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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는 독학으로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2.27 22:11
최근연재일 :
2023.03.27 16:58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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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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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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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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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F급의 아카데미(4)

DUMMY

암전된 시야가 돌아왔다. 지끈거리는 두통에서 벗어났을 때 나는 어떤 사막에 있었다.


“워프?”


하지만 워프로 이동했다기엔 사막은 어딘지 흐릿했다.


{이건 내 오랜 과거다}


오른손에 들린 떡주걱이 작게 떨었다.

떡주걱의 새겨진 기억.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의 기억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이곳은 어딥니까?”

{······}


돌아오는 대답이 늦었다.

아마 그 역시 이 기억을 더듬는 중일 것이다. 기억을 되찾은지 수 십년만일테니.


단순한 기억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와 기의 농도가 짙었다.

이런 허구조차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주인들의 사냥터군요.”


떡주걱은 마치 자신이 누빈 전장을 되짚듯 읊조렸다.


{그렇다. 이곳은 콜로서스 영역이다}


『콜로서스』 영역.

코드네임 11110010111(1943)


태양의 열기와 건조한 공기로 마음까지 메말라가는 곳이었다.

달리 부르는 이름은 용의 무덤.

용 사분의 삼이 학살 당한 <용의 눈물> 당시, 도륙된 용의 시체가 이곳으로 흘러와 붙혀진 이름이었다.

시체들은 이곳의 마기를 먹고 다시 태어나 스켈레곤이 되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로 앞에서 스켈레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장만 왠만한 빌딩은 되는 크기.

허상이라간 걸 알면서도 한기가 몰려들었다.


{걱정마라. 이건 내 기억일 뿐 실제는 아니다. 잠깐 시간을 앞당겨보지.}


별다른 설명없이 떡주걱은 자신의 과거에 집중했다.

아까부터 뭔가 이상했다.

신수영이 나타난 뒤로 말수는 적어지고 예의 빈정대고 가볍던 태도가 사라졌다.

하지만 곧 내 시야를 장악한 풍경들에 나는 잠자코 있었다.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었고 엄청난 속도로 나는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무한한 우주에 작은 별빛처럼 사막 한 가운데 놓인 생명줄.

하지만 그 안은 활력이라 할 게 무엇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살기(殺氣)가 모든 것을 무릎 꿇리고 있었다.

내 머리털이 위험을 감지하며 곤두섰다.


[송호섭이다. 송호섭이야]

[송호섭이 우리의 친구를 살해한다]

[모두 도망가라. 영혼마저 소멸되기 싫으면]


그건 스켈레곤들의 말이었다.

몇몇은 오아시시 안으로 몸을 숨겼고, 몇몇은 지옥불 같은 뙤약볕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을 굴복시킨 살기의 근원은 오아시스 끝자락에서 발원하고 있었다.

아주 초라해 보이는 오두막에서.


─휘이이잉.


다시 신속으로 시계(視界)가 변했고 이번엔 오두막 바로 앞이었다.

전원 풍경과 달리 그곳은 이미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스켈레곤의 뼈와 진액들이 사방의 널부러져 있었고, 턱뼈가 부서진 채 달그락거리며 스켈레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반파된 오두막은 사람의 피로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두 남자.

주먹을 쥐고 있는 남자가 쓰러진 남자를 짓밟고 있었다.

쓰러진 남자는 이미 한 쪽 눈을 잃었고, 두 팔이 잘린 채였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이 튀어나갔다.

현실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전해지는 감각은 누가 악인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죽게 나두고 싶지 않았다.


─팍


순간, 무언가에 부딪쳤다.

보이지 않는 벽이 날 가로막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모든 시간이 멈추었다.


{앞으로 보게 될 건 네게도 끔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겠는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

그의 저음은 불길함을 잔뜩 품고 있었다.

간접적인 뉘앙스가 바로 전해졌다.


‘보지 말아라’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맥락상 악인이 누구인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미리 얘기하지만 진실이란 사실과 거짓을 동시에 품는다. 네가 보고 있는 건 사실이 아니라 진실일 뿐}


─픽


내 몸을 막던 벽이 사라졌다.

