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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76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11 10:17
조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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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DUMMY

아발런 후작의 뜬금없는 권유에 잠시 할 말을 잊었던 지프러투 후작은 다음과 같이 대답함으로써 그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하. 후작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합니다.”


“왜 그리 생각하는가?”


“행실(行實)이 어떻든 간에 황태자라는 확실한 후계자가 멀쩡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이 상태에서 억지로 일을 벌였다가는 보드카 공작과 아리가토 후작을 자극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 둘이 손을 잡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거사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우리가 반역도가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그 와중에 무고한 피도 많이 흐르게 될 테고요. 이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만, 먼저 이런 제안을 해 주셨으니, 후작님께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어서 말해 보게. 자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실 전 말입니다, 아레이트 황태자를 허수아비 황제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허수아비?”


“그렇습니다. 티테스 황태자비는 이미 보릿자루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 아마 황후가 되어도 보릿자루 신세를 면하지는 못할 겁니다. 황후가 보릿자루니까 황제 또한 허수아비가 된다 해도 사람들은 그리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크하하하! 황제와 황후가 아니라 허수아비와 보릿자루라는 말인가?”


큰 소리로 웃고 있는 아발런 후작을 보며 지프러투 후작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하! 게다가 아레이트 황태자는 방탕할 뿐만 아니라 여색까지 밝히는 성격이니,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 주고 예쁜 시녀들로 하여금 시중들게 하면 다른 데 신경을 쓰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아레이트 황태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지.”


“황제가 허수아비가 되면 황제파는 힘을 못 쓸 테고, 뭉치지 못하는 중립파는 세력에서 밀리니, 아후디 제국에 우리를 견제할 자가 없는 셈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황제가 되지 못하더라도 일은 쉽게 풀리는 것이고, 후작님의 의견을 따르면 황제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될 텐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흐음. 지프러투 후작이 그리 생각하고 계신 줄은 몰랐네. 듣고 보니 후작의 생각도 꽤나 그럴듯하구먼.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네. 이유가 있든 없든 또 크든 작든, 희생이 생기는 것은 달갑지 않으니 말이네. 정당한 희생,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듣기 좋게 포장해도 희생은 희생이지. 그리고 희생은 적을수록 좋네.”


“하하! 후작님께서는 이해해 주시리라 믿었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머잖아 아레이트 황태자로부터 연락이 올 것 같습니다. 자기 좀 도와 달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황제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도와는 주겠지만 공짜로 도와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받을 것은 확실히 받아 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하.”


“기대하겠네. 허허허허.”


지프러투 후작의 예상대로 아레이트 황태자는 지프러투 후작을 황태자궁으로 불러서 거래를 제안했다.


그 자리에서 아레이트 황태자는 지프러투 후작에게 공작이라는 작위와 국방대신이라는 직위를 함께 내밀었고, 지프러투 후작은 웃으면서 아레이트 황태자의 손을 잡았다.


아후디 제국 역사상 최고의 정치적 거래로 기록될 만한 검은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지프러투 후작은 즐거운 마음으로 황태자궁을 나섰다.


“지프러투 후작님!”


그는, 정원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누구이기에 그런 곳에서 날 부르는 건가?”


커다란 나무 뒤에서 시녀 차림의 젊은 여인이 몸을 드러냈다.


“저는 황태자비 전하를 모시고 있는 시녀, 파트라라고 합니다.”


“!!!???”


당황해서 잠시 할 말을 잊었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황태자비 전하의 시녀가 왜······?”


파트라는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는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를 더 작게 낮추었다.


“황태자비 전하께서 지프러투 후작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황태자비 전하께서 나를?”


“쉿!”


그의 목소리가 의외로 컸기에 파트라는 손가락을 들어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결정을 재촉하고 있는 시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맑고 큰 눈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뵙고 가지. 앞장서거라.”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녀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날, 지프러투 후작은 파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시녀의 거처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황궁의 보릿자루, 티테스 황태자비와 독대(獨對)할 수 있었다.


아레이트 황태자는 지프러투 후작과 에르디아의 도움을 받아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국방대신이 된 지프러투 공작은 아레이트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황제파와 귀족파 귀족들은 감히 그에게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지프러투 공작(公爵)의 공작(工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제국력 911.


지프러투 공작은 이제 열 살이 된 유플라스를 위해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마세라테’라는 힘차고 역동적인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지만, 그 이름은 그와 트윈스 전 후작만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때가 되면 유플라스에게도 말해 주겠지만 아직은 둘만 알고 있었다.


방탕하고 호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후디 제국의 황제인 아레이트 드 아후디 5세가, 지프러투 공작과 독대하는 자리에서는 쥐죽은 듯 조용히 지프러투 공작의 눈치만 본다는 사실은 아후디 제국의 황궁에 떠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보릿자루인 티테스 황후와 국방대신인 지프러투 공작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믿기 힘든 소문이 황후궁 시녀들의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떠올랐다.


황궁의 비밀은 황궁을 벗어났지만, 황후궁의 소문은 황후궁을 벗어나지 못했다.


황후궁의 시녀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황후를 보릿자루로 만들어 버린 황제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중 일부는 황제보다 지프러투 공작이 황후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황궁에서 눈칫밥을 먹고 살아온 그녀들은 이런 소문이 퍼지면 황후와 지프러투 공작, 둘 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황후궁에 피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황후궁의 위태로운 평화는 아직은 죽고 싶지 않은 시녀들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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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1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1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7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7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4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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