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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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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50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11 10:26
조회
188
추천
2
글자
7쪽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DUMMY

제국력 911.


현재 나이 40세.


여성.


미혼.


포르시헤 제국, 오리언 백작령의 주인인 카메아 더 오리언 백작은 가진 바 재능은 뛰어나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중앙 정계에 진출할 생각 따위는 요만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계에 진출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미련 없이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영지를 관리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오리언 백작령의 영지민들은 그런 영주를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런 영지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그녀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말하는 ‘그 성질’마저도 영지민들은 ‘마흔 살이 되도록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의 신경질’이라 치부하며 웃어넘겼을 뿐,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 자신은 ‘내 성격이 어때서? 이 정도 성깔은 나만큼 예쁜 여인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교양이지. 그리고 지금 누구더러 노처녀라는 거야? 이렇게 팽팽한데!’라고 하면서 방방 뛰었지만 말이다.


* * *


제국력 880.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포르시헤 제국, 오리언 영지의 영주성 인근에 위치한 아동 보호소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왔다.


반년쯤 전에 부모가 동시에 전염병에 걸려 죽었고 그녀를 돌봐 줄 만한 친척도 없었기 때문에, 어린 엘라스티나는 어쩔 수 없이 아동 보호소에서 지내게 되었다.


제대로 씻지 못해 땟물이 흐르는 얼굴, 뒤엉킨 머리카락, 다 헤진 옷과 신발을 보면 영락없는 거지였으나 눈빛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나는 아이였다.


비록 처한 상황은 암울했지만 엘라스티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 자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라 믿으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제국력 881.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뒷산에 쌓였던 눈이 조금씩 녹기 시작할 무렵의 어느 날, 엘라스티나가 머물고 있던 아동 보호소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1년 가까이 영지를 비우고 있었던 무책임한(?) 영주, 웨이퍼스 백작이 영지로 돌아왔는데, 그가 잠시 후에 아동 보호소에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을 영지 병사가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소란이 있은 후 아동 보호소는 평소의 모습과 분위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동 보호소의 문이 열리고 웨이퍼스 백작이 들어왔다.


몇 가지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나서 아동 보호소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던 웨이퍼스 백작은 창문 너머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웨이퍼스 백작의 시선이 창문 쪽으로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아동 보호소장이 물었다.


“영주님, 창문 밖에 무슨 재밌는 거라도 있는지요?”


“재밌는 건 아니고. 흐음······ 해답이라고 해야 하나? 그 비슷한 걸세.”


웨이퍼스 백작은 대답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아이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그림이 뭘 그린 것인지는 웨이퍼스 백작도 알아볼 수 없었다.


웨이퍼스 백작은 계속 뭔가를 물어보려는 아동 보호소장의 입을 다물게 하고 한참 동안 아이를 지켜보았다.


그제야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에게 웨이퍼스 백작이 물었다.

“나를 따라가겠느냐?”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엘라스티나는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다가, 대답을 하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음······ 아저씨를 따라가면 제 마음대로 살 수 있나요?”


“엥? 크하하하! 마음대로 사는 것이 네 소원인 게냐? 좋군, 좋아! 내 비록 눈이 멀어 해답을 눈앞에 두고서도 찾지 못하고 몇 년 동안 헛고생을 했다만 그리 무능한 사람은 아니다. 너만큼은 마음 가는 대로 살게 해 줄 터이니 나랑 같이 가자꾸나.”


백마를 타고 와서 자신을 구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린 엘라스티나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후계자를 구하기 위해 1년이 다 되도록 전 대륙을 헤매고 다니다가 잠시간 휴식을 취할 겸 영지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온, 서른 살 연상의 중늙은이, 웨이퍼스 백작이었다.


엘라스티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의 모습이 자신이 그동안 꿈꿔 왔던 그분의 모습과는 상당히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볼품없는 외모를 가진 이 중늙은이를 따라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엘라스티나가 그렇게 결심한 데에는 그의 옆에 서 있는 아동 보호소장의 자세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동 보호소장의 자세를 볼 때 그 중늙은이는 꽤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린 엘라스티나가 보기에도 그 중늙은이는 아동 보호소의 일인자인 소장보다 한참 높은 사람인 것이 확실했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 다시 그를 보니, 나이가 많아서 그렇지 젊었을 때에는 꽤나 풍채가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엘라스티나는 아동 보호소장을 쳐다보았다.


“저분을 따라가도 되나요?”


“영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나한테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


그의 대답을 들은 엘라스티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아동 보호소장이 그 중늙은이를 ‘영주님’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손을 내민 중늙은이는 이곳, 오리언 백작령의 영주였던 것이다.


영주성에서 하녀로 일할 수 있으면 이곳에서보다는 훨씬 편하고 넉넉하게 지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다 보면 영지 기사단의 젊은 기사들과 친해질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엘라스티나는 어느 새, 영주성에서 일하며 멋진 기사와 사랑에 빠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 마음대로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던, 중늙은이의 말은 이미 그녀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없었다.


그것이 웨이퍼스 백작과 엘라스티나의 첫 만남이었다.


웨이퍼스 백작은 그날 바로 엘라스티나를 아동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다.


어차피 가진 것 없는 고아였기 때문에 챙길 짐도 거의 없었다.


영주성으로 돌아갈 때 웨이퍼스 백작은 그녀를 자신의 앞에 태웠다.


태어나서 말을 타 보는 건 처음이었던 엘라스티나는 무서워했지만 금방 익숙해져서 말의 갈기를 만지며 즐거워했다.


웨이퍼스 백작을 수행(隨行)하던 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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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49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7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8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8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7 2 7쪽
»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3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5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2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7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1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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