한 자존심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는 사방신을 만나도 죽으면 죽었지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나의 무엇이 그를 주저앉혔을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해.

그러고 보니.


「킹리적 갓론: 현재 황진호는 심각한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마마손 고무장갑 효과의 시너지로 정체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해는 분명하다.

다만 『킹리적 갓론』의 진화도가 낮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6개월을 벌었다.

그동안 황진호는 물론 콩 헌터단을 깰 전력을 갖춰야 한다.


길동이 김말이에 떡볶이 소스를 찍으면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뭐냐 그게?”

“그··· 아 뜨거버··· 가시기 전에 부탁한 거요. 속전속결로 끝냈습니다.”


나는 서류 봉투를 건네 받은 뒤 내용물을 확인했다.


부동산매매계약서.


황진호를 만나기 전 나는 그에게 건물 하나를 매입하라고 했다.

자금은 충분했고, 매물은 분식집 바로 옆 건물이었다.


“잘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녀석에게 콜라 한 잔을 따라주었다.


“황금수리부엉이 불러서 내부도 싹다 청소했어요. 방음 작업이랑 외골격 공사가 좀 걸린 답니다. 한 일주일?”


자식, 생각보다 일처리가 야무지다.

얘기하자마자 바로 처리하다니.

신뢰는 그의 부푼 몸만큼이나 부풀어오른다.


“아 자식 옛다. 보너스.”


나는 뒷주머니에서 ‘성.과.금’이라 적힌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엔 오만원권 100장이 모셔져 있었다.



***



일주일 뒤 나는 점심 브레이크 타임을 활용해 어딘가로 향했다.

내가 간 곳은 분식집 옆에 딸린 폐공장.

녹슨 간판에 족발족까란 글씨가 써져있었다.


몇 년 전 폐업한 족발 공장.


넓이는 약 300평으로 훈련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끼이익─


스산한 외관 만큼이나 문 열리는 소리도 섬뜩하다.

하지만 내부로 말을 내밀면.


“하하. 이 자식 진짜.”


길동의 말마따나 내부는 눈부셨다.

밑바닥은 충격흡수용 최고급 매트. 벽면 곳곳을 수놓은, ‘장인 한땀한땀’ 방음재.

고급스러운 샹들리에와 눈부심 방지용 조명까지.

훈련장이라 하기엔 사치스러운 고급스러움이었다.

이 미적 감각은 그야말로 타고난 금수저의 것.


“건물 내골격 강성도 보강했다고 했지?”


옆에서 프로틴바를 먹던 길동이 곁으로 다가왔다.

한창 근성장 중이라 먹을 게 땡기는 모양이다.


“네. 건축업자 말론 헌터왕 새끼손가락 정도는 버틸 수 있답니다.”

“새끼라··· 농담이 지나치네.”


헌터왕의 새끼손가락은 홍해를 갈랐다.

건축업자의 말이 미덥진 못하지만 어쨌든.


마마손 훈련장.


앞으로 이곳에 붙여질 이름이었다.


“안 팔리던 폐공장이라고 거저로 얻었습니다.”

“그래. 잘했다.”

“아카데미 건물 임대도 말하신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내부를 훑으며 알았다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빚은 백 억대지만 여유자금이 충분했고, 이것들은 고작 첫걸음에 불과했다.


“일단 나 혼자 훈련할테니까 넌 분식집 좀 보고 있어.”

“예 형님.”



*



[헌터의 힘은 기본적으로 기(氣)의 운용을 골자로 한다.]


나는 웃통을 벗고 자세를 취했다.

정신은 오솔맨의 강의를 따라갔다.


[일단 본 강의에 앞서 기와 마력, 기술(氣術)과 마법, 그리고 스킬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강의를 흘려 들었다.


기(氣)가 주원천인 헌터.

마력이 주원천인 마법사.

모두에게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세포 내에 DTP를 갖고 있다는 것.

일종의 생체에너지 덩어리이다.


D???- TriPhosphate


고대부터 전해려오는 문헌엔 D가 무엇의 약자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물론 현대에도 밝혀지지 않았고.

마인산(魔), 기인산(氣), 그리고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제 3의 인산(???)이 결합된 DTP.

마인산이 마력을 방출하고, 기인산이 기를 방출한다.

제 3의 인산은 마력이 스킬의 원료가 되도록 만든다.


