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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과학적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LEV1
작품등록일 :
2022.10.31 13:13
최근연재일 :
2022.12.28 22:25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74,059
추천수 :
2,527
글자수 :
469,180

작성
22.11.30 00:46
조회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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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6쪽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4)

DUMMY

“삶은 감자는 릴리 씨에게 맡기겠습니다. 깨끗이 행군 다음 끓는 물에 이 꼬챙이가 푹 들어갈 때까지 익히시면 될 거예요. ”

“네! ”

“튀김은 피에르 씨가 맡아 주시고요. ”

“그냥 통째로 기름 솥에 넣고 튀기면 됩니까? ”

“아니요. 껍질을 깐 다음 새끼손가락 정도 굵기로 채를 썰고 물에 담가서 잠시 놔두십시오. 이후 아마포로 감싸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다음 하나만 기름 솥에 넣어서 온도를 확인하시고요. 넣자마자 위로 떠오르면 적당한 겁니다. ”

“허어! ”


내 구체적인 지시에 피에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학자님이시라더니 요리도 할 줄 아셨습니까? ”

“자취생활 10년차이니 이 정도는 기본 소양이지요. ‘백만 개의 레서피’랑 ‘백 선생님 너튜브’도 있고요. ”

“백 선생? 너튜브? ”

“그런 게 있습니다. 아참! 한 번 튀긴 튀김을 잠깐 식혔다가 다시 튀겨주면 식감이 더 바삭해지니 참고하세요. 여기 튀김 맛을 보니 이미 그렇게 해 오신 것도 같지만요. ”

“진짜 놀라서 자빠질 노릇이군. 이 근방에서는 나만 알고 있는 비법인 줄 알았는데... ”

“충분히 튀겨지면 채반 위로 건져내서 기름을 털어낸 다음, 소금과 각종 허브를 뿌리고 살살 섞으십시오. 간은 싱거운 것보다는 조금 짠 게 좋으니 넉넉히 하셔도 좋습니다. 그 편이 음료와도 어울릴 테니까요. ”

“알겠습니다. ”

“그 사이 전 내 나라의 전통요리를 하나 시도해보죠. 자, 그럼 시작하기 전에 손부터들 씻읍시다. ”


내 지시에 따라 세수를 하고 튀김 솥 앞에 선 피에르가 타오르는 불꽃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것 참... 마치 15년 전 견습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로군. ”

“자존심 상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쪽은 감자를 먹어온 역사가 길죠. 요리사의 재능은 저보다 피에르 씨가 한참 위입니다. 저는 그저 선조들의 지혜를 잠시 빌려왔을 뿐이고요. ”

“흠? 오해를 하셨군요. 누가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습니까. ”

“그러면요? ”

“그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얘깁니다! ”


조리도구를 잡은 피에르의 눈동자가 타오르는 숯불처럼 이글거렸다.


저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네.

나도 질 수 없지.


레토르트가 아닌 감자요리를 직접 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쪽도 우려할 이유는 없었다.


보육원에서 독립한 이후 쭉 자취해온 짬도 있거니와, 요리과정을 도와줄 든든한 ‘비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해볼까, 오라클? ’

[*네! ]


머릿속으로 말을 걸자 명랑한 하이 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오라클(ORACLE)’.

내 세계에서 ‘신의 대답’을 의미하는 단어이자, 이곳 중세 판타지 랜드로 나를 끌어들인 성좌 아라크네가 내려준 지구의 유산.


그 정체는 내가 이 세계로 떨어지기 전날까지의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와 그 검색 엔진으로, 사실상 이름만 ORACLE인 Googol 검색 엔진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키보드 대신 사념으로 검색어를 칠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처음 보는 흰죽이 귀리죽이라는 것을 알려주거나 정체불명의 기척이 인간임을 확인해주는 등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실시간으로 검색해주기도 했지만, 그 수준이 대단한 건 아니어서 귀리죽의 농도나 동전의 상태를 말해주는 정도였다.