시간도 다시 흘러갔다.

나는 주저않고 두 남자 옆에 다가갔다.

전투가 끝난 상황에서 오로지 한 남자의 기운만 모든 걸 압도했다.


“당신···”


떡 벌어진 어깨. 수 많은 전투로 다져진 근육들. 그리고 주저하지 않을 냉정함.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분명했다.

그건 송호섭이었다.

아버지 송호섭 쓰레기 송호섭.

내게 150억의 빚을 지우고 엄마를 버리고 떠난 남자.

언젠가 붙잡아 묻고 싶던 사람.


“왜 다 버리고 가버렸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기억 속의 송호섭은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나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건 마치 빛조차 사멸하게 만드는 칠흙 같았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넌 몇 개를 보았지?


쓰러진 남자가 송호섭을 올려보았다. 그 표정은 결연했지만 다소 당황한 듯 보였다.


-뭐라고?... 푸흡···


그는 피를 토하며 물었다.

송호섭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보며 말했다.


-내 도(刀)는 무도류(無刀類). 보이지 않는 칼을 본 자만이 살 수 있다.


송호섭의 말에 나는 기가 막힌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말처럼 벤 흔적은 있지만 그의 손엔 칼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겠나. 보이지 않는 걸 본 자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법. 만약 네가 보았다면 살 수 있을지도···


난해한 송호섭의 말이 어떤 트리거가 된 것일까.

말 뜻을 헤아린 남자가 짓씹듯 말했다.


-정말 【전쟁】을 일으킬 속셈인가. 황금창이 죽은 걸로 만족하지 못한 거냐? 너에겐 교훈이란 게 없는 거냔 말이다!

-...


휘릿─


송호섭의 침묵을 신호로 무언가 허공을 갈랐다.


푸슉─


내리꽂힌 무형의 칼이 기괴하게 휘어지며 남자의 모든 손톱을 파고 들었다.


-으아아아아!!!


그렇게 뽑힌 무형도는 이번엔 남자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허벅지에서 피가 치솟았다.

너무 많은 피를 쏟은 탓에 나는 남자의 죽음을 직감했다.


-황금창 단장은 그저 운명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안】과 【밖】의 【전쟁】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 때를 대비해 <밖의 집행자>는 내가 가져가겠다.

-어림도··· 없는 소리··· <밖의 집행자>는 본래 【밖의 의지】를 가진 자만의 것. 네 녀석이 감히 누구라···


피시시식─


또 한 번 무언가 허공을 갈랐다.

이번엔 손속에 감정을 두지 않았고 횡으로 짧게 베었다.


푸슈슈슉─


탄산음료가 터지듯 남자의 몸뚱이에서 피가 치솟았고 머리가 데굴데굴 굴렀다.

나도 모르게 그 머리를 따라 시선을 쫓았다. 그 끝자락에 왠 사내 아이의 발이 보였다.

순간, 등줄기에서 가시처럼 소름이 돋아나왔다.


-나와라. 사내 자식이 겁쟁이처럼···

-...


아버지의 기세에 아이는 실눈을 뜬 채 걸어나왔다.

작고 나약한 아이.

너무 보잘 것 없어 한심하기까지 한 그 아이가 바로 나 송민우였다.


-숨어있던 것에 대한 벌을 줘야겠구나. 저 시체를 밟고 눈 앞에 보이는 칼(刀) 을 가지고 와라.

-하지만··· 어떻게 사람 시체를 밟고···

-그러니까 벌이지.


감정이 배제된 얼굴이 어린 나를 짓눌렀다.

아이는 공포에 질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었다. 시체를 밟았고 십 여 발자국을 걸어 집 안에 걸려 있던 도를 취했다.

그러곤 몸을 돌려 뛰쳐나오려는데···

왠 여자 아이가 기둥 뒤에 숨어 있었다.


-.....


마치 시야가 공유되듯 나 또한 그 아이를 보았다.

갈색빛 머리에 녹색 눈.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여름의 생기를 머금은 아이.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과 용서할 수 없는 분노가 뒤섞인 혼돈.

