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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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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72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02 14:09
조회
195
추천
2
글자
7쪽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DUMMY

그런 큰딸의 뒷모습을 보면서 에스티로드 자작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메이비야. 하이트하임 공은 자기 여자를 고생시키지 않겠지만, 넌 네 남자를 고생시킬 게 분명하니, 이 아빠는 그게 걱정이란다.”


그리고 메이블리나는 밤새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있었다.


다음 날, 메이블리나는 하녀를 시켜 하이트하임의 아침 식사를 접객용 방으로 밀어 넣었다.


하이트하임이 아침을 먹는 동안, 그녀는 밤새 정리한 자신의 짐을 하인들을 부려 그의 마차에 싣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보물들을 보러 내려온 하이트하임은 자신의 마차에 한가득 짐이 실리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메이블리나에게 물었다.


“메이블리나 양이 어제 말씀하셨던 선물이란 게 지금 마차에 실리고 있는 저것들입니까?”


“아? 저건 선물이 아니에요. 그냥 짐이지요.”


“예?”


하이트하임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선물을 주겠다던 사람이 짐만 가득 싣고 있었으니까.


메이블리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이트하임에게 다가가서 그의 귀에다 작은 소리로 몇 마디를 속삭여 주었다.


그 순간 하이트하임은 몸이 굳은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는 가만히 서 있는 하이트하임을 뒤로 한 채 가족들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저 갈게요. 다른 짐들은 대충 올려 보내 주시면 돼요. 날짜는 컨칩 후작님과 상의해서 알려 드릴 테니, 그리 아세요.”


그리고는 천천히 마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차 옆에는 이미 그녀의 시녀와 호위 병력들이 하이트하임의 호위 병력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메이블리나가 마차에 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던 하이트하임은 그제야 에스티로드 자작과 그 가족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이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뭐라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허겁지겁 마차로 달려가 메이블리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마차에 타자, 메이블리나의 시녀, 마스카라가 마차에 올라 메이블리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마차가 출발했다.


마이바후스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하이트하임의 머릿속에서는 메이블리나가 했던 그 말이 무한히 반복되고 있었다.


“선물은 저예요. 저것들은 포장지고요.”


이동하는 인원이 더 많아진 데다 메이블리나와 마스카라의 몸 상태에 따라 이동하는 시간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에, 마이바후스로 돌아갈 때는 코스메틱 영지로 올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두 가문의 깃발과 꽤 많은 호위 병력 덕분에 특별한 사고 없이 마이바후스의 크라운즈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컨칩 후작은 집무실 문을 박차고 허겁지겁 뛰어나갔다.


그러나 그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영주성의 경비병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그의 질문에 경비대장이 대답했다.


“깃발로 봐서는 하이트하임님이 분명한데, 정체불명의 병력들이 함께 오고 있습니다, 영주님.”


컨칩 후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영주성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한 무리의 병력을 노려보았다.


크라운즈 가문의 깃발을 들고 있는 병사와 처음 보는 깃발을 들고 있는 병사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걷고 있었다.


그 뒤로는 호위하듯이 마차를 전후좌우로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저 기사들은 누구지? 저 깃발은 또 뭐고?”


이번 질문에는 경비대장이 아니라 집사가 대답했다.


“음······ 아주 오래전에 본 거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코스메틱 가문의 깃발인 것 같습니다.”


“코, 코스메틱 가문? 코스메틱 가문이 이곳엔 뭐하러?”


“아무래도 소영주님이 사고를 치신 게······.”


집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느 새 마차는 영주성 앞에 도착해서 멈춰 섰다.


두 무리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을 때, 마차에서 누군가가 내렸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오, 아들아! 무사히 돌아온 건 좋은데, 이건 무슨 상황이냐?”


“보물을 얻어 온 상황입니다. 안전하게 가져오려고 병력도 좀 빌렸습니다. 하하.”


“허! 그런 거냐? 코스메틱 가문에 신세를 졌구나.”


“어? 코스메틱 가문인 걸 어찌 알았습니까?”


코스메틱 가문의 병력임을 인정하는 하이트하임의 말에 컨칩 후작은 그들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그때 열려 있던 마차 문을 통해 꽤나 귀엽게 생긴 여인이 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한 가운데, 그 여인의 부축을 받으며 또 다른 여인이 마차에서 내렸다.


여인이 땅에 내려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졌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신다면, 갚으면 그만입니다. 천하의 크라운즈 가문이라면 그 정도 여력(餘力)은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크게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을 거예요, 아버님.”


“아버님?”


메이블리나는 컨칩 후작을 똑바로 바라보며 ‘신세를 졌으면, 갚으면 되지.’라는 말끝에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그 말을 들은 컨칩 후작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컨칩 후작님’이나 ‘컨칩 영주님’이라고 하는 게 정상인데, 그녀는 그런 호칭들 대신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문득 예전에 친구에게서 들었던, 코스메틱 가문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니까 나도 만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말하자면 이렇다네. 그녀의 자세와 태도에는 자신감이 가득해. 콧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야. 거기에 입에서는 무례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는다는 느낌이랄까? 앞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고 열 받게 만드는 데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 본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그렇게 오만함과 무례함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주제에, 얼굴은 엄청나게 예쁘고 몸매는 빵빵하면서도 늘씬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눈이 즐겁고 행복한 상태니,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화를 낼 수가 없어. 그러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화가 폭발하게 되는 걸세. 그런데 그때 화를 내면, 대상은 이미 가고 없는 상황에 나 혼자 미쳐서 날뛰는 모양새가 되거든? 그게 진짜 문제라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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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1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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