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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2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11 10:31
조회
157
추천
2
글자
7쪽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DUMMY

아동 보호소에서 데려온 여자아이를 대하는 영주의 태도가 하녀나 심부름꾼을 대하는 귀족의 태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그맣고 지저분한 여자아이를 자신의 말에 태우고는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있는 웨이퍼스 백작은 마치······ 10년 만에 다시 만난 거지 딸과 함께 소풍 가는 부자 아빠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린 아직 서로 이름도 모르는구나. 난 웨이퍼스라고 한다. 웨이퍼스 더 오리언. 백작이고, 이곳, 오리언 백작령의 주인이기도 하다.”


“전 엘라스티나예요. 평민이고, 음······ 열 살이에요.”


엘라스티나에게는 이름과 신분과 나이 외에는 특별히 자신을 소개할 만한 것이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도 말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아동 보호소에서 만났으니까 웨이퍼스 백작이라는 중늙은이도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허허허허. 엘라스티나도 예쁜 이름이긴 하다만, 이제부터는 널 ‘카메아’라고 부르마.”


“제 이름은 엘라스티나라니까요?”


“엘라스티나도 네 이름이고, 카메아도 네 이름이다.”


“그래도 되는 건가요?”


“당연히 되지.”


“우와! 이름이 두 개가 됐다!”


“다만 엘라스티나라는 이름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면 안 된다. 이제부터는 누가 네 이름을 물으면 카메아라고 대답하렴.”


끄덕끄덕.


“카메아. 카메아.”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름이 두 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카메아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카메아가 된 엘라스티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새로운 이름을 되뇌었다.


영주성으로 돌아온 웨이퍼스 백작은 카메아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간단한 조치를 취한 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데 전념했다.


그동안 카메아는 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다행히 그녀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영주성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친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녀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오리언 기사단의 여(女)기사들 중 가장 고참인 유알 준남작이 카메아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카메아에게 접근하려고 하던 자들은 유알 준남작의 싸늘한 눈빛을 받아야 했다.


영주의 아들인 하브레이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웨이퍼스 백작이 없는 곳에서도 그의 지시를 성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녀 역시, 카메아를 대하는 영주의 태도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카메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영주가 영주성을 발칵 뒤집어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밀린 업무를 어느 정도 처리하고 조금이나마 여유를 되찾은 웨이퍼스 백작은 임시 영지 회의를 소집했다.


“갑작스럽게 회의를 소집한 건 경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 생겼기 때문이오.”


웨이퍼스 백작은 고개를 돌려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하브레이크와 카메아가 멀뚱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시선이 집중되자, 하브레이크는 씨익 웃으면서 인사를 했고, 카메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카메아야, 이쪽으로 오너라.”


처음 겪는 어색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카메아는, 웨이퍼스 백작이 자신을 부르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쪼르르 뛰어갔다.


웨이퍼스 백작은 그런 카메아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


“!?”


“······.”


회의실 내의 모든 이들이 놀란 가운데 유알 준남작만이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웨이퍼스 백작은 카메아를 자신의 양녀로 입양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카메아를 그들에게 정식으로 인사시켰다.


특히 아들, 하브레이크에게는 여동생을 잘 보살펴 주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날 저녁, 웨이퍼스 백작은 카메아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이제 너에게도 성(姓)이라는 게 생겼단다.”


“네?”


“내 딸이 되었으니까 당연히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음······ 그럼 저도 귀족이 되는 건가요?”


“허허. 그렇지. 너도 이제 귀족이다. 카메아 오리언.”


“카메아······ 오리언······.”


“아직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겠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야.”


“네.”


“그리고 한 가지 더.”


카메아는 양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귀족이 되었으니 성을 쓰는 게 당연한데, 네게는 이름이 두 개가 있지 않느냐.”


“맞아요! 카메아랑 엘라스티나!”


“이제 엘라스티나라는 이름에도 성을 붙이자꾸나.”


“에? 그러니까······ 이름이 두 개니까, 성도 두 개여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똑똑하구나. 허허허허.”


“그럼 엘라스티나 오리언?”


“그건 아니고. 흠흠. 이건 진짜 비밀인데, 사실은 이 아버지의 이름도 두 개란다. 당연히 성도 두 개지. 크하하하!”


“에엑?!”


“아버지에겐 아버지처럼 이름도 두 개고 성도 두 개인 친구가 두 명 있는데, 누구인지는 나중에 알려 주마. 여하튼 엘라스티나라는 이름과 함께 쓸 성은 ‘미디에이트’다.”


“미디에이트······. 카메아 오리언 그리고 엘라스티나 미디에이트인가요?”


“그렇지, 그렇지. 넌 카메아 오리언이자 엘라스티나 미디에이트란다. 그리고 이 아버지는 웨이퍼스 더 오리언이자 디젤 미디에이트지.”


“아버지 이름엔 ‘더’라는 글자가 들어 있네요?”


“네가 어른이 되면, 네 이름에도 들어가게 될 거다. 카메아 더 오리언이 되는 게지.”


“우와!”


“방금 한 이야기는 전부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네!”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너도 위험해지고, 이 아버지도 위험해지니까 말이다.”


그의 말에 카메아의 표정이 굳었다.


“네! 절대 비밀이에요!”


“착하구나. 허허.”


“그럼 전 이제 뭘 하면 되나요?”


“‘카메아 오리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일을 해야지. 그리고 ‘엘라스티나 미디에이트’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일도 해야 하고.”


오리언 가문의 새로운 후계자, 카메아 오리언은 이렇게 도둑처럼 조용히 등장했다.


카메아는 조용히 등장했지만, 웨이퍼스 백작은 조용히 있지 않았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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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49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7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3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5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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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7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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