[그런데 헌터 초짜 시절엔 기를 다루는 건 고사하고 기 용적 자체가 적다. 그걸 현대엔 스킬로 대체하지면 헌터에게 있어 마력 용적 역시 마법사에 비할 바 못되지.]


생각에 빠져있던 난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초짜지만 강해질 수 있는 비기! 허이짝! 바로 그걸 오늘 말해주려 한다.]


또 다시, 오솔맨은 아주 이상한 소릴 해댈 참이었다.


설명이 이어지는 내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헌터계에서 금기시 되었던 기와 마력의 융합.

오솔맨은 그 금기를 깨고 있었다.


[기로 마력을 보조해라. 헌터는 마법을 쓰진 못하지만 스킬로 대신할 수 있다. 마력 자체만으로 헌터는 스킬을 강화할 수 없다. 하지만 기가 더해진 마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 사람이 지금 장난치나.”


또 한 번 들불처럼 일어나는 불신.

기(氣)마(魔)의 융합이 금기인 건 자명하다.

둘의 조합은 언제나 폭주를 일으킨다.

그말인즉 장렬히 자폭하란 얘기 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떡주걱을 쥐었다.

경험칙(經驗則)으로써 오솔맨에 대한 나의 신뢰는 이미 증명됐다.

내 몸은 어느새 조각처럼 굴곡졌고, 열기로 흐름 땀이 흐르지 않고 절벽처럼 똑똑 떨어졌다.

온 몸에 힘이 넘실댄다.

모두 오솔맨의 덕이다.


{이 영감 설명 한 번 잘하는군. 요즘 헌터들은 기본이란 걸 몰라.}


영감님은 입을 열었다.


{본래 기와 마력이 같이 가는 거다. 수 천 년 전에도 그랬고 수 백 년 전에도 그랬다}

“이대로 하면 되는 겁니까?”

{물론. 기마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선 일단 기의 기초 활용부터 익혀라.


난 자세를 잡고 떡주걱을 들어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


들이마신다.

단전에 힘을 집중한다.

호흡을 내뱉고 떡주걱을 휘두른다.


쓱─


일도.


일도엔 심장.

기가 집중된 그곳부터 기를 뿜어낸다.

기는 돌고 돌아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바닥부터 용솟음치는 열기.

마력이 음(陰)이라면 기는 곧 양(陽)

중요한 것은 이 상태를 유지하며 전신의 기를 일 깨우는 것이다.


─쓰슥


이도.


이번엔 무릎.

심장의 순환을 막지 않은 채 기를 무릎에 집중한다.


─삭


삼도.


이번엔 허벅지.

차례로 코어, 가슴, 어깨, 팔...


이것이 바로 기(氣)의 첫 걸음.


생기(生氣)


생명의 기운.

살아넘쳐 팔딱대는 존재 자체의 힘.


생기는 몸안에 존재하는 생체에너지, 즉 DTP를 증폭시켜 강대한 힘을 뿜어내는 기술(氣術)이다.


{그래 바로 그거다.}

“제 것과 황진호의 것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납니까?”

{흠 보자보자. 아무래도 크기는 그쪽이 더 크지. 넌 아직 찌그래기잖아. 근데...}


나는 일부러 생기를 극한으로 몰아세웠다.

몸에 부담이 가해졌다.

폐는 찢어질 것 같고 심장은 터질 듯이 팔딱됐다.

근육이 표피를 뚫고 이탈할 것만 같았다.


{맛은 네가 더 좋은 것도 같고··· 모르겠다. 그 생기를 유지한 채 계속 휘둘러. 그럴 수록 기의 활용은 더 좋아질거다.}


나는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시나리오에서 고블린 오 천 대군을 상대했을 때 다르지 않았다.

버티고 버틸수록 스탯이 전체가 상향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


「스탯이 상승합니다. 스킬 『킹리적 갓론』의 레벨업 조건을 충족합니다」

「스킬 『킹리적 갓론』이 레벌업합니다. 진화 계통을 습득합니다」


기 활용 훈련인데 스킬이 레벨업해버렸다.


- --------『킹리적 갓론』 Lv.2--------

- ◆범주: 학습계

- ◆정보

- : 모든 현상(행위, 스킬, 자연...)의 원리를 추론합니다.

- : 마력을 소비합니다.

- : 주어진 정보와 소비된 마력에 따라 구채도와 정확도가 상승한다.

