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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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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60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10.07 14:47
조회
228
추천
1
글자
7쪽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DUMMY

햇빛이 건물에 가려져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눈을 뜬 그는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윈터 남작은 그가 깨어난 것을 보고 예를 취했다.


“아! 왔나?”


“예.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깨우지 그랬나?”


“깨우면 일어나실 생각이었습니까?”


“큭. 들어가지.”


“예.”


윈터 남작은 황태자의 집무실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에셀레스 황태자는 그의 뒤를 따랐다.


에셀레스 황태자와 윈터 남작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문 밖에서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다과가 준비되었습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시녀가 양손에 쟁반을 받쳐 든 채 들어왔다.


시녀가 탁자에 그 쟁반을 내려놓자, 에셀레스 황태자가 시녀를 불렀다.


“카스테라?”


“예, 전하.”


“나갈 때 문지기―호위기사―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전해. 그리고 문지기도 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 하고.”


“알겠습니다, 전하.”


시녀가 가볍게 예를 취한 뒤 돌아서서 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윈터 남작은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요즘 강 건너 동네의 분위기가 어때? 뭔가 좀 변한 것 같던데.”


윈터 남작의 눈에 의문의 빛이 깃들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해 봐.”


“포르시헤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용합니다. 박스타 상황제보다는 못하지만 파나메르아 황제도 나름대로 정치 감각이 있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그거야 뭐 황녀 시절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잖나. 박스타 영감이 자식 교육을 잘 시킨 거지. 그래도 그렇게 잘 키운 딸을 가출한 샌님한테 줘 버린 걸 보면, 그 영감도 갈 때가 된 거야.”


“그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다만?”


“콜드비어 공작령은 파나메르아 황제의 뜻대로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 동네는 여전하군. 하이네키엔 공작, 그 양반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영지의 터가 안 좋은 거야. 그래도 하이네키엔 공작이니까 그 정도지, 시네마 후작 같았으면 이미 예전에 일 저질렀을 걸? 그러고 보면 로테 가문―시네마 후작의 가문―도 참 흥미진진한 가문이란 말이야? 큭큭.”


“그렇습니까?”


“그렇지. 아후디는?”


“아레이트 황태자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 후작이라는 작자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야?”


“귀족파 영주들을 거의 다 규합했습니다. 영지 면적으로만 보면 아후디 제국의 절반에 이릅니다. 이제 그쪽에 합류할 영주가 더는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요.”


“세력 구도가 어떻게 되지?”


“황제파, 귀족파, 중립파의 세력 비율이 대략 3 : 4 : 3 정도입니다.”


“중립파가 그 작자 쪽에 붙으면 황제나 황태자가 바뀔 수도 있겠네?”


“그렇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이유는?”


“지프러투 후작은 황권(皇權)에 도전할 생각이 없어 보이고, 중립파 귀족들은 여전히 잔뜩 움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뭐, 그 작자는 그렇다고 쳐도, 중립파라는 늙은이들이 언제, 어느 쪽으로 돌아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설마 그 늙은 인간들, 에이시스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처음부터 에이시스를 지지했던 자들이잖습니까.”


“그 샌님은 이제 적이잖아.”


“그렇습니다. 에이시스 대공은 이제 적이 되었습니다. 에이시스 아후디가 아니라 에이시스 데 포르시헤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뿐입니다. 아레이트 황태자를 찾아가서 엎드리든가, 지프러투 후작을 찾아가서 엎드리든가,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살든가.”


“아레이트나 그 작자가 그놈들을 받아 줄까?”


“아레이트 황태자 쪽은 가능성이 꽤 큽니다. 지프러투 후작이 황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고 해도, 그들로서는 견제를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인데, 지금 상태로는 견제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반면에 지프러투 후작 쪽은 너무 탄탄하게 뭉쳐 있어서, 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습니다. 그쪽으로 가게 되면 에르디아의 말단에서 시작해야 할 겁니다. 한동안 고생을 심하게······.”


“에이시스를 밀 거였으면 화끈하게 밀었어야지 말이야. 어설프게 뭉개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


“만약에 트윈스 전 후작이 황태자 책봉에 대해 두어 달 정도만 빨리 알았더라면, 에이시스가 황태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트윈스?”


“트윈스 에르지 전 후작. 지프러투 후작의 장인입니다.”


“아! 그럼 그쪽도 데릴사위인가?”


“그렇습니다.”


“데릴사위가 생각보다 많군. 그것도 유행인가······.”


‘그렇게 따지면 폐하도 데릴사위에 가깝습니다. 성이 같아서 티가 안 날 뿐이지······.’


마음속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윈터 남작은 잠깐 옆으로 샜던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뭐, 아무튼 그랬다면 아레이트가 아니라 에이시스가 황태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물론 그래도 황태자비는 바뀌지 않았을 테지만요.”


“응? 그건 무슨 말이야?”


“아레이트와 에이시스, 둘 중 어느 쪽이 황태자가 되더라도, 그녀는 황태자비의 자리에 올랐을 거라는 말입니다. 티테스 황태자비, 그 여인은 진짜니까요. 제국정보원과 실드 상단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티테스 황태자비는, 전체적으로는 파나메르아 황제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몇 가지 면에서는 파나메르아 황제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입니다. 특히 정세를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아후디 제국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립파 늙은이들이 원했던 궁극적인 목표가 에이시스 황제와 티테스 황후의 조합이란 말인가?”


“제 판단으로는 그렇습니다. 그 조합이 아후디 제국으로서는 최선의 조합이었습니다만, 그 조합은 이미 실현 불가능한 조합이 됐습니다.”


“흠······.”


“여하튼 아레이트 황태자도 중립파 귀족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도 아레이트 황태자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고 말입니다.”


“줄 한번 잘못 섰다가 쫄딱 망해 버린 인간들이구먼.”


“만약 그들이 아직도 에이시스 대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물증을 황제파나 귀족파 쪽에서 확보한다면, 황제파와 귀족파가 연합해서 중립파를 정리해 버릴 겁니다. 나라 팔아먹을 놈들은 미리미리 치워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으니까요.”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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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0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8 1 7쪽
»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29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0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3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89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7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4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5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3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6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8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8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2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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