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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씨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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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은
작품등록일 :
2016.09.02 00:14
최근연재일 :
2016.11.18 0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974
추천수 :
74
글자수 :
114,003

작성
16.09.30 11:32
조회
170
추천
1
글자
7쪽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DUMMY

그 문제의 정체는······ ‘용병대와 상단의 이름을 뭐라 지을 것이냐?’였다.


창0호, 방패0호, 기사0호 그리고 모순의 주인은 회의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름을 제안하면, 나머지 셋이 고개를 젓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마지막 제안 이후 침묵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는데, 기사0호가 그 긴 침묵을 깨뜨렸다.


“간단하게 생각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스피어 용병대와 실드 상단. 용병대의 책임자가 모순의 창이고, 상단의 책임자가 모순의 방패니까요. 간단하고 부르기 편한 이름 아닙니까?”


방패0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헷갈릴 일이 없는 이름이군요. 게다가 딱히 눈에 띄는 이름도 아니고요.”


듣고 있던 에셀레스 황태자가 결정을 내렸다.


“그걸로 하지. 스피어 용병대, 실드 상단. 좋아. 역시 머리 아픈 일에는 타히레놀이 최고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마침내 길고 길었던 회의가 끝났다.


제국력 906.


윈터를 상단의 책임자로 결정한 후 에셀레스 황태자는 손을 조금 써서 그에게 ‘스키시즌’이라는 성(姓)과 남작의 작위를 하사했다.


상단 운영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다만 세간에는 윈터가 돈으로 작위를 산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은 실드 상단의 공작(工作)이었다.


방패의 임무와 상단의 업무 때문에 과로사(過勞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방패0호는 에셀레스 황태자와 3인이 참석하는 수뇌 회의에서 그런 고충을 털어놓았다.


요점은 자신을 도와줄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에셀레스 황태자에게 징징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단의 업무가 용병대의 업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방대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에셀레스 황태자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고, 다른 두 사람도 그를 비웃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방패0호에게 기사3호가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모순의 주인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방패0호는 기사3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기사3호가 봉투 하나를 그 손 위에 올려놓자마자 빼앗듯이 받아 들고는 봉인을 살폈다.


“수령증?”


“예.”


그는 종이를 한 장 꺼내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잘 받았습니다.


모순의 방패.


그는 작성한 수령증을 봉투에 넣고 봉인한 후에 기사3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아직 자신의 손에 꼭 쥐어져 있는 봉투의 봉인을 뜯고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내 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기사3호는 웃으면서 돌아갔지만, 방패0호는 서신을 읽는 데 정신이 팔려 기사3호가 돌아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모순의 주인이 작성하고 기사3호가 배달한 그 서신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대한 내용은 생략된 채, 다음과 같은 내용만이 에셀레스 황태자 특유의 깨끗하고 명료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주위에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자네가 못 찾고 있는 거야.


상단에 고용된 사람들이 몇 명인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쓸 만한 사람이 설마 한 명도 없을까?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나보다는 자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알려 주는 것이니, 천천히 읽어 보게.


당신의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자를 찾고 싶은가?

···후략···


탁!


방패0호는 무릎을 쳤다.


“그래! 이거야. 이거였어. 큭큭.”


미친 듯이 웃다가 봉투에 다시 넣기 위해 서신을 접던 그는 봉투 안에 종잇조각이 하나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봉투를 뒤집고 흔들었다. 종잇조각이 손으로 떨어졌다.



이 내용은 일부러 따로 적어서 넣어 두었네. 이것을 발견했다면 자네의 운이 좋은 것이고, 발견하지 못했다면 자네의 운은 거기까지인 거야.


하하하하.


이미 고용된 자들 중에서 인재를 찾는 방법은 위에서 설명했으니, 지금부터는 새로 고용할 자들 중에서 인재를 가려내는 방법에 대해 말해 주겠네.


가문, 외압 또는 지연(地緣) 등의 부당한 요소를 제외하면 누군가를 평가(評價)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 기준이나 평가 방법이 아니라 평가하는 자의 수준이라네.


평가받는 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분명히 평가는 아무 문제없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 같은데, 그 결과가 이상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지.


이는 평가받는 자의 수준보다 평가하는 자의 수준이 더 낮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네.