말하자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해서 이미지검색을 돌리면 연관 검색어가 뜨는 수준.


그랬던 녀석이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얼마 전 피 같은 100MP를 투자해서 한 ‘기능 강화(1단계)’ 덕분이었다.


오라클과 나는 이제 무려 ‘대화’가 가능했다.


물론 이 또한 내 세계에 없던 기능은 아니다. 아펠의 ‘셰리’나 사성의 ‘박스비’, 구골의 ‘구골 어시스턴트’ 같은 인공지능 비서 프로그램이랑 비슷한 기능이니까.


하지만 일방적인 검색이 아닌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오는 소소한 재미와 만족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에 음성이 아닌 사념으로 명령을 내리니 발음을 못 알아듣고 딴소리를 하는 경우도 없어서 훨씬 편리했다.


무엇보다 대박인 점은 이것이었다.


‘오라클? 호손이 토런스에게 이기려면 어떡해야 하니? ’


벌써 몇 번은 했던 내 질문에 10여 초간 침묵한 오라클이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해당 질문의 답을 드리기에는 제 가용자원이 부족하네요. ]


당장은 도움이 안 되는 대답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엄청난 스포일러였다.


오라클이 그저 이름만 바꾼 내 세계의 인공지능 비서 프로그램이었다면 ‘죄송하지만 잘 이해해지 못했습니다.’라거나, ‘답변하기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어요.’ 같은 대답에서 그쳤을 테니까.


그런데 ‘가용자원이 부족하네요.’라니?

그 말은 자원이 충분하면 대답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그 자원을 확보하는 방법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며칠 전 열린 오라클의 업그레이드 창을 떠올렸다.


<ORACLE>

[업그레이드] (0MP 남음)

1.기능 강화(1/3) : 10000MP 소모(2단계)

2.신탁 강화(1/3) : 10000MP 소모(2단계)

3.권능 강화(0/3) : 100MP 소모(1단계)


‘다음 단계 기능 강화(2단계)를 개방하면 된다는 거겠지. ’


물론 필요한 MP가 1000도 아니고 10000이다.

이번 신탁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뭐, 지금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지. 오라클? ’

[*네에! ]

‘백만 개의 레서피랑 너튜브를 검색해서 백 아저씨 감자전 요리법이랑 시연 영상을 각각 내 오른쪽과 왼쪽에 띄워 줘. ’

[*네엥! ]


어휴, 저 깜찍한 대답 보소.

내 말과 동시에 시야 오른쪽과 왼쪽 위에 각각 레서피 어플과 동영상 화면이 떠올랐다.


수백 가지가 넘는 내 세계의 감자요리들 중에 내가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감자전’이었다.


소량의 기름과 소금만 있으면 그야말로 감자만으로 할 수 있는 요리이니 감자의 진정한 맛을 보여주기에는 이만한 메뉴도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없는 향신료나 양념의 대용품을 찾으려고 고생할 필요도 없고.


하지만 역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었다.


‘보자. 일단 감자를 갈아야겠는데... 믹서기가 없으니 강판을 써야겠네. ’


맛은 더 좋겠지만 고생 깨나 하겠군.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

‘오. 혹시 감자 좀 갈아줄 수 있어? ’

[*앗! 죄송해요. 그건 할 수 없어요. ]

‘당연히 그렇겠지. ’


목소리나 가상키보드로 감자를 갈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도 다음 과정부터는 안내를 도와드릴게요. ]

‘부탁할게. ’


그렇게 30분 가량이 흘렀다.


“삶은 감자 완성됐어요! ”

“음! 이쪽도 슬슬 된 것 같소. 그쪽은 어떻습니까? ”

“저도 마무리 단계입니다. 따로 담아서 가져갈 테니 먼저 테이블에 세팅하고 있으세요. ”


나는 강판에 간 감자를 아마포로 감싼 후 쭉 짜서 물기를 제거한 다음, 흘러내린 물 속에 가라앉은 전분풀과 요리용 암염 두 꼬집을 섞어 반죽을 만들었다.