눈물과 피로 떡이 된 머리를 입에 문 채 신음을 참아낸다.


신수영.


16살에 내가 7살의 신수영을 본다.



***



─에취이이이.


어디서 누가 내 얘기라도 하나.

시원하게 재채기를 한 신수영이 순대국밥 한 숟가락을 뜨고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캬아아아.


역시 마음 울쩍할 때 순대국밥과 쇠주다 쇠주.

순대국밥을 사랑하는 신수영은 모든 화폐가치를 SDK(Soon-Dae-Kuk 1SDK=6,000원)로 환산할 만큼 순대국밥 빠순이였다.


“UBD(Um Bok-Dong)도 있던 거 같은데 뭐였지···”


어쨌든.

마마손으로 인해 상당 부분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소식을 들어보니 송민우는 겁먹고 도망친 상황.

찐따 새끼가 아주 똥오줌도 못 가린다.

지가 책임자인데 어딜 내빼.

그런 한심한 녀석에게 분노를 품은 내가 다 한심하다.


신수영은 자작으로 술 한 잔을 따랐다.


─캬···


들이킨 쇠주가 목구멍을 꿈틀대며 열기를 더했다.


“오늘따라 술맛 한 번 다네. 처량한 내 신세야···”


그나마 위안인 건 보기 좋게 송민우의 주장을 날려버린 것.

죽을 뻔 하긴 했지만 어쨌든 기의 흐름에 마법의 술식을 더하려다 폭주해버렸다.

기자들도 있을테니 송민우를 신랄하게 비판하겠지.


“흐흐흐흐흐흐.”


꼬시다 꼬셔.

얼싸 좋네 얼쑤.


그렇게 쓰린 속을 술로 달랠 때였다.


“어이 주인장 거 티비 볼륨 좀 켜주쇼.”


던전 노동자로 보이는 사내가 소리쳤다.

시끌벅적한 순대국밥집이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외침이었다.

국밥집 주인은 볼륨을 키웠다.


─약 한 달 사이에 수십명이 살해된 강서 지역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 곧 <아미>의 합동본부에서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응? 강서 지역 연쇄살인사건?

신수영의 귀가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돌아갔다.

티비엔 은색 머리카락의 거한이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현재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아미>의 육군 대령 은시경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해당 사건은 「먼지」의 소행임이 판명됐습니다. 그 근거는 살해 방법에 있습니다···


신수영의 입이 봄을 꽃피운 벚꽃처럼 만개했다.

올라간 입꼬리가 눈을 찌를 기세였다.

술병은 든 그녀는 기분 좋게 술을 따랐다.

하지만...


─ ······ 생기의 살기화. 첩보에 의하면 「먼지」는 오래 전부터 기(氣)의 흐름에 마력의 술식을 더하는 훈련을 해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는 상당한 실력을 지닌 S급 이상의 헌터만이 가능한 일로써 <아미> 내에서도 극비로 다루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먼지」는 이를 간소화해 등급이 낮은 헌터라 해도 배울 수 있겠금···


졸 졸 졸···


술병을 거둬들이지 못했다.

나무 판자 하나에 의지해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

저 은갈치 같은 놈이 무슨 말을 짓거리는 거야.

술잔은 넘쳤고, 술은 뚝뚝 떨어졌다.


“어이, 아가씨 왜그래. 정신 놨어?”


옆에 있던 던전 노동자가 신수영을 불렀다.


“네? 네?... 아 그게··· 아니···”


설마. 설마.

송민우가 옳았다는 건가?

기와 마력

흐름과 술식

기술(氣術)과 마법.

이것들은 매우 이질적이고 엔트로피적 에너지다.

남녀가 같을 수 없듯, 해와 달이 가까워질 수 없듯, 불과 물이 섞일 수 없듯.

기가 생성되면 마력이 소멸하고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저찌해서 둘을 섞는다해도 불과 몇 시간 전처럼 기와 마력이 내부에서 폭주해버린다.

기와 마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건 재능을 물려받은 소수일 뿐.

배워서 아는 것도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생기의 살기화는 물론 흐름과 술식의 조합은 보안 등급 A였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 내용을 대중에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


신수영은 혼란스러웠다.

