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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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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9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10.14 06:52
조회
217
추천
1
글자
7쪽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DUMMY

“그건 그렇지. 그런 놈들은 일찌감치 정리해 놔야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지. 잘난 여인 낚아서 팔자 고친 샌님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됐고. 어쨌든 그 후작이라는 작자가 제국의 절반을 차지한 거잖아. 꽤 하는구먼, 그래. 이름이······ 뭐랬지?”


“지프러투 델 에르지입니다.”


“그자를 잘 지켜봐. 그쪽에서도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에셀레스 황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뒷짐을 진 채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 같군.”


윈터 남작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에셀레스 황태자의 옆으로 가서 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뭘 말입니까?”


에셀레스 황태자는 그에게 자신의 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둘 사이에 소리 없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먼저 입을 연 쪽은 에셀레스 황태자였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가능할 것 같나?”


“계획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언제 어떤 변수가 끼어들지 알 수 없습니다.”


“계획대로 되게 해야지. 변수는······ 뭐,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드러나면 그렇겠지.”


“안 드러나게 잘해야겠군요.”


“그래서 자네만 부른 거야. 이 일은 프레시크림과 타히레놀에게도 알려주면 안 돼.”


“이 정도의 사안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급하게 추진해서도 안 돼. 일을 벌이고 있다는 티가 나지 않도록 조금씩 천천히. 게다가 언제 시작하게 될지는 나도 모르거든. 영영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냥 천천히 준비만 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알겠습니다.”


“이 작전,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저라면 ‘시원한 맥주 작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오호?! 그거 좋군. 시원한 맥주 작전.”


“이젠 작명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 것 같군. 자금은 충분하지?”


“좀 보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만?”


“돈 벌려고 장사하는 거잖아. 적자야?”


“방패 일 접고 장사만 할까요? 적자는 아닙니다.”


지지 않고 꼬박꼬박 대꾸하는 모습에 에셀레스 황태자가 혀를 찼다.


“쯧! 프레시크림이 애들 다 버려 놨어.”


윈터 남작은 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는 마십시오. 프레시크림 양처럼 날씬하고, 가슴 크고, 싸움 잘하는 여인은 게르마니아 대륙 전체를 뒤져도 찾기 힘들 겁니다.”


“그렇긴 하지. 게다가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전하도 느끼셨습니까?”


“뭘?”


“냄새 말입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모양이군.”


“타히레놀 공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


“예. 그리고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만, 정작 프레시크림 양 본인은 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모르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프레시크림 같은 여인이 또 있을까?”


“없을 것 같습니다만?”


“흠······. 윈터?”


에셀레스 황태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만 아마 못 찾을 겁니다.’


대답은 했지만 그는 대답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고 탁자 위에 있던 먹을거리들이 전부 사라진 후에야 끝이 났다.


제국력 908.


방패28호의 본명은 스테인리스 메탈이다.


스테인리스는 메탈 가문의 막내이며 서자다.


가문의 장남인 니켈에게 밀려 권력과는 멀어졌지만, 차남인 크롬과 장녀인 알루미나도 그와 같은 운명이었으니, 그 혼자만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스테인리스는 며칠 전 단골 술집에 들렀다가, 요즘 마이바후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상단에서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그 상단의 단장이 에셀레스 황태자와 친하다나 어쨌다나.


얼마나 잘나가는 상단인지는 몰라도 상단은 상단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흘려들었었던 그 소식을 오늘 다시 접하게 되었다.


술집으로 갈 때에는 못 봤는데, 술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공공 게시판에 붙어 있는 커다란 채용 안내문을 보게 된 것이다.


〈 직원 채용 〉


1. 지원 자격 : 신분·나이·성별 무관, 상단 업무에 능한 자.


2. 지원 장소 : 실드 상단 본점.


3. 업무 및 보수 : 면접 후 결정.


※ 모든 지원자에 대한 면접은 단장이 직접 함.


실드 상단 단장, 윈터 스키시즌 남작.


안내문을 슬쩍 읽어 본 스테인리스는 한숨을 폭폭 쉬며 걸음을 옮겼다.


작년에는 아후디 제국의 젊은 후작 한 명이 귀족파 영주들을 끌어모아서 엄청 큰 세력을 형성하더니, 이제는 산적들마저 연합이란 걸 만들어 그 세(勢)를 과시하고 있었다.


잘나가는 귀족은 더 잘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산적 나부랭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게다가 장사꾼 나부랭이들마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시기에 대(大) 메탈 가문의 일원(一員)인 자신은 무력(無力)하게 밥만 축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할 뿐이었다.


어느덧 스테인리스는 집 앞에 도착했다.


대문을 지나, 현관을 지나, 계단을 오르고, 방문을 열 때까지 그의 한숨은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누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가문에 남아 있으면, 등은 따뜻하고 배는 부르겠지만, 희망이 없다. 니켈, 크롬, 알루미나가 다 죽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가문을 떠나서 내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어차피 이 집안은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게 확실하고. 어쩌면 내가 없어졌다는 걸 모를지도 모르지. 크큭.’


어차피 하고 있는 일도 없고 가문에서도 말썽꾸러기 서자 이상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결심을 했다.


‘이런 가문 따위는 박차고 나가 주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그는 날이 밝자마자 곧장 실드 상단의 본점으로 찾아갔다.


입구에는 상단의 직원이 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이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봐, 거기! 거기 그렇게 서 있으면 인부들한테 방해되잖아!”


“사람 구한다고 해서 왔소만?”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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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0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8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4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3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8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2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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