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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미디에이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73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02 13:59
조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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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DUMMY

에이시스는 테파알 후작이 일어난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후다닥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의자를 뒤로 빼 주면서 말했다.


“앉으십시오, 황녀 전하.”


“황녀 전하는 무슨. 고마워요.”


그녀가 의자에 앉자 에이시스가 의자를 밀어 주었다.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온 그는 재빨리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포르시헤 제1대학원의 학생인 에이시스 아후디라고 합니다, 황녀 전하.”


그 이름을 들은 파나메르아 황녀의 얼굴에 의외라는 감정이 묻어났다.


에이시스 아후디라는 이름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허허. 포르시헤 제국의 황녀 전하를 이런 곳에서 뵙게 되다니. 다 늙어서 이런 큰 영광을 누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


제국의 황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났기에 크게 놀라긴 했지만, 테파알 후작은 베이엔츠 제국의 상급 귀족이고, 에이시스 역시 한때는 황태자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었던 인물이기에, 그 둘이 침착함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나메르아 황녀 앞에 찻잔이 새로 놓였다.


잠시 흐트러졌던 분위기가 진정되자, 에이시스는 테파알 후작에게 미디에이터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물었다.


그 질문에 테파알 후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에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오래된 전설로 여기고 있을 뿐이라네. 그렇지만 난 전설이라는 것에도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전설이라는 게 갑자기 툭 튀어나올 리는 없을 거란 말이지. 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연기가 난다고 해서 꼭 불을 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치 불을 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누군가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네. 혹 누군가가 진짜로 불을 때고 있다 하더라도, 불을 때고 있는 그 사람이 반드시 그 집의 주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큼. 내용이 딴 데로 샜구먼. 여하튼 미디에이터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서도 커다란 비밀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더 큰 비밀을 가진 누군가가 그 비밀을 덮기 위해 퍼트린 소문,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연막작전 같은 것일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하네. 난 그냥 진실을 알고 싶은 뿐이야. 특별히 미디에이터에게 바라는 게 있어서가 아니란 말이지. 미디에이터의 존재가 거짓된 것이라고 밝혀질 때까지 그리고 그 뒤에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거라네.”


“하하. 후작님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전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전 말입니다, 실제로 미디에이터가 존재하고 그가 지금까지 대륙의 평화를 지켜온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대륙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그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하.”


지금껏 조용히 듣고만 있던 파나메르아 황녀가 에이시스에게 물었다.


그러나 처음 인사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말을 낮추었다.


파나메르아 황녀는 지위―황녀―로 보나 나이―두 살 연상―로 보나 에이시스보다 윗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에이시스 공, 그대는 미디에이터에게 무슨 상을 주고 싶은가?”


“으음.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제국의 황제 자리가 아니라 대륙의 황제 자리라도 주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미디에이터가 남자고 제게 여동생이 있다면, 그 여동생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겐 여동생이 없어서요. 만약 미디에이터가 여자면 저를 줘야 하는 걸까요? 하하······. 상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무슨 상을 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지금 대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황녀 전하.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뒤로 갈수록 작아졌다.


난감해하는 티가 팍팍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파나메르아 황녀는 그런 에이시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긴, 무슨 상을 줄 것인지는 찾아낸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겠지.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일지도 모르니까. 안 그런가요, 테파알 후작?”


파나메르아 황녀는 에이시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테파알 후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테파알 후작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미디에이터의 전설은 뭔가 더 큰 비밀을 가리기 위한 연막일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제 직감은 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황녀 전하. 제가 죽기 전에 그를 찾아내지 못하면, 제 후손들이 반드시 제 꿈을 이루어 줄 겁니다. 혹 그 아이들이 미디에이터의 존재를 밝혀낸다면, 그 아이들에게도 작으나마 상 하나 내려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녀 전하. 아니지, 그때는 아마 파나메르아 황제 폐하가 되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허허허허허······.”


테파알 후작의 웃음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다가 식당이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파나메르아 황녀가 자리에서 일어남으로써 끝을 맺었다.


제국력 901.


포르시헤 제1대학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에이시스는 제국력 901년 12월에 아무 탈 없이 포르시헤 제1대학원을 졸업했다.


포르시헤 제1대학원을 졸업하는 것은 그곳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5년 만에 졸업했다는 사실도 꽤 주목받을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절대적 관점으로는 평범한 사건이 아니지만, 그것과 동시에 발생한 다른 사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건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다른 사건은 그만큼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포르시헤 제1대학원의 학생인 그가 게르마니아 대륙의 전설, 미디에이터를 졸업 논문의 연구 주제로 삼아 버린 것이다.


그가 제출한 졸업 논문의 제목은 ‘삼제국(三帝國) 시대의 무전(無戰)과 평화에 관한 연구’고, 부제목은 ‘미디에이터에 대한 학설과 전설을 중심으로’였다.


제국력 902.


에이시스가 제출한 졸업 논문의 상세한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포르시헤 제국에서는 미디에이터에 대한 온갖 소문과 괴담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디에이터 이야기로 인해 달아올랐었던 분위기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식고 있던 분위기는 식기 전보다 훨씬 더 뜨거워졌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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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1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7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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