장작불 위에 연철로 만든 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른 뒤, 살짝 연기가 올라올 즈음 한 국자를 떠서 넓게 펼쳤다.


-치이이이!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크! 소리 좋고. ’

[*모서리가 갈색이 되면 뒤집으시면 돼요! ]

‘오케이, 땡큐! 수고했어. ’


강판에 감자를 가느라고 때 아닌 육체노동을 해야 했지만 이후의 요리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요리 단계마다 오라클이 해야 할 행동을 재깍재깍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옛날에 폰으로 레서피를 보면서 할 때는 읽다가 과정을 빠뜨리거나 태워버리기 일쑤였는데 되게 편리했다.


‘야. 너 생각보다 쩐다? 보기보다 다양한 쓸모가 있네. ’

[*움핫핫핫! ]


잠시 후, 나와 릴리와 피에르는 각자 맡은 요리를 들고 식당 중앙의 원형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와아. 맛있어 보여... ”

“으음. 악마의 열매... 아니, 감자 속이 저렇게 하얗고 깨끗한지는 처음 알았군. ”


터진 껍질 사이로 드러난 삶은 감자의 새하얀 속살을 살펴본 피에르가 중얼거렸다.


“네. 이곳에 도는 소문과는 반대지요. 겉은 못생겼어도 속은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채소입니다. ”

“왠지 반성하게 되네요. ”

“으음. ”

“어디 맛도 그런지 한 번 살펴들 보시지요. ”


나는 시범을 보이듯이 한 톨을 집어서 맛을 보았다.

품종개량이 덜 됐는지 내 세상 것보다는 심심했지만 소금이나 꿀에 찍어먹으면 충분히 괜찮을 맛이었다.


“자, 다들 드세요. ”

“으음... ”


아직도 찝찝한지 피에르가 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문둥병과 감자가 관계없음을 알고 있는 릴리가 쑥 손을 뻗어 먼저 한 톨을 집자, 뒤쳐진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도 마지못해 솥뚜껑 같은 손을 움직였다.


“앗뜨뜨뜨! ”

“조심하세요. 안쪽은 아직 뜨거우니까요. ”

“흥! 기름에 담근 물고기도 맨손으로 뒤집는데 고작 이 정도야! ”


피에르가 과장된 동작으로 삶은 감자를 베어 물었다.


“후오! 후? 오오오! ”

“생각보다 맛이 괜찮지요? ”

“호, 호... 포슬포슬한 것이 꽤 식감이 좋군요? 제 알아서 은은하게 간도 되어 있는 것 같고. ”

“와! 진짜네요? 맛있어요! 제가 먹었을 땐 쓰고 떫고 비릿한 데다가 엄청 딱딱했는데. ”


그러게. 아무리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생감자를 어떻게 먹었니?

나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설명했다.


“방금 릴리 씨가 말씀하신 대로 생감자의 맛은 쓰고 떫고 비리고 딱딱합니다. 하지만 그저 물에 익히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로 먹을 만하게 바뀌지요. ”

“음. 적지 않은 식재료가 그렇기는 하지만 이 열매가 그렇다고 하니 새삼 놀랍군요. ”

“놀라기는 아직 이릅니다. 아, 릴리 씨? 그만 드세요. ”


나는 어느새 세 번째 감자를 까고 있는 그녀를 말렸다.


“그치만 아직 많이 남았는데... ”

“남겨도 돼요. 삶은 감자는 식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싸 가면 됩니다. 하지만 튀김은 식는 순간 확 맛이 변하거든요. 이쪽부터 드십시오. ”


나는 피에르가 내려놓은 두 번째 주석 트레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번에는 그 역시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오오? 맛있습니다! 이건 정말로 맛있군요! ”

“우와! 겉은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네요? ”

“어떻습니까? 가니시로 추천했던 이유가 있죠? ”

“음! 대구튀김이랑도 충분히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둘을 같이 내주면 은화를 내고도 배가 고프다는 불평을 더는 안 들어도 되겠군요. 진작 이렇게 할 것을! ”


신이 난 아이 같은 표정이 된 피에르가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옛말 틀린 거 없다더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 맞다.