보안 등급 A의 정보를 송민우가 알고 있던 것인가?


“으아!!!!!”


신수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장을 뚫고 안드로메다에 내리 꽂힐 기세.

고개를 내리자 종이 쪼가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F급 송민우 아카데미> 가입 신청서--

······

······

······

--------------------------------------------


먼 발치에서 복수를 계획할 생각이었다.

진따의 수강생이 된다는 것 자체가 치욕이므로.


하지만 수강생이 되어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죽다 살아놨는데 송민우의 주장만 재평가 받게 생겼다.

원수의 멱살을 붙잡고, 꽃밭에 던진 꼴이라니.


“스폰서 덕분이겠지. 연줄로 알아낸 게 분명해. 감히 날 기만하다니···. ”


용서할 수 없다.

실력도 없는데 고작 스폰서 하나 물어서 잘되는 꼴이라니.


--------------------------------------

가입 신청자 서명: 신수영

-------------------------------------


“네 녀석의 목을 노릴 사상 최악의 수강생이 되어주겠어.”


신수영은 복수를 다짐하며 술을 들이켰다.



***



신수영에 대해 떠올려본다.

그녀의 증오와 분노는 옳다.

그럼에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나조차 억울하니까.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없다.


내가 왜 주인들의 사냥터에 있단 말인가.

15살의 내가.

그때의 기억이라면 엄마와 함께 분식집 장사를 한 것 밖에 없는데.

1년 뒤에 각성하고 2년 뒤엔 아빠는 떠나고 엄마는 죽었다. 그러곤 콩 헌터단에 입단했다.

무엇보다···


─너는 몇 개의 도를 보았지.


흉흉한 기세를 보이며 『콜로서스』 영역 전체를 압도했던 무위(武威)

그건 나약하고 소시민적인 송호섭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매번 술에 취해 들어와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하나.”


─휘익


“일도”


떡주걱을 한 번 휘두른다.


“둘”


─휘익


“이도.”


떡주걱을 한 번 휘두른다.


<밖의 집행자>과 【밖의 의지】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킹리적 갓론조차 접근할 수 없는 것들.

금제 때문에 떡주걱에게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기도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5단계 이상은 진화해야 한다.


“셋”


─휘익


“삼도.”


하지만 모르는 것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

차차 알아가면 될 일.


그건 신수영한테도 마찬가지다.

당장 그녀의 원한을 풀어줄 수 없다.

기억에 없는 일로 용서를 구할 순 없는 법.

미안하지만 그녀의 원한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휘릭 휘릿 휘리릭


나는 마치 검무처럼 연계기를 펼쳤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자연히 발생하는 바람에 벽이 흔들리고 조명은 떨었다.

일단 중요한 건.


[이번 오솔맨의 강의는 저번 강의와 마찬가지로 흐름과 술식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것.



*



세계의 무력은 두 부류로 나눈다.

기술(氣術)과 마법.

스킬은 논외다.

『독학』과 『킹리적 갓론』 이 두 스킬을 통해 강해지긴 했어도, 어쨌든 스킬은 시스템적이다.

무력 그 자체가 아니라는 뜻.


[대체로 기술(氣術)을 타고난 자는 헌터가 되고 마법을 타고난 자는 마법사가 된다.

물론 마법사 가운데 그 지위를 포기하고 헌터로 전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이며 대체로 이렇게 둘로 나뉜다]


헌터의 세계와 마법사의 세계는 철저히 구분된다.

그렇기에 마와 기의 합은 언제나 금기이며, 공학자와 같이 물질을 다루는 이들에게만 허용된다.


헌터생리학의 기초로 시작한 강의는 어느새 기와 마력, 흐름과 술식의 조합에 이르뤘다.

이건 아카데미에선 결코 배울 수 없는 내용.


[흐름과 술식의 조합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기술이 생기의 살기화이다···]


생기의 살기화란 말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신수영이 질문했던 때가 떠올라서였다.

당시에 답을 내놓은 나 자신이 무척 뿌듯했다.