- ◆진화 계통

- 「원리 추론」

- 「원인 추론」

- 「상태 추론」

- 「결과 추론」

- 「가치 추론」

- 「생사 추론」

- 「특전」

- ----------------


뭔가 많다. 많아.

좋긴한데 이걸 일일이 다 볼 기운이 없다.

기의 활용은 체력을 깍아먹는 행위다.

난 종잇장처럼 쓰러졌다.


“일단 잠이나 자자. 뭐 차차 확인하면 되지.”


그렇게 눈을 감으려는데 상태창 위로 캘린더의 알람이 떠올랐다.


「일주일 뒤 <F급 송민우 아카데미>의 개소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나는 달달한 꿈을 청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전개와 캐릭터, 개연성에 대한 조언, 지적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쪽지와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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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폭풍의 언덕 작전(2) 22.02.04 59 1 17쪽
53 폭풍의 언덕 작전(1) 22.02.02 60 1 18쪽
52 폭풍의 전야(3) 22.02.01 62 1 17쪽
51 폭풍의 전야(2) 22.01.31 70 1 17쪽
50 폭풍의 전야(1) 22.01.30 68 1 21쪽
49 도박결의(3) 22.01.29 74 1 23쪽
48 도박결의(2) 22.01.26 63 1 21쪽
47 도박결의(1) 22.01.25 71 1 20쪽
46 액션 베이스볼(3) 22.01.22 65 1 20쪽
45 액션 베이스볼(2) 22.01.19 76 1 14쪽
44 액션 베이스볼(1) 22.01.18 71 2 15쪽
43 메가잭팟(3) 22.01.17 86 2 22쪽
42 메가잭팟(2) 22.01.15 82 2 22쪽
41 메가잭팟(1) 22.01.15 100 1 21쪽
40 이 망할 놈의 엠티(3) 22.01.14 82 1 20쪽
39 이 망할 놈의 엠티(2) 22.01.14 69 1 20쪽
38 이 망할 놈의 엠티(1) 22.01.12 75 1 15쪽
37 헌터의 밤(4) 22.01.03 78 1 20쪽
36 헌터의 밤(3) 22.01.02 86 1 14쪽
35 헌터의 밤(2) 21.12.31 96 1 16쪽
34 헌터의 밤(1) 21.12.31 98 1 18쪽
33 스승의 은혜(4) 21.12.28 102 1 16쪽
32 스승의 은혜(3) 21.12.27 86 1 15쪽
31 스승의 은혜(2) 21.12.27 88 1 13쪽
30 스승의 은혜(1) 21.12.27 102 1 20쪽
29 F급의 제자들(4) 21.12.27 110 1 18쪽
28 F급의 제자들(3) 21.12.27 105 1 17쪽
27 F급의 제자들(2) 21.12.27 112 1 15쪽
26 F급의 제자들(1) 21.12.27 118 1 18쪽
25 F급의 경매(2) 21.12.27 114 1 16쪽
24 F급의 경매(1) 21.12.27 119 1 20쪽
23 F급의 아카데미(4) 21.12.27 122 1 18쪽
22 F급의 아카데미(3) 21.12.27 136 1 20쪽
21 F급의 아카데미(2) 21.12.27 133 1 20쪽
» F급의 아카데미(1) 21.12.27 152 1 19쪽
19 합의(3) 21.12.27 151 1 14쪽
18 합의(2) 21.12.27 155 2 16쪽
17 합의(1) 21.12.27 193 2 16쪽
16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4) 21.12.27 188 2 20쪽
15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3) 21.12.27 192 2 17쪽
14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2) 21.12.27 213 2 17쪽
13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1) 21.12.27 235 3 11쪽
12 항복 21.12.27 248 3 13쪽
11 1번 시나리오(2) 21.12.27 258 4 17쪽
10 1번 시나리오(1) 21.12.27 307 3 13쪽
9 분식집 대박 21.12.27 375 5 13쪽
8 합류(3) +2 21.12.27 432 5 15쪽
7 합류(2) 21.12.27 570 7 24쪽
6 합류(1) 21.12.27 976 11 15쪽
5 복수(2) 21.12.27 1,111 13 14쪽
4 복수(1) 21.12.27 1,471 15 14쪽
3 각성(2) 21.12.27 1,912 18 13쪽
2 각성(1) +3 21.12.27 2,4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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