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미디에이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8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11 10:03
조회
173
추천
2
글자
7쪽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DUMMY

그녀는 말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에르지 후작령의 주인이신 트윈스 후작 각하 휘하의 기사, 로렐라이다. 후작 각하께서 헤덴셜더라는 아이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다.”


헤덴셜더의 집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동네 주민들과, 헤덴셜더를 데리러 온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싼 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트윈스 후작님께서 보내셨대.”


“후작님께서도 헤덴셜더에 대한 소문을 들으신 걸까?”


“그랬으니 기사들을 보내신 거 아니겠나?”


“헤덴셜더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구먼.”


“경사 났네.”


“그런데 카펜터 씨는 어찌 하려나?”


“그러게. 지금까지는 계속 거부하기만 했으니······.”


“이번에도 거절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트윈스 후작님은 에르지 후작령의 주인이신데······.”


그러나 기대과 우려가 뒤섞인, 이웃들의 대화가 무색할 정도로 카펜터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을 로렐라이라고 소개한 기사는 평민 출신인 것이 분명했다.


귀족이라면 성이나 작위까지 함께 밝혔을 테니까.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평민 여기사가 일단(一團)의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어쩌면 헤덴셜더도 저런 지위에까지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에 로렐라이의 모습 위로 헤덴셜더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트윈스 후작은 헤덴셜더를 낚기 위해 평민 출신의, 묘한 능력을 가진 여기사를 보냈지만, 정작 그녀에게 낚인 자는 헤덴셜더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 카펜터였다.


그가 황제 이상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트윈스 후작이다.


그런 트윈스 후작이 원하는 일을 거부할 생각도 없지만, 그 일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 같은 일이라면, 거부할 게 아니라 앞장서서 도와야 한다.


게다가 영주님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죄송하지만 조건을 하나 달아도 되겠습니까요?”


로렐라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뭔가?”


“아이가 아직 많이 어리니, 저와 제 아내가 함께 갔으면 합니다요.”


“음······. 그 정도야 뭐. 영주성까지 가서 영주님을 뵙고 돌아오려면, 적어도 이레는 걸릴 텐데, 지장은 없나?”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요.”


“그럼 준비해. 준비가 끝나면 바로 돌아간다.”


로렐라이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녀의 임무는 아홉 살짜리 아이를 가능한 한 빨리 영주성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녀는 아이의 부모와 입씨름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아이의 부모가 동행한다고 해도 일정에 크게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홉 살짜리 꼬맹이의 체력이 그 부모의 체력보다 좋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카펜터와 그의 아내는 바쁘게 움직였다.


로렐라이 경은 이레 정도라고 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카펜터는 열흘 일정의 여행에 필요한 짐을 꾸리고, 헤덴셜더의 형, 오호츠크를 옆집 부부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것을 이해해 줄 것과 오호츠크를 잘 보살펴 줄 것을 부탁했다.


사람들은 그의 부탁에 흔쾌히 대답했다.


“잘 다녀오게.”


“자네가 돌아올 때까지 오호츠크는 우리가 잘 보살피겠네.”


“말만 들어도 고맙구먼. 허허. 일이 잘 풀리면 잔치 한번 크게 열겠네.”


“크하하하! 걱정 말게나.”


준비를 끝낸 카펜터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영주성을 향해 길을 떠났다.


트윈스 후작이 헤덴셜더를 만나는 자리에는 헤덴셜더의 부모가 동석했고, 트윈스 후작의 딸, 일렉트라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름이 카펜터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요, 영주님.”


“아들이 올해 몇 살이지?”


“제국력 871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아홉 살입지요.”


아홉 살이라는 말에 트윈스 후작은 쾌재를 불렀다.


올해 아홉 살이면 내년에는 열 살이 된다.


딱 좋지 아니한가.


“헤덴셜더라는 아이가 신동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나한테 한번 맡겨 보지 않겠나?”


“이제 겨우 아홉 살입니다요. 너무 이른 건 아닌지······.”


“이르다니? 원래 교육을 빨리 시작할수록 좋은 거라네. 지금 당장 진로를 결정하라는 게 아니잖나. 기사, 행정 관료, 상인 등 모든 직업에는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본 지식이라는 게 있네. 농사꾼이나 노예가 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것들은 어릴 때부터 익혀야 해. 그래야 어느 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빨리 알 수 있지.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는 이것저것 가르쳐 보고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낸 다음에 결정하면 되는 거네. 그러니 빨리 시작할수록 좋은 거지. 참고로 여기, 내 딸은 일곱 살 때부터 교육시켰어.”


누구에게든 또 어디에서든 딸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트윈스 후작은 항상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는 일렉트라가 일곱 살이 된 해부터 딸에게 귀족가의 영애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렉트라의 자질은 너무 평범했다.


당연히 조기 교육의 효과는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영주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소인의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흠흠. 자네 생각이 짧은 게 아니야. 자네의 생각은 자네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최선일 테지. 그러나 지금은, 헤덴셜더에게 지금까지는 생각조차 못했던 새로운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자네의 생각이 틀리게 된 것일 뿐이네. 그러니 그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이 아이에게 형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그 아이는 자네 생각대로 키우면 돼.”


“영주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허허.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뭘 그리······.”


“영주님의 친자식처럼 보살펴 달라는 말씀은 감히 드리지 못하겠습니다만, 로렐라이라는 기사님에게 신경 쓰시는 만큼만 신경 써 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요.”


“로렐라이? 허허. 내, 내 딸에게 동생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겠네.”


“영주님의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요.”


카펜터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로렐라이를 보낸 건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었어. 흠흠.’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하면서 헤덴셜더를 한참 동안 살펴보던 트윈스 후작은 일렉트라를 돌아보았다.


“네가 보기에는 어떤 것 같으냐?”



ⓒ 채종은, 2016.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디에이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디에이터 제1권 종이책 출간 (글자 수 : 182,000) +1 17.02.14 193 0 -
공지 이해를 돕기 위해 (감상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세요.) +1 16.09.11 213 0 -
공지 "미디에이터"의 저작권 등록 완료 [제 C-2016-021610 호] - 내용 없음 +1 16.09.09 336 0 -
공지 연재 주기 +1 16.09.02 241 0 -
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0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7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4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3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8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2 3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