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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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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2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11 09:40
조회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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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DUMMY

신체는 잘 크는 것 같은데, 머리가 나빴다.


게다가 성격까지 나빴다.


다시 말해 하이트하임 후작에게는 쓸모없는 아이였다.


그냥 쓸모없는 정도가 아니라, 저 정도면 아주 무거운 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쓸모는 없고 무겁긴 한데 버릴 수는 없는 그런 짐.


물론 메이블리나는 그에게, 이제 겨우 네 살짜리 아이일 뿐이니 조금 더 크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희망을 가져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하이트하임 후작이 기억하는 자신의 네 살 시절의 모습은 저렇지 않았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가 아들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능력이 없는 후손에 대해서는 주인 될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크라운즈 가문의 규율 때문이었다.


크라운즈 가문의 주인은 가문과 영지뿐만 아니라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의무도 이어받아야 했다.


가문의 모든 것은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안 되는 자에게 가문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도 배웠다.


아버지인 컨칩 전 후작의 말에 따르면, 세워진 지 900년이나 된 크라운즈 가문이 아직까지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능력 없는 후손에게 가문을 물려주지 않는 전통 때문이다.


그것이 가문의 시조의 유지(遺志)라던가?


즉 친자의 그릇이 가문을 무난히 이끌 정도가 안 되면, 자질이 좋은 양자를 들여 그에게 가문을 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도 양자로 들어와 크라운즈 가문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그나마 아들인 자신의 능력이 아버지 못지않았기 때문에, 아버지는 후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누렸지만, 하이트하임 후작은 아버지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가문을 다른 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이것들은 운이 좋아 얻은 것이니, 너무 욕심 부릴 필요는 없다.’라고 하셨고, 실제로 아버지는 그리 사셨으니까. 또한 하이트하임 후작 자신도 재물에는 그리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후계자를 찾는 것은 역시나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그는 ‘후계자 구하기 모험’에 대해 양할아버지―컨칩 전 후작의 양아버지―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었다.


“할아버지는 말이다, 몇 년 동안 대륙을 헤매고 다닌 후에야 겨우겨우 네 애비를 찾아냈단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말을 되새기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의 자질이 꽝이라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쓸 만한 후계자를 찾으러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많은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후계자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사랑스러운 아내, 메이블리나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그것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블리나를 데리고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처커하임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이래저래 처커하임이 싫어지는 하이트하임 후작이었다.


제국력 905.


이크라스 황제가 조카인 에셀레스 폰 베이엔츠를 황태자로 책봉한다고 선언했다.


각각 황위 계승 서열 1위와 2위의 자리에 있는 두 황녀는 자진해서 그 자리를 에셀레스에게 양보했지만, 대부분의 대신들과 귀족들이 이에 반대했다.


그들과 함께 반대를 외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구경이나 할 것인지를 두고 하이트하임 후작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현 황제와 두 황녀의 뜻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리고 ‘에셀레스의 능력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에셀레스의 본성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하이트하임 후작은 그에 대해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아내, 메이블리나의 미소 띤 얼굴을 생각하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에셀레스가 일기장을 들먹이며 귀족들을 협박하는 모습을 본 하이트하임 후작은 가만히 있는 것을 선택한 자기 자신에게 무한한 칭찬을 베풀었다.


제국력 906.


하이트하임 후작은, 지난해에 에셀레스가 황태자로 책봉될 때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에셀레스 황태자의 눈에 들어, 정계 입문 5년 만에 내무대신의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사실 그때 그가 반대하지 않았던 이유는 에셀레스를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에셀레스의 본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두 황녀보다 예쁜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세 번째 이유는 황녀와 맺어줄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든, 에셀레스 황태자에게는 하이트하임 후작이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에셀레스의 일기장’이라는 것이 진짜 존재하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당연히 그 일기장에 에셀레스를 황태자로 책봉하는 것에 반대했던 귀족들의 이름과 수도의 이름을 마이바후스로 바꾸는 것에 반대했던 귀족들의 이름이 진짜 적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하이트하임 후작은 그 일기장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에셀레스 황태자는, 일기장 따위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누가 반대했는지 정도는 전부 기억하고도 남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제국력 909.


하이트하임 후작이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던 어느 날, 이크라스 황제가 에셀레스 황태자에게 황위를 선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으로 인해, 황녀를 손에 넣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일부 귀족들은 결국 그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제국력 905년의 ‘황태자 책봉 반대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던 하이트하임 후작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제국력 910.


에셀레스 폰 베이엔츠 1세가 즉위한 후 베이엔츠 제국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내무대신, 하이트하임 후작은 요즘 들어 더욱 수척해지고 있었다.


내무대신의 집무실에 차나 한 잔 얻어 마시러 왔다가 그 모습을 본 재무대신, 에커스 공작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이트하임 후작에게 물었다.


“하이트하임 후작, 요즘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겐가? 한참 잘나가고 잘 풀리고 있는데, 얼굴은 왜 나날이 어두워지고 있는지 모르겠구먼?”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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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6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2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32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1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7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5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4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7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6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7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7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4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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