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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1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23 07:02
조회
178
추천
2
글자
7쪽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DUMMY

세 명이 나서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부 나왔다.


에셀레스 황태자를 제외한, 참석자 서른네 명 중 돌아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를 확인한 에셀레스 황태자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역시 자네들이야. 이제 그런 천 쪼가리 따위는 벗어서 던져 버려.”


검은색 천이 사방으로 휘날리는 가운데,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제국력 905년 4월에 드디어 에셀레스 황태자가 원하던 조직이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조직에 ‘에셀레스 패러독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연히 이 두 단어를 듣는다고 해도 이것이 특정 조직의 이름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에셀레스 황태자의 언행에 모순이 있었다거나, 그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나 역설(逆說)이 있을 거라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그가 노리는 바였다.


훗날, 다수의 역사가들이 에셀레스 패러독스라는 이름에는 대륙에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 전쟁―대륙 통일을 위한―을 벌이려고 하는, 자신의 역설적인 행위에 대한 에셀레스 폰 베이엔츠 1세의 고뇌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게 되는데, 이는 상당히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다.


에셀레스 황태자는 이 이름에 대해 조직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에셀레스 패러독스는 에셀레스의 창과 방패(모순(矛盾))를 의미한다. 에셀레스의 적을 공격하는 창이고 에셀레스를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다. 오직 에셀레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고, 에셀레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두 가지 경고를 덧붙였다.


“너희들은 거짓된 내용을 보고하는 것과 참된 내용을 숨기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절대 나쁜 결과를 좋은 것으로 꾸며서 보고하지 마라. 한 번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그것이 반복되면, 거짓은 계속 커지고 결국에는 한 명이 쉽게 막을 수 있었던 작은 사고가 수백 명이 힘을 모아도 해결할 수 없는 큰 사고로 발전하게 된다.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을 때에는 즉시 그 상황을 사실대로 보고하라.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일단 잘못되었다는 보고를 한 후에 바로 잡아라.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그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빨리 보고해야 다른 이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혼자만의 아집에 빠져 일을 크게 키우지 마라.”


에셀레스 황태자는 잠시 말을 끊고 좌중을 한번 둘러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너희들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라 해도 조직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행하라. 너희들의 손해는 조직에서 보상해 줄 것이다. 언제나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우렁차게 외쳤다.


“나보다 우리를!”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그를 따라 외쳤다.


“나보다 우리를!”


“나보다 우리를!”


에셀레스 황태자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셀레스 패러독스의 수장(首長)은 에셀레스 황태자지만, 그는 편의상 자신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 책임자를 따로 정했다.


당연히 에셀레스 황태자의 최측근 인물들이 그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그들은 조직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의 인원을 세 개의 조로 나누고 그중 두 개를 각각 용병대와 상단으로 위장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용병들 및 상인들과 일꾼들을 모집해 용병대와 상단을 만든 후, 하는 일이 많지 않고 장기간 자리를 비워도 되는 자리에 요원들을 끼워 넣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었다.


평소에는 용병대와 상단의 본업에 충실하지만, 임무가 생기면 임무 수행에 필요한 인원을 차출해 특무조(特務組)를 조직하고 그 특무조에게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한 조에는 에셀레스 황태자의 지시를 전달하거나 용병대와 상단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이 계획에 따라 에셀레스 패러독스는 그 세 명이 각각 용병대의 책임자, 상단의 책임자 그리고 용병대와 상단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되어 운영하는 체제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에셀레스의 결정에 따라 프레시크림이 용병대 책임자(용병대장)가 되었고, 윈터가 상단 책임자(상단장)가 되었으며, 타히레놀이 총괄조 책임자(총괄조장)가 되었다.


서른네 명의 지원자들 중 책임자 셋을 제외한, 나머지 서른한 명은 열넷, 열넷, 셋으로 나뉘어 각각 용병대와 상단과 총괄조에 배정되었다.


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기 때문에, 그들은 별도의 암호명(暗號名)을 이용하기로 했다.


용병대 책임자의 암호명은 모순의 창, 상단 책임자의 암호명은 모순의 방패, 총괄 책임자의 암호명은 모순의 기사, 마지막으로 에셀레스 황태자의 암호명은 모순의 주인으로 결정되었다.


그 휘하의 인원들은 그냥 숫자로 부르기로 했다. 예를 들면, 창5호, 방패13호, 기사2호 등.


원래 에셀레스 황태자는 ‘모순의 황제’라는 암호명을 원했으나, 윈터는 황제라는 단어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추적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리고 프레시크림과 타히레놀이 윈터의 의견에 동의함으로써, 에셀레스 황태자의 암호명은 ‘모순의 주인’으로 결정되었다.


창○호, 방패○호 그리고 기사○호라는 호칭이 결정된 후, 에셀레스 황태자는 책임자 셋의 암호명을, 길어서 부르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짧게 줄여 불렀다.


창0호, 방패0호, 기사0호.


그러나 셋은, 모순의 황제라는 암호명을 쓰지 못하게 돼서 기분이 상한 에셀레스 황태자가 치사하게 복수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정리하자면, 에셀레스 패러독스의 임무는 이런 방식으로 처리된다.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에셀레스 황태자가 모순의 기사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모순의 기사가 모순의 창과 모순의 방패에게 연락하고, 그 연락을 받은 모순의 창과 모순의 방패가 각각 휘하의 창과 방패들을 움직여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순의 기사는 그들을 적절히 감독하고 보조한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하나 남았는데,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이 문제로 인해 에셀레스 황태자와 세 명의 0호들은 다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했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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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49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7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7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3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5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2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7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1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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