그렇듯 작정하고 덤벼드는 상대를 이기는 건 언제나 통쾌하니까.


당시엔 『킹리적 갓론』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된 강의다.

생기의 살기화는 이론만 안다면 매우 간단한 기술이었다.


[기는 휘발유, 마력은 라이터이기에 둘을 섞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휘발유를 안전하게 담을 그릇을 만든다면?]

[기에 마력을 더하거나 마력에 기를 더할 때 흔히들 둘을 섞으려고 만한다. 똥멍청이들 같으니라고··· ··· ]


그런데 어째서 「먼지」일까.

나는 오솔맨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잠시 딴 생각을 했다.


「먼지」


대한민국 3대 테러집단 중 하나.


대구를 녹인 「열기」

전주를 메말린 「가뭄」

그리고 인천을 뒤덮은 「먼지」


황금창 이후 한반도에서 자연발생, 자생한 집단들.

중요 인사들을 암살하거나 때론 대규모 학살, 건물 폭파, 주요 기관 시설 테러 등을 일삼았다.

그런데···


“「먼지」가 생기의 살기화라···”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먼지」 는 조잡하고, 어수룩한 조직이었다.

무기나 무장 조직 체계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하지만 고도화된 기술인 생기의 살기화를 쓴다는 건 조직이 조금씩 전문성을 갖춰간단 얘기였다.

분명 내부에 어떤 변화가 있단 뜻이다.

예를 들어 중심을 잡고 조직을 이끌 리더가 생겼다거나···


[마법 술식에 5대 요소 공간(점유) 시간(변화) 힘(작용) 물질(창조) 마음(의지)로 기를 어루만져줘야 생기의 살기화를...]


오솔맨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나는 팔짱을 끼고 잔잔한 바람이 부는 창문을 보았다.

어찌 되었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신수영의 질문과 폭주로 내 대답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끈 상황.

거기다 <아미>에서 직접 「먼지」와 생기의 살기화를 공론화했으니 다시금 내 이름이 언론과 유튜브에 떠오를 것이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 했으니, 다음 강의 주제는 정해진 셈.

이슈와 섞어서 가르친다면 아카데미 홍보는 물론 수강생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강생이 몇이나 될런지 모르겠지만...




전개와 캐릭터, 개연성에 대한 조언, 지적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쪽지와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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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F급의 제자들(4) 21.12.27 110 1 18쪽
28 F급의 제자들(3) 21.12.27 104 1 17쪽
27 F급의 제자들(2) 21.12.27 112 1 15쪽
26 F급의 제자들(1) 21.12.27 118 1 18쪽
25 F급의 경매(2) 21.12.27 114 1 16쪽
24 F급의 경매(1) 21.12.27 119 1 20쪽
» F급의 아카데미(4) 21.12.27 122 1 18쪽
22 F급의 아카데미(3) 21.12.27 136 1 20쪽
21 F급의 아카데미(2) 21.12.27 133 1 20쪽
20 F급의 아카데미(1) 21.12.27 151 1 19쪽
19 합의(3) 21.12.27 151 1 14쪽
18 합의(2) 21.12.27 154 2 16쪽
17 합의(1) 21.12.27 193 2 16쪽
16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4) 21.12.27 188 2 20쪽
15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3) 21.12.27 192 2 17쪽
14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2) 21.12.27 213 2 17쪽
13 강남 세브란스 병원 던전 러쉬(1) 21.12.27 235 3 11쪽
12 항복 21.12.27 248 3 13쪽
11 1번 시나리오(2) 21.12.27 257 4 17쪽
10 1번 시나리오(1) 21.12.27 307 3 13쪽
9 분식집 대박 21.12.27 375 5 13쪽
8 합류(3) +2 21.12.27 432 5 15쪽
7 합류(2) 21.12.27 570 7 24쪽
6 합류(1) 21.12.27 976 11 15쪽
5 복수(2) 21.12.27 1,111 13 14쪽
4 복수(1) 21.12.27 1,470 15 14쪽
3 각성(2) 21.12.27 1,912 18 13쪽
2 각성(1) +3 21.12.27 2,4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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