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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75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02 13:54
조회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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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제2장 아후디 제국 (3)

DUMMY

당연히 그 내전이라는 태풍의 원인은 두 명의 황녀다.


특히 베이엔츠 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를 이미 정해진 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이크라스 황제는, 두 딸을 무시하고 조카인 에셀레스 폰 베이엔츠를 황태자로 책봉함으로써, 내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베이엔츠 제국의 국민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과감한 결정을 내려 제국의 평화를 지켜 낸 이크라스 황제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아레이트 황태자의 표정은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만큼 심하게 구겨졌다.


건강하게 자란 두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딸들을 놔두고 에셀레스를 황태자로 책봉한 것을 보면, 이크라스 황제가 그 에셀레스를 놔둔 채 자신에게 두 딸을 순순히 넘겨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어찌어찌해서 그녀들을 데려온다 해도 이미 황태자로 책봉된 에셀레스가 버티고 있는 한, 베이엔츠 제국을 집어삼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아레이트 황태자는 포르시헤 제국의 파나메르아 황녀뿐만 아니라 베이엔츠 제국의 에스클라 황녀와 에이클라 황녀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파나메르아 황녀에 대한 꿈이 무참하게 깨진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수작을 부려서 베이엔츠 제국의 두 황녀 모두, 아니면 적어도 둘 중 하나를 자신의 여인으로 만든 후에 베이엔츠 제국을 아후디 제국에 복속시킴으로써, 두 개의 제국을 다스리는 최초의 황제가 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아레이트 황태자가 세웠던 원래의 계획은 두 제국의 황녀들과 결혼함으로써 무혈(無血)의 대륙 통일을 이루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허황된 계획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세 제국의 후계 구도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계획이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륙을 통일할 수 있다면, 그의 이름은 게르마니아 대륙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뭐, 그때쯤이면 게르마니아 대륙의 역사가 아니라 ‘아후디 대륙’의 역사로 그 이름이 바뀌어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게르마니아 대륙의 역사는 그의 소망과는 관계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제국력 910.


황태자가 되기 전부터 황위 찬탈의 조짐을 보여 주던 아레이트 황태자는 다른 귀족들과 공모(共謀)해 아버지에게서 황위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황태자는 황제가 되었고, 황태자비는 황후가 되었다.


물론 황후가 되었다고 하기보다는 ‘황후’라는 이름을 가진 ‘보릿자루’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레이트 황태자가 황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은 3년 전, 아후디 제국에서 도망친 육촌 동생, 에이시스가 포르시헤 제국의 대공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 후 계속해서 황제의 자리를 노리던 아레이트 황태자는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자 이를 빌미로 황위를 넘겨받으려고 했다.


당연히 대신들과 귀족들이 반발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아레이트 황태자는 지프러투 후작과 거래를 하기로 결심했다.


지프러투 후작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앙 정계에서는 물론 귀족 사회에서도 영향력이 미미한 존재였었다.


그런 자가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아레이트 황태자가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했을 때에는, 그는 이미 아레이트 황태자로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신흥 세력의 수장(首長)이 되어 있었다.


아레이트 황태자는 지프러투 후작을 적대시할 것인지, 그와 손을 잡을 것인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한 그는 결국 지프러투 후작과 손을 잡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거래의 내용은 지프러투 후작이 아레이트 황태자가 황제가 되게 도와주면, 아레이트 황태자가 그를 공작으로 승작시키고 국방대신으로 임명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프러투 후작은 별말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공작으로 승작시키는 것과 국방대신으로 임명하는 것은 그가 황제가 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아레이트 황태자는 지프러투 후작에게 귀족들의 반발 정도는 가볍게 누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지프러투 후작 역시 자신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아레이트 황태자가 황제가 된 후에 딴소리를 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은 상대가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의 검은 거래는 의외로 쉽게 이루어졌다.


아레이트 황태자가 지프러투 후작에게 국방대신의 직위를 제안한 이유는 현재 아후디 제국군의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수십만에 달하는, 군기(軍紀) 빠진 군대를 정리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할 터였다.


따라서 국방대신이 된 지프러투 공작은 그 일에 치여 다른 일을 벌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프러투 후작이 국방대신의 직위를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인 이유는 그가 제국군의 상태보다는 제국군에 대한 군권(軍權)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군이라는 이름을 가진 군대는 비록 허술하기는 해도 수십만이라는 압도적인 머릿수를 자랑하는 조직이다.


국방대신이 되면 그런 조직을 자신의 휘하에 둘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국방대신이 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아레이트 황태자는 어떻게든 그를 국방대신의 자리에 앉히려 했고, 지프러투 후작은 어떻게든 국방대신의 자리를 받아 내려고 했다.


서로 상대의 생각을 알지 못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풀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거래는 의심할 여지없이 서로가 만족할 만한 거래였다.


그 거래의 결과, 아레이트 드 아후디 ‘황태자’는 아레이트 드 아후디 ‘황제’―아레이트 드 아후디 5세―가 되었고 지프러투 델 에르지 ‘후작’은 ‘국방대신’ 지프러투 드 에르지 ‘공작’이 되었다.


아레이트 황제로서는 별다른 희생 없이 황제가 되었으니 성공한 셈이고, 지프러투 공작으로서는 아레이트 황태자 옆에 말없이 서 있어 준 것만으로 공작으로 승작하고 국방대신의 직위를 얻었으니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룬 셈이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기분 좋게 웃어 주었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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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1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1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7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4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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