“그 전에 이곳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자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줘야 하겠지만요. ”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


민망한 듯 옆머리를 긁적인 피에르가, 아마포로 위쪽을 덮어 가린 내 접시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그건 또 뭡니까? 얼마나 대단한 요리기에 저리 꽁꽁 감춰 두셨소? ”

“일부러 감춘 건 아닙니다. 이것도 식으면 맛이 많이 떨어지는 요리라서요. 보온의 목적으로 덮어둔 거지요. ”


나는 접시를 중앙으로 밀면서 천을 걷어 올렸다.


“응? 이건... ”

“뭔지 아시겠습니까? ”

“팬케이크? 아니, 생긴 것은 팬케이크 같지만 감자로 만드셨을 테니 그건 아니겠군요. 뭐지? ”

“아아, 이것은 ‘전’이라는 것이다. ”

“예? ”

“크흠... ‘감자전’이라고 하는 제 고국의 전통 요리입니다. 감자를 잘게 썰거나 갈아야 해서 품이 많이 들지만, 튀김보다는 기름도 훨씬 덜 들고 필요한 온도가 낮아 땔감도 적게 쓸 수 있지요. 그러면서도 감자의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골고루 느낄 수 있습니다. 요리법도 간단하고요. ”

“그야말로 완벽하군요! ”

“맛도 가격도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드셔보시죠. ”

“기꺼이!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굵직한 손이 성큼 뻗어왔다.


“으으음! 이것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군. 어! 잠깐? 심지어 쫄깃쫄깃한 식감까지 느껴지는데? 삶아도 튀겨도 없었던 느낌인데 이건 대체 어디서 온 겁니까? ”

“전분물입니다. 녹말풀이라고도 하지요. 튀김을 만들기 전에 감자를 담근 물에 하얀 풀 같은 게 가라앉아 있었죠? 그걸 갈아놓은 감자에 섞어주면 이런 식감이 납니다. ”

“이야, 신기하군요! ”

“그 풀을 말리면 마치 밀가루처럼 생긴 하얀 가루를 얻을 수 있는데 이래저래 쓸모가 많지요. 방금 말한 것처럼 쫄깃한 식감을 내는 데 쓸 수도 있고, 튀김옷을 만들 때 밀가루에 섞으면 한층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있습니다. 소스 등의 농도를 조절할 때도 탁월하고요. ”

“세상에. ”

“피에르 씨 같은 요리사들에게는 충분히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물질일 겁니다. ”


그가 감격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덥석 내 손을 붙잡았다.


“대단하구만! 정말로 대단해! 고맙습니다, 학자님! 내 언젠가 다시 가게를 열면 가장 먼저 두 분을 불러서 새로 개발한 요리들을 대접하겠소!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미소로 화답한 나는, 언젠가부터 대화에서 소외되어 있던 한 소녀의 존재를 떠올렸다.


“참! 릴리 씨도 어서 드세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식어버리면 전도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

“아... 네. ”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화들짝 놀란 그녀가 머뭇거리며 손을 내뻗었다.


“...맛있네요! ”

“그렇죠? ”

“네. 맛있어요. 맛있어요! 정말로... ”


눈까지 꼭 감고 꼭꼭 씹는 게 어지간히 감동한 모양이다.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릴리한테는 컬쳐쇼크일 법도 하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먹히겠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


새로운 퍼즐의 첫 조각이 맞춰진 순간이었다.



