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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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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5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10.28 10:36
조회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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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DUMMY

물론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행여 작은 실수라도 할까 봐 굉장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단장인 자신 앞에서 저렇게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준 자는 아직까지는 스테인리스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는 형과 아는 동생이 일상적이고 사소한 이야깃거리를 두고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테인리스는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굳이 답을 하자면, 몸은 귀족 가문의 서자가 편하겠지만, 마음은 평민의 아들이 편할 것 같습니다. 몸이 편한 게 중요한지, 마음이 편한 게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마음이 편한 게 더 좋습니다, 단장님.”


“상단에 관련된 일을 해 본 적이 있나?”


“없습니다.”


“메탈 가문은 우리 상단과 거래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자네를 채용한다면, 자네가 우리 상단의 정보를 가문이나 다른 상단에 알려주지 않는다는 보장은?”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가문에서 저를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제 어머니뿐입니다. 나머지는 다 적이지요. 그리고 적은 밟으라고 있는 겁니다.”


“서자라는 사실에 기대를 걸어 보겠다.”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내일부터 출근해.”


“감사합니다, 단장님.”


# # #


스테인리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는 상사의 눈치를 봐 가며 대충대충 하고, 틈틈이 인적 없는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낮잠을 잔다거나, 헐벗은 여인들이 그려진 그림책을 본다거나, 어렵게 구한 간식을 먹는다거나······.


그러나 그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완벽하게 피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럴 뻔했지만, 딱 한 사람, 방패13호의 눈은 피하지 못했다.


제국력 909.


에셀레스 황태자가 베이엔츠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에셀레스 패러독스가 그동안 접어 두었던 날개를 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에셀레스 패러독스와는 관계없이, 황제가 된 후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근위기사단과 제국정보원을 개편하는 것이었다.


장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어차피 황위는 이크라스 상황제의 뜻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양되었고, 두 황녀는 에셀레스 황제의 황후가 될 예정이니까, 그로서는 굳이 두 기관을 장악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황제를 알현하러 온 근위기사단장, 위센 후작과 제국정보원장, 스타버스 후작에게 에셀레스 황제는 첫 명령을 내렸다.


“덩치 좀 키워 봐.”


위센 후작은 자신의 팔다리를 쳐다보았고, 스타버스 후작은 그런 위센 후작을 쳐다보았다.


“그 말이 아니잖아!”


“그러면······ 무슨 말씀이옵니까?”


“근위기사단이랑 제국정보원 규모를 좀 키워 보라고.”


“예, 폐하.”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옵니까, 폐하?”


근위기사단장은 순순히 대답했고, 제국정보원장은 이유를 물었다. 에셀레스 황제는 딱 두 마디로 대답했다.


“하라면 해.”


“예, 폐하.”


“두 사람 다, 조직 확대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


“알겠사옵니다, 폐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에셀레스 황제는 몇 가지를 더 이야기했다.


알현을 마치고 돌아가는 두 후작의 표정은 서로 달랐다.


위센 후작의 표정은 내일 죽을 사람처럼 어두웠고, 스타버스 후작의 표정은 재밌는 일을 꾸미고 있는 악동처럼 밝았다.


# # #


방패13호가 윈터 단장을 찾아왔다.


“왜?”


“신기한 놈을 발견했습니다.”


“신기해?”


“예.”


“뭐가?”


“작년에 채용된 놈인데,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땡땡이치는 데 쓰고 있었······.”


윈터 단장이 그의 말을 잘랐다.


“잘라.”


“그게 저······ 자르려고 하니, 웃기게도 딱히 잘못한 게 없습니다.”


“누가 뽑은 거야?”


“단장님이요.”


푸흡!


윈터 단장은 마시던 차를 내뿜었다.


“내가?”


“그렇게 땡땡이를 치면서도, 주어진 업무는 정해진 시한(時限) 내에 귀신같이 해 놓습니다. 역시 단장님이 뽑은 자들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의 말 중 뒤의 문장의 말투는 참 애매한 말투였다.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애매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윈터 단장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표정처럼.


“그래?”


“더 웃긴 건, 그놈이 땡땡이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는 것 같다는 겁니다.”


“근거.”


“아직까지 그놈이 땡땡이치는 것에 대해 말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거 말고.”


“예?”


“땡땡이치고 있다고 판단한 근거.”


“아. 그게 저······. 그놈이 평소에 자기 자리를 잘 안 지켜서, 어디서 뭘 하는지 찾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놈의 업무를 고려하면 그놈이 있을 만한 장소는 서너 곳뿐인데, 며칠 동안 살펴보니 업무와 관련이 있는 장소에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더 이상한 건, 외부로 출장을 나간 것도 아닌데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도 16~17시쯤―실드 상단의 권장 퇴근 시각은 18시―이 되면 어디에선가 유령처럼 나타납니다.”


“땡땡이 맞네.”


“해고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놈 기록을 좀 살펴봤는데······.”


“그런데?”


“그렇게 땡땡이를 치는데도 서류상으로는 그놈 업무 성과가 그 부서 직원들의 평균치에 근접했습니다. 정확하게는 평균치보다 아주 조금 낮긴 한데, 그 대신 업무 시한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지각이나 무단결근 역시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놈이지?”


윈터 단장의 질문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혹시 필요하게 될지도 몰라서 미리 준비했습니다.”


“좋아.”


서류를 받은 윈터 단장의 시선이 서류로 향했다.


가장 위에 있는 정보는 신상 명세였는데, 그는 거기 적힌 이름을 보자마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놈!”


“아는 잡니까?”


“면접.”


“특별한 뭔가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내 앞에서 안 졸았어.”


“단장님 앞에서 기죽는 사람도 있습니까?”


“야!”


“깜짝이야!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네놈 눈에는 이 모순의 방패가 솥뚜껑으로 보이냐?”


“흠흠. 아닙니다.”


“그날 왔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아니지 가장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여유 만만했던 놈이야.”



ⓒ 채종은, 2016.


작가의말

내용 중 "내 앞에서 안 졸았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기서 '졸았어'는 '잘 듯 말 듯'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흔히들 쓰는 '쫄다'라는 의미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쫄다'는 북한어로 규정하고 있으며, '졸다'를 '위협적이거나 압도하는 대상 앞에서 겁을 먹거나 기를 펴지 못하다.'라는 의미의 표준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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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0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7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3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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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2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7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2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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