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미디에이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7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02 13:44
조회
307
추천
3
글자
7쪽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DUMMY

“허허. 그렇지. 그렇지. 황제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불경(不敬)이지. 이제 막 성인이 된 너도 알고 있는데 말이야. 쯧! 큼큼. 어서 말해 보아라. 원하는 게 무엇이냐?”


이크라스 황제는 자신의 뜻에 반대했던 뭇 귀족들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불경’이라는 부분을 아주 강하게 발음했다.


에셀레스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이크라스 황제는 에셀레스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허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나는 대 베이엔츠 제국의 황제다. 너는 황태자고.”


이크라스 황제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셀레스는 이크라스 황제의 오해를 풀어 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소원을 말했다.


“대 베이엔츠 제국의 수도, 메르세데시아의 이름을 바꾸고 싶습니다, 황제 폐하.”


“응? 수도의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예.”


이크라스 황제는 에셀레스의 황당한 요청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생각해 둔 이름이 있느냐?”


“‘마이바후스’라는 이름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바후스?”


이크라스 황제의 눈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


마이바후스라는 이름은 마이바할과 관련이 있는 이름인 것 같은데, 에셀레스가 마이바할을 안 믿는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간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로 특정 주제에 관해서만 쓰인다는 한계가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바후스? 허허허허. 재밌는 이름이로구나. 진정 그것을 원하느냐?”


“예. 제 소원은 그것뿐입니다.”


“그래.”


이크라스 황제는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지금부터 대 베이엔츠 제국의 수도는 메르세데시아가 아니라 마이바후스다. 내무대신, 외무대신, 법무대신은 이에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


“어찌 그런······!”


“아니 되옵니다, 폐하!”


“메르세데시아라는, 베이엔츠 제국의 이름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을 어찌하여 버리려 하시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900년이나 묵은 유서 깊은 이름을 마치 점심 식사 식단 바꾸듯이 가뿐하게 바꿔 버린 이크라스 황제의 결정에 에셀레스를 황태자로 책봉하는 것을 반대했던 대신들과 귀족들이 다시 들고일어났다.


에셀레스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나마 아까보다는 좀 더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있었지만, 그래 봤자 불경한 행동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에셀레스는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반대하는 자들은 한 걸음 앞으로 나오시오.”


대부분의 귀족들이 한쪽 발을 떼었다.


그 순간 에셀레스는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된, 아주 매력적인 무기를 다시 꺼냈다.


“앞으로 나온 자들은 차례대로 이름을 말하시오. 그 이름, 일기장에 적어 두고 길이길이 기억해 드릴 테니.”


“······.”


“······.”


한쪽 발을 떼었던 모든 귀족들이 떼었던 발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대전이 다시 조용해졌다.


사실 에셀레스는 그 자질이 충분히 훌륭해서 많은 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또 그의 곁에는 가문의 후광이 아니라 일신(一身)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인재들도 다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세력을 가진 여러 귀족들은 에셀레스가 황태자로 책봉되는 것에 반대했다.


그들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황위 계승 서열이 에셀레스보다 높거나 에셀레스와 같은 황족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에게는 결혼 적령기에 이른 아들이나 조카가 있었고, 그들은 황녀를 며느리나 조카며느리로 삼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황녀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낮과 밤도 가리지 않았으며, 자금도 아끼지 않았다.


이크라스 황제에게는 아들이 없다.


그리고 현재 베이엔츠 가문에는 두 황녀보다 황위 계승 서열이 높은 자도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황녀, 에스클라와 결혼하는 자가 황제 또는 대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혹 에스클라를 놓치더라도 에이클라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세력을 모아서 황제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어 볼 수 있는 것이다.


황위 계승 서열이 가장 높은 두 황녀가 서로 다른 가문의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자매간의 다툼이 아니라 두 가문과 그들을 따르는 세력 간의 전쟁이 된다.


이기는 쪽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지는 쪽은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러나 베이엔츠 제국의 귀족들은 언제라도 그런 건곤일척의 결전을 벌일, 마음의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두 황녀 모두 외모와 성품이 남달라 많은 귀족들이 그녀들을 며느리로 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두 자매가 황위 계승 서열 1위와 2위라는 지고한 신분을 박탈당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귀족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소에 그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언제나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뭉침과 흩어짐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공공의 적, 에셀레스 폰 베이엔츠의 갑작스러운 부상(浮上)과 그의 파격적인 언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는 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공공의 적은 지금 베이엔츠 제국 황궁의 대전에서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두 황녀는 귀족들의 그런 사정에는 관심 없다는 듯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에셀레스를 황태자로 책봉하는 데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가문이 황가(皇家)가 되는 꿈에서 허무하게 깨어나야 했던 귀족들은 심하게 기분이 상했지만 그것을 표현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그러던 차에 황위 계승 서열이 한참 낮았던 에셀레스가 벼락출세를 하자마자 수도의 이름을 바꾸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무작정 반대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었으나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묻혀 그 의견을 제대로 피력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일기장을 거듭 들먹이며 협박하는 에셀레스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채종은, 2016.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디에이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디에이터 제1권 종이책 출간 (글자 수 : 182,000) +1 17.02.14 193 0 -
공지 이해를 돕기 위해 (감상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세요.) +1 16.09.11 213 0 -
공지 "미디에이터"의 저작권 등록 완료 [제 C-2016-021610 호] - 내용 없음 +1 16.09.09 336 0 -
공지 연재 주기 +1 16.09.02 241 0 -
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0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7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3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3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8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2 3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