* * *



“‘악마의 열매’를 재배하자고? ”


프란츠 자작이 오랜만에 대놓고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하! 다시 한 번 말해주게. 요즘 내가 상단의 잡것들 때문에 잠을 못 이루다 보니 헛소리를 들었나보군. ”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그것도 최대한 신속하게 하셔야 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심어야 제때 수확을 할 테니까요. ”

“원래는 이쯤에서 미쳤냐는 말이 튀어나왔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미르 공이니 내 들어는 보겠네. ”


나는 프란츠에게 감자의 진실과 식당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군. 솔직히 믿기지는 않지만 공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라면 그 말이 맞겠지. 게다가 직접 먹어서 확인까지 해봤다고 하니. ”

“감자는 제법 영양가가 높은 음식입니다. 생육기간도 빨라서 불과 세 달이면 자라고 추위와 염해에도 밀보다 훨씬 잘 견디죠. 구황작물로 그만한 것도 없을 겁니다. ”

“하지만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걸세. 특히나 휴경지에 감자를 심었다가 굶어죽은 농부의 이야기는 이 일대에서 유명한 이야기지. 고생해서 파종한 밀 싹을 갈아엎고 감자 따위를 키우라고 하면 토런스의 침략 이전에 농민봉기부터 걱정해야 할 게야. ”

“그 문제에 관해서는 제 고향의 어느 대왕께서 이미 답을 내려주셨습니다. ”

“엇! 그런가?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인물을 떠올렸다.


[검색 결과 : 프리드리히 대왕 (*파이팅!) ]


‘짐은 국가 제일의 공복(심부름꾼)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계몽 군주의 대명사이자 독일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왕.


프로이센 제3대 국왕 프리드리히 2세.

프리드리히 폰 호엔촐레른(Friedrich II von Hohenzollern).


그는 감자를 보급하여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한 공으로 ‘감자 대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금도 그의 무덤 앞에 국민들이 바친 감자꽃과 감자들이 쌓여 있을 정도로.


그 역사를 나는 이 호손에서 재현할 생각이었다.

300년 전 그가 거두었던 최후의 승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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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4) +2 22.11.30 701 25 16쪽
41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3) +3 22.11.29 719 24 13쪽
40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2) +3 22.11.28 746 21 16쪽
39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1) +1 22.11.28 811 21 14쪽
38 두 번째 신탁(2) +5 22.11.27 810 29 14쪽
37 두 번째 신탁(1) +7 22.11.27 837 30 13쪽
36 신종계약(5) +3 22.11.26 862 24 13쪽
35 신종계약(4) +13 22.11.26 907 32 14쪽
34 신종계약(3) +3 22.11.25 906 24 13쪽
33 신종계약(2) +5 22.11.24 921 29 15쪽
32 신종계약(1) +6 22.11.23 951 33 14쪽
31 신명재판(7) +6 22.11.22 968 35 13쪽
30 신명재판(6) +5 22.11.21 935 30 16쪽
29 신명재판(5) +5 22.11.21 952 31 17쪽
28 신명재판(4) +4 22.11.20 1,007 31 18쪽
27 신명재판(3) +2 22.11.20 1,017 41 11쪽
26 신명재판(2) +5 22.11.19 1,008 33 14쪽
25 신명재판(1) +4 22.11.18 1,037 36 15쪽
24 곰과 여우와 돼지(4) +4 22.11.17 1,025 35 14쪽
23 곰과 여우와 돼지(3) +5 22.11.17 1,040 37 18쪽
22 곰과 여우와 돼지(2) +5 22.11.16 1,059 38 15쪽
21 곰과 여우와 돼지(1) +4 22.11.15 1,085 42 12쪽
20 피에르의 온도(6) +4 22.11.14 1,084 37 13쪽
19 피에르의 온도(5) +2 22.11.14 1,073 38 16쪽
18 피에르의 온도(4) +3 22.11.13 1,090 37 13쪽
17 피에르의 온도(3) +3 22.11.13 1,156 42 16쪽
16 피에르의 온도(2) +3 22.11.12 1,274 39 14쪽
15 피에르의 온도(1) +1 22.11.11 1,341 34 18쪽
14 호손시(市)의 사정(2) +1 22.11.10 1,413 3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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