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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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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79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02 14:08
조회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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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DUMMY

하이트하임은 바쁘게 움직였다.


쓸데없이 꾸물거리다가 하루, 아니 반나절 차이로 보물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강박증의 포로가 되었다.


코스메틱 가문으로 사람을 보내서 인사를 하고 일정을 조율해 약속을 잡는 절차 따위는 당연히 무시했다.


함께 갈 기사와 병사도 차출해야 했고, 선물도 마련해야 했으며, 이동 중에 사용할 물품들도 챙겨야 했다.


컨칩 후작은 갑자기 부산을 떨고 있는 아들에게 다가갔다.


“이게 다 뭐냐?”


“보물찾기에 필요한 것들인데요.”


“보물?”


“예. 보물이요.”


“쯧! 무슨 헛소문을 들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찾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찾아서 가져와라. 다른 놈들한테 뺏기지 말고. 이 아비랑 나눠 갖자꾸나. 흐흐.”


“그 보물은 나눠 가질 수 있는 게 아닌데요?”


“뭣이라? 혼자 다 먹겠다는 거냐?”


“아직 손에 넣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건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나눠 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하이트하임의 말에 컨칩 후작은 자르거나 분할할 수 없는 물건과 자르거나 분할하면 가치가 폭락하는 물건을 떠올렸다.


두 부자 사이에 오해가 싹텄다.


“에라, 이놈아! 그래도 원래, 좋은 건 나눠 먹어야 하는 법이야.”


“이건 너무 좋은 거라 혼자 먹어야 합니다. 이걸 아버지랑 나눠 먹었다는 게 소문나면, 진짜 큰일 납니다.”


“소문 안 나게 하면 되지.”


“그래도 안 됩니다.”


“이런 놈을 그렇게 열심히 키웠다니! 내가 세상을 헛살았던 게야. 쯧!”


“그걸 나눠 먹느니, 그냥 불효막심하고 배은망덕한 놈이 되는 걸 선택하겠습니다.”


“그래, 너 혼자 다 처먹어라, 이 불효막심하고 배은망덕한 놈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큭큭.”


컨칩 후작은 금방 포기했다.


하이트하임은 그를 향해 능글맞게 웃어 주고는 다시 하던 일에 몰두했다.


컨칩 후작은 그런 하이트하임을 보면서 혀를 찼지만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


하이트하임이 저렇게 서두르는 모습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보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저 정도로 서두르는 걸 보니 상당히 중요한 물건이겠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준비가 끝나자 하이트하임은 서둘러 코스메틱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7일 후, 무사히 코스메틱 저택에 도착했다.


크라운즈 가문의 위세가 그리 대단했던가.


아직 후작의 작위를 물려받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트하임은 하이트하임 크라운즈라는 이름, 그러니까 크라운즈 후작가의 후계자―부록 3.⑥―라는 배경만으로, 먼저 와서 줄 서 있던 자들을 뒤로 밀어낼 수 있었다.


에스티로드 자작은 그를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그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코스메틱 가문의 보물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가 주방에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메이블리나와 비오테미아가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만 살짝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허억!’


메이블리나와 비오테미아를 본 하이트하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도 뗄 수 없었다.


둘을 번갈아 보고 있는 그는 눈이 두 개뿐인 것이 너무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눈이 네 개였으면, 두 개로는 메이블리나를 보고 두 개로는 비오테미아를 볼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메이블리나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비오테미아를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비오테미아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메이블리나를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냥 모든 것이 다 안타깝게 느껴지는 하이트하임이었다.


식사 자리에서 에스티로드 자작과 그의 두 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언니, 메이블리나와 동생, 비오테미아를 두고 저울질하던 하이트하임은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에스티로드 자작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분 따님의 미모가 너무 눈부셔서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자작님께서 골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스티로드 자작은, 마지못해 그를 가족들의 저녁 식사 자리에 앉혀 놓긴 했지만, 그에게 딸을 준다는 생각 따위는 요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에스티로드 자작은 화를 내야 할지, 참아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어색한 표정이라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하이트하임은, 입으로는 에스티로드 자작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딸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에스티로드 자작의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에스티로드 자작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딸을 주고 싶지는 않고 거절하려니 후환이 두려운, 아주 난감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에스티로드 자작이 땀만 흘리고 있을 때, 그를 구해 준 사람은 큰딸, 메이블리나였다.


“크라운즈 가문의 후계자께서 이렇게 먼 곳까지 오셨는데, 빈손으로 보내 드리기가 좀 그렇군요. 돌아가실 때 제가 선물을 하나 마련해 드릴 테니, 오늘은 이만 올라가서 쉬시지요.”


그 말을 들은 하이트하임은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이블리나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하는 말을 거절할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이트하임을 접객용 방으로 올려 보낸 후에 메이블리나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생긴 건 딱히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정도 가문의 후계자인데도 아직까지 그에 대한 나쁜 소문은 들어 본 적이 없으니, 잘 배우고 바르게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자기 여자를 고생시킬 사람도 아닌 것 같고요.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마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크라운즈 가문의 성세가 기울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처럼 계속 거절하고 있어 봤자 피곤한 일들만 계속 쌓일 뿐이고요. 게다가 크라운즈 가문이라면 아직까지 문 밖에 줄 서 있는 저 사람들도 어쩌지 못할 거고, 더불어 그 위세를 조금 빌리면 비오테미아도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래도 비오테미아를 보내는 것보다는 언니인 제가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자매는 바깥출입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녀들이 외출할 때에는 가문의 기사단 하나가 통째로 동원되어야 했는데, 그래 가지고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도 어려웠고, 하고 싶은 걸 하기도 어려웠다.


기사단이 호위해 주지 않으면 아예 나갈 수가 없고, 기사단이 호위해 주면 엄청나게 거추장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그런 이유로 그녀들은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메이블리나는 부모님과 동생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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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2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1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7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7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7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7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4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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