평가하는 자의, 평가받는 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


신입 조직원을 채용하는 면접에서 면접관보다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지원자는 면접관의 눈에 띌 가능성이 낮지.


오히려 면접관의 수준에 근접하면서도 면접관의 능력을 뛰어넘지는 않는 수준의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이는 면접관으로서는 그 정도 수준의 지원자가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쉽게 말하자면 이제 갓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친 자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자가 대학원 학생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가 작성한 답안이나 고등 학문을 다룬 논문 등을 평가하는 경우에는,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는 말이네.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


그렇기 때문에 특정 대상에 대해 평가를 할 때에는 대상자보다 높은 수준의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맡겨야 해.


우리 조직에 나보다 뛰어난 자가 없는 것은 조직원 전부를 내가 뽑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네.


그러니 나와 엇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아래인 사람들이 선택된 거야.


나보다 뛰어난 자는 내가 알아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거든.


그러니까 앞으로 새로운 인원을 보충할 때에는, 귀찮고 바쁘더라도 자네가 직접 면접하고 판단하게.


그래야 자네 눈에 차는 인재를 찾아낼 수 있어.


알겠는가?


혹, 내 눈에 띄는 자가 있다면, 기사0호나 창0호가 아니라 자네에게 먼저 보내도록 하지.


눈물 나게 고맙지 않은가?


고마우면 금전(金錢) 5······.



마지막 한 글자까지 다 읽은 방패0호는 나가려던 것도 잊은 채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제국력 907.


에셀레스 황태자는 황태자궁의 정원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 채종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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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필독 사항 - 이름 +1 16.09.02 192 0 -
공지 부록 - 미디에이터의 세계관 +1 16.09.02 235 0 -
38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0) +1 16.11.18 157 1 6쪽
37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9) +1 16.11.11 158 1 7쪽
36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8) +1 16.10.28 151 1 7쪽
35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7) +1 16.10.21 161 1 7쪽
34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6) 16.10.14 219 1 7쪽
33 재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5) 16.10.07 230 1 7쪽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4) 16.09.30 171 1 7쪽
31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3) 16.09.23 179 2 7쪽
30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2) 16.09.16 194 2 7쪽
29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5) / 제7장 에셀레스 패러독스 (1) 16.09.11 221 2 7쪽
28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4) 16.09.11 163 2 7쪽
27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3) 16.09.11 134 2 7쪽
26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2) 16.09.11 158 2 7쪽
25 제6장 카메아 더 오리언 (1) 16.09.11 190 2 7쪽
24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7) 16.09.11 216 2 7쪽
23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6) 16.09.11 121 2 7쪽
22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5) 16.09.11 178 2 7쪽
21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4) 16.09.11 184 2 7쪽
20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3) 16.09.11 175 2 7쪽
19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2) 16.09.11 193 2 7쪽
18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9) / 제5장 지프러투 드 에르지 (1) 16.09.11 150 2 7쪽
17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8) +1 16.09.11 186 2 7쪽
16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7) +1 16.09.11 153 2 7쪽
15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6) +1 16.09.11 190 2 7쪽
14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5) +1 16.09.09 204 2 7쪽
13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4) +1 16.09.02 196 2 7쪽
12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3) +1 16.09.02 236 2 7쪽
11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2) +1 16.09.02 260 2 7쪽
10 제3장 포르시헤 제국(4) / 제4장 하이트하임 반 크라운즈 (1) +1 16.09.02 175 2 7쪽
9 제3장 포르시헤 제국 (3) +1 16.09.02 254 2 7쪽
8 제3장 포르시헤 제국 (2) +1 16.09.02 217 2 7쪽
7 제2장 아후디 제국 (4) / 제3장 포르시헤 제국 (1) +1 16.09.02 246 2 7쪽
6 제2장 아후디 제국 (3) +1 16.09.02 223 2 7쪽
5 제2장 아후디 제국 (2) +1 16.09.02 228 3 7쪽
4 제1장 베이엔츠 제국 (3) / 제2장 아후디 제국 (1) +1 16.09.02 289 3 7쪽
3 제1장 베이엔츠 제국 (2) +1 16.09.02 309 3 7쪽
2 제1장 베이엔츠 제국 (1) +1 16.09.02 389 3 7쪽
1 서시(序詩) +1 16.09.02 49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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